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50)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50화(50/109)
식탁 외교 (2)
“…….”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던 이리나가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이 ‘감히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묻고 있었다.
“얼마 전의 아카데미 강연에서 한 학생이 그러더군.”
“……그 학생의 이름을 아십니까?”
“경까지 손댈 필요 없어. 이미 죽느니만 못한 삶을 만들어 줬으니.”
이리나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떨궜다.
그 눈빛에서 나는 이제껏 이리나에게서 본 적 없는 분노를 느꼈다.
잠시 감정을 가라앉힌 이리나가 애써 웃는 얼굴로 루시스를 달랬다.
“아니에요. 루시스 님은 그런 분이 아닌걸요. 누구보다 빛나시는…….”
“나도 아라.”
그러니 위로는 필요 없다며 루시스는 강인하게 이리나의 말을 잘라 냈다.
언제나 프라이드가 강한 루시스였다.
“근데 인간들은 몰라.”
“…….”
이리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과외를 끝내야만 했다.
떠나는 이슈타르 가문의 마차를 보며, 나는 자책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어.’
루시스를 향해 쏟아졌던 그 날카로운 말들을 말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고,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원래 말이 적고 감정 표현이 옅은 아이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많이 하는 아이다.
나는 잠시 기분이 막막해졌다.
‘이 아이의 안에 얼마나 많은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을까.’
나는 루시스를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미안해.”
“응?”
“너에게는 언제나 좋은 것만 들려줘야 하는데.”
별말을 다 한다는 듯, 루시스는 킥킥킥 웃으며 내 가슴팍에 고개를 기댔다.
“난 갠차나.”
“…….”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루시스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서도 듣기 싫은 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 * *
대공방.
황궁, 교회 광장, 마탑과 더불어 제도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
이 세계를 구성하는 한 축이나 다름없는 ‘아티팩트’ 제조의 중심지.
그것이 대공방이었다.
‘영국의 산업 시대가 모티브인 공간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그 정도로 본격적인 공장화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점은 굉장히 많았다.
공방은 모두 돈 많은 귀족들의 소유라거나.
하층민들은 언제 교체되어도 상관없는 부품처럼 다뤄지고 있다거나.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거나…….
“윈체스터 공방은 노동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라!”
“개선하라!”
“노동자의 사망도 나 몰라라 하는 악덕 공방주, 웬 말이냐!”
“웬 말이냐!”
무척이나 현대화된 시위 문구는 21세기에 만들어진 게임의 흔적이리라.
콰앙-!
“꺄아아악!”
마차가 시위대를 지나치고 잠시 뒤, 소란스러운 소리와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방 측에서 시위대의 진압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턱을 쓸었다.
“흐음…….”
마우솔레움 공방에 도착하자 마르코가 나와 나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백작님. 드워프들은 미리 도착해 응접실에서 대기 중입니다.”
“엔지니어들은?”
“아침 회의를 위해 회의실에 모여 있습니다.”
“우선 회의실로 가지.”
공방의 회의실에 도착하자 자유로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엔지니어들이 일제히 정자세를 하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회의실의 한쪽 구석에는 시아와 두 명의 마법사가 의자에 앉아 회의를 참관하고 있었다.
‘공방에서 일하고 싶다던 마법학과 학생들인가.’
아카데미 강연으로부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첫날과 둘째 날에 내게 편지를 보낸 학생들 중 일부는 우선 ‘회사 견학’이라는 느낌으로 원하는 사업체의 업무를 참관할 수 있게 해 줬다.
시아에게 고갯짓을 한번 한 나는 엔지니어들을 향해 물었다.
“내가 이곳에 오는 길에 무엇을 봤는지 아나?”
때마침 창밖으로 누군가 뛰어가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윈체스터 공방은 마우솔레움 공방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이곳까지 시위대의 추격전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시위대군요.”
엔지니어 하나가 진지한 얼굴을 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공방은 백작님의 말씀대로 인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기에 불만율은 제로에 수렴…….”
“아니. 시위대가 아니다.”
내 말에 의아한 얼굴들을 하는 엔지니어들.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고객들이야.”
