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5)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5화(5/109)
시모어 마우솔레움 (4)
– 구욱?
자신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에 비둘기는 짧게 신음을 흘렸다.
비둘기는 낙엽처럼 갈지자로 활강 아닌 활강을 하며 발코니에 내려앉았다.
– 구구구……?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비둘기에게 다가가, 그 작은 몸을 움켜쥐었다.
– 구구국!
비둘기는 거대한 존재의 손아귀에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양 날개를 퍼덕였다.
“…….”
그 날갯짓이 몹시도 거슬렸다.
꾸욱. 비둘기의 목을 쥔 손에 약간의 힘을 가했다. 그 압박감에 비둘기의 발버둥이 잦아들었다.
몇 겹의 깃털, 그 아래에서 느껴지는 얇디얇은 가죽. 박동하고 있는 심장과 가느다랗지만 탄력 있는 목뼈.
그 날것의 감촉이 생생하게 손가락 너머로 전달되었다.
– 구국……. 국…….
숨통이 눌린 비둘기의 울음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
손가락 아래의 박동이 조금씩 느려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쭈욱-.
그때, 무언가 내 바지춤을 당겼다. 반사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루시스였다.
푸드득-!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비둘기가 약해진 손아귀를 벗어나 재빨리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
비둘기는 무엇이 그리도 공포스러웠는지 다급히도 날아가 벌써 하늘의 점이 되었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다시 아래를 내려다봤다.
“…….”
루시스가 아무 말 없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아이를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몸을 숙였다.
내 몸짓을 알아본 루시스가 양팔을 쭉 뻗었다.
아이를 부드럽게 품에 안자 루시스는 편안한 자세를 잡기 위해 내 품에서 꼼지락거렸다.
그 바르작거리는 온기가 내 얼어붙은 심장을 녹여 냈다.
‘……방금 그건 뭐였지?’
몸에 돌아온 온기에 나는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순간이지만 온 세상이 빛을 잃고 잿빛으로 변해 버린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차갑고 삭막해져서, 아무런 가치가 느껴지지 않았다.
손아귀에 쥐어져 있던 그 가녀린 생명에게서도 아무런 동정심도 측은함도 들지 않았다.
남은 것은 그저 흥미와 우월감뿐이었다.
그 기분은 마치…….
‘살인마가 된 기분이었어.’
그것도 흥미로 생명을 죽이고 다니는 사이코 살인마가.
원작의 시모어 마우솔레움이 느꼈을 법한 감각이었다.
그건 정말 끔찍한 기분이었다.
나 자신을 잃고 세상이 모든 가치를 잃는 기분.
돌멩이밖에 없는 세계의 바위가 된 것 같았다.
“……고마워, 루시스.”
나는 루시스를 조금 더 가깝게 품에 끌어안았다.
루시스는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더니 손을 뻗어 볼을 쓸어 줬다.
‘내 상태를 알고서 도와준 건가?’
아이의 눈동자는 몹시도 순수했지만, 동시에 어마어마한 깊이를 가지고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봉인되었다 한들 자그마치 1,000년을 존재해 왔던 아이.’
루시스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또 무엇을 모르고 있을까.
어쩌면 나는 죽는 그 날까지 모를 터였다.
* * *
조금 전의 마법 사용에서 떠오른 것이 있던 나는 자리에 앉아 기억하는 것들을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시모어 마우솔레움이라는 인물을 조성하는 ‘설정’은 외모, 과거, 스킬이 전부가 아니다.
‘그 인물의 생각과 성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시모어의 외모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았던 내게는 시나리오 팀이 제공한 시모어의 모든 설정이 존재했다.
말하자면 게임 유저들은 알지 못하는 숨겨진 설정과도 같았다.
“……이 정도인가.”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내가 적은 목록을 내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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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 질서 악
– 선민의식
– 약자 멸시
– 아나키스트
– 이기주의자
– 기업주의자
– …….
성격
– 광기
– 냉소
– 냉혈한
– 심미안
– 무공감증
– 나르시시스트
– 뿌리 깊은 나무
– …….
━━━━━━
캐릭터의 사상과 성격.
회사에서는 ‘캐릭터 특성’이라고 부르던 것들이었다.
‘적어 놓고 보니 하나같이 소름 돋는 것들뿐이네.’
심지어 이 녀석은 사상 자체가 악 성향이라 그 아래의 성격도 모두 그 사상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심미안’ 성격은 다른 이가 가진다면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 정도겠지만 시모어에게는 다르게 작동한다.
‘아름다운 것을 가까이 두려 하고 추한 것은 혐오하고 배척한다.’
