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9)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69화(69/109)
안식의 신 (2)
뻐억!
내 주먹이 놈의 안면에 꽂히는 순간, 나는 주먹에 깃들어 있는 마력을 폭발시켰다.
꽈아앙-!
놈의 몸이 날아가며 뒤의 보트 선착장에 처박혔다.
나는 먼저 내 위치를 확인했다.
호수 인근의 보트 선착장, 내 짐 가방을 뒀던 곳이었다.
조금 전에 서 있던 위치와는 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위치였다.
‘텔레포트라고? 그보다는 블링크에 가까운 것 같은데.’
나는 마나 필드의 마력을 다시 한번 끌어 모았다. 이 순간 이동 마법에 마력이 얼마나 소모되는지 정확히 모르는 탓이었다.
콰아앙-!
보트 선착장이 산산조각 나며 나무 조각들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나는 빠르게 손을 뻗어 내 짐 가방을 중력 마법으로 당겨 왔다.
“마우솔레움-!”
비산하는 파편들 사이에서 레스터가 튀어나와 셉터를 휘둘렀다.
셉터 끝에서 거대한 달덩이와도 같은 신성력의 뭉치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다시 한번, 이번에는 레스터의 뒤로!’
나는 모은 마력을 전부 불태우며 강렬하게 기원했다.
그러자 다음 순간,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
놈의 뒤통수 바로 뒤였다.
“……!”
나는 반사적으로 짐 가방에 손을 집어넣고 잡히는 것을 그대로 꺼냈다.
폭탄 아티팩트였다.
“쥐새X 같은 놈이-!”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셉터를 휘두르는 레스터.
나는 순간적으로 놈의 팔꿈치에 절대영도를 사용했다.
삐걱-.
놈의 팔이 잠시 멈칫했지만 그 정도 시간을 번 걸로 충분했다.
나는 폭탄 아티팩트를 발동시킨 뒤 놈의 벌어진 입 안에 집어넣었다.
“읍?!”
그리고 재빨리 뒤쪽으로 내 몸을 당겼다.
콰앙-!
폭음과 함께 놈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졌다.
“시모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날개를 펼친 루시스가 내게 낙하하고 있었다.
중력 마법으로 속도를 줄여 주며 품에 안자 내 가슴팍에 고개를 비벼 왔다.
많이 놀란 모양이다 싶어서 뒤통수를 쓸어 주고 있자니 날갯죽지에서 운디네들이 고개를 뿅 내밀었다.
[해치운 거예요?] [죽은 거죠?!]“그런 말은 하면……!”
운디네의 사자 소생 주문 덕분일까, 보트 선착장 파편 사이에서 굵은 빛줄기가 솟아올랐다.
번쩍!
빛줄기를 뿜어내며 하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머리를 잃은 레스터의 몸이었다.
사라진 것은 머리뿐이었지만 사지 역시 성한 곳이 없었다.
안식에 들어도 수백 번은 들었을 넝마나 다름없는 몸에서 새로운 머리가 돋아나고 있었다.
인간의 머리가 아니라 빛의 형상으로 이루어진 머리였다.
‘젠장. 이제야 2페이즈라는 건가.’
영세한 교단의 신이라 해도 역시 신은 신이었다.
* * *
마력을 사용하는 마법과 신성력을 사용하는 성법은 모두 기원에 근간을 둔 힘이었다.
‘하지만 그 힘의 발현을 감당하는 주체가 누구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마법은 자신 스스로가 이적을 행사하도록 기원하는 힘이다. 마나 필드와 같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서는 자신의 안에 있는 마력을 사용하는 구조 탓이었다.
반면 성법은 하늘 위의 힘을 빌려 온다. 성법을 사용하는 주체가 감당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성직자 캐릭터는 노코스트로 스킬을 난사할 수 있어.’
물론 그대로 게임을 발매했다가는 밸런스 망겜 소리를 들으며 순식간에 망해 버릴 터였다.
