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2)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62화(62/109)
신체 이식 (1)
나는 다른 기둥들보다 조금 일찍 회의 장소에 도착했다.
언제나와 같은 회의 장소, 열세 번째 교회였다.
“일찍 오셨네요.”
이곳을 거처로 삼고 있는 마녀, 벨라가 나를 반겼다.
“시간이 남으셔서 오신 건 아닌 것 같고……. 제안에 대한 대답을 하러 오셨나요?”
마녀는 내게 동맹을 맺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마녀가 실제적으로 노리는 것은 동맹이 아니었다.
‘내 손을 잡고 자신을 버린 교회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 하지.’
마녀의 노림수는 명확했다.
나와 동맹을 맺고 곁에 두는 것만으로, 훗날 마녀가 자신의 정체를 밝혔을 때 나는 그녀의 지지 세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말이다.
순식간에 마녀와 루시스, 나는 현 교회에 반항하고 대항하는 아이콘이 되겠지.
‘그렇게 되는 순간 교회는 성자와 함께 내 적이 될 거야.’
나는 성자는 몰라도 교회는 적대할 생각이 없었다. 돈만 내면 충분히 내 손을 잡아 주는 손쉬운 집단이 교회였으니까.
‘하지만 마녀의 손을 밀어 낼 수만은 없어.’
나는 광대를 죽이고 그의 조직을 말살했다.
암흑가의 기둥끼리 싸움이 잦다고는 하지만 이다지도 깨끗하게 상대의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린 적은 없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다른 기둥들이 손을 잡고 나를 공격하면 버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
암흑가의 1인자, ‘까마귀’는 암흑가의 죽음을 지배했다. 그레니엄 유일의 암살 길드가 그의 것이었다.
2인자인 ‘오거’는 암흑가의 폭력을 지배하고 있었다. 힘 좀 쓴다 하는 덩치들은 모두 그의 조직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마녀와 손을 잡는다면…….’
마녀는 뒷골목의 거의 모든 여인들을 통솔하고 있다. 뒷골목의 절반이 그녀의 영역이라는 의미였다.
오거보다는 못하지만 무력을 동원할 수 있고 까마귀보다는 못하지만 살수를 고용할 수 있다.
거기에 정보 길드에 버금가는 정보력까지 쥐고 있었다.
내 안전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이 동맹은 잡는 게 맞다.’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많았다.
막말로, 마녀가 자신의 정체를 밝힐 때까지 살아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원작 게임에서도 서브 스토리로만 존재했을 뿐 마녀가 교회를 뒤집는 데에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암흑가의 범죄자. 주인공의 서브 스토리는 마녀를 돕는 것이 아닌 저지하는 것이었으니까.
“좋아. 그 동맹, 하도록 하지.”
“생각보다 시원하시네요.”
“단, 조건이 있다.”
“뭐죠?”
나는 달그락 소리와 함께 찻잔을 내려놨다.
“나는 너의 명령은 듣지 않을 거다.”
“물론이죠. 그게 동맹인걸요.”
“하지만 너는 나의 명령을 들어야 해.”
“……저기, 동맹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모르시나요?”
“싫다면 이 동맹 제안은 파기다.”
마녀의 미간이 조금 구겨졌다.
나에게도 마녀와의 동맹은 필요했다. 하지만 서로가 더 필요한 것은 마녀였다.
복수를 쫓는 자들은 눈앞의 뼈다귀를 쫓는 개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인생에 목표가 없는 게 복수자들이었다.
“좋아요. 알겠어요.”
성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부당한 명령을 내릴 경우 저도 동맹을 파기하도록 하겠어요.”
“물론이다. 동맹에게 얼토당토않은 명령을 내릴 정도로 무자비한 인간은 아니야.”
“…….”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흘겨보는 마녀의 시선을 무시하며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이번 기둥 회의 때 헤이든이 기둥이 되는 것에 반대표를 던져라.”
“네?”
“그리고 다른 기둥들도 최선을 다해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라.”
마녀는 상상도 못 한 명령이라는 듯 눈을 둥글게 떴다.
암시장의 사장, 헤이든은 동맹으로서도 유용하지만 그가 가진 위치와 기술로 더욱 유용한 남자였다.
마녀가 반대표를 행사한다는 소문이 들리면 그의 입장에서는 그를 지원하기로 한 나에게 더욱 매달리게 될 터.
나는 그에게서 뜯어내야 할 것들이 많았다.
* * *
“솔직히 말하자면 마뜩잖네요.”
헤이든의 기둥 등극 여부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었다.
“암시장이 ‘암흑’가에 어울리기에는 조금 뭐랄까……. 채도가 높지 않아요?”
헤이든은 마녀의 반대는 상상도 못 했다는 듯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의 등극 여부에 대한 회의였기에 헤이든은 발언권이 없었다.
