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3)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63화(63/109)
신체 이식 (2)
잠시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회의가 재개되었다.
나와 헤이든이 대화를 끝내고 왔음을 확인한 성녀도 찬성표를 던졌다.
나 역시 찬성표를 던졌기에 결과적으로 찬성 넷, 반대 하나, 기권 하나로 헤이든의 기둥 등극안은 가결되었다.
“흐음…….”
자신이 모르는 거래가 오갔음을 눈치챈 오거는 불쾌하다는 얼굴로 나와 마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암살 길드의 마스터인 까마귀와 정보 길드의 마스터인 그림자는 별말 없이 조용히 자리를 떴고, 노예 상인은 마녀와 대화를 몇 마디 나누고 역시 자리를 떠났다.
“시모어. 네놈이 무슨 짓을 꾸미려는지 모르겠지만…….”
오거는 거구에 어울리는 느릿한 말투로 내게 경고했다.
“더 이상은 날뛰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걱정 마라, 오거.”
나 역시 그에게 경고를 날렸다.
“나는 결코 누군가를 먼저 공격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
오거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돌렸다.
“그 말. 기억해 두도록 하지.”
서로 간에 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목표는 암흑가의 첫 번째 기둥, 즉 수장이 되는 거지 모조리 처죽이는 게 아니었으니까.
나와 마녀, 헤이든만 남은 교회에서 누군가의 억울해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를 속였던 겁니까?”
헤이든이었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마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속은 게 어지간히 억울했던 모양이다.
마녀는 그 눈빛에도 어깨를 으쓱이며 가면 아래로 미소 지을 뿐이었다.
“글쎄요. 저도 이용당한 참이라.”
둘의 시선이 저절로 내게 향했다. 나는 뻔뻔하게 답했다.
“암흑가에서는 아무도 믿지 마라. 선배 기둥으로서 주는 첫 번째 교훈이다.”
“…….”
헤이든의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마녀는 작게 웃으며 헤이든의 손등을 토닥였다.
“어쨌든 앞으로 잘 부탁해요, 새로운 기둥.”
“……예.”
“암시장에도 자주 놀러 갈게요.”
“예. 감사합니다.”
마녀는 헤이든도 자신의 동맹 세력에 포섭하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갈까, 헤이든.”
헤이든의 얼굴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
회의가 재개되기 전에 놈은 나와 계약을 했다.
찬성표를 던져 주는 대신 내게 마수 신체 이식 기술을 심어 주기로 말이다.
“……그래.”
프롬의 이름으로 한 계약이었기에 놈은 거부할 수도 없었다.
* * *
나는 헬라와 함께 헤이든의 암시장으로 향했다.
암시장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구시가지의 극장 건물이었다.
그레니엄이 발달하면서 신시가지가 개발되고 자연히 귀족들의 발걸음이 끊기며 폐업을 하게 된 극장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지어진 암시장이라니.’
그레니엄에는 암흑가의 세력이 강하고 이미 수많은 귀족과 황족들이 암시장의 고객이기도 하기에 암시장은 버젓이 지상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대부분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암시장이 더욱 은밀한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지어진 거대한 가림막이라는 것을.
“대체 어디서 이곳에 대한 정보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이든은 암시장의 가장 높은 층,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복도에 서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서 본 것은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돼.”
“걱정 마라. 내 몸에 그 기술이 새겨지는 순간 너와 나는 운명 공동체가 되는 것이니까.”
헤이든은 작게 한숨을 쉬며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액자의 한쪽 끄트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덜컹-.
기계장치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막힌 길이었던 복도의 안쪽 벽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는 가파른 계단이 놓여 있었다.
“따라와.”
지하로 이어지는 길고 긴 계단은 중간중간 또 다른 비밀 입구와 경호원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었다.
‘보안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어.’
이곳에서 연구하는 것들의 위험성과 가치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긴 보안 절차 끝에 도착한 지하 연구실에서는 마수와 사람을 이용한 생체 실험이 한창이었다.
오크, 코카트리스, 바실리스크……. 수많은 마물들이 해체되어 있고 그 신체 부속들을 수술대 위의 인간에게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 거지만, 저 실험 대상들은 모두 지원자들이야.”
