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5)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45화(45/109)
위대한 헤츨링의 마법 쇼 (2)
파아앙-!
사르르-.
루시스의 손짓 한번에 수많은 마법들이 꽃처럼 피고 졌다.
“와아아아!”
마법사가 아닌 이들도 그 아름다움에 환호성을 질렀지만 마법사들만큼 광란에 빠지지는 않았다.
‘화염 마법과 얼음 마법의 동시 캐스팅, 다섯 개 이상 마법의 다중 캐스팅, 열세 개 마법진의 중첩…….’
마법에 대해 아직 겉핥기로만 아는 내가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고난도 수준의 마법이 초 단위로 펼쳐지고 사라졌으니 말이다.
잠시 마법에서 눈을 떼고 마법학과 학생들을 살펴보니 눈앞에서 상식이 부서지는 것을 목격한 학자처럼 입을 헤벌리고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었다.
오직 마탑주만이 조금이나마 이해했다는 듯 눈을 반짝일 뿐이었다.
잠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마법사들은 또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헤츨링은 좋은 스승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드래곤님! 충돌 상성 마법의 다중 중첩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러케.”
“……그게 어떻게인데요?”
“이러케는 이렇게야.”
“…….”
“이게 안 대? 왜 안 대?”
루시스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평소라면 보일 우쭐한 표정조차 짓지 않았다.
“니들 마법사라며. 왜 마법을 못 써.”
루시스의 악의 없는 혓바닥이 미쳐 날뛰었다.
그 짤막한 한 치 혓바닥에 가슴이 꿰뚫린 마법사……. 아니, 마력 좀 느끼는 일반인들은 멍하니 앉아서 중얼거렸다.
“그렇구나……. 나는 마법사가 아니구나……. 마법 지팡이 거치대에 불과했구나…….”
“나는 실드 아티팩트보다도 못한 존재다……. 그냥 죽자…….”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찾아왔을 마법학과 학생들은 역으로 무언가를 잃고 해탈한 얼굴이 되었다.
그제야 학생들은 내가 왜 2부 강연의 이름을 ‘마법 쇼’라고 적었는지를 이해했다.
나라고 루시스에게 마법에 대해 이것저것 안 물어봤겠는가. 나는 진작에 루시스에게서 마법을 배우는 것은 포기했다.
결국 질의응답은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되었기에 그 시간에 루시스는 마법을 더 보여 줬다.
이해와 해석을 포기한 학생들은 이제 그냥 눈으로 마법을 즐기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마법을 눈으로 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영광스럽고 황홀한 시간이었다.
“와아아…….”
“너무 아름다워…….”
“죽어도 여한이 없다…….”
“저 마법에 죽고 싶어…….”
특히나 책에서만 보던 ‘마나필드’를 직접 몸으로 겪은 흥분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내가 드래곤이 된 것 같은 전능감이 온몸에 들끓을 테니까.
하지만 그 열광의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서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빌며 덜덜 떨고 있는 신성학과 학생들이었다.
‘교훈이 제대로 박힌 모양이야.’
꼴을 보니 저 중에 신성 대표에게 가세한 이들도 많을 터였다. 하지만 굳이 하나하나 찾아서 벌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기부금을 처발랐다고 해도 조금 전 내 발언들은 꽤 수위가 위험했다.
여기서 신성학과 학생들을 더 괴롭힌다면 교회에서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일지도 몰랐다.
“흐음…….”
내가 그들을 보며 침음성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덜덜 떤다.
조금 전 신성 대표의 인생이 어찌 끝나는지를 보았고, 한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그 어떤 고위 사제들도 항의를 하러 찾아오지 않음에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게 자본주의지.’
전의를 잃은 개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눈을 돌려 미뤄 뒀던 것의 확인을 마치기로 했다.
‘스킬 창.’
루시스가 마법을 펼치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게다가 조금 전 신성학과 대표 학생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을 때 느껴진 감각이 이전과 무척이나 달랐기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확인해 보고 싶었다.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중급 중력 마법 (0%)
┃ 하급 마력 친화 (37%)
┃ 기초 마력 장악 (88%)
┃ 고학력자 (22%)
┃ 단단한 육체 (71%)
┃ 우월한 정신력 (38%)
┗━━━━━━
‘축성 회로가 제대로 작동을 했구나.’
원래대로라면 엘릭서는 ‘하급 중력 마법’을 ‘중급 중력 마법’으로 진화시킨 것에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마력 친화’ 스킬의 퍼센티지가 30%가량 오른 것은 축성 회로가 엘릭서의 효능을 증대시킨 덕이었다.
