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3)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43화(43/109)
아카데미 (3)
“백작님! 괜찮으십니까?”
나는 내 몸을 흔드는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알프레드가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세면대에 기대앉은 채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괜……. 크흠.”
입을 연 순간 심장에서 고통이 올라왔다. 나는 잠시 어금니를 물고서 그 고통을 견뎌 냈다.
“괜찮으신 겁니까? 어째서 갑자기 쓰러지신……?”
알프레드의 말끝이 흩어졌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세면대에 텅 빈 주사기가 놓여 있었다.
“알프레드. 나 좀 일으켜 줘.”
알프레드는 말없이 나를 부축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몸을 풀었다.
“끄응…….”
전신이 뻐근했다. 특히 심장 박동에 따라 알큰한 고통이 올라왔다.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지?”
“30분 정도 흘렀습니다.”
좋지 않았다. 특별 강연까지 반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의미였으니까.
‘스킬 창은……. 강연이 끝나고 한가할 때 확인해야겠군.’
나는 알프레드의 도움을 받아 옷을 깔끔히 차려입고 화장실을 나왔다.
“…….”
기분 탓일까, 알프레드의 눈빛이 유달리 흐려 보였다.
* * *
“와아아아-!”
강당의 무대에 오르자 족히 수백 명은 되는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앉아 있었다.
그들의 손과 입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갈채와 함성 소리에 나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악명 높은 마우솔레움 가문이니 계란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라고 농담 섞어 생각해 왔던 탓이었다.
‘생각보다 양호하게 흘러갈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무대의 높은 강대상에 루시스를 앉히고 나를 바라보는 수백 명의 얼굴을 마주 봤다.
전생에도 현생에도 이리 많은 사람들의 앞에 선 기회가 없었기에 조금 긴장됐다.
나는 가능한 귀족의 예법을 갖춰 우아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신가, 아카데미의 학도 여러분. 오늘 특별 강연을 맡은 마우솔레움 백작이다.”
내 소개에 다시 한번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조금 전의 박수보다 영혼이 없는, 예의상 두드리는 시들시들한 박수 소리였다.
‘……응?’
무슨 일인가 싶어 학생들을 살펴보니, 교수진들과 극히 일부의 학생들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내가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었고, 몇몇 학생들은 박수는커녕 환영할 생각도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기까지 하고 있었다.
‘뭐, 저게 마우솔레움 가문을 대하는 평범한 반응이겠지.’
그렇다면 처음의 박수갈채는 대체 뭐였는가?
나는 그에 대한 해답을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내가 아닌 내 옆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쪽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여기는 2부 강연에서 특별 시연을 맡아 줄 루시스…….”
“와아아아아아!”
“오와아아악!”
폭탄이라도 터진 줄 알았다.
거의 맨 앞줄부터 중심부까지를 가득 메운 로브 차림의 광신도들이 온몸을 배배 꼬며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한 것이다.
‘마법사들.’
전체 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헤츨링이 강연에 참여한다는 말에 마법학과 학생들 전원이 참석한 모양이었다.
이걸 노리고 ‘헤츨링의 마법 쇼’라고 대놓고 적어 두긴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미친 반응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잠깐만. 저기 저 인간은 마탑주 아니야?’
심지어 아카데미 바깥의 마법사들 중에서도 로브로 정체를 숨기고 참석한 이들이 있을 지경이었다.
몸을 배배 꼬고 있는 건 똑같았다.
“오.”
열렬하다 못해 열광적인 반응에 루시스도 조금 놀란 듯 보였다.
루시스는 손을 들어 작게 흔들었다.
“꺄아아아아악!”
또 한 번 터져 나오는 열광적이다 못해 광적인 반응.
“오오.”
루시스는 눈을 반짝이며 강대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갸아아아악!”
이번에는 양손을 번쩍 들었다.
“드래곤끼야아아아악!”
이젠 사람의 비명조차 아니다.
“누나! 날 가져요!”
미친 소리를 하는 놈도 하나 있었다.
자부심이 코끝까지 차오른 루시스는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며 가슴을 쭉 폈다.
콧대와 광대가 올라가며 프라이드 주머니인 볼까지 빵빵해졌다.
도저히 자연 진화될 것 같지 않은 환호성이었기에 내가 음성 증폭 아티팩트를 입에 대고 상황을 중재했다.
