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1)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61화(61/109)
별명 (4)
연극은 전형적인 영웅담에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곁들인 작품이었다.
무대 장치나 음성 증폭 아티팩트가 여러 가지로 미흡하긴 했지만 그건 현대 지구인의 눈에서 봐서 그렇지 이 세계 기준으로는 꽤 훌륭한 축이었다.
‘연기도 나쁘지 않고. 스토리도 조금 뻔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잘 뽑은 편이고.’
내가 극장을 찾은 것은 루시스의 장래 희망 탐색을 위해서도 있었지만 겸사겸사 사업체를 순방하는 의미도 있었다.
나는 눈을 돌려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1층의 평민 관객석에서는 사람들이 숨도 쉬지 않고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박스석인데.’
귀족들은 연극을 매일같이 보는 이들이기에 조금만 재미가 없으면 박스 안에서 카드 게임이나 술판을 벌이곤 했다.
하지만 박스석마다 툭 튀어나와 있는 옵큘러스를 보아하니 그럴 걱정은 없어 보였다.
‘극장 운영은 내가 터치할 필요가 없어 보이네.’
연극보다 그 사실이 더 만족스러운 것을 보니 나도 완전히 사업가가 다 된 모양이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와 함께 연극이 끝나자 나는 루시스를 깨웠다.
“루, 일어나.”
“웅…….”
팝콘 통을 끌어안고 잠들었던 루시스가 눈을 끔뻑거렸다.
나는 잠기운에 정신을 못 차리는 루시스의 귓가에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저녁은 뭐 먹을까?”
그러자 언제 졸렸냐는 듯 루시스는 고개를 번쩍 들고 말했다.
“꼬기.”
제 몸통만 한 팝콘 통을 다 비우고도 고기를 드시고 싶으시단다.
과연 육식 애호가인 흑룡의 피가 흐르는 루시스였다.
나는 루시스를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루시스의 전신에서 팝콘의 고소한 냄새가 풍겨 왔다.
“그러면 우리 치킨 먹으러 갈까?”
“치킨?”
잠시 고개를 갸웃한 루시스는 이내 입을 동그랗게 말며 박수 쳤다.
“오, 치킨 죠아.”
나는 고소해진 루시스의 이마에 입술을 한번 꾹 누른 뒤 박스석을 나섰다.
* * *
그레니엄에는 마우솔레움 가문 소유의 레스토랑이 13개소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오페라하우스와 가장 가까운 데다가 대광장에 위치해 있어 가장 호화로운 레스토랑, ‘검은 밤’으로 향했다.
“가주님 오셨습니까!”
검은 밤에서는 레스토랑 운영을 맡고 있는 방계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나를 반겼다.
13개소의 레스토랑을 모두 총괄 운영하는 젊은 방계였다.
“장사는 잘되고?”
“새로 개발해 주신 메뉴 덕에 매일같이 예약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역시 돈만큼 사람의 충성을 사기 쉬운 것도 없었다.
방계는 나를 레스토랑의 가장 중심 자리로 안내했다. 굉장히 의도가 다분한 자리 안내였다.
“저기 봐. 시모어 백작이야.”
“아기 광휘룡님도 계셔.”
우리는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흐흥.”
루시스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에 콧대를 세우며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
“주문은 어떻게 하시…….”
“치킨.”
“……겠습닊……. 예. 치킨으로 드리겠습니다.”
웨이터가 당황할 정도의 주문 속도였다.
레스토랑 검은 밤에서는 치킨을 판매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치킨 전문점을 차리기 전에 얼마나 사람들에게 먹힐지, 적정 가격은 얼마일지를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곳은 귀족들이 자주 찾는 가게이기에 여러 가지 값비싼 개선점이 들어가긴 했다.
“오아아…….”
잠시 후, 웨이터가 버킷에 치킨을 담아 오자 루시스는 코를 킁킁거리며 군침을 뚝뚝 흘렸다.
웨이터가 테이블을 돌며 우리의 접시에 솜씨 있게 치킨을 두 조각씩 올렸다.
