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4)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44화(44/109)
위대한 헤츨링의 마법 쇼 (1)
1부 강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강연이라기보다는 마우솔레움 취업 설명회, 내지는 사업체 소개나 다름없었지만 말이다.
가장 앞 열의 교수진석에 앉아 있는 총장과 교수들은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강연과 내용이 무척이나 달랐던 탓이리라.
‘이런 식의 강연은 처음 볼 테니 뭐라 하지도 못하겠지만.’
나는 거창히 말하자면 강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저 허점을 찌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 다음부터 오는 강연자들에게는 ‘그런 강연은 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겠지만 내 알 바는 아니었다.
교수진과 달리 학생들의 눈은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이 세상의 어떤 귀족이 직접 학생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사업체에 취직하라고 북돋겠는가.
‘이 세계의 사업체들은 아직도 혈연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니.’
그것도 이렇게나 복지가 좋은 회사는 나도 다녀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똑똑한 흙수저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솔깃한 제안이었을까.
‘다섯 명만 관심 가지고 지원해 줘도 나는 경영 쪽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도 돼.’
가주의 수많은 업무 중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일에서 해방인 것이다.
언젠가 돈 많은 백수가 되어 루시스와 함께 영지에서 가문 금고나 축내며 살날을 꿈꾸며, 나는 질의응답 시간을 이어 나갔다.
“악룡의 후손이면서 그런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에 양심의 가책은 없습니까?”
그 질문에 소강당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모두가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내게 질문을 한 학생은 영웅 심리에 한껏 빠진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고작 이거였어?’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막고 있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던 신성학과 학생들이었다.
테러라도 일으키거나 강연을 도중에 방해라도 할 줄 알았더니 고작 질문 하나 던지려고 저렇게 오랫동안 내 강연을 듣고 있어 줬을 줄이야.
심지어 질의응답 시간까지 차분히 기다린 데다가 자신을 지목해 줄 때까지 계속 손을 들고 기다리기까지 했다.
‘하기야 여기가 암흑가도 아니고 학생들이니 입을 움직이는 정도가 전부겠지만.’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이가 있었다.
“저, 저……! 신성 학생 대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아카데미의 총장이었다.
총장은 시뻘게진 얼굴로 질문을 했던 학생, 신성 대표에게 삿대질을 했다.
“얼마나 어렵게 모신 분인데, 그런 불경하고 불손한 질문이라니! 당장 사과하도록 하게!”
그 말에 울컥한 건지, 신성 대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총장을 노려봤다.
“불경한 것은 저 마우솔레움 놈과 총장님이시죠!”
“저, 저……!”
“이 아카데미가 어디서 출발한 건지 잊으신 겁니까? 교회에서 사제를 가르치던 교육 기관에서 출발한 게 이 아카데미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감히 더러운 핏줄을 부르다뇨!”
더러운 핏줄.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루시스를 힐끗 바라봤다.
“오…….”
루시스는 잠이 다 달아났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성 대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가 나거나 상처를 받은 기색은 없이 그저 예상외의 사태에 놀란 것 같았다.
늘 루시스가 영특한 아이라 생각하는 나지만, 이 순간만은 루시스가 저 말을 못 알아듣기를 바랐다.
신성 대표는 이제 아카데미의 역사와 이념까지 들먹이고 있었다.
총장이 시뻘겋다 못해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입을 다물자 신성 대표는 호승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나를 돌아봤다.
“자, 대답해 보시죠! 질의응답 시간이 아닙니까!”
완전 흥이 올라 있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저 흥분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감흥 없다는 말투로 내뱉었다.
“별로 아무 생각 없다만.”
“……뭐라고요?”
나는 신성 대표의 질문을 다시 떠올려 봤다.
악룡의 후손이면서 그런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에 양심의 가책은 없느냐라…….
나는 루시스를 다시 한번 힐끗 확인한 뒤 단어를 골랐다.
지금부터 말할 것은 루시스의 아버지에 대한 내용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천 년 전의 내 조상께서 벌이신 악행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때 희생당하신 분들께도 늘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마우솔레움 가문이 이룩한 것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군.”
“마우솔레움의 이름으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게 어찌 잘못인지 모르겠다고요?”
“지금 우리 가문이 누리고 있는 부는 시조룡으로부터 수십 대는 내려온 인간 조상들이 이룩한 부니까.”
당연한 소리지만 마우솔레움이 일으킨 사태 이후 가문은 풍비박산 났다.
그 상태에서 가문을 재건해 이 위치까지 오른 것은 인간 승리라며 박수를 쳐 줘도 모자랄 일이었다.
“가문의 이름을 잇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떳떳이 살수록 경전의 가르침이 더러워진단 말입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습니까!”
뭐, 그건 그렇겠지.
사탄의 아들이 뉴욕 한복판 노른자 땅에서 살고 있으면 누가 성경을 믿겠는가.
나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물었다.
