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59)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59화(59/109)
별명 (2)
햇살이 내리쬐는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의 본관 앞에는 커다란 정원이 있고 그 중심에는 자그마한 연못이 하나 있었다.
지금은 메말라 버린 연못이 말이다.
구구구구-.
정확히 말하자면 연못의 물들은 모두 연못 위에 구처럼 뭉쳐서 떠 있었다. 마력으로 붙잡아 둔 것이었다.
‘루시스와의 새로운 마법 놀이.’
내 마력도 늘었고 새로운 기술들도 생겼기에 이제 우리의 마법 놀이도 스케일이 달라졌다.
절대영도를 이용한 물의 고정.
시계탑의 유리들을 고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난도였다.
“와……. 마력 소모가 장난 아닌데?”
얼마 유지하지도 않았는데 마력이 벌써 절반이나 빨려 들어갔다.
그마저도 루시스가 보조를 해 줘서 이 정도지, 혼자였다면 벌써 놓쳐 버렸을 터였다.
“흥흥흥~.”
반면 루시스는 찰흙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내가 간신히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물의 구를 마력으로 꾹꾹 다지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마력이 마치 루시스의 손처럼 움직였다.
“어우……. 더는 못 하겠다.”
마력이 거의 바닥날 때까지 쥐어짠 나는 중력 마법을 해제했다.
그러자 이제 자기 차례라는 듯 루시스가 쏟아지는 물을 받아 이리저리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풍선이라도 가지고 노는 것처럼 허공에서 물이 여러 가지 동물들로 모습을 바꾸는 걸 지켜보는 건 장관이 따로 없었다.
“와아…….”
“우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리의 마법 놀이를 구경하던 마렉과 마리아, 시녀와 정원사들이 입을 떡 벌리고 감탄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1성의 거의 절반을 왔지만 아직도 루시스의 끝없는 마력은 내게 있어 화수분과도 같았다.
잠시 루시스의 마술 쇼를 보던 나는 스킬 창을 불러냈다.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중급 중력 마법 (49%)
┃ 하급 마력 친화 (73%)
┃ 하급 마력 장악 (35%)
┃ 기초 다중 시전 (24%)
┃ 고학력자 (26%)
┃ 단단한 육체 (73%)
┃ 우월한 정신력 (48%)
┗━━━━━━
엘릭서를 이용해 중급, 하급으로 올라온 게 고작 며칠 전인데 벌써 40%, 50%씩 성장했다.
광대와의 싸움과 서커스단 토벌에서 얻은 성장이 어마어마한 데다가, 이 물을 이용한 마법 훈련은 퍼센티지가 실시간으로 쑥쑥 오르는 게 보일 정도였다.
‘광대와의 싸움에서 새로운 스킬도 얻었지.’
‘기초 다중 시전’ 스킬이 그것이었다.
이름 그대로 한 번에 여러 가지 스킬을 사용하는 데 부담을 덜어 주는 스킬이었다.
“…….”
문득, 잊고 싶었던 며칠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비명과 피로 점철되었던 끔찍한 토벌이 말이다.
‘후회는 하지 않아.’
내가 했던 행동은 모두 필요에 의해서 했던 일들이었다.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일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놈들은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을 마약에 중독시켜 자신들만을 위한 구렁텅이로 끌어들이는 놈들이었으니까.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똑같은 일을 하겠지.’
정말로 끔찍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망설임 없이 손에 피를 묻힐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얼핏 보면 모순되는 말이지만 내게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있었다.
시모어를 통한 잠식이 그것이었다.
‘시모어는 내게 있어 필요악이야.’
현대 지구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내가 유약한 사람인 걸까.
나는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에는 시모어만큼 냉철하게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시모어의 잠식을 이용해 놈의 특성을 빌려 온다면 가능했다.
‘스킬처럼 놈의 특성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놈은 그리 쉽게 내게 이용당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번처럼 잠식을 이용하다가 조금이라도 선을 넘는다면 놈은 귀신같이 나타나 나를 방해하려 들 터였다.
