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6)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66화(66/109)
바캉스 (3)
나는 레스팅 호수에 배를 띄웠다.
안식의 교단의 성지인 탓에 커다란 배는 건조는 물론 띄우는 것 자체가 불경한 짓이기에 자그마한 조각배였다.
‘그래도 뱃놀이로는 충분하지.’
루시스, 시몬과 함께 호수에 배를 띄우자 운디네들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배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랄랄라~.] [흥흐흥~.]그러면서 주기적으로 루시스를 향해 눈을 반짝인다.
그런 정령들의 시선이 제 프라이드를 올려 주었는지 루시스의 콧대가 조금씩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정령들이 이렇게 좋아해 주면 으쓱할 만하지.’
이 세계에서도 정령들은 신비한 존재에 속했다.
가끔씩 실종된 아이들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엘프들의 곁에서 발견된다는 것밖에 알려진 것이 없는 존재였다.
아예 정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이들도 많고 원작 게임에서도 가장 희귀한 직업 중 하나가 정령사일 정도였다.
그만큼 정령들은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다.
‘자연의 존재인 정령들에게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은 공포의 존재니까.’
어린아이들과 같이 자그마하고 순수하다면 모를까, 성인이 된 인간 앞에는 절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정령들이다.
루시스를 보기 위해 다가왔던 정령들도 나와 시아, 시몬에게는 겁을 내며 다가오지 않은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런 소심한 성격과 달리 진심을 다한다면 성인 장정 몇은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게 또 정령이지.’
정령을 처음 봤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저들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순진한 정령들인 데다가 루시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니 적당히 구슬리면 넘어오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마우솔레움 조약 탓에 드래곤들도 인간들이 간혹 오가는 이 호수에는 발길을 끊었을 테니.’
운디네들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본 드래곤이 무척이나 반가웠으리라.
말하자면 정령들에게 드래곤은 힘세고 강한 삼촌이나 이모 같은 존재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녀석들인 만큼 드래곤 곁에서 안정감과 기쁨을 느끼는 거다.
‘아군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전력이 되겠지만…….’
뱃놀이 전까지만 해도 정령들을 전력화할 생각에 한참 동안 루시스와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한참을 지켜본 결과, 포기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동심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
저렇게 순수하게 루시스를 좋아하는 정령들과 그 순수한 호의를 또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루시스.
아무런 계산도 없이 그저 서로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들을 이용하려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이래서 정령들의 사랑을 받는 인간은 수가 적은 거겠지.’
결국 나도 때 타고 더러운 어른이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넌 아까부터 왜 그리 얼어 있는 거야?”
“으, 응?”
내 질문에 시몬이 화들짝 놀랐다.
뱃놀이 이야기를 꺼낼 때부터 얼어붙은 시몬은 배가 호수 한가운데로 움직일 때까지도 말 한마디 없었다.
혹시 깊은 물에 대한 공포증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가만히 바라보자 식은땀을 훔친다.
“아니, 그냥……. 조금 진정이 안 돼서.”
아무래도 물 공포증이 맞는 모양이었다.
진작 말했으면 안 데려왔을 텐데, 형의 부탁이라니까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어?”
내가 사과하자 또 화들짝 놀라는 시몬.
“아, 아니야. 그냥……. 나 혼자만의 문제니까.”
그 말에 어제 온천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게 어떻게 너 혼자만의 문제야. 우리 모두의 문제지.”
“……형님.”
“신경 못 써서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좀 더 살필게.”
“…….”
시몬은 대답 대신 입술을 꾹 물었다.
문득, 무릎 위의 루시스에게서 전해지는 무게감이 이상해서 고개를 내리자 루시스가 보트 바깥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으응…….”
보트 아래로 손을 바동거리는 것을 보니 수면이 만져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려 줄까?”
내가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물에 안 빠지게 마법으로 잘 조절하고. 알지?”
“흥.”
감히 드래곤에게 마법으로 잔소리를 하냐는 듯 가소롭다는 콧방귀였다.
나는 작게 웃으며 루시스의 겨드랑이 아래로 손을 넣고 작은 몸을 들어 올렸다.
발이 달랑거리며 들려진 루시스를 보트 바깥의 호수 수면에 내려놨다.
마법으로 발을 감쌌기에 루시스는 호수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수면을 밟고 섰다.
[루시스 님!] [루시스 님이 호수에 내려오셨어!] [같이 놀아요!]운디네들은 신이 나서 루시스에게 달라붙었다.
루시스는 미소 지으며 운디네들과 호수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놀기 시작했다.
잠시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시몬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도 갈까?”
“응?”
자고로 공포를 이겨 내는 방법은 그 공포와 마주 보는 것이라 했다.
* * *
뱃놀이를 가자는 시모어의 말에 시몬의 머릿속은 하얗게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이미 배에 올라탄 뒤였다.
‘아니야. 긴장하지 말자. 형님은 변했잖아. 나도 변하기로 했잖아. 과거의 일에 얽매일 필요는…….’
하지만 시모어가 정령들을 계산하는 눈으로 가만히 바라볼 때는 트라우마가 도지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 트라우마가 이어지지 않은 것은 형님이 콧방귀와 함께 작게 웃음을 터뜨려서였다.