“다들 조용. 환호성이 길어질수록 강연 시간이 줄어든다. 루시스의 마법을 보고 싶지 않은 건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삽시간에 입을 닫는 마법사들. 이제는 좀 무서울 지경이다.
“루시스의 강연은 2부에 배정되어 있으니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도록.”
그 말에는 피부가 따가울 정도의 시선이 내게 쏘아진다. 거의 살기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갑인걸. 나는 준비해 둔 강연을 시작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내가 아카데미에 특별 강연자로 초청받은 이유는 바깥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럭스의 슈트 때문이다.”
물론 루시스라든가 기부금이라든가 하는 수많은 이유들도 있었지만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단연 럭스뿐 아니라 나의 전반적인 경영법 전체에 대해 강연하고자 한다. 그러자면 우선 이 자리에 불러야 하는 이가 있지.”
내 손짓에 무대의 아래에서 한 사내가 올라왔다.
럭스의 슈트를 입고 머리에는 기름을 발라 올백으로 넘긴 사내.
내가 마우솔레움 영지에서 주워 와 이제는 몇몇 사업체의 경영을 맡기고 있는 마르코였다.
마르코는 긴장한 얼굴로 내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르코라고 합니다.”
제삼자의 등장에도 학생들은 지루하다는 듯 눈빛을 흐리게 뜨고 있었다.
“저는 반년 전까지만 해도 영지 공방에서 땜질을 하던 평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능력을 인정받아 어지간한 하위 귀족님들보다도 부유하게 살고 있죠.”
그 말에 학생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마우솔레움 백작가는 사람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만으로 자리에 앉힙니다. 현 럭스 양복점의 최고 디자이너 역시 저와 같은 먼 영지 출신의 디자이너로…….”
마르코의 말이 계속될수록 학생들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단상에 집중했다.
몇몇은 가방을 뒤져 필기도구를 꺼내더니 무언가를 받아 적기까지 했다.
그 반응에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내가 준비한 건 학생들을 위한 특별 강연이 아니었다.
‘누구 좋으라고 내가 그런 헛짓을 해?’
내가 정말로 ‘새 시대의 경영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생각이었다면 루시스를 미끼로 마법학과 애들을 꾀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곳에 인재들을 빼먹으러 왔다.
마르코의 뒤를 이어 나 대신 내 일을 기똥차게 해치울 그런 똑똑한 인재를 노리고서 말이다.
‘나는 강연을 하려고 아카데미에 온 게 아니야.’
이건 마우솔레움 그룹의 취업 설명회였다.
* * *
아카데미의 마법학부 대표, 미첼은 평민 출신이었다.
실력지상주의라는 마탑의 이념은 아카데미 마법학부에서도 적용되기에 미첼은 평민 출신임에도 마법대표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헤츨링이 강연에 온다고?!”
그 소식에 미첼은 마탑주가 늘 강조하는 우아함과 위엄도 잊고 헐레벌떡 뛰어서 강연장의 맨 앞줄에 앉았다.
시모어가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잠시 감탄성을 내뱉었다.
과연 듣던 대로 과하게 잘생긴 외모였다.
화려한 장식으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 정갈한 옷이 더욱 그 외모를 돋보이게 했다.
창백하니 찡그린 얼굴이었지만 워낙 검은색 일색이라 그런지 그 시니컬한 모습 역시 잘 어울렸다.
“드끼야아아아악!”
물론 미첼의 눈은 금방 헤츨링에게로 옮겨 갔다.
정말로 천사를 보는 줄 알았다.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데 어마어마한 마력까지 느껴졌다.
어서 저 존재가 마력을 쓰는 걸 보고 싶다.
조막만 한 손에서 마력이 화수분처럼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미첼은 그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먼저 자지러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루시스의 강연은 2부에 배정되어 있으니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도록.”
초를 치는 그 말에는 살기까지 피어올랐다.
잔뜩 심통이 오른 미첼은 팔짱을 끼고서 시모어의 강연을 들었다. 속으로 잔뜩 비평이나 해 주마, 하는 생각과 함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르코라고 합니다.”
“……저는 반년 전까지만 해도 영지 공방에서 땜질을 하던 평민이었습니다.”
“……마우솔레움 백작가는 사람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만으로 자리에 앉힙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마르코의 말대로 나는 사람을 볼 때 오직 능력만을 본다. 평민이 아니라 노예 출신이라 한들…….”