“네가 반대할 줄은 몰랐군, 마녀.”
오거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너는 암시장의 주요 고객 중 하나 아니었나?”
“귀족들이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모든 귀족들이 자기 타운하우스에 교회를 짓는 건 아니죠. 오히려 주요 고객이기에 볼 수 있는 것도 있답니다.”
마녀는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찬성표를 던지려던 사람이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능청스레 연기했다.
“광대를 통해 느낀 게 없나요? 난 이제 딱히 상인이라는 존재들은 믿지 못하겠어요. 물론 당신은 예외지만요, 노예 상인.”
노예 시장의 장을 맡고 있는 기둥, ‘노예 상인’은 마녀의 말에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가 성녀이던 시절부터 그녀의 열렬한 추종자였다는 노예 상인은 마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긍정하는 이였다.
“광대는 시모어가 기껏 다른 도시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기회를 준다는데도 자신만의 좁은 시장을 지키려고 악착같이 덤벼들었죠. 우리 ‘암시장의 왕자님’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있나요?”
“타지의 보물을 훔쳐 와 파는 암시장인 만큼 건드릴 수 있는 시장이 넓어지면 좋아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죠. 지금은 자신만의 숨겨진 루트가 있었겠지만 시모어의 계획대로라면 우리 모두가 바깥의 시장에 손댈 수 있게 되잖아요?”
“흠…….”
“막말로 우리가 회색시장이라도 열지 누가 알겠어요? 헤이든 씨가 그걸 경계해 또다시 기둥 간의 내전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겠고요.”
“그건 과한 생각이다. 게다가 헤이든이 내전을 일으킨다 해도 그 역시 암흑가에서는 문제 될 것 없는 일이라는 걸 너도 알 텐데.”
오거와 마녀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둘의 언쟁을 한참 동안 지켜보던 나는 적당히 둘의 논쟁을 끝냈다.
“좋아. 이제 의견은 충분히 나눈 것 같으니 투표로 정하지.”
오거와 까마귀는 찬성표를 던졌다.
내가 암흑가에게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 양지로의 커넥션과 다른 도시로의 확장이다.
헤이든을 들이면 양지로의 커넥션은 해결이 되니 내게 의지할 필요가 적어진다.
광대의 죽음으로 나를 경계해야 할 이유가 생긴 둘에게 헤이든은 최고의 대응 패가 될 터였다.
‘마녀는 반대표, 마녀의 추종자인 노예 상인 역시 반대표.’
정보 길드의 마스터인 ‘그림자’는 언제나 그렇듯 중립, 즉 기권표였고.
나 역시 그러했다.
“……!”
배신당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헤이든.
그 순진한 눈빛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나는 꾹 눌렀다.
“동률이로군. 이 경우 어떻게 되지?”
나는 빤히 알면서도 오거에게 물었다.
나의 기권표가 예외라는 듯 오거는 잠시 나를 보며 턱을 쓸다가 답했다.
“다시 한번 회의를 갖고 재투표를 해야 한다.”
“그렇군. 그러면 다시 지루한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하지.”
나는 대답은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뒤를 바삐 따라오는 발소리에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 * *
헤이든은 황급히 시모어를 따라 회의실로 쓰이는 예배당을 뛰쳐나왔다.
“시모어! 이야기가 다르잖아!”
헤이든은 시모어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헬라가 앞을 막아섰다.
“……!”
헤이든은 거대한 벽과도 같은 헬라의 모습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흑백 슈트를 입고 눈가에 마력 회로를 새긴 헬라의 모습은 어지간히 사나운 이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었다.
“내게 할 말이 있나, 헤이든.”
시모어의 말에 헤이든은 다시 한번 울컥했다.
“네가 더 잘 알 텐데, 시모어……!”
시모어는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헤이든에게 따라오라 손짓했다.
둘은 과거에 사제실로 쓰였던 한 방에 들어갔다. 헬라는 문 앞을 지키겠다는 듯 실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게 헤이든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네게 협력하면 나를 기둥에 올려 주겠다고 했잖아! 좀 전의 기권표는 뭐야?”
시모어는 대답 대신 느긋한 움직임으로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래. 그런 약속을 했었지.”
시모어는 놀랄 것은 하나도 없다는 듯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
헤이든은 이를 악물었다.
“귀족이라는 계급을 달고 있으면서 제 약속을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한다고? 네가 그러고도 백작이냐, 시모어!”
시모어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이를 드러냈다.
“너는 마우솔레움을 치려고 했다. 내가 그날 럭스에 가지 않았다면 너는 분명 합세해서 나를 공격했겠지.”
“그래서, 그 대가를 치르라는 거냐.”
“아니. 보답을 하라는 거지.”
