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52)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52화(52/109)
발표회 (1)
마우솔레움 마력 회로 주조소의 발표회 당일.
각계각층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발표회장을 찾았다.
대부분의 회로 주조소들이 그렇듯 마우솔레움의 주조소도 산업 지구, 그중에서도 대공방의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장소라는 의미기도 했다.
발표회장에서 다섯 블록 떨어져 있는 한 창고.
그곳에서 광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헤이든이 잠적했다고?”
“예. 아무래도 마우솔레움 측에서 접촉했던 것 같습니다.”
“…….”
광대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부하가 조심스레 물었다.
“후퇴할까요?”
광대는 자신의 표정을 더욱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죄송합니다.”
후퇴할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후퇴하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았다.
이미 잠입시켜 둔 부하들을 버리는 셈이 될 테니 신망을 잃을 것이다.
시모어 마우솔레움에게 겁을 먹어 달아났다는 소문 역시 퍼질 것이다.
더 이상 기둥에 이름을 올릴 수 없게 된다는 의미였다.
‘그건 절대로 안 돼.’
암흑가에 속한 세력들은, 특히 그것이 범죄 집단일 경우 잠시라도 세력이 쇠락하는 순간 끝장이었다.
다시 반등하거나 부활하는 것은 법이라거나 기반 같은 것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양지의 세력들이나 가능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배신과 하극상의 이유가 된다. 그게 암흑가였다.
“이대로 친다.”
“……예. 알겠습니다.”
“단, 작전은 바꾼다.”
광대는 발표회장 인근을 묘사한 지도를 보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생각보다 전투가 험난해지겠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을 얻거나 모든 것을 잃는다. 그것만은 그대로였다.
“방패를 끌고 와라.”
태양이 정오에 뜨기 전에 암흑가의 기둥 하나는 반드시 무너지리라.
* * *
발표회는 마우솔레움 소유 전시 회관의 야외 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전시 회관의 회의실에 모인 헬라와 알프레드, 거기에 나까지 셋은 머리를 맞대고 광대의 진격로를 예측하고 있었다.
“광대는 암흑가에서도 특히나 질이 안 좋은 놈이니 분명 참여객 쪽을 노릴 거야. 어차피 마력 회로 발표회장에는 귀족도 안 오니까. 말하자면 이건 수성전이나 마찬가지인 거지.”
나는 지도의 야외 홀을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치며 말을 이었다.
전시 회관은 여러 홀과 회장 건물들의 집합체였다. 야외 홀은 그 건물들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었다.
“무엇보다 홀의 우리 참여객들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해.”
성을 지켜도 영지민이 죽으면 그 영지에 미래는 없다.
지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발표회에서 참여객이 죽으면 암흑가의 악명은 올라가지만 마우솔레움의 평판은 바닥으로 처박힌다.
반대로 말하자면 완벽하게 막아 낼 시에는 우리의 명성과 평판이 크게 올라갈 것이다.
“음식과 음료는 세 번씩 체크하라 일러뒀으니 마약 중독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프레드의 말에 헬라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내게 물었다.
“놈의 지원군이 배신을 했다고?”
“지금쯤 광대에게도 소식이 들어갔을 거야.”
“그러면 우리보다 약세일 테니 정면으로 들어오지는 않을 텐데…….”
“아뇨. 놈은 높은 확률로 정면에 병력을 보낼 겁니다.”
알프레드의 이견에 헬라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헤이든이 잠적했는데도?”
“그러니 더더욱 보낼 겁니다. 숫자에서 열세인 데다가 저희가 습격을 인지했음을 알고 있을 테니 양동 작전을 펼치려 하겠죠.”
“양동 작전을 벌일 정도로 놈들의 병력이 많아?”
“놈은 마약을 다룹니다. 언제나 병력을 충원할 수 있다는 거죠.”
나와 헬라는 알프레드의 말을 경청했다.
이 세계에 떨어진 지 반년도 안 된 나는 물론이고, 기사인 헬라도 뒷골목의 전쟁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마약 조직에서 자주 쓰는 전술입니다. 약을 미끼로 하층민 중독자들을 돌격시키는 거지요.”
“고기방패인 건가?”
