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73)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73화(73/109)
침 바르기 (1)
모이나 이슈타르 후작은 명실상부하게 그레니엄 제일의 권력자 중 하나였다.
어릴 적부터 황제의 배동이었던 탓에 지금도 황실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광휘룡의 피를 이은 가문이라는 배경 덕에 교회는 물론 평민들의 어마어마한 지지를 받는 가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이나의 능력에 비하면 그런 것들은 그저 부가 설정일 뿐이었다.
– 현대 지구에 태어났다면 글로벌 대기업의 CEO를 했을 여인.
시모어는 모이나를 그렇게 평가했다.
대귀족 가문들은 대개 직계와 방계의 싸움이 치열하지만 이슈타르 가문만은 예외다. 모이나의 뛰어난 능력 탓이다.
직계는 물론 방계의 모든 사업체들에 대해서도 최종 권한을 직접 행사하며, 그만큼 가진 지식도 능력도 방대한 여자.
그러면서도 수많은 사업체들을 문제없이 운영하는 것을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능력자가 따로 없었다.
– 내가 현대 지구의 지식으로 천재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면 이 여자는 정말로 천재야.
거기에 정치적 감각 역시 뛰어났다.
혹시라도 권력 유지에 방해물이 될지 모른다는 판단에 남편감을 아무런 힘도 야망도 없는 몰락 귀족가에서 구해 온 것 역시 남다른 판단이었다.
말하자면 원작의 시모어와 비슷한 계열의 인간이었고 그렇기에 1인 기업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존재였다.
“뭐라고?”
그런 모이나 이슈타르의 얼굴에 드물게 당혹의 감정이 떠올랐다.
케인은 섬기는 주인의 표정 변화에도 아랑곳 않고 기계적으로 보고를 계속했다.
“하여 안식 교단의 교구장은 사망, 안식 교단의 성기사단 역시 전멸했다고 합니다.”
“잠시만.”
모이나는 펜을 내려 뒀다.
원래라면 보고를 듣는 것과 서류 작성을 동시에 하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시모어가 신을 죽였다고? 아니, 정확히는 신의 강신체를?”
“예.”
“어떻게?”
“그 정보까지는 입수하지 못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마우솔레움 가문의 구성원들은 충성도가 높아 입이 무거운지라.”
이 정도 정보를 알아내는 데도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다고 케인은 말했다.
애초에 황실과 교회의 높은 이들을 제외하고서는 아는 이가 없는 정보였다.
마우솔레움 가문에서 보안 유지를 철통같이 하고 있는 탓이었다.
“신들의 힘은 인간들이 바치는 신앙에 비례한다지. 레스터 교단은 마우솔레움에게 패배한 탓에 세력이 가장 작은 교단이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인간의 힘으로 신을 어찌?”
모이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헤츨링이 함께 싸웠다 하더라도 말이 안 되는데…….”
잠시 무언가를 계산하던 모이나가 케인에게 물었다.
“안식 교단의 성기사단이 전멸했다는 이야기는?”
“교회를 통해서 들은 정보입니다. 하지만 그쪽에서도 확실한 증거가 없어 마우솔레움 가문을 추궁하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증거를 말살한 것인가.”
시모어는 단신의 전투에도 능하지만 휘하를 이끄는 전투와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전략에도 능하다는 정보였다.
예상치 못한 정보였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방비를 더욱 단단히 해야겠군.”
시모어가 이슈타르 후작가를 찾을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었다.
케인을 물리려던 모이나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이리나의 과외는 어찌 되고 있지?”
“어떤 방향의 보고를 원하십니까?”
“시모어가 이리나를 마음에 들어 하던가?”
“이성적인 관심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 보고에 모이나는 혀를 찼다.
“기껏 아름다운 외모로 태어났거늘 그것을 써먹을 줄을 모르니……. 이만 물러가게.”
케인은 경례를 올리고 집무실을 나갔다.
잠시 서류를 바라보던 모이나는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마우솔레움 가문…….”
정말로 지긋지긋한 이름이었다.
* * *
인간 세계를 좋아하는 로카리움에게도 정말로 피하고 싶은 순간은 있었다.
바로, 마우솔레움의 직계와 드래곤들만이 모이는 아침 식사 자리였다.
“흐응…….”
오늘도 이런저런 핑계로 식사 자리에 빠지려다가 루시스의 명령으로 끌려온 로카리움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가시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다.
루시스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끼고서 로카리움을 불렀다.
“땅콩.”
아니, 고기도 한입에 못 넣어서 인간이 썰어 줘야 먹는 주제에 누구보고 땅콩이라는 건지.
어이가 없다 못해 어이가 뺨따귀를 날리는 것 같았지만 로카리움은 포크를 내려 두고 공손히 답했다.
“예, 고모님.”
“시종들을 괴롭혔다며.”
