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5)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65화(65/109)
바캉스 (2)
주방장이 별장 정원 한쪽에서 바비큐를 준비하는 동안 나와 헬라, 시몬, 시아는 루시스와 운디네들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있었다.
[드래곤님이 이곳에 오신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아기 드래곤님은 이름이 어찌 되시나요?]“루시스.”
[루시스!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에요!] [부모님이 분명 루시스 님을 사랑하시나 봐요!]열 명의 운디네들은 루시스를 둘러싸고, 품에 안기고, 어깨에 올라탄 채로 쉬지 않고 입을 재잘거렸다.
루시스는 품에 안긴 운디네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헤헤헤!]루시스의 쓰담쓰담을 받은 운디네가 행복한 얼굴을 했다.
그 얼굴을 보자 루시스가 못 참겠다는 듯 운디네를 꼭 끌어안으며 자신의 볼을 운디네의 볼에 꾸욱 눌렀다.
두 마시멜로가 서로에게 닿아 뭉그러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감탄성을 흘렸다.
“이게 그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는 그거구만.”
헬라의 말이었다.
“루시스가 저렇게 뭐를 귀여워하는 건 처음 봤어.”
시아가 말했다.
“조카들이 태어나면 루시스가 무척 아껴 줄 것 같지 않아?”
시몬이 물었다.
“후후후…….”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그저 작게 웃었다.
‘가족 여행이라 마렉과 마리를 안 데리고 왔었는데, 다행히 시간을 함께 보낼 친구들이 생겨서 다행이야.’
판타지 세계관답게 이 세계에도 정령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마도공학의 발전으로 환경이 파괴되고 오염되었다는 설정에 맞춰 정령들은 깊은 자연 속에서만 살아간다는 설정이었다.
‘안식의 교단에게 성지 비슷한 취급을 받아서 별장 건축 이외의 개발이 금지된 이곳은 정령들이 살기 아주 좋은 장소였겠지.’
정령들을 노리고 온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정령들의 존재조차 반쯤 잊고 있었다.
내 디자인 영역은 마우솔레움 가문이었고 마도공학의 선봉장에 선 이들에게 정령은 거의 연이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정령들은 자연의 존재인 드래곤을 좋아한다는 설정이지만 원작에서의 루시스 역시 정령들과 만난 적은 없었다.
‘원작의 루시스는 마우솔레움 영지에 몇 주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그레니엄을 벗어난 적이 없으니까.’
그렇기에 정령들을 만나서 좋아하는 루시스를 보며 내 가슴도 기쁨으로 가득 찼다.
운디네들은 루시스와 충분한 시간을 보낸 뒤에야 우리 인간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시모어. 내 조카, 이쁜 고모, 무선 고모.”
루시스의 소개에 운디네들은 눈을 반짝이며, 하지만 조금은 무섭다는 듯이 루시스의 뒤에 숨어서 우리들을 바라봤다.
[루시스 님이랑 비슷한 기운이 느껴져!] [하지만 인간들이야!] [그래도 루시스 님 가족이잖아!]인간들을 두려워하는 정령들답게 우리에게는 다가오지 않고 루시스에게만 찰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졸지에 정령들의 왕언니 비슷한 존재가 된 루시스는 콧대를 세우며 흐흥 웃었다.
대체 어디서 프라이드 스위치가 눌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역시나 운디네보다 루시스가 훨씬 귀여웠다.
* * *
헬라와 내가 사냥해 온 사슴과 토끼로 거창히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바캉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최고의 바캉스는 뭐니 뭐니 해도 멍 때리기지.’
그래서 나는 다시 루시스와 운디네가 놀고 있는 근처에 드러누웠다.
시종을 시켜서 돗자리를 가지고 오게 해 아예 깔고 누워 버렸다.
[히히히!]“킥킥킥.”
루시스와 운디네들이 함께 노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다가 뛰어다니다가 하며 데구루루 굴러다닌다.
