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56)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56화(56/109)
시계탑 (2)
쿠구구구-!
터져 나오는 중력 마법은 갓 해방된 악마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손을 뻗자 주인을 만난 개처럼 착실하게 명령을 들었다.
나는 중력 마법을 광대에게 집중했다.
꾸드드득-!
광대의 몸이 바닥에 더욱 강하게 짓눌렸다.
“끄어억!”
광대는 실핏줄이 터질 것같이 붉어진 눈으로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놈의 손목에서 마력 회로가 점멸했다.
‘3서클, 폭발 마법의 회로.’
바닥을 부수고 달아날 심산이었다.
나는 중력 마법을 역으로 사용해 놈을 공중으로 띄웠다.
콰과광-!
내 중력 마법과 폭발의 반발력이 뒤섞여 놈은 허공을 붕 날아 시계탑의 난간 밖으로 떨어졌다.
나는 구태여 놈을 중력 마법으로 붙잡지 않았다.
터텅-!
한데, 바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놈이 시계탑의 벽면에 가로로 붙어 있었다.
광대의 신발에는 아티팩트가 부착되어 있었다.
공사 현장의 인부들이 주로 쓰는 것으로 혹시 모를 낙사를 대비하도록, 벽에 달라붙을 수 있게 해 주는 간단한 중력 조작 아티팩트였다.
피식,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과연. 부하의 개죽음으로부터 배운 것이 있는 모양이군.”
“네놈……!”
광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난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허공에 발을 딛고, 중력 마법으로 내 발을 벽을 향해 당겼다.
터벅.
발이 시계탑의 벽면에 붙자 중력이 나를 당기는 방향이 바뀌었다.
“그런가.”
약간의 어지러움. 하지만 그게 다였다.
허공에 무언가를 박제시키는 절대영도에 비하면 벽에 서기는 단순하다 못해 손쉬울 정도의 잡기술이었다.
“너의 묫자리로 택한 곳이 이곳인가.”
아무렇지 않게 놈을 향해 걸어가자 안 그래도 창백해져 있던 놈의 얼굴이 더욱 희게 변했다.
“네까짓 놈의 묘비로 삼기에는 우리 가문의 시계탑이 아깝다만…….”
놈과 나는 시계탑의 벽면, 거대한 시침과 분침이 움직이는 유리 위에 서서 서로를 마주 봤다.
“선처하도록 하지.”
나는 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 잠깐!”
놈은 황급히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 행동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항복, 항복하겠다! 죽이지만 말아 다오!”
“…….”
“네, 네놈의 아래로 들어가겠다! 모든, 모든……! 그래, 상납을 하겠어! 우리 수익을 상납하겠다!”
“…….”
“잘 생각해 봐라! 우리가 손을 잡고 귀족가에 마약을 유통하면……! 우리는 이 세계의 황족이 될 수 있어!”
놈의 말이 계속될수록 입꼬리가 뒤틀리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손을 잡자고? 아래로 들어오겠다고?
더러운 약쟁이가 내 세력에 들어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역겨워서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고 제 특기 마법이 통하지 않자 바로 항복을 하는 저런 쓰레기는 거둬들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넌 여기서 죽는다.”
“……!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마라! 우리가 함께 이뤄 낼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해!”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놈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한 손에 꼽기가 힘들었다.
놈은 나를 공격했고, 내 가족을 인질로 삼으려 했다. 내 가문의 사업체 행사를 망가뜨리려 했고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히려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너는 내 패션을 모욕했다.”
“……뭐?”
놈의 슈트는 여전히 주머니가 뒤집어져 있었다.
얼마나 땀을 흘려 댄 건지 와이셔츠의 깃이 벌써부터 누렇게 변색되고 있었다.
저게 럭스의 슈트라고?
내 딸의 이름을 본떠 지은 양복점의 옷이라고?
놈의 존재 자체가 나를 향한 모욕이었다.
“네놈은 추하다.”
“……!”
“내가 만들어 갈 암흑가에 추한 것은 필요 없으니, 적어도 아름답게 죽도록 노력해라.”
“미친놈이……!”
광대는 양손을 든 채로 한쪽 발을 크게 굴렀다. 그 순간, 놈의 발목에 마력 회로가 점멸했다.