이번만 봐도 확실하지 않은가.
– 나도 네놈의 안에서 소위 말하는 ‘이 세계의 미래’를 봤다
놈은 내 안에서 내 정보를 공부하고 있었다.
내가 있던 세계를 공부하고, 그 세계에서 확정되어 있던 이 세계의 미래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빼앗겼음에 분노하기보다는 다시금 몸을 되찾기 위해 침착하게 인내하고 있는 것이다.
‘괜히 스킬로 ‘우월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닌 거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다.
보통 자기 몸을 빼앗아간 사람과 대면할 상황이 나오면 조종하거나 설득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분노를 쏟아 내는 게 먼저 아닌가?
문득, 시모어의 설정 원안을 짰던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주인공 플레이어가 시모어를 이길 수 있었던 건 스토리상 시모어가 방심을 해서였어요. 염원하던 드래곤의 힘을 손에 넣고 그 힘에 취해서 실수한 거죠.
– 시모어는 원래 지능캐예요. 악당캐가 아닌 흑막캐인 이유죠. 차라리 드래곤의 힘을 손에 못 넣었다면 끝까지 주인공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이용하다가 토사구팽한 뒤에 제국을 통째로 집어삼켰을걸요?
방심을 하지 않는 놈은 탈 중간 보스급의 스펙을 가졌다는 의미였다.
나에게 몸을 빼앗긴 놈이 내 앞에서 방심을 할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가능한 자주 대면하지 않고 내 안에 잠들어 있게 하는 게 최선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시모어의 힘을 가능한 빌리지 않는 것이 좋았다. 잠식을 봉인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베스트일 터였다.
“흠…….”
짧은 고민 끝에 나는 마음을 정했다.
마녀와 손을 잡기로 말이다.
* * *
“이번 시즌도 열렬한 성원이 이어지겠군요!”
럭스의 신작 디자인 회의가 끝나고서 안드레가 상기된 얼굴로 한 말이었다.
“정말 어찌나 아이디어가 넘치시는지 꼭 패션 세계에서 오신 패션 신의 사도 같으십니다!”
틀린 말만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저 작게 미소 지었다.
곧 여름이다.
벌써부터 사람들의 옷차림새는 얇아지고 밝아지고 있었다.
생리적 현상보다 품위에 신경 쓰는 귀족들이래도 럭스의 블랙 슈트가 점점 부담으로 다가올 계절이었다.
‘이른바 서머 시즌이라는 거지.’
계절에 맞춘 새로운 패션을 선보일 시기였다.
들어가는 양모의 양을 줄여 얇으면서 쿨 계열 색감을 사용해 만든 재킷과 베스트, 넥타이가 그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한 가지 이벤트가 더 있었다.
‘이른바 성원 보답 이벤트.’
지난 봄 시즌 동안 럭스는 귀족들에게 넘쳐나는 사랑을 받았다.
마우솔레움 가문의 가장 큰 수익원이 영지 농업과 마우솔레움 공방에서 럭스로 바뀔 정도로 말이다.
이에 감사하는 의미로 서머 시즌의 신제품들을 선보이는 장소는 럭스의 본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기로 했다.
‘추첨을 통해 구매자들 중 한 명의 저택, 혹은 소유의 건물에서 패션쇼를 선보이는 거지.’
당첨된 고객 입장에서도 영광이고 이쪽에선 더욱 결제를 북돋을 수 있으니 윈윈인 기획이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구매를 많이 한 고객일수록 당첨될 기회가 컸으니까.
“성원 보답 행사 추첨은 끝났댔나?”
“그렇습니다. 아주 특별한 분이 당첨되셨습니다!”
“누군데?”
“마탑주님입니다!”
“…….”
나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부정이 개입하지 않은 게 확실해? 마법적인 술수는? 추첨 전에 아티팩트 마력 검사는 해 봤어?”
