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4)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64화(64/109)
바캉스 (1)
우리는 레스팅 호수 인근을 다스리는 도노반 자작의 영주성에 먼저 들렀다.
마우솔레움 영지에 있는 휴양지라면 모를까, 다른 영지의 휴양지에 방문한다면 영지성에 얼굴을 보이는 것이 관례였다.
남작이나 자작 같은 하위 귀족들은 그런 기회를 통한 인맥을 노리고 자신들의 영지를 관광지로 개방하기도 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노반 자작은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특히나 자작은 시아를 반가워했다.
“마우솔레움 영애. 아들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아……. 하하. 예…….”
“저희 아들이 영애를 무척이나 흠모하는 것 같더군요.”
그 말에 떠올랐다.
아카데미에 갔을 때 시아에게 고백하던 그놈이 도노반 가문의 영식이었다.
“흐흥.”
루시스도 나와 같은 것을 떠올렸는지 히죽 웃는 눈으로 시아를 바라봤다.
시아는 그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정말 아쉽군요. 아들놈이 친우들과 여행을 떠난다고 하지만 않았으면 오늘의 안내는 아들놈에게 맡겼을 텐데요!”
“아하하. 정말 아쉽네요.”
시아의 영혼 없는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우리는 도노반 자작이 내어 주는 연회를 즐겼다.
몇 가지 민감한 정치적 이야기를 꺼내려 하기에 그건 휴가가 끝나고 그레니엄에서 나누자 했다.
그런 기약 없는 약속만으로도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듯 도노반 자작은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곧바로 마차를 타고 레스팅 호수로 향했다.
호수로 가는 길에 가로지른 영지 중심가에는 사제복을 입은 이들과 교인들이 시위라도 하듯 길가에 서서 사나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안식 교단의 교구였지.’
전대 안식의 신이 안식에 들었던 곳은 안식 교단의 신도들에게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그를 안식에 들게 한 마우솔레움과 그 가문에 대한 분노도 남달랐고.
시몬과 시아는 말없이 커튼을 내렸다.
저런 시선에 익숙하기도 하고 굳이 시비를 일으켜 좋을 것이 없는 탓이었다.
“흥.”
반면 루시스는 잔뜩 깔보는 표정으로 사제들을 바라봤다.
아기 광휘룡께서 왜 저런 눈을 하고 계시는지 교인들이 다 당황할 정도였다.
교회 놈들은 모르지만 루시스는 마우솔레움의 딸이다.
그런 것도 아버지라고, 루시스는 마우솔레움의 업적이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
나는 말없이 루시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루시스에게는 마우솔레움과 시모어의 계약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내 목이 칼이 들어온대도 알릴 생각이 없었다.
* * *
우리는 레스팅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별장에 발을 들였다.
레스팅 호수는 특유의 아름다운 전경 탓에 많은 귀족들이 별장을 가지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마우솔레움 가문의 별장이 위치한 곳은 목이 제일 좋은 곳 중 하나였다.
“오셨습니까, 백작님.”
별장의 관리를 도맡아 하는 별장지기가 나와 내게 인사했다.
보통 나이가 많이 들어 더 이상 집사 일을 하기 힘든 노집사들이 일가족을 데리고 별장지기 일을 하곤 했다.
인사와 치하의 말을 건넨 뒤, 우리는 오늘의 일정을 끝내고 자기로 했다.
‘벌써 해가 다 졌네.’
마차는 생각보다 이동 속도가 느리다. 거기에 영주성에서 만찬까지 가지고 왔으니 벌써 해가 떨어진 이후였다.
레스팅 호수에는 온천도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마우솔레움 별장에도 물론 온천이 있었다.
“후우…….”
나는 시몬과 함께 온천에 몸을 담갔다.
조금 떨어진 다른 탕에는 시아와 루시스가 들어가 있을 터였다.
‘이게 얼마 만의 온천이냐.’
지구에서도 온천에 간 지 한참 됐다. 휴양을 다닐 정도로 녹록한 생활을 하고 있지 못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온천에 갔던 게 언제인지 느긋하게 떠올리고 있자니 시몬이 우물쭈물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의미로 빤히 바라보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심장은 괜찮아?”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심장께로 시선을 내렸다.