“칼과 폭탄이 섞인 고기방패죠. 놈의 부하가 그 사이사이에 중독자인 척 섞여서 칼이나 폭발 아티팩트 따위를 들고 있을 테니까요.”
“설마, 자기 편의 고기방패까지 함께 폭사시킨다고?”
“괜히 마약을 파는 이들이 뒷골목에서 가장 저열한 취급을 받겠습니까.”
헬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꽤나 난폭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헬라지만 그래도 정의를 숭상하는 기사였다. 민간인을 희생시킨다는 전술은 상상도 못 한 모양이었다.
나는 알프레드에게 물었다.
“놈들이 양동 작전을 노린다면 최소 한 팀은 야외 홀을 노리겠지. 달리 놈들이 노릴 만한 곳은 어디야?”
“백작님을 위협할 수 있는 고가치 인질 확보를 노릴 겁니다.”
“고가치 인질?”
“백작님이 죽는다면 그것은 광대의 손에 의해서여야 합니다. 암흑가는 힘이 지배하는 세계이기에 광대의 부하가 백작님을 죽인다면 이는 광대의 능력 부족, 나아가 하극상으로 번질지도 모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의 목은 장수가 벤다. 만일 일반 병사가 장수의 목을 벤다면 그 병사는 장수가 되어야 했다.
문제는 암흑가에는 장수의 자리가 일곱뿐이라는 것.
“하지만 놈도 이제 늙었습니다. 정면으로 정정당당히 붙고 싶지는 않으니 고가치 인질을 잡아 백작님을 흔들려 하겠죠.”
“고가치 인질이라면 지금 상황에서는 시몬뿐인가.”
시아를 아카데미에 보내 두기를 잘했다 싶었다.
수도 전체의 귀족들은 물론 황족도 공부를 하는 아카데미의 보안은 황궁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으니 걱정할 것 없었다.
“거기에 인질을 잡는다면 루시스 님과 백작님도 떨어뜨릴 수도 있겠죠.”
루시스가 아카데미에서 나를 공격했던 이에게 반격을 가했다는 이야기는 신문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인질을 이용한다면 나를 루시스가 없는 곳으로 홀로 불러낼 수 있을 터였다.
애초에 나는 루시스와 함께 있을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알프레드. 루시스와 시몬을 맡길게.”
“알겠습니다.”
“루시스.”
“응?”
우리의 이야기에 큰 관심 없이 혼자서 보석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놀던 루시스가 고개를 들었다.
“집사 할아버지랑 같이 시몬에게 가 있어. 알겠지?”
“응.”
나는 루시스가 싸우게 할 생각은 없었다.
루시스의 힘은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 * *
마우솔레움 마력 회로 주조소의 신규 회로 발표회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앉아 있는 홀의 무대에 시몬이 럭스의 슈트를 입고 올랐다.
“오늘도 저희 발표회를 찾아 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에도 마력 회로계의 역사가 바뀔 자리에 함께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벌써 몇 년째 진행하는 발표회였기에 시몬은 능숙하게 진행하며 분위기를 풀었다.
참여객들은 준비된 와인을 홀짝이며 느긋하게 회로의 발표를 기다렸다.
“……오늘 소개해 드릴 회로는 바로 이것, 축성 회로입니다!”
시몬의 뒤로 커튼이 걷히며 거대하게 확대된 십자가 모양의 마력 회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안상의 이유로 군데군데 핵심적인 획은 숨겨져 있었지만 전체적인 얼개를 알아보기에는 충분했다.
“마력의 흡수와 응용을 돕는 회로로 용적 또한 무척이나 적습니다. 한 회로당 3회로 용적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그 효력은 무려 마력 포션의 흡수율을 10%나 상승시킵니다!”
곁에서 발표를 돕던 직원이 마력 회로의 그림이 그려진 그림을 한 장 넘기자 복잡한 도표와 그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희의 실험 결과 이 회로를 다섯 개만 새겨도 하급 마력 포션으로 최상급 마력 포션의 효능을 낼 수 있습니다! 만일 최상급 마력 포션을 마신다면? 조금 과장을 하자면 드래곤 하트도 단숨에 차오르겠죠.”
아하하, 시몬의 너스레에 회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발표회장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긍정적이었다.
