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57)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57화(57/109)
시계탑 (3)
광대의 죽음은 고공에서 화려하게 이뤄졌다.
놈의 세력 모두가 그 죽음을 봤을 터이니 지금쯤 부리나케 달아나고 있을 터였다.
마약의 공장이나 판매처로 향해 마약 제조 기구나 돈 등을 챙겨서 달아나겠지.
“용납할 수 없다.”
광대의 시신을 적당한 곳에 처박아 둔 나는 곧바로 정문의 헬라를 향해 움직였다.
루시스를 보러 가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건 나중이었다.
‘지금 루시스를 만나게 되면 이 잠식이 사라지게 된다.’
지금의 내가 평상시와 다르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시모어의 영혼은 잠재웠지만 시모어의 몸에 깃든 그의 특성이 내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리라.
잠식은 디버프다. 그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때로는 디버프의 힘을 이용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일에는 루시스의 따스함보다는 시모어의 차가움이 필요했으니까.
“헬라.”
“시모어?”
정문과 이어지는 대로를 지키고 있던 헬라가 한쪽 눈썹을 추켜올렸다.
“표정이 왜 그래? 완전히 옛날로 돌아갔는데?”
“광대는 죽었다. 우리는 이대로 놈의 본진으로 간다.”
“그래? 안 그래도 놈들이 내빼길래 발 빠른 기사들 몇을 붙여 두긴 했어.”
“최소한의 수비 병력만 남기고 기사단을 전원 출격시켜라.”
“존명, 가주님.”
헬라가 주변의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을 때였다.
경비대원 몇이 말을 타고서 대로를 빠르게 달려왔다. 그중에는 얼굴이 익숙한 경비대장도 있었다.
경비대장은 빠르게 말에서 내리더니 내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암흑가의 습격이 있었다.”
“암흑가……?”
경비대장의 눈이 묘하게 변했다. 내가 암흑가의 일원이라는 것은 알 사람은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었다.
헬라의 부관인 기사가 앞으로 나와 있었던 사건을 짤막하게 브리핑했다.
“암흑가의 마약 조직, 광대가 휘하의 병력을 이끌고 마우솔레움 전시 회관을 습격했습니다. 이에 가주님 휘하의 기사단이 반격, 광대를 비롯한 그의 병력을 성공적으로 제압했고 나아가 그의 조직을 소탕할 계획입니다.”
“광대를 제압했다고? 아니, 잠시만. 지금 조직 소탕이라고 했는가? 지금 그레니엄 시내에서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건가?”
그 질문에는 내가 답했다.
“전쟁이 아니다. 추살(追殺)일 뿐이다.”
“추살이라니…….”
“경비대도 그레니엄의 마약 조직 소탕에 협력해라.”
“저희가 말입니까?”
“놈들 조직의 연결망과 분포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라.”
마약 조직은 오랜 시간 그레니엄 빈민가의 골칫덩이였다. 그에 대한 정보를 분명 가지고 있을 터였다.
내 말에 경비대장은 잠시 미간을 찡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물었다.
“이것은 사적인 싸움입니까?”
“놈의 습격은 사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반격은 공적이고 공익적인 일이다.”
경비대장은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의 위치와 직업, 나의 악명과 전적을 고려했을 때 그것은 합당하고 응당한 경계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다행히도, 경비대장은 위치에 걸맞은 눈치 역시 가지고 있었다.
“본부로 가시죠. 필요한 모든 정보를 넘겨 드리겠습니다.”
마우솔레움 가문과 경비대원의 공조가 시작되었다.
나는 광대의 세력을 그레니엄에서 완전히 축출할 생각이었다.
* * *
마우솔레움 가문과 경비대원의 협동 작전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끝났다.
다음 날 아침 신문들에는 그 결과가 자랑스럽게 실려 있었다.
– 마약 조직, ‘서커스단’ 완전 축출.
– 수도경비국장, ‘그레니엄은 마약 청정국’ 선언.