손목의 것과 같은 폭발 마법의 회로였다.
콰콰쾅-!
거대한 시계 위를 덮은 보호 유리를 타고 폭발이 일어났다.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유리가 산산이 깨지며 비산했다.
쩌저적-!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부터 거대한 금이 유리 커버 전체로 달리더니 연쇄 파열이 일어났다.
쨍강-! 쨍강-!
사방에서 날아오르는 유리 조각들.
광대는 제 발밑에 있던 거대한 시침 위에 착지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죽는 건 너와 네 사업체다, 시모어!”
시계탑의 바로 아래쪽에는 야외 발표회장이 있었다. 시몬의 발표회, 그 2부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었다.
이 유리 조각들이 낙하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의 사상자가 나올 테고 마우솔레움 가문과 마력 회로 주조소는 엄청난 타격을 입으리라.
놈은 내게 이지선다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공격하는 데 집중해 사업체를 잃을 것인지, 사업체를 지키는 데 집중해 자신을 놓칠 것인지.
놈의 계략은 정말로…….
“야트막해.”
사방으로 비산하던 유리 파편이 모두 멈췄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커다란 유리 조각에서부터 손톱보다도 작은 유리 파편까지 모든 것이 허공에 고정되었다.
마치 박제된 것처럼.
“……!”
나는 경악으로 눈을 커다랗게 뜬 놈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최소한 네놈의 최후는 아름답겠군.”
허공에 그대로 멈춘 수백 조각의 유리들은 저마다 햇빛을 반사시키며 형형색색으로 반짝였다.
마치 파노라마로 펼쳐진 무지개를 보는 것 같았다.
놈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렸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듯 보였지만, 이미 절대영도의 장악하에 있는 놈은 단 한 마디의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네놈의 공포는 내가 될 것이다.”
나는 펼쳐진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지옥에서 잘 곱씹어 보도록.”
나비처럼 반짝이던 유리 조각들이 일제히 한 점을 향해 날아들었다.
* * *
발표회장에서 한창 2부 행사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콰아앙-.
박람회장 안쪽 깊숙한 곳에서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아티팩트가 작동 오류라도 일으킨 것인가, 하고 넘어갔다.
콰아앙-. 콰아앙-.
하지만 연달아 폭발음이 더 들려오자 불안함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란이지?”
“사고라도 일어난 걸까요?”
“설마 테러는 아니겠지.”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마력 회로의 발표회에 귀족들은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
대부분이 잔뼈가 굵은 모험가이거나 용병단의 단장, 기사와 같이 심지가 강한 이들이었기에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연약한 마법사들도 껴 있긴 했지만 그들은 주변의 건장한 무투파들이 뿜어내는 침묵의 오라에 덩달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잠시 소란이 일었던 점,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대에 올라 2부 발표회의 진행과 사회를 맡고 있던 마르코가 재빨리 사태 수습에 나서던 때였다.
콰아아앙-!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머리 위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고, 놀라운 것을 보았다.
시계탑의 시계 위에 누군가가 가로로 서 있었다. 그의 앞으로 털가죽 코트를 입은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마우솔레움 백작……?”
“호오, 테러가 맞았나 보군.”
“상대는 누구지?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벽에 붙어 있는 거지? 아티팩트인가? 마력 회로?”
갑작스러운 사태에도 자리를 뜨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참여객들은 대피하기보다는 둘의 싸움을 관망하기를 택했다.
참여객들 대부분이 거친 업종에서 살던 이들이었기에 이런 습격이 익숙한 탓이었다.
그런 수많은 습격들에서 살아난 이들답게 어지간한 피해가 일어난다 해도 살아 돌아갈 자신 역시 있었다.
그렇다면 이 때아닌 이벤트를 즐기는 편이 나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싸움 구경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구경거리니까 말이다.
곧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나고, 시계 전면의 유리가 산산이 깨져 사방으로 날았다.
“호오?”
그리고 그 유리들이 모두 허공에 멈췄다.
그 모습에는 겁에 질려 있던 마법사들의 눈이 반짝였다.
“마법?”
“저건 무슨 마법이죠?”