특히나 종군 마법사와 마탑의 마법사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공격 회로를 기대하고 왔는데 전혀 번지수를 잘못 짚었군. 내가 아니라 마우솔레움 측이 말이야.”
“갑자기 마력 응용 및 흡수 회로라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마우솔레움의 회로라면 잔혹할 정도의 공격성이 가장 큰 특징이었는데. 자신들의 무기가 뭔지도 모르는군.”
“역시 선대 백작이 죽으니 위태로운 거지.”
“잘나신 몸에 회로 한 획 안 새기시는 높은 분들 생각을 우리가 어찌 알겠어?”
마력 회로의 주 고객층 중 하나인 용병단 측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음?”
“왜 그래?”
“아니. 저 발표자의 팔뚝에 마력 회로가 보였던 것 같아서…….”
“그럴 리가. 귀족이 회로는 무슨.”
“뭐,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 귀족 나리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우리가 못 배운 놈들이라 잘못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야.”
발표회는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바깥 상황과는 달리 말이다.
* * *
헬라는 흑룡 기사단의 절반은 전시 회관 근처의 경계를 맡도록 배치했고, 남은 절반은 직접 끌고 전시 회관의 정문과 이어지는 대로에 섰다.
“……정말이잖아?”
그리고 좀비처럼 몰려드는 마약 중독자들을 마주해야 했다.
“그 영감, 정말 물건이었네.”
“말했잖아. 실력자라고.”
시모어와 헬라는 주조소의 2층 창가에 서서 대로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들을 봤다.
마약 중독자들은 언뜻 봐도 전부 일반 민간인들이었다. 그것도 넝마 같은 옷을 입고 해진 옷을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하층민들.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건지 두려움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흑룡 기사단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두려움을 눈동자에 품은 이들은 소수였다.
“약……. 누가 내게 약을 줘……!”
“여, 여기에 약이 있다고 했지……?!”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이미 마약에 이성을 잃은 채로, 금단 현상에 욕망만 남은 상태로 진격해 오고 있었다.
흑룡 기사단은 그런 중독자들을 보며 난감한 마음에 무기를 고쳐 쥐었다.
기사단은 귀족을 지키고 명령을 따른다. 그 외의 것은 모두 적이며 손에 피를 묻히는 것에 경계심은 없다.
특히나 흑룡 기사단은 다른 기사단들에 비해 그런 면모가 더욱 강했다.
“가주님, 단장님. 어찌할까요?”
그렇기에 흑룡 기사단이 망설이는 것은 오로지 주인인 가문을 위할 때뿐.
혹시라도 저들을 해쳤을 때 가문에 돌아갈 오명에 대한 걱정에 검을 뽑지 않고 있었다.
“아래쪽에는 방패만 제대로 들고 있으라고 전해. 안 뚫리게.”
헬라는 몰려드는 중독자들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쥐새X들은 우리가 처리할 테니.”
헬라의 눈가, 스모키 화장과도 같이 짙은 마력 회로가 점멸했다.
헬라의 특기 마법은 ‘감지’. 공간 마법에 특화된 마우솔레움 가문의 피와 시력 마법에 특화된 모계 혈통의 피가 합쳐진 특기 마법이었다.
다만 마우솔레움의 피가 마력이 아닌 항마력으로 발현되었던 탓에 마력량은 평범한 마법사 수준밖에 되지 않는 헬라였다.
그 적은 마력량을 보조하기 위해 새겨진 것이 눈 근처의 마력 회로.
동체시력을 극한까지 높여 마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가속’ 주문 회로를 새긴 것이다.
“어디 보자…….”
헬라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캔하듯이 헬라의 눈동자는 수많은 중독자들을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다.
감지 마법으로 중독자들이 지니고 있는 물건들을 전부 파악하면서였다.
그중, 날카로운 단검이나 수상쩍은 아티팩트를 쥐고 있는 이들이 여럿 포착되었다.
“찾았다.”
씨익, 헬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기사단원들이 존경과 두려움의 의미를 담아 ‘살인 미소’라 부르는 그것이었다.
“어이, 가주님.”
헬라는 곁에 선 시모어를 보며 말했다.
“부탁해.”
그 말과 동시에 거대한 마법이 발현되었다.
구구구구-!
몰려들던 중독자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고 풀썩 쓰러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중력이 대로 전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