‘50% 정도 효능이 증대된 건가.’
전투에서는 직접적으로 쓸 일이 거의 없는 축성 회로였다. 이 정도 효율을 내주지 않았으면 오히려 섭섭했을 터다.
나는 조금 전 내가 실행했던 중력 마법을 떠올려 봤다.
사방에서 가해지는 중력의 힘을 균등하게 만들어 떨어지지도 떠오르지도 않도록 허공에 ‘박제’시키는 기술.
‘그것도 시모어의 시그니처 기술 중 하나였지.’
갑작스레 덤벼들기에 반사적으로 사용한 마법인데 제대로 발동할 줄은 몰랐다.
이제 중력 마법의 수준도 중급에 들어섰으니 대가가 되는 길의 중반쯤에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정도 기술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생각보다 마력 소모가 엄청나긴 하지만 그만큼 전략적인 가치가 높아.’
잠시 고민한 나는 이 박제 기술에 ‘절대영도’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특이점 때와 마찬가지로 과학적 고찰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작명이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루시스와 새로운 마법 놀이를 할 생각에 손이 다 근질거렸다.
* * *
강연이 끝나고 나는 약속대로 만찬에 참석했다.
“맛있어?”
“응!”
루시스는 신이 나서 만찬의 음식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강연장에서 일으킨 소동 탓일까, 내게 가까이 오려는 교수진이 없었기에 루시스는 방해 없이 미식 로드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분명 만찬이 시작될 때만 해도 없었던 얼굴 하나가 내 곁에 달라붙어 왔다.
“강연 잘 들었습니다, 백작!”
적당히 허름하고 적당히 해진 마법사 로브. 그 안에는 럭스의 슈트가 반듯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외유내강의 패션, 거기에 무엇보다 후드 아래로 빛나는 녹색 눈동자가 그녀의 정체를 말하고 있었다.
“자리를 빛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탑주.”
“저도 감사했습니다. 그러니 백작, 이제 저를 헤츨링님과 인사시켜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한시바삐 어서요.”
마탑주는 성급하게 본 목적을 꺼냈다.
멀찍이서 곤란하다는 듯 이쪽을 보는 교수진들이 보였다.
아마도 마탑주가 만찬장에 들어오겠다 억지를 부린 것이리라.
외부인이긴 해도 어마어마한 위치의 존재이니 내칠 수도 없었겠지.
마탑주에게는 미안한 일도 있으니 나는 그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었다.
“루시스.”
“응?”
“이쪽은 마탑주인 아니마 쿠린 백작이야. 마탑주님, 이쪽은 루시스라고 합니다.”
쿠린은 재빨리 로브의 후드를 젖혔다. 그 아래에 드러난 뾰족한 귀에 루시스는 입을 동그랗게 말았다.
“오? 뾰족 귀.”
“예, 헤츨링님! 뾰족 귀입니다!”
참고로 뾰족 귀는 귀쟁이와 함께 엘프를 부르는 양대 멸칭 중 하나였다.
기쁜 얼굴로 제 귀를 쫑긋거리는 쿠린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을 일이지만 말이다.
“인간 아니야?”
“예! 하프엘프입니다!”
쿠린은 루시스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모양이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렇게 가까이 또 뵙게 되어 더더욱 영광입니다!”
“흥. 더 영광해도 죠아.”
“아아……! 이리도 헌양하고 훤칠하신 아기 드래곤님이라니……!”
나는 잠시 내가 아는 헌양, 훤칠이라는 단어에 다른 의미가 있나 고민했다.
잠시 쿠린과 대화를 하던 루시스는 이내 관심이 식었다는 듯 다시 음식으로 눈을 돌렸다.
“흠, 흠.”
나는 헛기침을 해 쿠린의 시선을 끌었다.
“마탑주께는 죄송하게 되었군요. 어쩌다 보니 강연이 인재를 빼가는 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아아, 괜찮습니다. 헤츨링님이 계신 곳을 위한 일인데 마법사로서 어찌 막겠습니까. 저도 마탑주라는 자리만 아니었으면 당장 짐을 싸서 몸을 의탁했을 겁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렇지. 정 죄송하게 생각하시면 비늘 한 장만…….”
자꾸 비늘 달라고 외쳐 대던 게 너였냐.
“……아니지.”
쿠린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허공을 보더니, 내게 한 발짝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했다.
“저랑 결혼 안 하시렵니까?”