주기적인 마력 회로 시술로 이제 내 가슴에는 두 자릿수가 넘는 축성 회로들이 새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마차나 만찬에서 자꾸만 신경 쓰이던 게 시몬에게 보인 모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몇 번이나 심장 쪽으로 손이 갔었으니 말이다.
나는 걱정 말라는 의미로 작게 웃었다.
“신경 쓰지 마. 별거 아니니까.”
“그게 어떻게 별 게 아니야.”
하지만 생각과 달리 시몬은 꽤 진지했다. 눈썹이 굳은 게 조금 화가 난 것도 같았다.
그 반응에 돌연사한 선대 백작이 떠올랐다. 혹시 심장에 가족력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나는 시몬을 달랬다.
“정말 괜찮아. 곧 나아질 거야. 심장에 좋은 약을 하나 주문했거든.”
“약? 설마 또 엘릭서를 주사하려는 거야?”
엘릭서라는 말에 아카데미에서 주사했던 스킬 레벨 어퍼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집사가 내가 엘릭서를 사용하는 장면을 봤었다.
“아니. 그보다 훨씬 좋은 약이야.”
“훨씬 좋은……?”
좋다는 말에 왜 저리 험악한 얼굴을 하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시몬은 험악한 얼굴로 잠시 온천의 수면을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형님. 나한테는 꿈이 있어.”
드물게도 시몬에게 압도당한 나는 조용히 그 말을 들었다.
“알게 모르게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수많은 적들을 모두 물리친 뒤, 형님도 나도 시아도 짝을 만나 가족을 이루고 사는 꿈.”
“…….”
“루시스가 우리의 아이들을 돌봐 주고, 우리 세 남매는 아버지 때보다 가문을 더욱 부흥시키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꿈.”
시몬은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평화로운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거기에는 형님의 자리도 있어. 형님이 없으면 안 돼.”
“…….”
솔직히 말하자면 시몬이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걱정 마, 시몬.”
시몬이 내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말이다.
“나는 백작위에서 은퇴해서 너희들에게 짐덩이가 될 때까지 살 생각이니까.”
그리 말하면서 깨달았다.
이제 나는 완전히 이들과 가족이 되었음을 말이다.
* * *
레스팅 호수는 마우솔레움과 안식의 신 간의 전투로 인해 생성된 호수였다.
거대한 마법 충돌이 인근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하며, 레스팅 호수가 화산 지형에서나 볼 수 있는 칼데라 호나 화구호를 닮은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시모어. 저 앞쪽에 있다.”
“오케이, 확인.”
나는 레스팅 호수 인근의 숲에 헬라와 함께 새벽 사냥을 나온 차였다.
끼리릭-. 나는 활시위를 당겼다. 생각보다 뻑뻑한 시위가 내 팔 근육을 한껏 긴장시켰다.
잠시 숨을 멈추고 신중하게 조준한 뒤, 시위를 놨다.
쐐애액-!
화살은 미묘하게 목표를 빗나가 사슴 바로 옆의 나무로 날아갔다.
나는 빠르게 중력 마법을 이용해 화살의 궤도를 틀었다.
푸욱-!
화살이 정확히 사슴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헬라는 빠르게 사슴에게 다가가 단검으로 목덜미를 끊어 고통을 덜어 주었다.
“어떻게 한 마리는 잡았네.”
헬라는 이미 사슴과 토끼, 새 따위를 여덟 마리나 잡은 뒤였다.
특히 하늘을 나는 새를 쏘아서 떨어뜨린 건 눈으로 보고도 못 믿을 기예였다.
“헬라. 어떻게 그렇게 활을 잘 쏘는 거야?”
“나는 이게 있잖아.”
헬라는 피 묻은 단검으로 제 눈 주변을 툭툭 쳤다. 동체시력을 높여 주는 마력 회로가 어스름한 새벽 햇살 아래 비쳤다.
“내 별명이 괜히 사냥개겠어.”
헬라에게는 수많은 별명이 있었다.
마우솔레움의 거인, 흑룡의 사냥개, 원탁의 몬스터…….
‘마지막 별명은 아직 생기기 전이긴 하지만.’
사람도 잘 잡고 몬스터도 잘 잡으니 사냥은 말할 것도 없다.