“고객……?”
“저 사람들이 아무런 재정적 후원 없이 저렇게 단체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장 하루를 쉬면 하루를 굶어야 하는 이들이다. 누군가 저들에게 자금줄을 대고 있었다.
“그게 윈체스터 공방의 적대 공방이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움직이는 귀족인지는 몰라도 중요한 건 돈이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들을 지켜 줄 존재는 없지. 아직은.”
그렇게 말하며 마르코를 돌아보자 곧바로 내가 원하던 대답이 나왔다.
“흑린 용병단의 단장에게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머리 회전이 빠른 마르코는 이미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흑린 용병단은 마우솔레움의 방계 하나가 운영하고 있는 용병단이었다.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PMC, 혹은 용역 업체나 마찬가지였다.
“좋아. 그러면 이제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뭘까.”
테이블에 둘러앉은 엔지니어들에게 묻자 다들 머리를 굴리며 침묵에 빠졌다.
참관석에서 손을 들고 시아가 말했다.
“저들은 고객이면서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나는 공방이라는 상황상 내게 존댓말을 하는 시아를 손가락으로 척 가리켰다.
“정답. 저들은 숙련된 일꾼들이야. 그것도 이제는 공방의 눈에서 벗어난 이들이지. 자신들도 그걸 알기에 불안해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전전긍긍해하는 숙련공들.”
나는 회의 테이블에 손을 짚고 엔지니어들을 기울여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가서 스카우트를 해 와라.”
“하지만, 백작님. 그런 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면 다른 공방들과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맞는 말이었다. 소위 ‘노동자 길들이기’를 진행 중일 때 다른 공방에서 초를 치는 건 불문율이었으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런 사소한 정치놀음은 신경 꺼도 될 정도의 아티팩트가 곧 출시될 테니까.”
나의 현대 지식과 드워프의 손 재능.
둘이 함께한다면 우리는 아티팩트계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다.
* * *
회의실을 나와 응접실로 돌아오니 드워프들을 괴롭히고 있는 루시스의 모습이 보였다.
“선생이 너희 괴롭히지 말래.”
“그, 그렇습니까?”
“어떻게 생각해?”
“…….”
랄프를 포함한 다섯 명의 드워프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툭툭 팔꿈치로 서로를 밀치기 시작했다.
결국 팔꿈치 싸움에서 진 랄프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그분의 말씀이 옳…….”
“흐응?”
“……다고만은 볼 수 없지 않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드워프들의 매서운 힐난의 눈길이 랄프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랄프는 동료들의 차가운 눈빛보다 루시스가 더 무서웠다.
“킥킥킥.”
나는 오늘도 소악마스러움을 과시하는 루시스를 품에 안아 들며 물었다.
“저번의 설계도대로 아티팩트를 만들어 봤어?”
“물론이다. 주방장이 신이 나서 가져가더군.”
내가 저번에 건네준 설계도는 ‘튀김기’의 설계도였다.
그것의 시연을 위해 몇 시간 전 미리 파견해 둔 주방장이 가져갔다는 것을 보면 내가 가르쳐 준 레시피대로 한창 요리가 진행 중일 터였다.
잠시 후, 주방장은 뿌듯한 얼굴로 뚜껑이 덮인 은쟁반을 트레이에 담아서 끌고 왔다.
“레시피는 잘 맞던가?”
“물론입니다, 백작님! 어찌 이런 요리를 고안하셨는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분히 아부성 짙은 발언이었지만 절반 정도는 진심일 터였다.
튀김 요리가 발달하지 않은 세계에서 전용 아티팩트까지 활용해서 만든 치킨은 최첨단 요리나 다름없었으니까.
“자, 드셔 보시죠!”
주방장은 나와 루시스 앞에 각기 쟁반을 하나씩 올려 두고는 눈을 반짝이며 뚜껑을 열어젖혔다.
푸화악-.
뚜껑 안에 갇혀 있던 뜨거운 열기와 향기가 응접실 가득 퍼졌다.
“오오……!”
