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71)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71화(71/109)
꿈 (1)
한창 별장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을 무렵, 헬라는 흑룡 기사단원의 정예 몇을 데리고 안식의 교단 본부 인근에 숨어들어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갑옷을 입은 헬라는 완전히 어둠 속에 스며들어 교단 본부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상해.’
헬라의 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교단 건물의 문과 창문들을 샅샅이 살폈다.
작은 교단이라 해도 한 신을 따르는 집단의 중추, 거대한 교회 건물과 십수 채가 넘는 부가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다.
‘왜 이리 조용한 거지?’
하지만 너무나 조용했다.
횃불은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몇 줌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문을 경계하고 있어야 할 성기사들이 없었다. 그들뿐 아니라 성기사들의 건물에서는 아예 아무런 생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헬라는 기사단원들에게 조용히 손짓했다. 더욱 가까이 가자는 신호였다.
사사삭-.
시끄럽고 화려한 판금 갑옷 대신 야습용 가죽 갑옷을 입은 흑룡 기사단이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교단에 다가갔다.
그들의 갑옷 안에는 수많은 암기와 소리 차단 아티팩트들로 가득했다.
재빠르게 담벼락을 타 넘은 헬라는 빠르게 성기사단 숙소 건물의 창문 아래 붙었다.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창 너머를 손거울을 이용해 살폈지만 건물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설마.”
헬라는 빠르게 창을 넘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단서를 찾아, 가능한 빨리!”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단원들은 기도비닉을 포기하고 가능한 빠르게 숙소를 뒤지기 시작했다.
헬라 역시 마구잡이로 성기사들의 관물대와 책상을 뒤졌다.
‘자신들의 신이 싸우고 있는데 사제와 성기사들이 조용히 있을 리 없어.’
놈들은 광신도 집단이었다.
흑룡 기사단이 직계 혈통을 우상화하는 것보다 몇 배는 지독하고 악독한 광신.
신이 싸운다면 함께 싸우고 죽는다면 함께 죽을 이들.
‘자신들의 신이 패배한 이상 놈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을 의식해 축제 시간 동안 기사단원들의 경계조 배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놈들의 반응이 없기에, 기도회라도 하고 있는가 싶어 선제공격에 나선 것이었다.
불길했다.
이 시점에 놈들의 숙소가 텅 비어 있을 이유라고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단장님! 지도입니다!”
기사단원이 외치자 헬라는 곧바로 그 방향으로 달려갔다.
구겨져 버려진 지도에는 레스팅 호수 인근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마우솔레움 별장의 위치에 붉은 원이 그려져 있었다.
“망할……!”
헬라는 욕설을 내뱉으며 지도를 뒤집었다. 그 뒤에는 작전을 들으며 필기라도 한 것처럼 거친 글씨체로 몇 개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중 한 문장이 헬라의 눈에 들어왔다.
– 주요 경계 대상 : 헬라 마우솔레움. 그녀가 사라진 이후에 전투를 개시할 것.
– 주요 척살 대상 : 시종과 하인들. 고위 성기사들이 시모어를 붙잡는 사이 가능한 많은 죄인들을 구축하라.
꾸깃, 지도가 헬라의 손안에서 구겨졌다.
“돌아간다, 당장!”
헬라는 창을 박차고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뒤따라오지 못한 단원들이 하나둘 뒤처지기 시작했지만 헬라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시모어……!”
헬라는 허벅지 근육이 터져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 위로 시모어의 등이 떠올랐다. 너무도 강렬해 망막에 새겨지다시피 한 모습이었다.
기사단을 희생하라는 신의 말에 그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듯 앞으로 나섰던 시모어였다.
섬기는 이를 위해 죽는 것이 당연한 기사단이건만, 자신들을 희생시키느니 차라리 신에게 반기를 들겠다는 미련한 놈이었다.
그 모습에서 헬라는 깨달았다.
– 내 평생을 바쳐 충성해도 모자랄 사람이구나.
헬라는 맹세했다.
반드시 이 남자를 지킬 것이라고.
목숨을 바치고 신념까지 바쳐, 지옥에 떨어질지언정 사제와 성기사를 암살해서라도 반드시 이자를 지킬 것이라고.
“시모어!”
헬라는 한 마리의 늑대처럼 숲을 가로질렀다.
* * *
“나는 광휘룡이 될 거야.”
루시스의 장래 희망 선언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이리나의 광휘룡 이야기로 연기와 악기 연주에 관심을 보이기는 했다지만 아예 꿈이 광휘룡이라니.
‘어린 인간 아이들이 커서 영웅이나 용사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가.’
아이 같은 순수함과 루시스 특유의 고고함이 돋보이는 선택이었다.
나는 루시스를 꼭 안아 주며 말했다.
“물론이야.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루시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놀라운 아이였다.
드래곤이라서, 헤츨링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루시스는 매일매일 나를 놀라게 하는 위대한 재능을 가진 아이였으니까.
“흐흥.”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루시스도 자랑스레 미소 지었다.
그 우쭐한 표정이 귀여우면서도 몹시 얄미워서, 나는 루시스의 보드라운 볼을 간지럽혀 줬다.
“마우솔레움 가문의 일원으로서 꿈이 광휘룡이라는 건 조금 어떤가 싶긴 하지만 말이야.”
“킥킥킥.”
“그래도 모두들 네 꿈이 그거라면 응원하고 지지해 줄 거야.”
“흥!”
나는 루시스의 정수리에 입을 맞춰 줬다.
‘꿈을 꾸렴, 아이야.’
네가 되고 싶은 너 자신이 되는 꿈을.
너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너의 운명을 가둬 두려는 신들에게 혀를 내밀어 주고 너의 길을 달려가렴.