“……예?”
이게 무슨 엘프식 농담인가 싶어 쿠린을 바라봤다. 하지만 쿠린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는 한치의 장난기도 섞여 있지 않았다.
“저, 굉장히 좋은 결혼 매물입니다.”
그리 말하며 한 발짝 가까이 다가오는 쿠린.
“마탑주라는 위치, 백작이라는 계급, 하프엘프라는 혈통. 보십시오. 외모도 끝내주지 않습니까?”
내가 조심스레 한 발짝 물러나자 재빨리 따라붙는다.
“엘프들은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거 아시지요? 저는 외도를 할 일도 없습니다. 아, 백작의 외도는 눈감아 드리겠습니다. 인간 종족의 수컷은 허리 아래가 가볍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몇 발짝 물러나다 보니 어느새 내 등은 벽에 닿아 있었다.
“아, 혹시 백작도 근래 유행한다는 ‘남다른 취향’의 소유자이십니까? 그것도 걱정 마십시오. 폴리모프 마법이라면 육체의 일부를 개조하는 것 정도야…….”
“아니, 아뇨. 아닙니다.”
나는 머리가 어지러워져 쿠린의 말을 끊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이 여자가 진심이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루시스를 보는 눈동자에서 탐욕과 신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으니까.
‘솔직히 마탑주 정도 되면 결혼 상대로 괜찮…….’
거기까지 생각이 흘렀던 나는 의식적으로 그것을 끊었다.
아무리 귀족의 결혼은 정치라고 해도, 눈앞의 이 여자는 무리였다.
“……우선, 자신을 매물이라 표현하지 말아 주십시오.”
“왜요? 인간들은 서로를 물건 취급하는 걸 좋아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확고히 했다.
이 맑은 눈의 광인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 *
만찬이 끝나고 타운하우스로 향하던 길.
나는 도착을 참지 못하고 루시스에게 절대영도를 선보였다.
펜을 공중에 고정시키자 루시스는 입을 동그랗게 말며 감탄성을 냈다.
“오……!”
새로 산 장난감을 자랑하는 꼬마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코 아래를 손가락으로 쓱 훔쳤다.
루시스는 나를 따라 하려는 듯 노트를 띄우더니 그대로 허공에 고정시켰다.
“오오오!”
신기하다는 듯 눈을 커다랗게 뜬 루시스는 노트를 펼쳐 한 장 한 장을 허공에 고정시켰다.
노트는 꽃처럼 모든 페이지가 펼쳐진 채 허공에 고정되었다.
과연 드래곤다운 마법 재능이었다.
그렇게 루시스와 마법을 이용해 노닥거리고 있자니 시아가 걱정된다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괜찮겠어?”
“뭐가? 교회?”
시아는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했던 발언들이 교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걱정인 모양이었다.
“걱정 마. 교회는 기부금 때문에라도 결코 우리와 척을 지지 못하니까.”
“하지만……. 교회에는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잖아.”
머릿속에 성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성자가 날뛰고 싶어 해도 교회가 성자를 막을 터였다.
만일 교회마저 나를 죽이고 싶어 하더라도 그들의 신 중 하나인 프롬이 막을 터였다.
프롬은 내가 계약을 끝맺는 걸 보고 싶어 할 테니까.
‘이게 이독제독이지.’
게다가 나는 신성 대표에게 말했던 대로 오늘부터 교회에 거액의 기부금을 낼 거다.
황금의 빛 앞에서 신앙의 빛은 언제나 흐려지기 마련이었다.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아니라니까. 게다가 선공을 한 건 저쪽이었잖아.”
신성 대표의 조롱을 받고도 가만히 있었다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을 터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루시스, 나아가 마우솔레움 가문 전체가 말이다.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
“……나 때문이야?”
그렇게 묻는 시아의 목소리가 조금 젖어 있었다.
“저번에 내가 식당에서 했던 말 때문이야?”
나는 조금 당황했다.
그 때문이 맞기도 했지만 갑자기 저렇게 눈물을 터뜨리려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한 탓이었다.
내가 아무 말 못 하는 사이, 루시스가 목소리를 냈다.
“앗,”
그러고는 평소의 루시스라면 있을 수 없는 기민한 몸놀림으로 창틀에 매달렸다.
내가 다 깜짝 놀라 그 몸을 받쳐 줬을 정도였다.
루시스는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자기도 확신이 없다는 목소리로 작은 소리를 냈다.
“……마?”
나는 즉시 마차의 머리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