그렇기에 개발진은 신성력에 대해 독특한 설정을 걸어 뒀다.
‘한 지역에서 사용될 수 있는 신성력에 총량을 두는 것.’
한 지역에만 비가 계속해서 쏟아지면 물난리가 나는 것처럼, 신성력 역시 좁은 지역에 과하게 집중되면 인간계와 천상의 균형이 깨진다는 설정이 그것이었다.
신들이 인간계를 놀이공원 비슷한 곳으로 여기면서도 직접 관여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신성력의 사용량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신성력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마치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레스터는 그 수도꼭지를 잡아 비틀다 못해 뜯어 버렸다.
콰아아아-!
신성력에 재능이 전혀 없는 내게까지도 쏟아지는 신성력의 따사로움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이미 강신이 아니라 강림의 레벨이었다.
쩌저적-.
실제로, 하늘 위로 마치 유리에 금이 가듯 가느다란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지상과 천상의 균형이 깨져 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저 균형이 깨지면 어찌 되는 거지?’
거기까지는 내가 아는 설정 바깥의 영역이었다.
조금 전 가디언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하늘의 사슬이 신들을 잡으러 온다…….’
분명 우리의 활로는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레스터의 부활 아닌 부활을 지켜보며 다음 행동을 계산하고 있을 때였다.
뒤쪽에서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시모어!”
“가주님!”
헬라와 흑룡 기사단의 일원들이었다.
그 뒤를 헥헥거리며 시몬과 시아도 쫓아왔다.
“오빠……!”
“혀, 형님. 이게 무슨……. 저게 뭐……?”
시몬과 시아가 당황해서 허공에 떠오르는 레스터를 보는 사이 헬라와 흑룡 기사단은 우리를 중심으로 방어진을 짰다.
헬라는 레스터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주 공격 방식은?”
“셉터를 통한 신성력의 방출. 영혼을 이용한 강령술.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맷집. 하지만 지금 해야 할 건 시간 끌기야.”
“시간 끌기?”
“타임 어택이라는 거지. 살아남는다면 우리의 승리다.”
그거로 충분하다는 듯 헬라는 등 뒤의 대검을 풀어 양손으로 쥐었다.
시몬과 시아도 침을 삼키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사이 변이를 끝낸 레스터가 목소리를 냈다.
– 장난은 끝이다.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 전해지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우리를 바라보는 레스터의 얼굴 자리에는 구멍 세 개가 뚫린 빛의 두상이 대신하고 있었다.
꽈악-.
흑룡 기사단이 손안의 무기를 고쳐 잡았다.
내 앞을 가로막은 시아와 시몬의 어깨에서 긴장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게 못내 자랑스러웠다.
스으윽-.
레스터의 몸이 천천히 앞으로 전진해 오기 시작했다.
– 저주받은 마우솔레움의 핏줄이 한곳에 모여 있구나.
마치 지금부터 시작될 만찬을 즐기겠다는 듯, 여유 있고 느긋한 속도였다.
– 좋다. 내가 너희들을 한 번에 구제(驅除)해 주마.
그 말에 내가 루시스의 브로치, 로카리움의 보석에 손을 대려는 순간이었다.
홱-!
레스터의 고개가 갑작스레 하늘로 향했다.
그 몸짓에 우리는 다 같이 움찔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 …….
레스터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더니 불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만두라고? 감히 페레 주제에 내게 명령을 하는 건가?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 ……프롬? 네놈까지?
아무래도 천상의 신들이 모종의 방법으로 레스터에게 말을 걸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공격 행위를 중단하라는 방향으로 말이다.
– 아무리 네놈이라 한들 이번만은 넘어갈 수 없다. 이놈은 내 선대의 묫자리를 더럽히고 모욕했다!
예상외의 상황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시간 끌기에 대화만큼 제격인 게 없으니까.
– 신살의 방법에 대해 묻기까지 했단 말이다! 연기라고? 헛소리하지 마라! 저놈은……!
