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55)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55화(55/109)
시계탑 (1)
“후우……. 후우…….”
시몬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단검을 뽑아내자 뜨거운 피가 울컥거리며 쏟아졌다.
시몬은 자신이 죽인 시체를 내려다봤다.
눈동자를 굴려, 까맣게 타 버린 시체들도 눈에 담았다.
“후우……. 후욱……!”
다리에 힘이 풀려, 시몬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람을 죽였다.
자신은 지금, 사람을 죽였다.
단검에 찔린 시체의 부릅떠진 눈동자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겠지.
사랑하고 아껴 주시던 부모님이 있었고, 이제까지 살아온 삶의 역사가 있었겠지.
그 삶을, 여덟 개의 삶을 지금 자신이 끝냈다.
이제 저들은 어딘가로 이어지는 일 없이 모든 가능성이 닫힌 채로 그저 무로 돌아갈 것이다.
“우욱……!”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 시몬은 입가를 가렸다.
입가를 가린 손에 만져지는 그의 입꼬리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내 손으로 가족들을 지켰다.’
그 사실에는 희열이 느껴졌다.
나는 내 가족을 향해 뻗어지던 마수를 잘라 냈다.
암흑가라는 악명 높은 조직들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고, 내 가족들을 지켜 냈다.
형님에게 도움이 되었다.
“크흐흐흐…….”
희열을 느낀다는 사실에 구역질을 느끼고.
그 구역질의 원인에 또다시 희열을 느낀다.
어느새 시몬은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괴상한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이게 광기일까?
이렇게 미쳐 가는 걸까?
나도, 아버지처럼 되는 걸까?
– 광룡은 네놈이었어!
조금 전 고문 마력 회로에 당한 적이 유언처럼 남긴 말을 떠올렸다.
광룡.
그것은 시조룡인 마우솔레움을 지칭하는 말이자, 언제나 광기 넘치는 행보를 일삼는 마우솔레움 가문의 가주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시몬의 아버지, 리암 마우솔레움 역시 그 악명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 사람 중 하나였다.
‘아버지라면 어떻게 만드셨을까.’
폐기되었던 고문 마력 회로를 다시금 손대면서 시몬이 했던 생각은 그것이었다.
‘아버지라면 어떤 방식으로 이 회로를 발전시켰을까.’
고통을 준다. 고통을 줘야 한다. 고통을 주고 싶다.
어떻게 해야 더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을까.
‘아버지라면, 아버지라면, 아버지라면!’
하지만 아무리 아버지를 핑계로 댄다고 해도 결국 이 회로를 발전시키고 완성시킨 것은 자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명령으로 만들라는 대로 만드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진심을 담아 만든 것이었다.
그 결과물은 아버지가 생전에 상정하셨던 것 그 이상이었다.
그 결과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내 안에도 아버지가 있었구나. 내게도, 광룡의 핏줄이 흐르고 있었구나.’
시몬은 믿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가슴 속에서 끊임없이 두근거리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는 이것이.
남들을 해치기 위한 광기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애정이라고.
“크흐흐흐…….”
나는 괴물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일 뿐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도련님.”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알프레드가 서 있었다.
주변의 참사와 시몬의 표정을 확인한 알프레드는 입술을 꽉 물었다.
자박, 자박.
그런 알프레드를 지나쳐 시몬에게 다가오는 존재가 있었다.
길거리의 돌멩이라도 보듯 참혹한 시체에 아무렇지 않은 시선을 한번 던지고는 시몬에게 걸어오는 존재가.
“……고모님.”
“응, 조카.”
루시스는 시몬의 앞에 섰다. 서서, 양팔을 가만히 내밀었다.
그 몸짓에 시몬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있었다.
– 고모님. 가끔 힘들 때마다 이렇게 품에 안겨도 되겠습니까?
언제였더라.
불과 두어 달도 되지 않은 일인데 전생의 기억처럼 희미해진 어느 날의 기억이었다.
시몬은 황망히 루시스를 품에 안았다. 루시스는 그의 번잡스러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시몬은 파들거리는 팔로 루시스를 꼭 끌어안았다. 자그마한 온기가 그의 가슴을 덥혔다.
“……고모님. 저, 노력했습니다.”
“잘해써.”
가슴께를 토닥거리는 루시스의 자그마한 손길.
품에서 올라오는 보드라운 아기 냄새.
그것이 시몬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아니, 어쩌면 현실에서 끌어내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시몬은 지금 당장 이 온기가 너무나도 갈급했으니까.
시몬은 루시스의 냄새를 한껏 빨아들이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을 죽였습니다.”
“응.”
“앞으로 더더욱 많이 죽이겠죠.”
“힘내.”
힘내라.
단순한 한마디지만 그것은 위로이자 지침이었다.