“에이, 백작님도 참. 마탑주님을 뭐로 보시는 겁니까. 그분은 아주 훌륭하신 분입니다.”
안 되겠다. 이놈, 촌놈이라 그런지 마법사에 대한 환상으로만 가득 차서 말이 안 통한다.
“……?”
그때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루시스를 확인해 보자 내게는 관심도 없이 황자가 선물했던 보석통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뭔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던 내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
서재의 문 위에 그림 하나가 걸려 있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맑은 눈의 광인이-.
온몸을 달리는 소름에 나는 새된 소리를 냈다.
“알프레드!”
내 부름에 알프레드가 빠르게 나타났다.
나는 마탑주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물었다. 내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 초상화가 왜 저기에 걸려 있는 거지? 분명 창고에 박아 두라고 했을 텐데?”
알프레드는 초상화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확실히 창고에 넣어 뒀습니다만…….”
그 말에 내 팔뚝에 닭살이 돋아나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이번엔 내 개인 금고에 넣어 둬. 제일 문이 두꺼운 녀석에다가!”
“알겠습니다.”
알프레드는 작은 사다리에 올라 그림을 떼어 내 가져갔다.
초상화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온몸에서 소름이 멈추질 않았다.
* * *
루시스의 과외 날이 되었다.
나 역시 과외에 참여해야 하는 몸이었기에 다소곳이 루시스의 놀이방에 앉아 이리나를 기다렸다.
루시스는 어쩐 일로 제 몸을 더럽히지 않았다. 대신 내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백작님. 루시스 양도 안녕하신가요.”
이리나가 그 모습에 기뻐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오늘은 단장을 거부하지 않으셨군요. 제 과외가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흐흥.”
루시스는 그런 이리나를 보며 팔짱을 끼며 으스댔다. 나는 루시스의 바디랭귀지를 해석해서 전달했다.
“자기 몸을 더럽히지 않은 것에 감사하라는 의미야.”
이리나는 잠시 이해를 못 했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가 다시 물었다.
“그걸 왜 제가 감사해야 하죠?”
루시스의 표정을 슬쩍 확인했다.
입술의 우쭐한 각도가 조금 더 올라가 있었다.
“귀찮은 일을 하나 줄여 줬으니까.”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만.”
이번에는 고개가 왼쪽으로 약간 돌아갔다.
“어찌 되었든 시간을 아끼게 해 줬잖아? 내게 감사하는 게 좋아.”
“……통역가십니까?”
이리나는 잠시 어이없다는 듯 나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루시스는 과외 때면 언제나 쓰는 하얀 드래곤 인형을 꺼냈다.
그러고는 인형의 주둥이를 내 손에 가져다 대며 소리 냈다.
“왁, 왁.”
아무래도 무는 흉내를 내는 모양이었다.
“아야, 아야.”
적당히 아파하는 소리를 내줬더니 몹시 만족스런 얼굴을 하는 루시스였다.
하지만 이리나가 제 가방에서 제 것보다 더 큰 드래곤 인형을 꺼내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제대로 장인에게 맡겨서 만들었구나, 싶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이는 인형이었다.
이빨은 물론 비늘 하나하나의 디테일까지 다 살아 있었으니까.
저것에 비하면 루시스의 인형은 말 그대로 어린애 장난감이나 다름없었다.
제 것과 이리나의 것을 홱홱 번갈아 보는 루시스.
“이번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시면 선물로 드릴게요.”
“으으음…….”
아무래도 저번 수업의 실패 이후 이리나도 칼을 갈고 온 모양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도 어디 한번 지켜보겠다는 듯 팔짱을 끼는 루시스.
“마음에는 안 들지만 넘어가 주지. 어디 한번 이 몸이 집중케 해 봐라.”
“…….”
이리나는 미소와 함께 나를 바라봤다. 화내는 얼굴보다 무서운 웃는 얼굴이었다.
나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내 입에 단추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