헤이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수 신체 이식 기술의 주 판매 고객은 그레니엄이 아니라 지금도 자기들끼리 치고받으며 싸우고 있는 중소 왕국들이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조국의 안위가 더 중요한 애국자들의 지원이 끊이질 않는다는 게 이 비밀 연구실의 설정이었다.
‘암시장을 통해 몬스터의 사체를 수급하고, 전쟁 중인 왕국들에게서 무상으로 지원자를 받아 기술을 발전시키는 거지.’
물론 성공된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 낸 진짜배기 키메라들은 비싼 값에 팔아 치우고 있었다.
“호오? 사람 팔 대신 이런 것들을 다는 거야?”
헬라는 벽에 걸려 있는 트롤의 거대한 팔뚝을 보며 감탄했다.
“그게 돼? 내 말은, 제대로 움직이나?”
“움직이긴 움직여. 며칠 못 가서 문제지.”
헤이든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구기며 말을 이었다.
“거부 반응 때문에 자꾸만 썩어 들어가. 여기서 간신히 이식에 성공해도 왕국에 도착할 즈음이면 반쯤 죽어 가니…….”
그런 문제가 있으면서도 굳이 그레니엄에 연구실을 두는 이유는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이었다.
그레니엄에서는 암흑가가 두려워서라도 제대로 암흑가에 대한 순찰 및 소탕을 하지 않기에 이런 비밀 연구실이 숨어 있기도 좋았다.
‘나무는 숲에 숨겨라……. 뭐, 그런 거지.’
헤이든은 나를 연구소 안쪽의 자신의 사무실로 이끌었다.
자리에 앉자 곧바로 본론을 꺼낸다.
“일단 요구대로 연구실에 데리고는 왔지만 당장 마수 신체 이식 수술을 할 수는 없어.”
“어째서지?”
“이식할 마수의 신체를 가지고 와야지.”
시치미를 뚝 떼는 헤이든을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그사이 잘 배웠군. 하지만 속일 상대가 좋지 않아.”
“…….”
“모판 기술은 이미 완성이 되어 있을 텐데, 헤이든.”
“……!”
헤이든의 미간이 와락 일그러졌다.
“……제길.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마수들 중에는 비물질적인 마수들도 많다.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불사조라거나, 유령들이라거나 말이다.
그런 마수들의 일부를 신체에 이식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일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동화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원작의 시모어가 루시스의 드래곤 하트를 제 심장으로 삼은 것처럼.’
사람의 육체를 마수의 것과 동화시키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 신체 부위의 마력과 영혼을 도려내는 것.
그렇게 동화를 위한 준비를 마치는 것이 ‘모판’ 기술이었다.
“……진심이냐, 시모어?”
헤이든은 질렸다는 얼굴로 물었다.
“진심으로 드래곤의 육체를 몸에 이식하겠다는 거냐?”
“그래.”
드래곤이라는 말에 헬라가 슬쩍 눈썹을 추켜올렸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드래곤은 마수의 틀을 벗어난 존재야. 평범한 마수의 신체를 이식하는 것도 도박인데 그 정도면 자살 행위라고. 제대로 이식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 힘을 사용하려고 하는 순간 몸이 무너져 내릴 거야.”
“그런 선례가 있었나?”
“피닉스의 심장을 받아들인 실험체가 몇 시간도 안 되어 몸 안쪽에서부터 녹아내린 적이 있어.”
“마법사였나?”
“……그건 아니었습지만.”
“피닉스의 혈통이라도 타고났나?”
“인간이 그런 혈통을 어떻게 타고났…….”
헤이든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하려는 말을 깨달은 것이다.
“헤이든. 더 이상의 논쟁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나는 결코 내 뜻을 꺾지 않을 거니까.”
“……그래 보이네.”
“그러니 이제 그만 닥치고 계약을 이행해라.”
헤이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나를 수술대에 눕힌 헤이든은 단검 한 자루를 가지고 왔다.
스으으으으-.
보는 것만으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그 단검에는 수많은 주술과 마법, 흑마법이 중첩되어 있었다.
단검의 정체는 원작 게임에서도 전설 무기로 구현되어 있는 헤이든의 무기, ‘영혼 살해의 단검’이었다.