물론 신문에서 과장해서 말하는 것처럼 광대의 조직을 100% 괴멸시킨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손이 많다고 한들 사방팔방으로 달아나는 벌레들을 어찌 다 잡겠는가.
“……마약 조직인 서커스단의 축출 작전은 전일 산업 지구에서 열렸던 마우솔레움 가문의 마력 회로 주조소 발표회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수장, 광대의 습격에서 시작되었다…….”
“……마우솔레움 가문을 노리고 이뤄졌던 이 습격을 막아 낸 시모어 마우솔레움 백작은 수도 경비대의 지원을 받아 그대로 반격에 나서…….”
“……마우솔레움 가문의 가주 시모어 마우솔레움과 흑룡 기사단의 단장 헬라 마우솔레움의 활약에 서커스단 축출 작전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더불어 마우솔레움 가문의 발표회에서는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음이 알려져 또 한 번 가문의 위세를 드높였다…….”
아침 식탁에서 신문의 1면을 번갈아 읽던 시몬과 시아가 동시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시아가 먼저 물었다.
“얼마나 썼어?”
“큰 거로 두 장.”
조심스레 시몬도 물었다.
“사람들……. 많이 죽었어?”
“걱정 마. 흑룡 기사단은 전원 무사하니까.”
시몬은 그걸 물은 게 아니라는 듯 오묘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그 얼굴을 못 본 척했다.
다른 신문들의 기사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다뤘다.
마우솔레움 백작가의 활약과 봉사, 귀족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찬양하고 치하하는 기사들.
모두 돈을 먹인 결과였다.
‘자본주의 성능 확실하네.’
평소에는 마우솔레움 가문에 대해, 나에 대해 안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 후원을 하던 나였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수많은 이들이 죽고 다친 커다란 스케일의 사건인 데다가 시모어가 한쪽 다리를 깊숙이 담그고 있는 암흑가에 대한 사건이었으니까.
‘기사 한두 개만 잘못 엮이면 마우솔레움 가문의 이미지가 시궁창에 처박혔겠지.’
나는 마우솔레움 가문이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군림하길 바라지 위법을 일삼는 범죄자의 이미지로 군림하길 바라지는 않았다.
‘광대를 죽이고 일개 세력을 축출해 낸 것만으로도 겁을 낼 이들은 충분히 겁을 낼 테니.’
아침을 다 먹고 신문을 읽던 내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시몬의 활약에 대해서 짤막하게 언급한 기사였다.
“시몬.”
“응, 형님.”
시몬의 눈 밑에 짙게 져 있던 다크서클이 옅어져 있었다. 발표회가 끝났으니 고생도 끝난 모양이었다.
“듣자 하니 적들을 처리했다고.”
그 말에는 표정이 조금 안 좋아졌다.
첫 살인일 터이니 마음 약한 시몬으로서는 고생했을 터였다.
그런 시몬을 위해 나는 진심 100%의 칭찬을 꺼내 들었다.
“잘했어. 앞으로도 내가 없을 때면 네가 가문을 지켜야 해. 시아도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네가 지켜 줘야 하고.”
“응. 맡겨만 둬.”
시몬은 기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칭찬에 그렇게나 목말랐던 걸까. 앞으로는 자주 칭찬을 해야겠다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을 입에 담았다.
“바캉스나 갈까.”
“바캉스?”
“시몬이 큰일을 하나 끝냈으니 포상 휴가를 받아야지. 다 같이 어디 물놀이나 가자.”
내 말에 시아와 루시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좋아!”
“오, 물놀이.”
열렬한 반응에 나는 알프레드에게 명령했다.
“알프레드. 빠른 시일 내로 일정 좀 잡아 줘.”
“예. 백작님.”
잠시 바캉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루시스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이 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 * *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나와 루시스는 마차를 타고 시내로 나왔다.
시내, 혹은 중심가라고 불리는 상업 지구는 황실에서 공을 들여 관리하고 있는 그레니엄 제일의 번화가이자 관광지였다.
여섯 대의 마차가 나란히 달려도 문제없을 차도와 퍼레이드 날에도 막힘이 없는 너른 인도.