‘뿌리 깊은 나무’ 성격 역시 다른 사람이었으면 굳건한 의지와 신념을 뜻했겠지만 시모어의 경우는 달랐다.
‘악의 가문 출신이기에 영혼 자체에 악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그런 의미지.’
게다가 시모어에게는 그런 보정이 필요 없는 원판부터 사악한 특성도 많았다.
‘무공감증은 소시오패스라는 이야기일 테고.’
조금 전 마법을 사용할 때 느꼈던 바로 그 감각이었다.
내 예상이 맞아떨어졌음에 나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시모어는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빙의했기에 몸의 원주인인 시모어는 사라졌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놈은 여전히 내 안에 도사리고 있다. 놈의 의지는 사라졌을지언정 놈이 가지고 있던 성격과 사상은 내 깊숙한 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 역시 ‘뿌리 깊은 나무’ 특성 탓인지도 모르겠어.’
마법을 사용할 때 놈의 성격이 튀어나온 것을 보면 계약의 당사자가 내가 아닌 시모어였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마법에 사용되는 마력은 시모어와 계약한 마우솔레움의 것이었으니까.
‘골치 아프게 됐어.’
그렇다고 마법을 봉인할 수도 없었다.
마법은 내가 지닌 힘 중 가문에서 빌려 쓰는 것이 아닌 순수한 나 개인의 힘이었으니까.
위험 상황에 닥치거나 긴급 상황과 부딪혔을 때 믿을 건 결국 마법밖에 없었다.
‘놈의 특성이 튀어나오지 않는 선을 찾아봐야겠지.’
어느 선까지 마력을 운용해도 안전한지, 어디까지가 내가 안전하게 힘을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선인지.
그것을 찾아내야 했다.
‘뭐, 딱히 힘든 일은 아니네.’
헥스 코드 한자리까지 색을 구분하던 미친놈이 내 상사였다.
수치를 조정해서 컨펌받는 것에야 이골이 나 있는 나였다.
그때, 노크 소리가 울렸다.
똑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집사장 알프레드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도련님. 영주성에 재단사가 찾아왔다고 시종 하나가 알려 왔습니다.”
“재단사?”
“리차드 마우솔레움이 부른 재단사인데 리차드가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라 돌아가려는 걸 혹시 용무 있으신 분이 있을까 싶어 잠시 붙잡아 뒀답니다.”
리차드 마우솔레움이라면 방계 중 하나인 내 숙부였다.
시몬과 시아에게 헛바람을 넣고 있다는 그 숙부 말이다.
‘드래곤 피어에 당하고 드러누운 사람이 몇 있다더니 그중 하나인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재단사를 돌려보내라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장례식이 며칠 남았댔지?”
“나흘입니다.”
아버지의 시신을 수도에서 영지로 옮기고 전국 각지에서 손님을 초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흠……. 장례식에 입을 옷이 필요하겠군.”
“이미 시종들이 맞춰 둔 옷이 있습니다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새로 한 벌 맞춰야겠어. 가능하면 루시스의 것도 같이. 올라오라 그래.”
이 시대 기준의 옷은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아름다움이 부족했다.
시모어의 ‘심미안’에는 물론 현대 지구의 복식 문화에 익숙한 내 눈에도 말이다.
* * *
당연한 소리겠지만 이 세계는 현대 지구에 비해 놀거리가 부족했다.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고 TV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거기에 장례식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파티를 열거나 도박장에도 들를 수 없으니 더욱 지루했다.
하지만 한 가지, 상갓집 분위기에서도 유일하게 허락되는 취미 활동이 있었으니.
바로 쇼핑이었다.
“이야…….”
지구에서는 쇼핑에 별 취미가 없었던 나도 30분 만에 ‘아, 이래서 숙부가 재단사를 불렀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스케일부터가 다르네.’
처음에 드레스룸에 들어갈 때만 해도 드레스룸의 문이 서재보다 거대한 사실에 의아했었다.
하지만 곧 재단사가 하인들을 시켜 거대한 옷장 일곱 개를 들이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납득했다.
“백작님을 위해 제가 직접 최고급 옷감과 장식품들로만 골라 왔습니다!”
재단사의 말대로 옷장 안에는 수많은 종류의 옷감들과 단추, 벨트, 커프스 따위의 장식품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심지어 마네킹을 대신하기 위해 나와 체격이 비슷한 모델들도 셋이나 들어왔다.
모델들에게는 완성본이 아닌 재봉본의 옷이 입혀져 있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지만 나는 이내 재단사의 큰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단추는 이걸로 하지.”
“역시 보시는 눈이 탁월하십니다.”
