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51)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51화(51/109)
식탁 외교 (3)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공방에서 맥주를 다섯 켈그나 가져오더니 치킨과 함께 말 그대로 흡입하기 시작했다.
주방장이 아무리 서둘러 튀겨도 드래곤 하나와 드워프 다섯의 먹는 속도를 따라가기는 버거웠다.
“끄윽.”
더 먹을 수 없는 한계까지 치킨을 먹은 루시스가 제 배를 통통 두드렸다.
나는 루시스의 손가락과 입가의 기름을 닦아 주고서 빵빵해진 배를 조심스레 찔러봤다.
‘어떻게 여기에 치킨 두 마리가 들어갔지?’
놀랍게도 1미터는커녕 70센티미터나 될까 싶은 루시스는 치킨을 두 마리나 해치웠다.
그것도 뼈까지 남김없이 씹어 드셨다.
‘이것도 마법인가? 아니면 음식은 본체의 위장에 저장되는 건가?’
드래곤은 정말로 놀라운 생물이었다.
드워프들도 각기 두 마리씩을 해치우고서야 만족스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나는 취기가 붉게 오른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는 랄프에게 물었다.
“내 선물이 어떤가?”
“음, 백작의 말대로였소. 과연 최고의 안주로군……!”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나를 향한 말투조차 조금 공손하게 바뀌어 있었다.
식탁에서 드워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계획, 이른바 ‘식탁 외교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나도 맛있는 음식에 홀려서 열정 페이 당한 적이 꽤 많았지.’
이 식탁 외교의 가장 좋은 점은 치킨이 상상 이상으로 비싼 음식이라 아무리 드워프들이라 해도 자주 먹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럴수록 내가 가끔씩 행할 ‘접대’의 의미가 더욱 커지니 말이다.
“나랑 아티팩트 몇 개만 만들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맞아 야들야들해진 드워프들에게 속삭였다.
“대가로는 충분한 액수의 돈과 함께 이 치맥 파티를 주기적으로 열어 주마.”
그 말에 드워프들은 서로를 힐끔 바라봤다.
다섯 중 둘은 이미 취해서 뭐든 좋다는 투였고, 둘은 조심스레 루시스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어느 쪽도 아니었던 랄프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설계도부터 보여 주시오.”
역시 장인은 장인이었다.
나는 작게 웃으며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우선 만들고 싶은 건 이거야.”
이번 설계도는 발열 아티팩트와 바람을 조종하는 마법진을 이용해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 도구였다.
랄프는 맥주를 홀짝이며 그것을 보고는 퉁명스레 답했다.
“다 좋은데 효용성이 있게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 거요.”
“어째서?”
“마석을 엄청 비싼 걸 써야 하니까요.”
“글쎄. 그럴 필요는 없을 텐데.”
“마석의 출력에 따른 성능 효율을 전혀 계산 안 했잖……. 음?”
랄프는 문득 입을 다물었다.
저번과 똑같은 흐름으로 가는 대화에 기시감을 느낀 탓이리라.
랄프는 설계도를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나 싶어 묻겠다만 이건 적을 공격하는 아티팩트가 맞소?”
“공격?”
“고열의 바람으로 화상을 입히는 아티팩트 아니오?”
“전혀. 바람의 열기는 한여름 낮의 바람보다 조금 뜨거운 정도면 충분해.”
랄프는 작게 미간을 찡그렸다.
“한여름 바람……? 그런 애매한 온도의 바람을 어디에 쓰려는 거요?”
“머리 말리는 데 쓰지.”
“……뭐요?”
내 설계도의 이름 칸에는 ‘모발 건조기’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머리를 말려? 수염도 아니고? 그딴 게 팔릴 거라고 생각하시오?”
“물론이야.”