마치, 이런 계산이나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비웃는 것 같은 웃음소리였다.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이어지는 사과에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형님이 사과를 한다고? 귀족은 부러질지언정 휘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던 형님이?
하지만 다음 순간, 시몬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루시스를 수면에 내려 주고 정수리에 입술을 맞추는 시모어의 모습을 보고서 말이다.
‘남자의 인생에서 자신을 가장 크게 변화시키는 여자는 딸아이라고 했던가.’
시몬은 저도 모르게 작게 웃고 말았다.
“우리도 갈까?”
그 말에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형님과의 호수 산책은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찰박, 찰박.
마치 빗물에 젖은 도로 위를 걷는 것처럼 발아래가 축축하면서도 단단한 마법에 지탱되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마법이 는 건지 시몬은 시모어의 마법으로 호수 위를 걸으면서도 전혀 위태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랄랄라~.]“난난나~.”
루시스는 운디네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요정처럼 호수 위를 미끄러졌다.
시몬은 그 모습을 보다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어째서일까. 늘 물에서는 비린내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코를 가득 채우는 것은 청량함뿐이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안식의 호수라는 이름답게 물결조차 거의 일지 않는 잔잔한 호수. 그 위로 석양이 지자 호수 아래에도 태양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아름다워.”
호수의 위에 선 시몬은 그 광경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즐겁게 뛰노는 정령들과 루시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는 시모어의 든든한 등. 그 위로 떨어지고 있는 주홍빛 석양.
‘상처는 추억으로 덮어씌워질 수 있는 거였구나.’
시몬은 깨달았다.
자신은 더 이상 뱃놀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호수를, 삐걱이는 뱃소리와 바람 소리를, 형님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임을.
앞으로 호수와 뱃놀이를 생각하면 이 광경이 먼저 떠오를 테니까.
‘감사합니다, 고모님.’
시몬은 운디네들과 춤을 추는 하얀 아이를 눈에 담았다.
그 누구보다 순수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 생각이 깊은 놀라운 아이를.
‘당신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로 커다란 선물입니다.’
시몬은 가슴 가득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날려 보냈다.
* * *
온천욕을 마치고 잘 준비를 하고 있자니 루시스가 내 방에 들어왔다.
“머리 말려 줄까?”
“응.”
내게 양팔을 번쩍 들어 보이는 루시스를 부드럽게 품에 안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그레니엄에서 챙겨 온 드라이어를 켜서 루시스의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위이잉-.
따스한 바람과 내 손길에 머리를 맡기고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제 보석을 들여다보는 루시스.
그 눈빛이 마치 제 새끼를 바라보는 강아지와도 같았다.
‘보석이 그렇게 좋을까.’
머리를 다 말려 준 뒤에는 불을 끄고 함께 침대에 누웠다.
별장에는 방의 개수가 그리 많지 않기에 루시스는 나와 같은 방에서 잤다.
사실 타운하우스에서도 이틀에 하루는 함께 잤다.
“음……!”
루시스는 신중한 얼굴로 베개와 이불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 이부자리 펴기는 루시스가 잠들기 전 언제나 치르는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게 아니야.”
도자기 굽는 장인처럼 몇 번이나 이부자리를 다시 펴는 루시스.
마침내 소동물의 둥지처럼 이불을 둥그렇게 말고서야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루시스였다.
물론 잠들고 5분만 되면 발길질로 전부 엉망으로 흩트려 놓는다는 건 비밀이었다.
“들어 죠.”
내게 양팔을 뻗는 루시스.
이부자리가 망가지지 않게 중간에 쏙 넣어 달라는 의미였다.
내가 루시스를 품에 안아 주자 루시스는 내 가슴팍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왜 그래?”
루시스는 내 가슴팍을 만져 보고 두드려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이상해. 비어 있어.”
마력에 민감한 드래곤에게는 마력과 영혼이 도려내진 것이 잘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작게 웃으며 루시스의 정수리에 입술을 맞췄다.
“걱정 마. 곧 채워질 거니까.”
나는 루시스를 이부자리의 중심에 내려 줬다. 루시스는 만족스레 베개에 고개를 묻었다.
나는 루시스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통통한 배를 토닥여 줬다.
루시스는 제 주머니를 뒤지더니 무언가를 쑤욱 꺼냈다.
[루시스 님!]운디네였다.
당황한 나를 내버려 둔 채 루시스는 운디네를 꼬옥 끌어안았다. 운디네도 루시스의 품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둘이 함께 자려는 모양이었다.
귀여운 모습에 작게 웃는 내게 루시스가 물었다.
“내일은 모 해?”
즐거운 나날이 계속되니 내일 일정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루는 하고 싶은 거 하면 돼.”
“시모어는?”
“나는 찾아야 할 게 있어서.”
“뭐 찾아?”
나는 잠시 뭐라고 말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답했다.
“여기 어디 마우솔레움과 관련된 정보가 있다고 들었거든.”
신을 죽일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기에 돌려 말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이야기에 반응하는 이가 있었다.
[마우솔레움 님이요?]운디네가 빼꼼 고개를 들어 나를 보다가 루시스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루시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말을 전달했다.
“호수 아래에 있대.”
“뭐가?”
“레어.”
“…….”
마우솔레움이 여기서 안식의 신과 싸움을 벌인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마우솔레움의 레어라니.’
상상도 못 한 거물 정보가 낚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