“보답? 무슨 보답?”
“네가 광대와 함께 나를 공격했다면 뒷골목 묘지에 묘비가 하나 더 늘었을 테니까.”
헤이든은 입을 닫아야 했다.
시모어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어서였다.
‘광대를 순식간에 제압했다고 했지. 아무런 인명 피해도 없이.’
자신이 광대에게 협력했다 해서 무엇이 바뀌었을까?
애초에 헤이든이 가진 무력 수단 중에 대외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암시장의 경비 병력뿐이었다.
물론 그들은 헤이든이 직접 관리하는 병력이지만 광대의 정예 병력들조차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하는 게 시모어가 아닌가.
심지어 시모어는 단신으로 광대를 이겼다. 그에 반해 헤이든은 개인이 가진 무력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꿀꺽.”
그제야 헤이든은 제 상황을 깨달았다.
자신은 암흑가의 가장 강력한 마법사와 독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시모어의 모습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백색 사제복과는 반대되는 흑백의 슈트와 언제나 온화한 사제들과 달리 차가운 표정.
그런 주제에 사제실의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죽음의 신을 섬기는 사제와도 같아 보였다.
“……좋아. 원하는 게 뭐냐.”
헤이든은 고개를 숙였다. 무력도 무력이지만 지금 자신에게는 이 남자의 협력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했으니까.
게다가 헤이든의 상인으로서의 감이 시모어도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고, 협조만 하면 죽이지는 않을 거라고 외치고 있었다.
“미리 말해 두건대 경매 물품의 우선 구매권 같은 것은 아무리 기둥 자리가 걸려 있다고 해도 절대로 못 넘겨.”
“암시장에 관해서는 드래곤 소재의 물건이 경매에 올라왔을 때 잊지 않고 매번 내게 알리는 것으로 충분해.”
‘암시장에 관해서는’. 그 말에 헤이든은 눈을 가늘게 떴다.
“대체 내게 뭘 바라는 거냐.”
“마수 신체 이식 기술.”
“……!”
헤이든의 눈이 커다래졌다.
마수 신체 이식 기술.
몬스터의 신체 부위를 인간에게 이식해 그 힘을 사용하게끔 하는 금지된 비술.
헤이든이 남들 몰래 암시장의 막대한 자본을 들여 연구하고 있는 기술이기도 했다.
헤이든은 반사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실내에 둘 외의 사람이 있을 리는 없었다.
헤이든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대체 네놈이 그걸 어찌 알고 있는 거지?”
마수 신체 이식 기술은 황실과 교회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비술이었다.
만일 발각된다면 그것만으로 삼족이 화형당할 정도의 금기 중의 금기였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시모어의 의뭉스러운 목소리에 침음성을 내던 헤이든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암시장에 드래곤 소재의 물건이 들어오면 알려 달라……. 거기에 마수 신체 이식 기술……?’
헤이든의 온몸에 소름이 달렸다.
“설마 네놈, 드래곤의 신체를 이식하려는 생각이냐?!”
드래곤은 마수가 아니다.
한없이 신에 가까운 존재들이며 실제로 신으로 승천한 존재도 있는 종족이다.
반신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그것을 자신의 몸에 이식하겠다고?
마수 신체 이식 기술로?
헤이든은 그럴 리 없다고, 한순간이지만 자신이 억측을 했다고 생각하려고 했다. 시모어가 아무 말 없이 미소 짓고 있지 않았다면.
“미쳤군. 단단히 미쳤어!”
범인들은 신체를 이식한다는 발상 자체를 하지 못한다.
마법사들 중에서도 마수의 신체를 인체에 이식한다는 상상은 하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마수 신체 이식 기술을 연구하는 헤이든조차 드래곤의 신체를 이식한다는 광상(狂像)은 떠올려 본 적조차 없었다.
“말도 안 된다고!”
오히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동심에나 떠올릴 법한 일이 아닌가?
신의 몸을 제게 이식한다는 발상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헤이든의 격렬한 부정에 시모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품격은 외면에서부터 온다고 했지. 그러면 내면에서는 뭐가 나오는지 아나? 힘과 권위다. 카리스마라고도 하지.”
“네놈의 그것은 광기야!”
그 말에 시모어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조금 전까지 냉철한 얼굴을 짓고 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헤이든은 조금도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눈앞의 존재에게서 꺼림칙함을 느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한참을 웃은 시모어는 간신히 웃음을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찔, 헤이든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그는 눈앞의 존재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광기야말로 가장 흉포한 카리스마 중 하나야.”
시모어는 흐트러진 헤이든의 옷깃을 털어 주며 말했다.
“동의하지 않아?”
그 말대로였다.
헤이든은 시모어의 손길이 옷 위를 스치는 것을 느끼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