루시스의 머리를 말려 주면서 느꼈던 건데 이 세계에서는 머리를 말리는 데 상상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헤어 드라이어’가 있다면 여성들은 머리를 빠르게 말릴 수 있게 되고, 남성들은 여러 헤어 스타일을 세팅할 수 있게 된다.
‘슈트를 만들었으면 헤어 스타일도 갖춰야지.’
장담컨대 이 도구는 마우솔레움 공방의 두 번째 스테디셀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수염도 말릴 수 있어.”
“오호! 술 먹고 출근할 때 쓰기 딱이로군!”
“……아침에 일어나서 수염을 감고 나서 쓰는 거다.”
“음? 드워프들은 수염을 감지 않소만. 매일 기름칠을 할 뿐.”
“…….”
랄프의 수염에 번들거리는 치킨 기름을 보니, 오늘은 기름칠을 따로 안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 * *
어느새 시몬의 발표회가 다음 날로 성큼 다가왔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언제나처럼 루시스의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 준 뒤, 나는 시몬에게 물었다.
“시몬. 발표회 준비는 충분해?”
“응. 물론이야.”
그렇게 답하는 시몬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져 있었다.
저번 주부터 타운하우스에 잘 돌아오지도 않고 회로 주조소에서 밤새 일을 한다더니 과연 뺨까지 홀쭉해져 있었다.
“오빠. 나도 발표회에 가면 안 돼?”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먹던 시아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주기적으로 하는 행사인데 뭐 하러. 아카데미에 가서 공부하는 게 훨씬 나아.”
시아는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그 이상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방임주의인 나는 평소였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겠지만 광대의 습격이 예정되어 있는 지금은 달랐다.
큰 무리 없이 막아 낼 거라 생각하지만 굳이 시아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아침 식사를 끝낸 나는 곧바로 기사단을 찾았다.
“헬라.”
“응? 시모어. 아침부터 어쩐 일이야.”
오늘도 항마력 수련을 했는지 전신에 마법 그을음이 묻어 있는 헬라였다.
“기사단을 준비해 줘. 내일 발표회를 습격할 거라는 소식이 들어왔어.”
내 말에 헬라가 제 턱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눈가의 마력 회로가 오늘따라 유달리 날카로워 보였다.
“습격 규모는?”
“서커스단 세력의 대부분.”
“타운하우스에 남는 주요 인원은?”
“아무도 없어.”
“그러면 타운하우스 수비에는 최소한의 방어 병력만 남겨 두면 되겠네.”
작전을 짜려는 듯 곧바로 기사단 본부로 걸음을 몇 발짝 옮기던 헬라는 멈칫하더니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호위는?”
“필요 없어.”
내 대답에 헬라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래야 내 가주지.”
서재로 돌아가는 길에 품에 안겨 있던 루시스가 내게 물었다.
“습격?”
“응. 누가 우리를 공격하려고 한대.”
루시스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물었다.
“내가 있는데?”
“그러게나 말이야. 드래곤 무서운 줄 모른다니까.”
아마 광대는 루시스와 싸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루시스에게 놈들과 싸우게 하지는 않을 생각이었지만 광대가 내 생각을 꿰뚫어 보지는 않았으리라.
‘놈은 내가 습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나를 빠르게 노려서 죽이고 달아날 수만 있다면 루시스와 충돌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주요 타깃만 죽이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습격과 암살의 묘미니까.
‘귀족이나 황실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암흑가의 세력이 유지되는 이유기도 하지.’
지금처럼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것이 아니라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암흑가의 공격이었다.
놈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까.
‘발표회를 멈추거나 미루는 건 소용없어.’
마우솔레움 가문과 마력 회로 주조소의 위신도 문제지만 놈들은 우리가 언제로 미루든 끈질기게 발표회 날을 노릴 터였다.
마우솔레움 가문이 온전히 수성에 집중해야 하는 그날은 서커스단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날이었으니까.
그러니 놈들을 정면에서 쳐부술 수 있는 방법이, 그런 방법을 짜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알프레드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백작님.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알프레드.”