‘이게 주방장이 심혈을 다해 개선한 고급 치킨이다, 이거지.’
닭을 염지할 때 칠리파우더를 써서 튀김 특유의 느끼함을 제거하고 반죽에는 버터밀크를 넣어 부드러운 고소함을 더한 치킨이었다.
이 메뉴가 얼마나 잘 나가는지는 레스토랑 손님들 절반의 접시 위에 치킨이 올라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 먹자.”
“와아앙.”
루시스는 기다렸다는 듯 포크로 고기를 한 점 찍어 입에 넣었다.
나는 나이프로 치킨을 한입 크기로 썰었다.
이 가게의 치킨은 요리법에만 개선이 가해진 것이 아니었다.
고기를 손으로 잡고 뜯는 건 야만적이고 서민적이라 여기는 귀족들을 위해 보조 주방장들이 일일이 뼈를 발라낸 순살 치킨이었다.
나는 나이프로 썰어 낸 치킨을 입에 넣었다.
덥석.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껍질, 부드럽고 촉촉한 와중에 약간의 매콤한 속살.
그 맛의 앙상블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음~.”
개선점도 개선점이었지만 치킨 본연의 맛도 드워프들과 함께 먹었던 그때보다 훨씬 발전되어 있었다.
마우솔레움 주택의 주방장이 검은 밤의 메인 셰프와 머리를 맞대고 짠 레시피에 나 역시 몇 가지 조언을 던져 준 결과였다.
‘검은 밤의 수익이 수직 상승한 이유가 있어.’
평민 벌이로는 엄두조차 못 낼 가격임에도 매일같이 예약이 끊기지 않고 있다 들었다.
정말로 마법 같은 맛이라며, 매일 아침마다 귀족 저택의 사용인들이 예약을 위해 가게 앞에 줄을 선다는 것이다.
‘마법은 개뿔, 현대 레시피의 힘이다.’
내가 먹어도 맛있는 요리이니,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이 맛이 얼마나 신세계이겠는가.
“줄줄줄-.”
어느새 두 조각을 모조리 해치우고 내 치킨 조각을 보며 군침을 흘리는 루시스.
내가 손짓하자 웨이터가 황급히 루시스의 접시를 채워 줬다.
“그냥 그 버킷 통째로 두고 가.”
“예, 알겠습니다!”
잠시 후, 우리는 둘이서 치킨 세 마리를 깔끔하게 해치웠다.
물론 나는 한 마리밖에 안 먹었다.
“후와!”
루시스는 빵빵해진 배를 기분 좋게 문지르며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배불리 먹고 축 늘어진 그 모습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직원에게 후식을 내어 오라 일렀다. 모든 메뉴를 하나씩 말이다.
잠시 후, 우리 테이블에는 각종 과일과 쿠키, 아이스크림의 정원이 펼쳐졌다.
루시스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을 놀렸다.
‘밥 들어가는 배랑 디저트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다더니 과연…….’
루시스는 디저트까지 양껏 먹어 배를 채웠다.
“배불러…….”
루시스는 터질 것 같은 배를 쓰다듬으며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 * *
배가 부르자 루시스는 레스토랑의 오케스트라 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 한쪽의 무대 앞에 서서 귀를 기울이기까지 했다.
“……!”
연주자들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평소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연주를 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연주 팀의 연주가 끝나자 루시스는 양손을 몇 번 마주쳐 박수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기 광휘룡님!”
연주자들이 청취자에게 더욱 허리를 숙여 감사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흐흥.”
물론 루시스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자신에게 좀 더 감사하라며 뻔뻔하게 콧대를 드높이고 있는 루시스를 들어 품에 안았다.
“연주, 듣기 좋았어?”
“응.”
“너도 한번 해 볼래?”
“응?”
눈을 동그랗게 뜨는 루시스의 이마에 나는 가볍게 입술을 댔다.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이 꼭 연극에만 있는 건 아니야.”
나는 연주자들에게 고갯짓하며 무대에 올랐다. 연주 팀은 내게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무대에서 내려갔다.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레스토랑의 모든 시선이 모였다.
