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72)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72화(72/109)
꿈 (2)
바캉스가 끝나고 우리는 그레니엄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어제 늦은 밤까지 축제를 벌였던 탓인지 모두들 피곤한 얼굴이었다.
“…….”
물론 누구보다 피곤해 보이는 건 헬라였다.
축제 도중에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뛰어 들어온 헬라는 잠도 자지 않고 밤을 새워 저택 주변을 경호했다.
‘안식 교단 성기사단 본부가 텅 비었다고.’
그 소식에 밤잠을 못 이룬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식 교단에서 추가적인 공격에 나설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모처럼의 축제 분위기인데도 경계 병력을 줄이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냥 사라져 버렸다고?’
안식의 성기사단은 다들 어디를 간 걸까.
제 신들을 따라 집단 자살이라도 했나?
아니면 단체로 폐관 수련이라도 들어간 걸까?
어찌 되었든 뒷목이 서늘해지는 것만은 다르지 않았다.
‘차라리 어제 곧바로 우리에게 진격해 왔다면 이렇게 찝찝하지는 않았을 텐데.’
놈들이 우리를 공격했다 한들 충분히 막아 냈을 것이다.
저들이 모시는 신도 때려잡았는데 성기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못 막았겠는가. 거기에 로카리움도 있는데 말이다.
‘물론 놈들도 이를 악물고 싸웠겠지만.’
제 신이 욕보인 광신도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싸울까.
제 목숨을 초개같이 던지며 어떻게든 피해를 입히려 했겠지.
‘내가 조금 안일하게 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
축제를 벌이기보다 놈들에게 먼저 접근을 해야 했다. 막대한 기부금으로 화해의 분위기를 형성하든 아니면 전부 몰살해 버리든 말이다.
신을 꺾었다는 사실에, 프롬과의 싸움에도 희망이 보인다는 사실에 너무 안일하게 굴었다.
나는 어제의 실수를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좋아. 이제 반성은 끝.’
어제는 실수도 있었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둔 날이었다.
자책하는 건 이 정도면 충분했다.
‘무엇보다 스킬도 하나 생겼고 말이야.’
나는 스킬 창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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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신성 모독자
┃ 상급 중력 마법 (18%)
┃ 중급 마력 친화 (7%)
┃ 중급 마력 장악 (44%)
┃ 기초 다중 시전 (95%)
┃ 고학력자 (28%)
┃ 단단한 육체 (75%)
┃ 우월한 정신력 (51%)
┗━━━━━━
우선 엄청난 성장을 이룬 스킬들이 보였다.
우선 ‘중력 마법’ 스킬이 상급에 올랐다.
‘신의 강신체와 싸웠으니 성장치도 어마어마하게 쌓인 거지.’
거기에 짧은 거리지만 순간 이동이라는 고위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는가.
‘마력 친화’와 ‘마력 장악’도 중급에 들었다.
특히 ‘마력 장악’ 스킬의 성장이 독보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루시스의 마나 필드 안에서 지속적인 싸움을 벌인 덕으로 보였다.
‘거기에 새로운 스킬까지.’
나는 새로이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
[신성 모독자]당신은 신성 모독을 범했고 이를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한 모독을 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신성력을 가진 이들이 당신에게 미약한 적대감을 품습니다.
-> 신성 속성의 적과 싸울 때 모든 능력치가 16%만큼 강화됩니다.
━━━━━━
신의 강신체와 싸웠음을 기념하기라도 하듯이 생긴 스킬.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스킬과 같이 성장이 불가능한, 혹은 성장 조건이 잠겨 있는 스킬이었다.
‘나쁘지 않은 스킬이야.’
신성력을 다루는 이들의 적대감을 사는 페널티와 그런 이들과 싸울 때 능력치가 증가하는 어드밴티지가 있는 스킬.
아마 내가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였다면 무척이나 골치 아팠을 스킬이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교회의 미움을 사는 건 자체 하드 난이도로 플레이하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마우솔레움 가문은 이미 교회와 척을 진 가문이니.’