“정지 마법? 아니, 염동력 마법인가?”
누군가는 습격자를 추측하고, 누군가는 시모어를 관찰한다.
그 인파 중에는 원탁의 기사단의 일원이자 이슈타르 가문의 광휘 기사단 단장직을 맡고 있는 케인도 있었다.
“…….”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후드를 눌러쓰고 시계탑을 올려다보던 케인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름답군.”
허공에 정지한 유리 파편들이 마치 햇살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다음 순간, 햇살을 머금은 유리 파편들이 시모어의 맞은편에 서 있던 사내에게 모조리 박혀 들어갔다.
하지만 피는 단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염동력 마법은 자신에게는 사용하지 못할 텐데요.”
“그렇다면 저건 대체 무슨 마법이죠?”
“마력 회로뿐 아니라 마법도 새로 개발한 걸까요?”
마법사들의 수군거림을 배경 삼아 시모어가 시계탑의 벽면을 밟고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유리 파편이 박힌 시신은 시모어의 털 코트에 감싸여 그의 곁에 떠 있었다.
저벅, 저벅.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지상에 내려오면서 시모어는 셔츠의 깃을 손보고 바람에 흩날린 머리카락을 다시 한번 손으로 쓸어 넘겼다.
지금 막 한 생명의 목숨을 빼앗았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일상적인 움직임이었다.
“…….”
그 ‘일상적임’에 케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시모어의 발이 무대의 바닥에 닿았다.
그의 뒤로 코트가 시신의 실루엣을 그리며 음산하게 둥둥 떠 있었다.
이탈자가 한 명도 없는 무대석을 확인한 시모어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갑작스런 소란에 사과를 전하지.”
“…….”
“혹시라도 습격으로 피해를 입은 자가 있다면 배상할 테니 지금 말하도록.”
모두는 침묵을 지켰다.
시모어는 사람들을 시선으로 한번 훑은 뒤 덧붙였다.
“소란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희망자에 한해 축성 회로 한 획을 무료로 새겨 주겠다. 발표회가 끝나고 신청하도록.”
그 말을 끝으로 시모어는 마르코에게 시선을 던졌다.
마르코는 재빨리 그 시선을 캐치해 냈다.
“……그러면 2부 발표회를 이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모어는 발을 돌려 무대에서 내려갔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 등에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특히나 케인은 시모어가 사라진 뒤에도 그가 서 있던 자리를 오래도록 바라봤다.
그의 예상과 달리, 이슈타르 후작의 예상과 달리 상황을 너무나도 간단하고 깔끔하게 정리한 사내가 사라진 자리를.
‘어째서 헤이든은 움직이지 않은 것이지?’
케인은 이곳에 마력 회로의 발표를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이슈타르 후작이 비밀리에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암시장의 헤이든이 마약 조직의 광대와 함께 시모어를 습격한다고 했었다.
케인의 역할은 위기의 순간에 시모어를 구해 빚을 지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이유인지 헤이든은 움직이지 않았고 시모어는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시모어.’
케인은 조금 전 시모어의 모습을 떠올렸다.
살인을 평범한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사내를.
전쟁터에서 구르고 구른 기사들도 그렇지는 못했다.
‘역시 네놈은 위험한 존재다.’
케인의 오른손이 주머니 속 인장을 만지작거렸다.
백금색 비늘의 문장. 광휘 교단의 문장이었다.
‘아기 광휘룡님은 네 곁에 있어서는 안 돼.’
케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슈타르 후작에게 전해야 할 말이 많았다.
케인은 출구로 발을 옮겼다. 시모어가 들어간 곳과 반대편에 있는 통로였다.
“…….”
그 모든 모습을 멀리서 내려다보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시계탑의 꼭대기, 지붕 위에 서 있는 여인의 눈부신 백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박람회장을 떠나는 시모어와 케인을 눈에 담던 여인의 눈동자가 무언가를 포착하듯 한 곳을 향했다.
박람회장의 한 창가.
중앙 홀을 내려다보고 있는 시몬의 품에는 새하얀 아이가 안겨 있었다.
“……루시스.”
한참 동안 아이를 내려다보던 여인은 문득 무언가를 살피듯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이윽고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