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7)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67화(67/109)
바캉스 (4)
다음 날.
루시스와 단둘이서 뱃놀이를 즐기고 싶다는 핑계로 둘이서만 레스팅 호수에 나왔다.
[루시스 님!] [보고 싶었어요!]반나절 전에도 봤던 운디네들이 다시 한번 루시스에게 달라붙었다.
그사이 나는 잔잔한 호수의 아래를 살폈다.
안식의 호수라는 이름답게 물결 한번 일지 않는 잔잔한 호수.
그 아래로는 먼 과거 마우솔레움과 안식의 신이 펼쳤다는 전투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저곳에 있다는 건가. 마우솔레움의 레어가.’
나는 중력 마법을 이용해 배를 호수의 한가운데까지 이끌었다.
[마우솔레움 님의 레어에 가신다고요?] [저희가 안내해 드릴게요!] [천 년 동안 열심히 지켰어요!] [여기예요!]나는 루시스를 안고 운디네들의 안내에 따라 물 아래로 들어갔다.
운디네들이 물이 우리를 적시지 못하게 막아 줬기에 마치 거대한 공기 방울에 갇힌 것처럼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다.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나는 실감할 수 있었다.
드래곤의 레어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저건……. 마우솔레움을 숭배하던 이들이 만든 조각품인가.’
깊은 호수의 바닥에는 여러 건축물과 조각상들이 잠들어 있었다.
신전 기둥과도 같은 거대한 기둥에는 이끼가 끼어 있었고, 드래곤을 조각한 조각상은 반쯤 부서져 있었다.
그 사이로 제물을 바치는 용도로 쓰였을 제단도 보였다.
‘마우솔레움도 한때는 수많은 인간들의 숭배와 경배를 받는 위대한 존재였겠지.’
광휘룡이 이슈타르 가문의 자랑인 것처럼 마우솔레움도 제 후손들의 자랑이자 영웅이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반신으로 떠받들어지며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애정을 받았으리라.
미쳐서 수십만의 인간들을 학살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마우솔레움은 어째서 미쳐 버린 걸까?’
그러고 보면 나는 어째서 마우솔레움이 광룡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마우솔레움은 첫 설정부터가 광룡이요, 허무룡이었다. 중간 보스인 시모어 마우솔레움을 띄워 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설정’이었을 때의 이야기. ‘역사’가 되어 버린 지금은 달랐다.
‘꿈속에서 봤던 마우솔레움은 울고 있었어.’
광기와 허무, 눈물.
그 사이에 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부디 이번 레어 탐사에서 그에 대한 진실도 알 수 있기를 나는 바랐다.
* * *
[여기예요!]운디네들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마우솔레움의 레어는 천 년의 시간이 흘렀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자 형태의 입구 덕에 물이 내부에 들이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누군가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처럼 먼지가 거의 없었다.
“콜록, 콜록.”
내 말은, 천 년이나 버려진 공간치고는 먼지가 적다는 의미였다.
“오.”
루시스는 눈을 반짝이며 레어를 둘러봤다. 관심 있게 주변을 살핀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뭔가, 상상과는 다르네.’
마우솔레움의 레어는 드높은 악명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소박했다.
두개골로 만들어진 왕좌도 없었고, 와인 대신 피를 마시는 데 쓰였을 황금 잔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보석을 산처럼 쌓아 둔 금고도 없었다.
“으으음.”
루시스는 마지막 사실에 무척이나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 대신 있는 거라고는 평범한 의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식기, 텅 비어 있는 금고.
그리고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이 전부였다.
레어를 쭉 둘러본 내 감상은 간단했다.
‘엄청 커다란 원룸.’
내가 지구에서 살던 원룸의 스케일을 키우면 딱 이런 장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출하고 심심한 공간이었다.
‘애초에 드래곤들에게 레어는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일 뿐이니 이상할 건 없나.’
나는 루시스를 바닥에 내려 두고 책장으로 향했다.
마우솔레움이 신을 죽일 방법을 연구했다면 분명 그 흔적을 문서로 남겨 놓았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나는 손가락 끝으로 책들을 훑었다.
–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
– 실전 공략, 당신도 연애할 수 있다
– 연기의 정석
– 저쪽에서 온 남자, 이쪽에서 온 여자
“…….”
나는 잠시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다시금 책등의 제목을 훑어봐도 변하는 건 없었다.
“…….”
잠시 스턴에 빠져 있던 나는 곧 정신을 차렸다.
“아하. 방문객들을 속이기 위한 장치인 거구나.”
신을 죽이는 방법은 아무리 드래곤일지라도 공공연히 연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표지만 저렇고 속은 다른 내용일 게 분명…….
– 연애를 위한 첫 번째 공략. 스며들기.
“…….”
–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단숨에 사랑에 불타오르는 경우가 적다. 그러니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스며들어라. 스며들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의 취미를 공유…….
나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중얼거렸다.
“암호인가?”
나는 혼란에 빠졌다.
“암호겠지?”
암호여야만 했다. 아니, 분명 암호일 것이다.
경전에까지 실릴 정도로 흉포한 존재였던 마우솔레움의 책장에 설마 진심으로 연애에 관한 책이 꽂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암호다. 이건 암호야.”
그런데 이 사춘기 소년의 책장을 몰래 훔쳐본 것만 같은 죄책감과 얼굴의 화끈거림은 뭐란 말인가.
나는 고개를 털어 상념을 날려 버리고 마우솔레움의 책장에서 몇 권의 책을 챙겼다.
실마리라도 잡아 봐야 하니 암호 해독 전문가에게 한번 맡겨 볼 생각이었다.