첫 살인을 저지른 자신을 위한 위로이자, 앞으로 숱하게 손에 피를 묻혀야 할 미래를 향한 지침.
시몬은 울음을 참아 냈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었다. 고작 이 정도로 무너져서는 형님의 어깨만 더욱 무거워질 터였다.
‘힘내라, 나 자신.’
고난이 가득할 미래의 자신을 위해, 형님의 짐을 덜어 주기로 한 현재의 자신을 위해, 이제는 사라질 순수하고 겁 많았던 과거의 자신을 위해.
시몬은 마음속 제단에 눈물을 바쳤다.
* * *
콰아앙!
아래쪽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와 동시에 나와 광대의 마력이 충돌했다.
마법에는 크게 세 종류의 마법이 있다.
발현 마법, 상태 이상 마법, 강화 마법이 그것이다.
화염구나 얼음 결정같이 원소의 힘을 만들어 쏘아 내는 마법은 발현 마법.
내 중력 마법과 같이 마력을 이용해 상대에게 직접적인 위해나 변형을 가하는 마법이 상태 이상 마법으로 분류된다.
‘광대의 마법도 상태 이상 마법이군.’
두 마법사가 서로를 향해 상태 이상 마법을 사용하면 양쪽의 마력이 충돌하게 된다.
구구구구-.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서로를 맞잡는 것처럼 공기가 뒤틀리며 시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 승기를 쥐고 있는지는 명확했다. 내게 ‘마력 장악’ 스킬이 있는 이상 이런 충돌에서는 패배하기가 더 어려웠다.
“……젠장!”
광대는 허리춤의 아티팩트 하나를 꺼내 내게 던졌다.
나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헬라가 진압했던 조직원 하나가 품에 품고 있던 아티팩트였다.
‘폭탄.’
나는 놈을 제압하기 위해 힘을 쓰던 마력의 일부를 돌려 그 아티팩트를 멀리 쳐 냈다.
콰콰쾅-!
시계탑을 벗어난 허공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
그다지 커다란 폭발은 아니었지만 시계탑을 가득 메운 마력의 기류를 흐트러뜨리기에는 충분했다.
빈틈을 노리고 서로의 마력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드득-!
내 중력 마법이 거칠게 광대를 짓눌렀다.
놈은 실드 아티팩트를 켰지만, 바닥과 부딪히는 충격은 놈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크흑!”
신음 소리를 흘리며 바닥을 기어 다니는 그 꼴이 몹시도 흡족했다.
하지만 놈 역시 고통 속에서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마력이 닿은 건 서로가 마찬가지였으니까.
사르륵-.
광대의 마력이 내게 달라붙었다.
혹시나 싶어 실드 아티팩트를 사용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놈의 마법은 완전한 의미로 상태 이상 계열이었다.
머릿속에 선명한 상(像)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 눈은 앞의 광대를 보고 있지만 내 뇌는 그 상을 보고 있었다.
‘시체?’
작은 방에 엎드린 시체는 신발도 채 벗지 못한 채로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바닥에 선명하게 남은 손톱자국만이 남자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죽은 지 몇 달은 지난 것처럼 진액이 굳다 못해 말라 있고, 살점보다 구더기가 많은 시체.
고독사였다.
내가 겪었던 죽음의 형태기도 했다.
‘광대의 특기 마법은 공포 계열이었나.’
아마도 한 사람의 가장 깊은 공포를 보여 주는 스킬일 터.
광대 공포증이 모티브인 놈다운 특기 마법이었다.
과거의 내가 겪었던 죽음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긴장하던 순간이었다.
– 시모어, 이 쓸모없는 놈!
갑작스러운 남자의 외침과 함께 머릿속에 맺혀 있던 상이 바뀌었다.
– 마법도 쓰지 못하면서 동생보다 나은 것이 단 한 점도 없구나!
시체의 머리카락이 길어졌다. 입고 있는 옷이 회사원의 셔츠에서 볼품없는 드레스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살아 있었다.
– 네가 쓸모를 보이지 않으면 대체 내가 너를 왜 내 후계로 삼아야 하는 것이냐?!
시체는, 아니 여인은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가늘게 떨리는 손끝이 여인이 죽어 가고 있음을 알렸다.
그 위를 벼락같은 호통이 뒤덮었다.
– 보아라! 쓸모없는 인간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를!
이어지는 채찍질 소리. 비명 소리.
– 네 어미처럼 버림받아 죽고 싶지 않다면 내게 네놈의 쓸모를 보이거라!
이건 시모어의 공포다.
시모어가 뒤틀리게 된 계기다.
가슴이 차가워졌다. 손끝이 떨려 왔다.
어린 시모어가 느꼈던 감정이 내 가슴에 전해져 왔다.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좌절감, 어머니처럼 죽고 싶지 않다는 공포심, 더 나은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절박함, 어머니를 아무렇지 않게 내쳐 버리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 증오. 혐오.