어쩌면 내일 아침 신문에는 ‘레스토랑 오너 일가의 무개념 행동’이라는 기사가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싶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루시스를 무릎에 앉혔다.
“자, 간단한 연주를 하나 알려 줄게.”
나는 양손에 손가락을 하나씩 세우고 건반을 천천히 누르기 시작했다.
젓가락 행진곡이었다.
“오?”
루시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렇게 간단한데 이렇게 좋은 노래가 나온다고?’ 하는 표정이었다.
한 소절의 연주를 끝내고서 나는 루시스의 자그마한 손을 들어 건반 위에 올렸다.
“자, 따라 해 봐.”
루시스는 조심스레 건반을 눌러 보더니, 이윽고 신이 나서 건반을 마구잡이로 눌러 댔다.
누르는 대로 소리가 나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킥킥킥!”
잠시 마구잡이 즉흥곡을 연주하던 루시스는 조금 전 내가 연주했던 것을 따라 건반을 짚었다.
나는 루시스보다 한 키 높은 건반에서 함께 연주를 진행했다.
딴딴, 딴딴, 딴딴-♪
느리지만 조화로운 곡조가 나와 루시스를 에워쌌다.
쌀쌀한 밤이건만 따스한 온기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졌다.
루시스는 건반을 두드리다가 나를 올려다봤다.
반짝이는 눈빛 안에 단단한 꿈이 담겨 있었다.
“……루.”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너는 뭐든지 될 수 있어.”
루시스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광휘룡이든, 배우든, 연주자든. 너는 네가 꿈꾸는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품는 것은 모든 아이들의 타고난 권리이니까.
“흐흥!”
당연한 소리라는 듯, 루시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 입꼬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었다.
* * *
마우솔레움 백작가는 바캉스 준비로 분주했다.
직계 가족들과 알프레드, 몇몇 시종들, 호위를 맡은 헬라와 기사단원 일부만 움직이는 것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이미 수도 한복판에서도 습격을 받았던 직계 일원들이었으니 말이다.
“레스팅 호수로 간다고?”
곧 방학을 맞이하는 시아는 신이 나서 바캉스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작년에 친한 영애들이 거기 다녀왔었는데 뱃놀이가 정말 즐겁대! 나도 낚시해 봐도 돼? 아니야, 무조건 할 거야!”
그렇게 떠들어 대는 시아의 눈동자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아카데미는 기말고사 시즌이 한창인 탓이었다.
“아카데미는 좀 어때? 사제들은 조용해?”
“응. 아예 나랑 같이 듣는 수업에는 출석 자체를 안 하던데.”
그 말에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자본주의 효과 제대로구만.
“시험공부 하다가 어려운 거 있으면 말하고.”
“오빠가 알려 주게?”
“학자들 불러 주게.”
돈지랄로 준비하는 기말고사였다.
“마력 회로 주조소는 어때, 시몬?”
“회로 각인사들이 매일같이 야근을 해야 할 정도야.”
축성 회로도 축성 회로였지만 다른 회로들에 대한 수요도 폭발했다.
광대의 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 내고도 참여객들의 인명 피해가 하나도 없었다는 명성 덕이었다.
“시계탑 수리는 잘 돼 가고?”
“그건 몇 주 걸릴 것 같아.”
다행히도 시계 자체는 멀쩡했지만 그 위를 덮는 유리 덮개를 통째로 갈아야 했다.
이 세계는 유리 가공 기술이 지구보다 떨어지기에 돈이 썩어나는 대귀족이라도 몇 주를 기다려야 했다.
“각인사들에게 휴가랑 보너스 확실하게 챙겨 줘. 네 바캉스 건에 대해서 불만이 전혀 나오지 않도록.”
“응. 알겠어.”
동생들도 동생들이지만 나 역시 바캉스 전에 끝마쳐야 하는 일이 있었다.
‘새로운 기둥의 탄생을 투표하는 암흑가 회의.’
헤이든의 기둥 등극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가 오늘 열릴 예정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마녀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라 말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