그러면서 깃털 달린 쟁반에 젤리 구슬 굴러가는 듯한 보드랍고 행복한 웃음소리를 쉬지 않고 터뜨린다.
텅 비어 버린 심장에 무언가 따스한 게 차오르는 것 같은 감각이랄까.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아가 돗자리의 한쪽에 앉았다.
사각사각-.
그러고는 화가라도 된 양 펜으로 이리저리 구도를 잡고 운디네들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림이 개판이었다.
“와…….”
저게 정말 내 피가 섞인 손이 맞나, 감탄하면서 보고 있자니 시아는 금세 얼굴이 붉어져서는 내게 노트와 펜을 내밀었다.
“그렇게 잘하면 오빠가 그려 보든가!”
어차피 멍 때리는 것 말고는 할 일도 없었기에 나는 시아의 노트에 스케치를 시작했다.
시아의 개발새발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일부러 시아의 그림 바로 옆에 그려 뒀기에 그 비교가 더 명확했다.
“으으으……!”
내가 자신을 놀리고 있는 걸 눈치챘는지 분노의 이 갈이를 하는 시아.
하지만 내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노트를 다시 뺏어 가지는 않았다.
내친김에 운디네와 놀고 있는 루시스도 그리면서 시아에게 물었다.
“운디네 스케치는 왜 하는 거야?”
“정령을 보는 건 아주 귀한 기회잖아. 자연의 순수 마력에서 태어난 존재니까 연구해 두면 언젠가 분명 도움이 될 테고.”
언제나 공부에 진심인 시아다웠다.
분명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사업체를 맡기 시작해도 전심전력으로 일을 할 터였다.
“어떤 사업체를 받고 싶은지는 생각해 봤어?”
나는 시아에게 약속을 한 가지 했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루시스의 목욕과 환복을 도와준다면 원하는 사업체를 내어 주겠다는 약속을 말이다.
시아는 잠시 우물거리더니 답했다.
“나, 마우솔레움 공방을 받고 싶어.”
역시나, 싶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코딩을 배우는 시아이니 분명 아티팩트 제작 쪽에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너한테 줄 때까지 잘 보관하고 있어야겠네.”
“……괜찮아?”
어째서인지 시아는 내가 거절할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뭐가?”
“마우솔레움 공방은 우리 가문 최대 수익처 중 하나잖아. 게다가 최근에는 오빠, 모발 건조기도 개발하고 진심인 것 같았는데…….”
그래서 이렇게 조심스러웠던 건가. 나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진심이니까 네가 받아 가는 게 더 기쁜 거지.”
“…….”
나는 루시스의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시아를 봤다. 어째선지 시아는 내가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고마워, 오빠.”
대답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흘러나왔다.
어째선지 그 목소리가 조금 울렁이고 있었다.
“별말씀을.”
루시스와 운디네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 * *
루시스는 운디네들을 끌어안으며 킁킁 냄새를 맡았다.
자연의 존재들이라 그런지 운디네들에게서는 무척이나 청량한 물 냄새가 났다.
“으응……!”
루시스는 그 냄새가 무척이나 좋았다.
루시스가 계속해서 킁킁거리자 간지러웠는지 운디네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저도 안아 주세요!] [저도요!]루시스는 품의 운디네들을 내려 두고 이번에는 다른 운디네들을 안아 줬다.
운디네들도 루시스의 품에서 루시스를 마주 안기 위해 팔을 한껏 벌렸다.
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라 그런지 말랑하고 말캉거리는 감촉이 재밌었다.
“킥킥킥.”
루시스는 운디네들이 좋았다.
아무런 흑심이나 계산 없이 자신을 찬양하고 찬미하는데 자그마하고 귀엽고 말랑거리고 향기롭다.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루시스 님 너무 좋아!]운디네들도 루시스가 좋았다.
뭇 생물들에게 모두 그렇지만, 특히나 자연의 마력에서 태어난 정령들에게 드래곤은 자신들의 상위 개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거기에 순수한 동심을 품은 어린 존재들을 좋아하는 정령들의 특색까지 만났으니 헤츨링인 루시스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드래곤님을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몇백 년 전이에요!]“그래?”