‘네가 꿈에 집중할 수 있게 내가 도울 테니까.’
그것이 어른의 역할일 터였다.
이 어린아이의 부모를 들먹이며 욕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 어린것의 심장에 들어 있는 마력을 욕심내 빼앗으려 드는 것이 아니라.
루시스가 루시스로서 바라는 자신이 될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게 어른들의, 나의 역할이었다.
‘그러니 너는 그저 행복한 꿈을 꾸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테니까.
넌 언젠가 그것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넌 뭐든지 될 수 있어.”
눈부실 정도로 가능성이 넘치는 너는 누가 뭐라 해도 나의 아이니까.
* * *
마우솔레움 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숲속.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 깊은 숲속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나뭇가지마다 바위마다 안식 교단의 상징인 감긴 눈이 그려진 휘장이 널브러져 있었고 성기사들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강력한 마법에 맞은 것처럼 축성 판금 갑옷은 형태조차 잃고 우그러지고, 녹아내리고, 찢겨 나가 있었다.
……!
또 한 번의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하지만 소리 차단 마법과 인지 저해 마법에 숲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는 영영 닿지 않을 소리였다.
“커허억!”
바깥의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신음 소리를 내며, 안식 성기사단의 단장이 무릎을 꿇었다.
이미 반쯤 폭발의 여파로 날아가 버린 갑옷은 안의 여린 속살을 보호해 주지 못했다.
“끄으……!”
레스터 신께서는 교구장의 몸에 강신하시었다.
모두가 영광과 은혜로 몸을 떠는 사이 신께서는 홀로 악을 징벌하기 위해 나서시었다.
하지만 레스터 신은 놈들의 사악한 술수에 천상으로 귀환하시었고 교구장의 시신은 재 한 줌조차 남지 않았다.
안식의 신이라는 이름에 두 번의 패배를 안길 수는 없었다.
이에 단장은 안식 교단 본부의 성기사들을 전원 이끌고 마우솔레움의 별장으로 향했다.
……향했을 터였다.
“후욱, 후욱……!”
단장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는가……!”
생존자는 없었다.
안식 교단의 자랑이었던 30인의 성기사단은 모두 죽었다.
눈앞의 한 존재에 의해서.
하지만 상대를 바라보는 단장의 눈에 분노나 증오는 없었다. 오히려 커다란 의문뿐이었다.
“대체, 어째서……?”
단장은 가르침을 바라는 눈빛으로 눈앞에 선 존재를 바라봤다.
“어째서 당신이!”
하얀 백발이 찰랑거렸다.
“광휘룡님!”
그 외침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발의 여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단장은 눈앞의 여인에게 내장을 토해 내는 것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저희를 공격하시는 겁니까? 허무룡의 후손은 저쪽에 있지 않습니까!”
“…….”
아무런 대답 않는 여인의 손이 떨려 왔다. 그 눈동자 역시 떨리고 있었다.
치미는 고통과 억울함 속에서 단장도 그것을 눈치챘다. 의아함에 여인을 바라보던 단장은 이윽고 무언가를 눈치챘다.
“……잠깐.”
단장은 여인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무언가가 달랐다.
“넌 누구야?”
그 질문에 여인의 손이 움찔했다.
단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넌 광휘룡님이 아니잖아!”
진실을 깨달은 단장이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실핏줄이 터지며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를 속이다니! 감히,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거업을 방해해?! 저주할 것이다! 네X을! 안식의 정원에서 영원토록 저주할……!”
콰아앙-!
여인의 마법이 단장의 유언을 끊어 냈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여인은 길게 숨을 내쉬며 나무에 등을 기댔다.
“후우…….”
사시나무같이 떨리던 몸이 진정되자 마법으로 온몸의 피를 닦아 내고 성기사단의 시신을 불살랐다.
“미안해요. 하지만 이건 모두 당신들 잘못이에요.”
눈에 보이는 마지막 휘장 조각까지 모조리 불사른 여인은 긴 한숨을 내쉬다 고개를 들어 어느 방향을 보았다.
마우솔레움 별장이 있는 곳이었다.
잠시 고민하듯 망설이던 여인은 이내 발을 움직였다.
사사삭-.
마치 주변 풍경이 그녀를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몇 발짝 움직이지도 않았건만 그녀는 어느새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별장의 담벼락 건너편에 서 있었다.
여인은 기척 차단 마법과 인식 저해 마법을 자신에게 걸며 담장 안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아하하하!”
“한 잔 더!”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이곳은 안전했다.
아무런 위협도 가해지지 않았다.
여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담장에 등을 기댔다.
짧게나마 휴식을 취하는 그녀의 귓가에 문득,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광휘룡이 될 거야.”
자그마한 목소리였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목소리. 여인은 손을 멈추고 숨을 멈췄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움직임을 멈춘 여인은 이어지는 문장에 간신히 숨을 토해 냈다.
“물론이야.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여인은 이윽고 작게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는 조금씩 격해지더니 종내에는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것으로 뒤섞여 버렸다.
“아니. 아니야.”
여인은 눈물을 흘렸다.
“너는 광휘룡이 되지 못해.”
단호한 목소리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혐오감이 깃들어 있었다.
“넌 빛나지 못해. 빛나선 안 돼.”
하늘 위의 달빛이 저택에 내리쬐었다. 하지만 그 찬란한 빛은 여인을 피해 갔다.
“너는 그저 허무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해.”
여인은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아무런 꿈도 꾸지 마.”
빛을 갈구하는 것처럼 하염없이 달을 올려다보지만.
“꿈이 빛날수록, 깨어난 뒤에는 허무할 뿐이니까.”
달빛은 끝내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