잠시 멈칫하더니 나를 지그시 응시하는 레스터.
– ……심장을 도려냈다고?
지금이다.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러기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오해라고.”
나는 루시스를 시아의 품에 안기며 앞으로 나섰다.
“저는 제 심장에 모판 작업을 해 뒀습니다.”
– 모판?
“쉽게 말씀드리자면 마력을 도려낸 겁니다. 다른 종족의 마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죠.”
이 정도만 말해도 프롬에게 귓속말을 듣고 있는 레스터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터였다.
내가 루시스의 심장을 빼앗으려 한다는,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오해가 말이다.
‘헤이든과의 계약 때 프롬을 언급하길 잘했어.’
계약의 신인 프롬은 계약이 이루어지는 장소라면 어디나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시모어와 마우솔레움이 영묘에서 계약을 맺었던 것을 참관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자신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계약에 대해서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프롬이 내 진의를 눈치챌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연막성으로 행해 둔 일이었는데…….’
그게 돌고 돌아서 지금은 프롬이 역으로 레스터를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자신의 ‘즐거운 유희’를 방해하지 말라고 말이다.
“애초에 제가 진심으로 신들을 죽이는 방법을 궁금해할 리 없지 않습니까? 제가 누구 좋으라고 신을 죽입니까. 이미 그 사실로 일족 전체가 천 년이나 고통받았는데요.”
쩌저저적-.
하늘의 균열은 더욱 가속화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가능한 말을 빙빙 돌리며 혀를 더 길게 놀렸다.
“저는 이미 충분히 적이 많습니다. 귀족들, 사제들, 거기에 암흑가의 기둥들까지. 아카데미에도 저라면 이를 가는 이들이 있죠. 아, 성자를 빼먹을 뻔했군요. 저는 여기에 교회와 신님들까지 대적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 …….
잠시 침묵을 지키던 레스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좋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것 같으니 내가 선처하도록 하지.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냥 돌아가겠다는 이야기인가?
– 너희 중 열한 명을 죽이는 것으로 넘어가겠다.
그러면 그렇지, 생각하며 물었다.
“구태여 열한 명을 죽이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 네놈이 조금 전 내게 했던 모욕에 대한 벌이다.
루시스 발톱이나 핥아라, 고 말했던 조금 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 앞으로 말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친절한 교훈이기도 하지.
그러면서 덧붙였다.
– 하지만 나는 관대한 신이니 또 한 번의 자비를 베풀어 주마. 누가 죽을지는 너희가 정해라. 나는 너희가 정한 희생자 열한 명만을 죽이고 너희 모두의 죄를 사해 주겠노라.
교훈을 새겨 주기 위해 사람을 죽이겠다.
그것도 우리끼리 누가 죽을지 선정까지 해라.
‘어마어마한 또라X구만, 정말.’
무엇보다 악질인 건 레스터의 우스워하는 목소리로 보건대 스스로도 자신이 ‘관대한 척’하고 있다는 걸 안다는 사실이었다.
요컨대 우리가 살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등 떠미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거다.
‘그러면 나를 용서해 주겠다. 즉, 웃겨 봐라 이거네.’
재미와 유열을 위해서라면 자신과 자신의 선대가 받은 모욕조차 넘어간다.
이쯤 되면 시모어는 이 세계에서 소시오패스 축에도 못 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
‘힘내라, 마우솔레움의 악동.’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을 훑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흑룡 기사단원들은 몸을 움찔, 했다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죽겠다.
마우솔레움 가문을 위해 희생한다면 영광이겠다.
다들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가.’
나는 레스터가 콕 집어 열한 명이라고 말한 이유를 깨달았다.
‘끝까지 소름 돋는 놈들이야. 이 세계의 신이라는 족속들은.’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 방진을 짜고 있는 흑룡 기사단원들. 그 수가 정확히 열한 명이었다.
그 안에는 헬라도 포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