[왜 요새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시는 거예요?]“무슨 조약 때문이야.”
[조약돌이요?]“나도 잘 몰라.”
루시스는 운디네들의 질문에 정성을 다해 대답해 줬다.
[루시스 님은 왜 인간들이랑 계신 거예요?]“응?”
[드래곤들이랑 안 계시고 왜 인간들이랑 사세요?]“음…….”
루시스는 몇 달 전의 흑룡회를 떠올렸다.
자신이 그때 함께 가자던 할아버지의 제안을 왜 거절했더라.
여러 이유가 떠오르려는 찰나, 문득 흑룡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찬란하고 화려하게 생긴 얼굴과 그렇지 못하던 뒤떨어진 패션 감각들.
“옷을 못 입어.”
[네?]“구려.”
[네??]“패션 테러리스트.”
[네???]어느새 럭스의 패션에 한껏 적응해 버린 루시스였다.
* * *
레스팅 호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안식 교구의 대교회.
사제들이 한데 모여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당장 저 저주받을 것들을 성지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뻔뻔하기도 하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애초에 도노반 자작이 별장을 짓게 허가해 준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정치에 눈이 멀어 버린 거예요, 도노반 그 망종이! 어딜 감히 저치들이 성지 근처에 별장을 짓게 허가한단 말입니까!”
끊임없이 쏟아지는 울분의 목소리를 듣다못해 젊은 사제가 물었다.
“한데, 그러면 우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겁니까? 직접 가서 저들을 몰아내지 않으시고.”
“…….”
“…….”
사제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사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마우솔레움 가문을 몰아낼 만한 힘이 없다는 사실을.
이 세계에는 수많은 신들이 있고 그에 따른 수십이 넘는 교단이 있었다.
그중에서 신도들이 많은 교단은 교회로 승격되어 ‘열두 교회’라 불리며 대귀족들에게 버금가는 영향력을 뽐낸다.
하지만 안식의 교단과 같이 영세한 교단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었다.
“후우.”
“세상 꼴이 어찌 되려고…….”
“한낱 귀족이 교단의 위에 서 있다니!”
영주나 영지민들의 힘을 빌리기도 힘들었다.
전대 안식의 신이 마우솔레움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은 경전에도 실린 내용이기에 이 세계의 모든 이들이 아는 이야기였다.
한데, 안식의 교단에서 저들을 몰아내 달라 호소한다?
복수를 직접 할 힘도 없어 구걸하느냐 비웃음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었다.
“어찌 세상이 이리되었단 말인가.”
“신의 이름이 한낱 드래곤에게, 교단의 이름이 한낱 귀족에게 밀리다니.”
“이게 지옥이지. 이게 지옥이야…….”
사제들은 반쯤 울먹이다시피 하고 있었다.
일평생을 교단에 바쳐 온 이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그저 모욕일 뿐이었다.
그때였다.
덜컹!
거대한 소리를 내며 교단의 안쪽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것은 마우솔레움의 방문 소식을 듣고 곧바로 폐관 기도에 들어갔던 교구장, 그의 시종인 부제였다.
“대답, 대답……!”
부제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무엇을 본 건지, 혹은 들은 건지.
눈동자는 어린 강아지의 꼬리처럼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고 거센 바람을 맞은 것처럼 옷차림은 흐트러져 있었다.
“대답하시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입가에는 확고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안식의 신께서, 대답하시었습니다!”
승리를 선언하는 것 같은 승전보의 미소가.
* * *
점심을 먹은 오후.
나는 루시스와 함께 뱃놀이를 가기로 했다.
시아는 운디네에 대해 알아낸 사실들을 정리하겠다고 저택에 남았고, 헬라는 인근 경계를 맡겠다며 빠졌다.
“그러니 우리 셋이서 가자.”
“……뱃놀이를?”
한데 어째서일까.
“호수에서……. 형님과 뱃놀이?”
시몬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