그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치기 어린 심장으로 들어온다. 그 감정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느끼며, 나는…….
“……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네놈이 악당이 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고?
너도 그저 가정 학대 대물림의 피해자였을 뿐이라고?
아니. 너는 그냥 악당, 그 이하의 쓰레기다.
동생인 시몬을 보라.
공포와 고통 속에서도 선하기를 포기하지 않으며 다른 이의 안에서도 선함을 보고자 노력하지 않는가.
리암의 말대로다.
시모어는 제 동생보다 뭐 하나 나은 게 없는 쓰레기였다.
– 크크크…….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남의 가장 은밀한 공포를 엿봐 놓고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시모어였다.
놈의 공포와 나의 공포의 괴리에 몰입이 깨지자 놈이 눈을 뜬 것이다.
콰드드득-!
나는 광대를 짓누르는 마력에 힘을 더했다.
“커흐윽……!”
광대가 못 움직이게 눌러놓고, 나는 시모어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이지만 도저히 그러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네놈이 그 어떤 고통을 받고 그 어떤 악독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한들, 제 허리춤에도 안 오는 꼬마를 해칠 이유는 되지 않아.’
– 루시스의 이야기인가. 그래, 나도 네놈의 안에서 소위 말하는 ‘이 세계의 미래’를 봤다.
놈이 미소 짓는 게 느껴졌다.
– 아주 흡족한 미래더군. 드래곤의 마력을 휘두른다라……. 네놈은 왜 그 길을 걷지 않는 거지? 알량한 양심 때문인가?
‘나는 너 같은 미친놈이 아니니까. 제 상처가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유별난 상처인 것처럼 굴면서, 그것을 면죄부 삼아 남들을 괴롭히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 우습군. 힘을 얻고자 발악하는 것은 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최소한 나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있어. 네놈처럼 파괴와 증오만을 위해 싸우지는 않아.’
– 자기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군다는 건 변함이 없지.
목적 지향적이고 공감 능력이 없는 소시오패스.
나는 놈의 설정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 게다가 네놈은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네놈이 본 저 과거가 지금의 나를 규정하지는 않아.
‘네가 괴물인 것과 네 과거는 상관이 없다는 거냐?’
-과거가 인간을 만든다고 생각하나? 저게 내가 가진 가장 큰 공포라고 해서 내 인생의 접선(摺線)이라도 된다고 생각했나? 사고방식이 참으로 야트막하군.
자신의 과거는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그저 기억일 뿐, 나는 나로서 오롯한 존재이다. 시모어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참으로 오만하고 유치한, 자기중심적인 생각이었다.
‘내 사고방식이 얕다고? 그게 얕아 봐야 네 정신력보다 얕을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학대.
그 단어가 갖는 무게와 상처를 얕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시모어가 미래에 거악이 되어 남들에게 행하는 공포와 상처를 생각하면, 말 그대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말 그대로 내로남불의 극치.
그래 놓고는 제가 뭐라도 되는 듯 재는 꼴이라니.
– 크크크……. 아무 가치 없는 삶을 두려워하지는 못할지언정 고작해야 죽음을 두려워하는 얕고 얇은 존재가 감히 나를 판단하는 것인가.
‘가치 있는 삶도 가치 없는 죽음도 겪어 본 적 없이 유아적 공포만으로 가득 차 스스로 괴물이 되어 버리는 존재보다야.’
공포는 이해로부터 가장 먼 감정이다.
하지만 나는 놈의 공포를, 시모어라는 존재의 가장 밑바닥을 보았고 놈을 이해했다.
이해와 분석이 끝난 존재는 더 이상 공포의 존재도 동경의 존재도 아니다.
그저 한낱 인간일 뿐이다.
고작 이 정도의 존재였구나.
나는, 고작 이 정도의 존재에게 잠식당할 것을 두려워했구나.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기원했다.
내 안에 있는 놈을 구겨 버릴 수 있는 힘을.
구구구구-.
과연 마력은 신묘하고도 기묘한 힘이라.
중력의 손아귀가 내 머릿속의 놈을 쥐어 드는 것이 느껴졌다.
– 크크크크…….
사라져라, 시모어.
이대로 내게 흡수되어라.
내 마력을 위한 양분이 되어라.
– 지켜보도록 하지. 이제 막 시작된 이 기나긴 싸움의 끝에 너와 나, 둘 중 누가 살아남을지.
콰직-!
중력의 손아귀가 놈을 움켜쥐는 것과 동시에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고맙다, 광대.”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덕분에 나의 공포가 하나 사라졌다.”
콰과과-!
내 마력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잠식을 두려워해 막아 뒀던 리미트가 해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