스킬의 페널티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직 어드밴티지만 있는 스킬이니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안 그래도 교회와 충돌이 잦은 데다가 앞으로 더욱 잦아질 예정이니 내 상황에 안성맞춤인 스킬이었다.
게다가 우리의 전력 역시 증강되었다.
[인간세계라니, 정말 기대돼요!]“분명 좋아할 거야.”
[루시스 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요!]“킥킥킥.”
운디네 하나가 루시스를 따라 그레니엄으로 오기로 한 것이다.
인간도 인간들의 문명도 끔찍이 싫어하는 정령들에게 저것이 얼마나 커다란 결단이었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루시스의 경호원이 하나 늘었어.’
루시스를 위해 레스터에게도 싸움을 걸었던 운디네다. 분명 목숨을 걸고 루시스를 지켜 주리라.
‘거기에…….’
나는 슬쩍 눈을 들어 마차의 천장을 올려다봤다.
“드르렁-.”
마차가 울릴 정도로 거대한 코골이.
마차의 천장 위에는 인간 형태로 변한 로카리움이 누워 있었다.
‘드래곤도 하나 늘었으니.’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로카리움 역시 우리와 함께 그레니엄으로 향하기로 했다.
제 말로는 인피니움의 명에 따라 루시스가 어찌 지내는지 지켜봐야 한다 말했지만, 애초에 그것에 관심이 있는 놈이었다면 애초의 명령대로 매달 우리를 방문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저놈도 마우솔레움 조약 이후에나 태어났지.’
어제 인간들과 즐겼던 축제가 저놈 입장에서는 인간과 가졌던 최초의 교류였던 셈이다.
축제를 엄청 즐기는 것 같더라니, 아무래도 인간들에 대한 호기심이 솟아난 모양이었다.
‘내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아. 안식 성기사단은 행방불명 되었고 레스터도 계속 우리를 노리고 있을 테니.’
물론 마우솔레움 조약에 관한 문제가 있었다.
헤츨링인 루시스라면 몰라도 성룡으로 분류되는 로카리움은 조약의 적용 대상이었으니까.
‘뭐, 걸려서 처벌받는 건 내가 아니고 저놈이니.’
저놈이 인피니움에게 끌려가든 백룡들에게 끌려가든 나는 모른 척하기로 했다.
* * *
흔들리는 마차의 진동에는 힘이 있었다.
피곤한 사람을 졸음의 마수로 빠뜨리는 힘 말이다.
“쿠울…….”
어느새 시모어는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곧은 자세로 팔짱을 끼고 잠을 자는 게 무척이나 그다웠다.
“도로롱~.”
어젯밤에도 잘 자서 딱히 피곤한 건 아니었지만 루시스 역시 시모어의 무릎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품에 끌어안은 운디네도 마찬가지였다.
“…….”
시몬과 시아는 시모어의 잠든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남매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어째서 신과 싸우고 있었는지, 심장의 마력을 도려냈다는 말은 무엇인지, 밤늦게까지 잠을 설치다 결국 새벽부터 내내 헬라와 경계를 선 이유는 또 무엇이었는지.
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그저 기다리기로 했다.
‘언젠가 형님이 먼저 말을 해 주기를.’
형님이 아무 말도 해 주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아버지가 자식들을 도구로 취급해 말을 안 하던 것과는 달리, 시모어가 진심 어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부터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 배려가 기쁘면서도 조금 섭섭한 건 내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해서겠지.’
시몬은 조급했었다.
어서 형님의 짐을 덜어 주고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서두르고 싶은 건 여전했지만 더 이상 조급하지는 않았다.
‘그런 걸 봐 버렸으니…….’
시몬은 신과 싸우던 위대한 마법사를 봤다.
모두를 위해 앞으로 나서던 용감한 남자를 봤다.
단 한 명의 기사도 버릴 수 없다는 듯 신을 도발하던 고고한 가주를 봤다.
‘그런 사람에게 어찌 조급함을 품을 수 있을까.’
시몬은 어제의 축제가 가문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가문원들이 역사의 장면을 재현했음에 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시몬과 가문원이 취해 있던 것은…….