“그래서 우리 신성 대표께서는 내가 어찌했으면 하시는가?”
“당장 모든 부를 환원하고 평생을 속죄하면서 사십시오!”
“나는 내 밑에서 일하는 모든 이에게 어마어마한 지원과 복지를 약속했다. 이게 부의 환원이 아니면 뭐지?”
“그런 눈속임은 집어치우십시오! 교회에 모든 재산을 기부하고 수도원에 들어가 평생을 속죄하며 사십시오!”
훗날 이리나가 가주가 된 이슈타르 가문이라면 모를까 교회에 전 재산을 기부할 일은 결단코 없었다.
그 돈으로 또 우리를 얼마나 괴롭히겠는가.
“천 년 전의 조상이 벌인 일에 평생 속죄하라는 말은 좀 어떤가 싶군. 내가 자식을 낳으면 내 자식도 평생 속죄해야 하는 건가? 무슨 죄로?”
“그 저주받은 핏줄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죄입니다! 당신의 가문은 물론 흑룡들 전부, 저주받을 황금안을 가진 그 헤츨링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성 대표의 손가락이 루시스를 가리켰다.
“오.”
나는 혹시 루시스가 상처받았을까 재빨리 그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루시스는 재밌는 말을 들었다는 듯 목을 움츠리고 웃을 뿐이었다.
“킥킥킥.”
상대방의 말을 완전히 개소리로 치부하는 웃음소리였다.
신성 대표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나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감히, 나를 비웃어?!”
신성 대표는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수십만의 인간을 학살하고 감히 신조차 죽인 저주받은 허무룡의 핏줄이! 그때 허무룡이 저지른 짓으로 얼마나 이 세상이 혼란스러워졌는지 알기나 하는 거냐!”
하지만 나 역시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카데미니까, 학생이니까 참으려고 했지만 놈은 두 번이나 선을 넘었다.
“신성 대표. 하나만 묻지.”
“무엇을 말입니까!”
“만일 내 안에 마우솔레움의 피가 진하게 깃들어 주기적으로 광증을 일으킨다고 해 보자. 지금도 광증이 턱 끝까지 올라와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마법을 난사하며 사람을 해치려 한다고 해 보자. 그러면 대표는 나를 막을 것인가?”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요. 저는 신의 뜻대로 당신을 막을 것입니다.”
“어째서지?”
“그것이 선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광룡의 피가 흐르는 당신 같은 미치광이는 모르겠지만!”
“시조룡의 학살을 방관한 신들에게 그 말을 똑같이 돌려주도록 하지.”
“……!”
신성 대표는 입을 떡 벌렸다. 총장도, 강당의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무, 뭐, 뭐라……. 뭐라고 지금……?”
“무얼 그리 놀라나? 신에 대한 불경한 말은 내가 아닌 자네가 했네만?”
“개소리 마십시오!”
신성 대표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변했다.
그 얼굴을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너는 선을 두 번이나 넘었다.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해.
“애초에 시조룡을 막은 것도 같은 드래곤인 광휘룡이 아니었는가? 수십만의 인간이 죽는 것을 방관하고 처단조차 다른 존재에게 맡긴 게 신이 한 일 아니었는가? 왜 그랬지? 혹시 신조차 죽이는 미친 광룡이 두려워서 숨은 건가?”
“신성 모독입니다! 당신의 말은 내가 반드시 교회들에 알릴 겁니다!”
“너무 흥분하지 말고. 내가 경전을 잘 몰라서 물어보는 거니까. 애초에 사제들은 나한테 경전의 내용에 대해 잘 안 알려 주거든.”
신성 대표는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진 상태로도 어떻게든 내게 반박하고 말을 더듬거렸다.
“그건 드래곤들에게 기회를 준 겁니다! 너희의 잘못은 너희가 바로잡으라는, 너희 동족은 너희가 처단하라는 그런 기회요! 학살을 벌이는 미치광이 종족이 아닌 자정이 가능한 명예로운 종족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 핑계로 수십만이 죽도록 방관했다는 건 맞는다는 거군.”
“……!”
나는 당장이라도 욕을 쏟아 내려는 신성 대표를 웃으며 도발했다.
“엘더도 아닌 드래곤에게 죽는 무능력함에, 자네의 말에 따르면 선하지도 책임감이 있지도 않아. 그런 존재를 어째서 섬겨야 하지?”
“이, 이……! 지옥에 떨어질 종자가……!”
“차라리 신을 죽인 허무룡과 인간을 구한 광휘룡, 양쪽 모두의 혈통을 타고난 이 위대한 헤츨링을 신으로 섬기는 게 낫지 않나?”
내가 가리키자 루시스는 킥킥 웃으면서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그 모습에 작게 웃은 나는 앞 열에 앉은 학생 중 하나로 눈을 돌렸다.
“미첼 양이었나.”
“아, 옙!”
“내 가문에서 일하려면 어찌해야 하나 물었지. 지금 한 가지 조건을 추가하겠다.”