‘육체에는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고 영혼만을 죽이는 단검이지.’
물론 지금의 저 단검은 영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잘라 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인챈트와 저주가 가해진 차였다.
원작에서는 그런 효과를 없애야 전투에서 쓸 수 있기에 그 인챈트와 저주들을 없애기 위한 전용 퀘스트 라인이 존재할 정도였다.
‘거꾸로 지금은 그 효과들이 있기에 수술에 쓰일 수 있는 거지만.’
나는 상의를 탈의하고 내 심장을 가리켰다.
“모판으로 만들 곳은 여기다.”
헤이든은 내 심장 인근에 새겨져 있는 축성 회로를 보며 모든 것을 깨달았다는 듯 작게 웃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 계획을 준비해 온 거야? 어쩐지 접근이 체계적이더라니, 나는 처음부터 그 계획의 한 부분이었군.”
“선배 기둥으로서 주는 두 번째 레슨이다. 그림은 가능한 크게 그리도록.”
“아하하…….”
허탈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헤이든은 단검을 내 심장에 가까이 댔다.
“드래곤 하트라……. 부디 잘못되더라도 나를 공범이나 살인범으로 지목하지는 말아라.”
그렇게 말하면서도 헤이든의 눈동자에는 채 숨기지 못한 기대감이 깃들어 있었다.
드래곤 하트를 이식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의 사업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게 되는 거니까.
‘광기는 연구자의 필수 소양인 법이지.’
스걱-.
단검이 내 심장을 찔렀다.
* * *
며칠 뒤.
나는 루시스, 시몬, 시아, 헬라, 알프레드를 비롯한 시종들과 기사들을 이끌고 마우솔레움 백작가를 빠져나왔다.
다섯 대가 넘는 마차에 두 자릿수의 호위 인원들을 본다면 이게 대체 무슨 행렬인가 싶겠지만 단순히 휴가를 떠나는 행렬일 뿐이었다.
“우리가 가족 여행이라니…….”
시아는 아직도 반쯤 얼떨떨하다는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카데미는 막 여름 방학을 맞은 차였다.
“아하하. 기념할 만한 첫 가족 여행이네.”
시몬은 어딘가 들떠 보였다.
요 며칠 푹 쉬었는지 다크서클도 거의 사라져 있어 보기 좋았다.
부-. 부-.
루시스는 내가 선물로 사 준 하모니카를 열심히 불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호위를 맡은 헬라는 바깥에서 말을 타고 행렬 전체를 살피고 있었다.
‘여행의 목적지는 레스팅 호수.’
깊은 산속에 있는 호수였기에 다른 이들의 방해가 들어올 가능성도 적었고 뱃놀이도 즐길 수 있었다.
‘요양에도 좋을 테고.’
모판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내 심장의 마력과 영혼은 도려내어져, 지금은 특수 처리된 용기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멀쩡한 육체에서 영혼을 뜯어내는 작업이었던 만큼 몸에 무리가 심하게 갔다.
– 드래곤 하트를 언제 구해서 이식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일주일은 푹 쉬도록 해. 심장이 약해진 상황이니 무리한 운동은 절대 금지야.
제국 수도가 아닌 한적한 휴양지라면 나를 괴롭히는 이나 스트레스를 줄 이도 없을 테니 충분한 휴식이 될 터였다.
“음…….”
나는 문득 올라오는 심장께의 공허하고 오묘한 감각에 손을 들어 가슴을 덮었다.
영혼을 도려낸다는 의미를 잘 몰랐는데, 확실히 무언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움찔.
그 순간 어째선지 시몬과 시아가 놀란 듯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가 눈이 마주치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다시금 창밖을 돌아봤다.
‘뭐야?’
잠시 의아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요양을 하면서 그것도 찾아봐야지.’
하고 많은 휴양지 중에 레스팅 호수를 고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기연……까지는 아니고 기회라고 해야 할까.’
레스팅 호수.
다른 이름으로는 안식의 호수.
천 년 전. 마우솔레움이 안식의 신을 죽였던 곳이 바로 이 호수였다.
나는 그곳에서 신을 죽이는 방법의 실마리를 찾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