– 저런 분이라면 평생 따를 수 있어.
– 내 목숨을 바칠 거야.
– 백작님은 분명 역사에 한 획을 그으실 거다.
– 저분이 계신 이 가문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내 일생의 영광이야.
아마도 죽는 그날까지,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신이라는 이름의 괴물 앞을 당당히 막아서던 그 등을 말이다.
‘형님은 내 영웅이야.’
시몬은 결심했다.
반드시 형님을 지킬 것이라고.
아무리 미약한 힘일지라도 반드시 형님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형님을 영원히 가주로 섬길 것이라고.
* * *
그레니엄에 돌아오고서 며칠이 지났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일은 식충이가 될 거라 예상했던 로카리움에게 새로운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사교 행사에서 돌아온 헬라가 내게 보고를 마치고 넥타이를 풀다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로카리움 그놈, 벌써부터 사교계의 슈퍼스타라고 불리고 있어.”
“……잘생겨서?”
“외모는 사교계에서 가장 뛰어난 무기잖아.”
헬라의 말에 나는 조금 마뜩잖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세계를 궁금해하는 로카리움에게 헬라와 함께 사교계 행사에 가라 한 게 벌써 며칠 전이었다.
“사고는 안 쳤고?”
“최소한 몸으로는 안 쳤지.”
“말로는? 드래곤인 거 티 안 내?”
“오히려 정체를 숨기는 걸 무슨 놀이인 것처럼 여기던데. 뭐라더라……. 추리 소설의 범인이 된 것처럼 거짓말하고 다니는 게 재밌다나?”
사람들은 놈이 외국에서 유학하다 돌아온 마우솔레움의 방계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흐흥.”
내 무릎 위에서 운디네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던 루시스가 팔짱을 끼며 으스댔다.
제 사촌 동생이 잘 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프라이드가 치솟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헬라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루시스보다 열 배는 쓸모 있지.”
“?!”
그 말에는 화들짝 놀라는 루시스.
제 동생이 칭찬받는 건 좋지만 이 정도로 칭찬받는 걸 바라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솔직히 루시스는 고기만 축내는 식충이잖아.”
“?!”
“루시스 말고 로카리움을 양자로 들이는 건 어때?”
“?!”
내게 고개를 홱 돌리는 루시스.
동그란 눈동자에서 당황의 감정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나 버려?”
루시스는 약간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소심히 물었다.
그 걱정 어린 질문에 내 머리보다 입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어. 로카리움이 여섯 명 온다고 해도 난 루시스가 훨씬 좋은걸.”
“나, 쓸모 있어?”
“물론이지.”
“어디에?”
“우리 둘이 레스터도 때려잡았잖아.”
그 말에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헬라를 바라보는 루시스.
“흐흥.”
다시 으스대기 시작하는 걸 보니 내 설득이 통한 모양이었다.
‘비록 마지막에 활약한 건 로카리움이었지만.’
그 사실은 영원히 함구하기로 했다.
나는 큭큭큭 웃는 헬라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루시스는 그런 헬라에게 콧방귀를 뀌었다.
‘생각보다 로카리움이 사회성이 좋은 모양이야.’
흑룡회 때 보였던 모습으로 미루어 봤을 때, 나는 당연히 양아치 짓을 하다가 며칠 안으로 흑룡회가 놈을 잡으러 올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로카리움은 쓸모 있는 패였다.
‘이렇게 되면 이슈타르 가문에 갈 때 놈을 데리고 가는 것도 좋겠어.’
모이나 이슈타르 후작의 초대 날짜가 이제 보름도 남지 않았다.
그날 이슈타르 가문에서는 최소 두 개의 음모가 진행될 터였다.
물론 하나는 내 음모였다.
‘이슈타르 후작은 어떻게든 루시스를 제 손에 넣고 싶어 하겠지.’
그 사실을 알면서도 후작의 초대에 응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나 역시 후작의 물건 중 손에 넣고 싶은 것이 있어서였다.
‘내 텅 빈 심장에 넣을 조각이 거기에 있어.’
나는 이슈타르 가문의 가보,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를 훔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