정말 어디 무인도에 던져놔도 잘 살아 돌아올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오히려 무인도 생태계를 평정하고 왕이 될지도.’
헬라의 종자가 다가와 사슴을 짊어지고는 먼저 저택으로 돌아갔다.
이미 저택에서는 헬라가 앞서 잡은 사냥감들이 손질되어 요리를 준비 중일 터였다.
신나서 고기를 먹을 루시스의 얼굴을 떠올리자 새벽부터 일어나 습기 가득한 숲을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대외 활동들은 어때?”
“선 보러 다니는 것보다는 낫지. 카드 게임 모임이랑 사냥 대회는 꽤 재밌는 편이고.”
헬라는 나 대신 가주 몫의 사교 활동과 대외 활동 전부에 참석하고 있었다.
대신 나는 가주로서 헬라의 결혼 활동에 관여나 간섭하지 않는 것이 거래의 대가였다.
“귀족들 분위기는 좀 어떻고?”
“언제나 비슷하지. 모이면 황실 뒷담화, 교회 뒷담화. 그래도 나랑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들은 늘었어.”
가문의 위세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사교계였다.
“저번에는 옷 관련해서 말을 붙이더니 이번에는 치킨이랑 모발 건조기? 뭐 그거 관련해서 엄청 말을 붙이던데.”
모발 건조기, 즉 ‘드라이어’는 양산 제작 돌입을 준비 중이었다.
그전에 입소문용으로 시제품 몇 개를 럭스 슈트 VIP들에게 선물했는데 그 소문이 벌써 도는 모양이었다.
“광대와의 충돌에 대해서는?”
“우리를 좋아하던 귀족들은 더 좋아하게 됐고 싫어하는 놈들은 더 싫어하게 되었다는 느낌?”
헬라는 큭큭큭 웃더니 덧붙였다.
“한 가지 공통점은 우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똑같이 우리 슈트를 입고 있었다는 거지.”
그 말에는 나도 함께 웃었다.
럭스의 슈트는 이제 그레니엄 귀족들의 교복과도 같은 것이 되었다.
내가 디자인한 현대식 슈트, 혹은 최소한 그것을 따라 만든 짝퉁 슈트라도 입지 않으면 사교계에서 수많은 이들의 관심 집중을 받아야만 했다.
당연하게도 좋은 의미의 관심 집중은 아니다.
패션 테러리스트 내지는 촌놈에게 쏟아지는 눈총과 비웃음이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스며드는 거지.’
럭스 슈트에 이어 드라이어. 이런 식으로 실생활에서부터 마우솔레움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 두는 것이다.
교회에서 매주 있는 예배를 통해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놓은 것처럼 말이다.
‘조금씩 스며들다가, 이제 마우솔레움의 제품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사람들이 느끼는 순간…….’
그 순간이 마우솔레움이 교회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순간이 될 것이다.
* * *
사냥에서 돌아와 보니 상상도 못 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드래곤님!] [아기 드래곤님!]반투명한 자그마한 존재들이 루시스의 곁에 옹기종기 달라붙어 있는 광경이었다.
머리와 몸의 비율이 1:2인, 어디 만화에서나 볼 법한 마스코트와 같은 3등신의 존재들이었다.
“정령?”
물의 정령, 운디네들이었다.
푸른 몸을 하고 있는 운디네들은 어린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어 보는 이의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자그마한 존재들이었다.
“킥킥킥.”
루시스는 저를 따르는 정령들을 보며 작게 웃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루시스가 나를 발견했다.
“오.”
루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운디네들을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 루시스보다도 덩치가 훨씬 작은 운디네들이었기에 마치 꽃다발처럼 루시스의 품에 안겼다.
그대로 내게 도도도 달려온 루시스는 품 안의 운디네들을 자랑하듯 내게 내밀었다.
[인간?] [드래곤님이랑 비슷한 기운이 느껴져!]열 쌍둥이처럼 비슷한 얼굴의 운디네들이 나를 보며 눈동자를 반짝인다.
그 순진무구한 눈동자 공격에 심장이 따끔할 정도였다.
“이거 바.”
루시스가 말했다.
볼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귀여워.”
귀여운 게 귀여운 것들을 보며 귀엽다니.
이건 귀염 치사량 초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