나는 신성 대표를 보며 말을 뱉었다.
“교회에 헌금을 내는 자는 마우솔레움 가문에서 일할 수 없다.”
“시모어 백작……!”
“세상은 발전하고 문명은 진일보하고 있다. 언제까지 정체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신이라는 단어 하나로 포장할 것이냐.”
“그 이상 입을 놀리면 가만두지……!”
“이제 그들은 해석과 연구의 대상이지 선험론적인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 구시대적 사상을 가진 놈은 내 사업체에 필요 없다.”
“……!”
신성 대표는 휘청이다 의자의 등받이를 잡고 간신히 버텨 섰다.
내 말이 그의 정신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교회에서는 내 가문과 이에 속한 이들을 늘 깎아내리고 모욕하면서, 우리는 언제까지나 저들의 가르침에 순응해 반박조차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걸까?
그 안일함에 코웃음이 다 나왔다.
그 안일함이 왜 우스웠느냐면.
“적어도 교회는 너에게 감사해하겠군.”
아직 나는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몬과 시아가 아카데미 생활 내내 당한 괴롭힘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었다.
“나는 오늘부터 열두 교회에 아주 거액의 기부금을 매달 낼 거다.”
“뭐……?”
“그리고 네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어느 교회에 들어가는 순간, 내가 기부금을 낼 곳이 하나 줄어들겠지.”
내가 아카데미의 강연을 받아들인 세 번째 이유.
나는 사제 꿈나무들에게 자본주의의 쓴맛을 가르치러 이곳에 왔다.
“너는 앞으로 그 어떤 교회에서도 일을 하지 못할 것이다. 부제는커녕 청소부로서도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거야.”
다시는 시아에게, 시몬에게, 루시스에게.
허튼 공명심이나 유치한 영웅심에 젖어 개소리로 상처를 주는 놈들이 없도록.
“성직자를 포기하고 수도를 떠나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 너를 찾을 거다. 찾아서, 네가 일하는 곳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교회와 가게, 저택에 기부금을 낼 것이다.”
“그,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왜? 나는 그저 기부를 할 뿐이다. 네가 그리 말하던 재산의 환원 아닌가.”
“말장난이잖아!”
“그래. 말장난이지. 하지만 나는 이미 지옥행이 결정된 쓰레기가 아닌가? 악한 짓을 한다고 해서 내가 더 잃을 것이 있나?”
“으, 으으으…….”
신성 대표는 온몸을 떨면서 신음 소리를 냈다.
슬슬 실감이 나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넌 이 세계의 그 어디에도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할 거다.”
“으으으…….”
“너는 물론 네가 낳게 될 자식까지도.”
“으아아아…….”
“그러니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라.”
“으아아아아악!”
신성 대표가 의자를 박차고 내게 몸을 던졌다.
그의 손끝에는 신성력으로 빚어진 하얀 창이 들려 있었다.
우뚝.
내게 날아들던 그의 몸이 허공에 멈췄다.
내 중력 마법이 그의 몸을 허공에 고정시킨 것이다. 놈은 박제되어 낚싯줄에 걸린 것처럼 눈동자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다.
‘귀족 살해 미수죄까지 추가라.’
안 그래도 힘들 인생에 감옥행까지 추가되었다.
나는 놈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축하한다. 네 인생은 이제 막 끝났다.”
신성 대표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 순간, 거대한 마력이 내 마법에 간섭했다.
‘이건…….’
루시스의 마력이었다.
나는 루시스의 마법이 들어올 수 있도록 중력 마법을 느슨하게 풀고 한 발짝 물러났다.
퍼엉-!
허공에 나타난 거대한 하얀 손이 신성 대표의 몸을 뒤로 날려 보냈다.
나는 대표의 몸이 날아가는 궤적을 읽고 강당의 문을 향해 손을 저었다.
덜컹-!
중력 마법으로 문이 열리고 신성 대표의 몸이 그 사이로 빠르게 날아갔다.
홈런이었다.
“흥!”
감히 누구를 공격하느냐는 듯 잔뜩 뿔이 난 루시스였다.
작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내 손에 달라붙어 왔다.
루시스의 보드라운 볼을 충분히 쓰다듬어 준 후, 나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 강당 내부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대로 루시스의 2부 강연을 시작하겠다.”
그러자 언제 얼어붙었냐는 듯 또다시 후끈 달아오르는 마법사들이었다.
“드래곤의 마법!”
“마법 더 보여 주세요!”
“사인해 주세요오오오!”
“비늘 한 장마아아안!”
정말 미친 사람들이었다.
* * *
하지만 잠시 후, 그 미친 사람들은 깨닫게 된다.
“이게 안 대? 왜 안 대?”
“…….”
“니들 마법사라며. 왜 마법을 못 써.”
헤츨링은 결코 좋은 스승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왜 2부를 마법 ‘수업’이 아니라 마법 ‘쇼’라고 이름 붙였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