그 좌우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가게들과 그 안을 들락이는 수많은 주민들과 관광객들.
‘컨셉 원화 그대로의 모습이네.’
이 대로는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무대 중 하나였다.
평상시에 이렇게 번화한 모습을 보여 주다가 후반부에 폐허가 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역체감이 심하게 오니까 말이다.
루시스를 품에 안고서 마차에 내린 나는 이리나가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설정이 붙어 있는 카페에 들어섰다.
큰 의미는 없었다. 대귀족의 영애가 좋아할 만한 곳이면 루시스의 입맛에도 맞겠지, 싶어서였다.
딸랑-.
“어서 오…….”
문소리에 반사적으로 나를 반기던 카페의 직원이 얼어붙었다.
나는 그에게 금화를 튕기며 말했다.
“2층 창가석으로.”
“어, 앗, 옙!”
황급히 금화를 주머니에 집어넣은 직원은 자신을 따라오라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와 루시스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건 직원뿐이 아니었다.
1층 홀의 여기저기에 앉아 있던 이들이 놀란 눈으로 목을 쭉 빼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흥.”
루시스는 응당한 시선이라는 듯 새침하게 콧대를 드높였다.
카페의 2층은 VIP들만이 출입 가능한 곳이었다.
이 세계에서 VIP라는 단어는 ‘귀족’과도 일맥상통하기에 나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2층의 좌석들은 1층과 달리 룸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직원은 나와 루시스를 창가에 면해 있는 룸, 그것도 2층 창가의 중심에 있는 룸으로 안내했다.
“주문은 정해지시면 불러 주십…….”
“전부 다 하나씩.”
“예?”
“메뉴판에 있는 거 전부 다 하나씩.”
“엇, 앗, 옙!”
주문한 게 나올 때까지 나와 루시스는 창밖에 펼쳐진 번화가의 정경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흐흥.”
루시스는 뭔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무래도 평소에는 올려다봐야 하는 인간들을 이렇게 한껏 내려다볼 수 있는 게 흡족한 듯싶었다.
“어? 저 아기…….”
“신문에서 본 얼굴인데?”
대로를 오가는 이들 중에도 우리를 보고 발을 멈추는 이들이 있었다.
루시스가 작게 손을 흔들어 주자 멍한 얼굴로 자기도 손을 흔든다. 그 멍청한 얼굴이 마음에 드는지 루시스는 킥킥킥 작게 웃었다.
누군가 멍하니 위를 올려다보고 있자 다른 행인들도 하나둘 위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점차 퍼지더니 어느새 카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전부 이쪽을 한 번씩 쳐다보고 갔다.
개중에는 아예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듯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연예인이 된 기분이야.’
이 세계의 귀족들은 반쯤 셀럽이나 다름없기는 했다. 심지어 나는 오늘 아침 신문에도 등장하지 않았는가.
사실 이리될 것을 노리고 루시스와 함께 카페 나들이를 나온 것이기도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손이 닿지 않는 존재라 여겼던 이가 신문에서, 길거리에서 자꾸만 모습이 보인다.
악당인 줄 알았는데 착한 일도 많이 하더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딸이랑 데이트를 즐기고 있더라.
원래 악당이 착한 일을 몇 번 하면 그것만으로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사람들은 호감을 가지게 되는 법이었다.
‘내적 친밀감이 쌓이는 거지.’
마우솔레움 가문의 가장 큰 방어책은 공포다.
하지만 공포스러운 이미지는 역풍을 맞기도 쉬운 법, 그럴 때를 위한 단단한 지지층 역시 필요했다.
지구의 역사를 봐도 공포의 독재자들에게는 누구보다 단단한 지지층이 있지 않았는가.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루시스는 츄릅, 소리를 내며 고개를 홱 돌렸다.
하지만 문을 통해 들어온 것은 주문한 메뉴들이 아니었다.
“너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
이곳에서 누군가를 우연히 마주친다면 이리나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상상도 못 한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