내가 옷감이나 장식을 고르면 재단사는 모델이 입고 있는 재봉본에 그것을 임시로 달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모델의 재봉본에는 내가 고른 컬러의 옷감과 마음에 드는 장식의 단추들 따위가 꼼꼼히 꿰매져 있게 된다.
이 밑그림과도 같은 옷이 며칠 뒤면 훌륭한 한 벌의 정장이 되어 내게 돌아오는 것이다.
맞춤 정장일 뿐 아니라 내가 직접 디자인하는 DIY 정장이기도 한 것이다.
‘D가 Do가 아니라 Design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긴 하다만.’
어찌 되었든 신세계였다.
그것도 몹시나 즐거운 신세계.
‘시모어에게 옷을 입히는 건 늘 그림으로만 했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입히게 될 줄이야.’
게임 속 아바타에게 입혀 줄 옷을 만드는 것 같아 무척이나 즐거웠다.
‘쇼핑이 이렇게 즐겁고 시간이 빨리 가는 줄은 미처 몰랐는걸.’
지구에서 쇼핑을 늘 지루하게 여겼던 이유는 내가 돈이 없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거기에 루시스의 옷까지 직접 고르고 있으니 재미가 두 배였다.
“루시스. 이 옷감 어때?”
“죠아.”
“루시스. 단추는 이게 마음에 들어, 저게 마음에 들어?”
“암거나.”
“루시스. 치마는 플레어 드레스가 좋겠지?”
“응.”
비록 루시스는 옷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았지만 말이다.
“호야…….”
루시스는 옷장의 보석들을 보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양손에 보석을 가득 쥐고도 더 많이 쥐려고 손가락을 쭉쭉 뻗을 정도였다.
‘금은보화를 좋아하는 건 드래곤의 대표적인 특성이지.’
흐뭇하게 루시스를 바라보고 있자 재단사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따님께서 무척이나 귀여우십니다.”
루시스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영주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폴리모프 마법으로 꼬리와 날개도 집어넣은 상태이기에 정체도 아무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재단사의 눈에는 루시스가 내가 제국 수도에서 얻어 온 딸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후후후. 그렇지? 재단사도 혹시 자식이 있나?”
“아뇨. 아직 약혼녀밖에 없습니다.”
재단사는 보석을 양껏 쥐지 못하는 제 오동통한 손가락을 원망스레 노려보는 루시스를 보다 작게 말했다.
“저도 아기님 같은 어여쁜 딸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하하. 그건 미안한데. 루시스보다 예쁜 아이는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지.”
재단사는 공감한다는 듯 작게 웃었다.
“저렇게 귀여운 아기님은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
잠시 루시스를 화제로 떠든 뒤 우리는 다시 쇼핑으로 돌아왔다.
취미로 몇 벌을 이리저리 디자인한 뒤, 장례식장에서 입을 마지막 한 벌의 옷은 전형적인 현대 지구식 슈트로 결정했다.
하얀 셔츠에 베스트, 재킷을 입는 슈트 말이다.
장식과 자수를 과하게 다는 이 세계의 패션에 현대 지구의 슈트는 밋밋해 보일 터였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니까.
“루시스의 옷은 하의는 플레어 스커트로, 상의는 나와 같은 셔츠로 하지.”
내 말에 재단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플레어 드레스에 재킷을 입히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재단사는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을 골랐다.
“음…… 죄송하지만 백작님. 그 상태에서 크라바트까지 착용한다면 자리에 맞지 않아 보일까 두렵습니다.”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말을 잘도 돌려서 했다.
물론 이 시대의 하늘하늘한 재킷에 플레어 스커트, 크라바트까지 더해지면 과하게 흐물흐물해서 무슨 슬라임처럼 보일 터이니 이해는 갔다.
“걱정 마. 크라바트는 안 쓸 거니까.”
“예?”
“내 옷에도 마찬가지고.”
나는 모델의 목에 둘려 있는 크라바트를 떼어 냈다.
크라바트는 스카프를 목에 두르는 느낌의 풍성한 목장식이었다.
잘못 두르면 목도리도마뱀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데다가, 무엇보다 시모어의 이미지에 그런 풍성한 장식은 어울리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 아니야. 그런 장식을 입은 시모어는 내가 용납 못 해.’
‘크라바트를 착용한 시모어’는 내게 있어서 ‘색동배자를 입은 연산대원군’과 같은 수준의 말이었다.
“목장식 없이 가시는 겁니까?”
“아니. 넥타이로 가지.”
심플 이즈 더 베스트.
시모어와 루시스는 얼굴이 이미 충분히 보석이니 그 밑에 괜히 복잡한 장식을 받칠 필요가 없었다.
“넥타이……? 그게 무엇입니까?”
한데 재단사의 반응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