나는 고갯짓으로 알프레드를 내 맞은편에 앉게 했다.
알프레드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네 도움이 필요하다.”
“예.”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알프레드는 평범한 집사가 아니었다.
멀게는 선대 백작의 충신으로서 그가 형제들을 참살하고 마우솔레움 가문을 이끄는 것을 보좌했으며.
가깝게는 리차드를 비롯해 수많은 방계들의 귀양을 담당했으며 본관의 보안 책임자 직책도 맡고 있는 존재였다.
‘말 그대로 마우솔레움의 처형인. 그의 손에 죽은 마우솔레움의 일족이 리암이 직접 죽인 수보다 많다던가.’
마우솔레움 가문의 피로 물든 역사에 일조한, 노쇠한 지금까지도 방계들의 두려움을 사고 있는 존재가 알프레드였다.
거기에 마우솔레움 가문을 디자인하는 일을 맡았던 나는 조금 더 내밀한 과거까지 알고 있었다.
‘알프레드의 정체는 리암을 죽이기 위해 찾아왔던 암살자.’
알프레드는 암흑가 암살 길드 출신의 인물이었다.
리암의 형님 중 한 명의 의뢰를 받아 흑룡 기사단과 방호 아티팩트의 벽을 뚫고서 선대 백작의 침실까지 숨어들었다는 실력자.
그런 암살자의 충성을 받아낸 것을 보면 선대 백작도 인물은 인물이었다.
물론 지금의 내게는 그의 손이 아닌 머리가 필요했다.
“광대의 전략을 미리 내다봐야 한다. 단 한 명의 피해도 없이 놈을 제압할 수 있도록.”
“맡겨만 주십시오.”
알프레드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와 같은 푸근한 할아버지의 미소였다.
* * *
광대는 마법을 사용했다.
“흐이이이익!”
그의 마력이 그려 내는 그림에 한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떨었다.
“아, 아비입니다!”
남자는 쥐어 짜내는 것 같은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시모어의 공포는 아비입니다! 선대 백작, 리암 마우솔레움! 그러니 제발 그만……! 이제 그만……!”
사내는 비명을 지르다 그대로 혼절했다.
광대는 주먹을 쥐어 마력을 끊어 냈다.
“크크크……. 아버지인가. 나약한 놈 같으니.”
광대가 손을 젓자 부하들이 축 늘어진 남자를 끌어냈다.
남자의 정체는 귀양당한 리차드 마우솔레움의 집사.
시모어의 자비로 제 주인과 달리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으나 자료 조사를 위해 광대에게 납치당한 자였다.
“우리 암시장의 왕자님은?”
“준비는 끝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대답한 부하는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헤이든을 믿으시는 겁니까?”
“킬킬킬. 허튼소리를 하는군. 나는 인간을 믿지 않아.”
어둠 속에서 광대의 눈빛이 번뜩였다.
“하지만 공포와 욕망을 믿지. 놈은 결코 기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지 못해.”
발표회는 내일, 준비는 만반이었다.
문득 광대는 지난 회의 때 시모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다른 도시로 세력을 넓히자고?”
광대는 킬킬킬 웃었다.
“네 가문을 집어삼켜 양지로 먼저 세력을 넓혀 주지.”
발표회에서 시모어를 죽인다면 마우솔레움 가문은 자신을 두려워하게 되리라.
다음 대 가주가 될 이를 조종해 귀족가에 마약을 푸는 것도 아주 손쉬운 일이리라.
귀족들은 마약에 손을 대지 않지만 파티의 술잔에 몰래 마약을 타 버리면 귀족이라 해도 대항할 수단이 없었다.
그렇게 온 귀족가, 나아가 황실까지 마약으로 장악한다면…….
“킬킬킬…….”
광대는 이 제국의 두 번째 황제가 되리라.
그 원대한 계획의 시작은 시모어의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