챙겨 갈 책을 몇 권 추리고 있자니 특이한 흔적 하나가 눈에 띄었다.
책장에 희미한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 손가락보다 확연히 얇은 두께였다.
‘누가 마우솔레움이 죽은 뒤에 방문한 건가?’
한참 동안 머물렀는지 먼지 속 깊게 남아 있는 손가락 자국이, 그 위로 다시금 덮인 엷은 먼지가 어딘가 아련해 보였다.
자국이 남아 있는 자리의 앞에는 ‘연기의 정석’이라는 책이 꽂혀 있었다.
나는 그 책도 뽑아서 챙겼다.
책장에서 눈을 떼 다른 곳들을 살피고 있자니 한 조각상 앞에 가만히 서 있는 루시스가 보였다.
‘인간 형태의 조각상?’
가까이 가서 보니 무척이나 실감 나는 조각상이었다.
피부색은 레어의 동굴 벽과 같은 회색이었지만 그 질감만큼은 정말로 인간의 것과 닮아 있었다.
“루시스. 이거 혹시…….”
루시스는 대답 대신 조각상에 손을 뻗어 마력을 주입했다.
조각상은 메마른 사막처럼 루시스의 마력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빨아들일수록 조각상에는 색감과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가디언.”
가디언.
드래곤들의 레어를 보살피고 관리하는 집사였다.
* * *
가디언은 천천히 눈을 떴다.
잠시 상황 인지가 안 되는지 몇 번 눈을 감았다 뜬 가디언은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우솔레움 님?”
가디언이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더니 실망의 빛이 어렸다.
“아니군요. 그분의 핏줄이신 겁니까.”
“그래. 마우솔레움 가문의 가주다.”
가디언은 가만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주먹을 쥐었다.
“그렇습니까. 마우솔레움 님은 결국 영면에 드신 겁니까.”
한쪽 눈 위로는 덩굴이 축 늘어져 있고 어깨에는 이끼가 덮여 있다.
하지만 그 무엇도 가디언의 쓸쓸한 체념의 눈빛은 막을 수 없었다.
그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좋은 주인이었나?”
가디언은 작게 웃으며 답했다.
“세상 그 누구보다 훌륭하신 분이었습니다.”
“…….”
나는 그의 의견에 아무런 사견도 붙이지 않았다.
가디언은 천천히 루시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부터는 당신이 저의 주인이십니다. 마우솔레움의 피를 이으신 위대한 분이시여.”
루시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가디언을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도 그 커다란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읽어 낼 수가 없었다.
“두 분을 대접하고 싶지만 마땅한 찻잎이 없군요. 저도 천 년 만에 눈을 뜨는지라…….”
나는 작게 웃는 가디언에게 물었다.
“괜찮다. 우리는 대접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게 아니니까.”
“무언가 찾는 게 있으신 모양이군요.”
내가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루시스가 냉큼 입을 열었다.
“보물.”
“보물 말씀이십니까. 안타깝게도 현재 레어의 보고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입술을 댓 발 내밀며 실망한 표정을 짓는 루시스.
좌절당한 욕망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려는 루시스를 품에 안아 들며 가디언에게 물었다.
“도굴당했나?”
“아뇨. 마우솔레움 님께서 모두 사용하셨습니다.”
“드래곤의 보고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보물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마어마했지요. 어지간한 왕국의 10년 치 예산은 될 양이었죠.”
“그걸 어디에 다 사용한 거지?”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가디언은 죄송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마우솔레움 님께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셨기에.”
루시스에게 미안하지만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보물에 대한 정보는 캐낼 수가 없었다.
대신 나는 다른 것을, 이곳을 찾은 원 목표에 대해 물었다.
“신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말해라.”
“신을 죽이는 방법이요?”
“마우솔레움은 그 방법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렇지?”
가디언은 잠시 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보다가 작게 웃었다.
“아하하. 그런 건 없습니다.”
그 대답에 실망하려는 찰나, 가디언의 말이 이어졌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다고 해야겠군요.”
“무슨 의미지?”
“인간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갑작스런 선문답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가, 이내 그 말뜻을 깨달았다.
가디언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군요. 인간의 힘으로는 무척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들은 단기적으로 압도하지 않는 한 죽지 않으니까요.”
간단히 말해 압살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확실히, 신을 압살하려면 최소한 드래곤 정도의 힘은 필요할 터였다.
“압살하지 않으면 어찌 되지?”
“쇠사슬이 신들을 잡으러 옵니다.”
“쇠사슬?”
“하늘의 사슬이죠. 신들이 인세에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하늘의 법칙…….”
그 순간.
퍼걱-!
가디언의 머리 일부가 산산조각 나며 쓰러졌다.
나는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했다.
[루시스 님!] [도망치세요!]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운디네들의 뒤로, 한 노인이 보였다.
‘사제?’
안식 교단의 마크인 감긴 눈의 휘장을 두르고 있는 늙은 사제였다.
당장 눈을 감고 안식에 든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나이 든, 백발이 성성한 노사제.
“마우솔레움의 후손, 배신의 일족아.”
하지만 그 눈빛과 기세만은 노인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대했다.
무엇보다 그의 등 뒤에서부터 뿜어지고 있는 신성력이 내 눈을 멀게 할 기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감히 선대의 안식지를 관광지 삼아 더럽힌 것으로도 모자라 네놈 조상들의 묘에 방문해 신살(神殺)에 대한 질문을 하다니.”
누군가가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만 같은 상황.
나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었다.
그레니엄의 프롬 대교회에서 말이다.
“내가 너를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단 한 가지라도 있나?”
안식의 신, 레스터가 내 눈앞에 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