“……마탑은 실력지상주의라 하던가? 미래의 경영 방식은 모두 그 방향을 향할 것이라 확신하며 마우솔레움 가문에서는 이미…….”
이야기를 들을수록 미첼은 시모어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저 사람의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느새 미첼은 노트를 꺼내 시모어의 이야기를 받아 적고 있었다.
그녀뿐이 아니었다. 수많은 마법학과의 학생들, 특히나 평민 출신의 학생들은 마우솔레움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필기하고 있었다.
“……집안이 평민이라서, 돈이 없어서. 적성도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시대는 갔다. 동생들의, 부모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원치 않는 곳에서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
이 세계의 똑똑한 평민들은 모두 마탑에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평민이 가장 큰돈을 벌 수 있는 곳은 마탑인 탓이었다.
마력에 적성이 있다면 스크롤을 만들거나 귀족 출신 마법사들의 연구를 돕고.
마력에 적성이 없다면 대공방에 파견되어 아티팩트에 마법진을 새기는 코딩 일을 했다.
일은 무척이나 고되다.
서른도 되지 않아 목과 허리가 굽거나 손목이며 눈에 문제가 생기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 그것이 자신들의 미래가 될 것임을 학생들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가족 중 제일 똑똑한 자신이 돈을 벌어야 가족들이 먹고살고 동생들이 결혼할 때 집 한 채씩이라도 장만해 줄 수 있으니까.
“……나는 내 아래에서 일하는 이들의 가족에 대한 생활비와 병원비, 교육비를 일체 지원한다. 가족 부양의 짐을 함께 짊어져 줄 것이다…….”
“……언제까지 집안을 위해 희생할 건가? 너희도 화려하고 빛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마르코처럼 상위 0.01%에게만 허락된 럭스 슈트를 입고 빛나는 무도회장에 설 수 있다…….”
시모어의 이야기는 정확히 그 부분을 찔렀다.
평민 출신 엘리트들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 줬다.
“네가 번 돈을 너 자신을 위해 온전히 쓸 수 있다.”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마법에 대한 열정이나 애정 없이 단순히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수단으로서 아카데미를 택했던 이들이라면 더욱 말이다.
어차피 수단으로서의 직업이라면, 저기가 낫지 않나?
어차피 노예 목줄을 차야 한다면, 저기 목줄이 좀 더 좋지 않나?
“이것으로 1부 강연은 끝이군. 짧게 질의응답 시간을 갖도록 하지.”
어느샌가 마법학과의 학생들은 루시스의 2부 강연에 대해 잊고 말았다.
그게 아니라면 2부 강연 시간을 깎아 먹을 질의응답 시간에 너도나도 손을 들 리가 없었으니까.
“평민 출신 학생들은 이미 마탑에서 아카데미의 학비와 가족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졸업하고 마탑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위약금이 발생합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나를 위해 일하는 길에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대신 해결해 줄 것이다. 나는 인재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미첼도 질문했다.
“혹시 백작님과 일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면 어떻게 연락을 드리면 됩니까?”
“마우솔레움 가문의 사업체 중 관심이 있는 곳에 편지를 보내라. 자신에 대한 소개와 아카데미에서의 성적, 특기할 만한 활동을 적어서 보내 준다면 더욱 좋겠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마탑주도 질문을 했다.
“혹시 마탑주도 마우솔레움 가문에 취직이 가능합니까?”
“아무리 저라고 해도 마탑주님을 고용하기에는 액수가 부담되는군요. 혹시 한두 달만 일하고 해고당하셔도 상관없습니까?”
강당의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모어는 마탑주에게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고 마탑주도 마찬가지였다.
“슬슬 마지막 질문을 받고 2부로 넘어가도록 하지. 루시스가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야.”
그 말대로 루시스는 조금 전부터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아차, 싶었던 마법학과 학생들은 전원 손을 내렸다.
시모어는 그 와중에도 꿋꿋하게 하늘을 찌르고 있는 손에게 질문을 허락했다.
마지막 질문자는 신성학과의 학생 대표였다.
“악룡의 후손이면서 그런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에 양심의 가책은 없습니까?”
신성 대표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삽시간에 강당의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미첼은 눈치를 보며 시모어의 얼굴을 살폈다.
시모어의 입가는 반달을 그리고 있었다. 같잖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