루시스는 코를 킁킁거리며 정신없이 그 냄새를 맡았다. 나 역시 오랜만의 튀김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쟁반 위에서는 큼지막한 치킨이 갈색 튀김 옷을 입은 채 조신하게 누워 있었다.
‘제대로 튀겨진 색이야.’
내가 주방장에게 알려 준 것은 옛날 통닭의 레시피였다.
집 근처에 싸게 파는 곳이 있어서 자주 사 먹기도 했고, 튀겨지는 것을 보면서 멍하니 기다린 적도 많아서 대강의 레시피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덕이었다.
그럼에도 솔직히 반신반의하기는 했다. 반죽의 성분이나 온도 조절과 같은 세세한 레시피까지는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과연 대귀족가에서 수십 년을 굴러먹은 주방장은 달랐다.
‘만일 이 치킨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을 차리게 된다면 그곳의 사장 자리는 주방장에게 줘야겠군.’
나는 루시스 앞의 쟁반에서 치킨 다리를 잡아 죽 뜯었다.
갈색 껍질이 바삭한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촉촉한 흰 살이 서로를 놓치기 아쉬워하며 부드럽고 쫀쫀하게 분리되었다.
“오오오……!”
루시스의 기대감이 최고치에 다다랐다. 어찌나 흥분한 건지 의자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을 정도였다.
나는 뜯어낸 닭 다리를 루시스에게 통째로 건네주었다. 닭 다리는 들고 뜯어야 제맛이니까.
루시스는 잠시 예술품을 감상하듯 제 손의 닭 다리를 돌려 보더니 크게 한입을 물었다.
바삭!
루시스는 치킨을 몇 입 씹다 말고 턱을 멈췄다.
그러고는 녹아내릴까 봐 서둘러 붙잡기라도 하듯, 황급히 제 볼을 감싸 쥐었다.
“햐아아아……!”
최고의 감상평이었다.
나도 내 몫의 다리를 뜯어 한입 물었다.
바삭한 소리와 함께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육즙. 속살은 탄력 있게 짓뭉개지다가도 이에 끈적거리다시피 달라붙었다.
“음……!”
오랜만에 맛본 치킨에 나도 모르게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내 기억 속의 맛과 99% 가까이 일치하는 맛이었다.
‘일단 주방장한테 보너스를 줘야겠어.’
내 불완전한 레시피를 불과 몇 시간 만에 이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리다니.
과연 괴팍하고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선대 백작의 입맛을 책임진 실력자다웠다.
정신없이 닭 다리 하나를 해치우고 손가락까지 쪽쪽 빨고 있자니 멍하니 나와 루시스의 먹방을 구경하고 있는 드워프들이 보였다.
“와작, 와작!”
루시스는 치킨이 몹시 마음에 들었는지 두 번째 다리는 뼈째로 씹어 먹고 있었다.
꿀꺽, 드워프들의 목구멍이 어서 내게도 음식을 달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 이런. 실례했군.”
드워프들을 응접실로 초대한 이유에 대해 잊고 치킨에 푹 빠질 뻔했다.
나는 한쪽 다리가 없는 치킨을 드워프들에게 건넸다.
드워프들은 잠시 주저하다가 누군가에게 뺏기기라도 할 듯 서둘러 손을 뻗었다.
남은 닭 다리를 집어 간 행운의 사나이는 랄프였다.
덥석! 덥석!
드워프들이 치킨을 크게 한 입씩 물었다.
오물오물 빠르게 움직이던 입이 하나둘 움직임을 멈췄다.
“……!”
“이 맛은 대체……!”
하나둘 경악으로 물들어 가는 얼굴들. 그중에서도 랄프는 콰앙, 소리를 내며 책상을 내리치기까지 했다.
“가져와……!”
닭 다리를 손에 든 랄프의 눈빛이 사납게 빛났다.
“당장 가져와……!”
수염에 튀김 부스러기와 기름기를 잔뜩 묻힌 드워프가 포효했다.
“당장 맥주 가져와!!!”
드래곤이 반하고 드워프가 경악하는 K-치킨의 위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