자신이 그랬던가?
그러고 보니 가지고 온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몇 번 되돌려 보내기는 했었다.
“그러면 안 대. 시녀들을 괴롭혀서 훌륭한 드래곤이 대겠어?”
시녀들이 어찌 네가 그런 말을 하냐는 듯 불경한 눈으로 루시스를 바라봤지만 루시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자꾸 그러면 동화책에 나쁜 용으로 적힐 거야.”
“동화책이요?”
“그러니까 괴롭히지 마. 알겠지?”
“……예, 고모님.”
“응. 차캐.”
정말로 어린 조카를 대하는 것처럼 뿌듯한 얼굴을 하는 루시스.
로카리움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 속에 포크를 움직여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
“크크큭…….”
루시스의 스테이크를 썰던 시모어가 웃음을 터뜨렸다.
로카리움은 시모어를 날카롭게 노려봤지만, 루시스의 “씁” 하는 소리에 재빨리 눈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뭐 해?”
루시스의 질문에 시모어는 상냥한 목소리로 답했다.
“황자가 놀러 오라던데?”
“반짝반짝?”
“응. 너를 위해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고 꼭 오라더라고.”
“시모어는?”
“나는 일해야지. 오늘 여름 패션을 선보일 예정이거든.”
“나 없어도 대?”
“아하하. 오늘은 괜찮아. 베이비 슈트는 라인업에 없으니까.”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둘의 모습을 보며 로카리움은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남들이 보면 진짜 부녀 관계인 줄 알겠네.’
둘을 비웃으려고 떠올린 생각이었지만.
그 기저에는 부러움이 깃들어 있음을 아직 어린 로카리움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 *
루시스는 방학을 맞이한 시아를 보호자로 붙여서 황실에 마차를 태워 보냈다.
황실의 사람들과 안면을 터 두는 것은 시아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게 분명했다.
집무를 시작한 나는 우선 시몬과 그라스를 집무실로 불렀다.
그라스는 드워프 장인 길드의 간부로, 치킨에 회유되어 마우솔레움 공방으로 파견 온 드워프들의 대표 역을 맡고 있었다.
“백작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라스는 환한 얼굴로 내게 인사했다.
“모발 건조기의 반응은 좀 어때?”
“폭발적입니다!”
그라스가 내게 보여 준 서류를 훑어보니 과연 어마어마한 판매 수치였다.
마우솔레움 공방의 스테디셀러는 실드 아티팩트지만 저번 달에는 드라이어의 판매액이 실드 아티팩트의 판매액을 넘겼을 정도였다.
“백작님 말씀대로군요! 모발 건조기가 마우솔레움 공방의 대표 제품이 될 거라 하셨잖습니까! 정말로 백작님은 미래를 보는 눈이 있으십니다!”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 그라스. 어째선지 나보다 시몬이 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솔직히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고작 털 좀 말리는 기구가 이 정도의 반응을 일으킬 줄은……!”
애지중지하는 수염조차 물로 씻는 것보다는 기름칠을 하고 마는 드워프들이었다.
인간들 사이에서 드라이어가 유행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제가 이 사실을 이용해 강력히 의견을 타진한 결과, 길드에서 마우솔레움 공방에 파견되는 드워프들의 수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해는 못 해도 이용은 할 줄 아는 그라스의 모습에서 그가 어떻게 길드 간부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라스의 계속되는 금칠과 능력 어필을 끊어 내며 말했다.
“마침 잘됐네. 새로이 구상 중인 아티팩트가 또 있으니까.”
그 말에는 그라스와 시몬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엔 뭘 만들 거야, 형님?”
“저는 놀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드라이어 다음에는 무엇을 만들까, 나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원래는 세탁기나 청소기 같은 걸 만들려고 했었지만 지난 몇 달의 귀족 생활을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정확히는 다른 귀족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알고 나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세탁이나 청소는 귀족이 아닌 하인들의 일이야. 아랫것들의 일을 줄여 주기 위해 지갑을 여는 귀족은 없어.’
현대 지구처럼 평민들도 살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이라면 또 모를까.
마석과 마법 코딩이 들어가는 아티팩트는 첨단 기기인지라 평민들은 엄두를 내기 힘든 물건들이었다.
‘드라이어만 해도 주기적으로 배터리 역할을 하는 마석을 갈아 줘야 하니 평민들은 함부로 살 수조차 없지.’
아무리 마도공학이 발달되었다 해도 아직은 그 기술의 실질적 수혜자들은 귀족층에 한정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돈이 되려면 귀족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인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귀족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줄 수 있는 기구이거나 혹은 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기구.’
드라이어는 전자였다.
머리를 말리는 거야 시종, 시녀들의 일이지만 드라이어를 이용하면 그 시간을 확실하게 단축시킬 수 있으니까.
‘여러 가지 스타일링도 할 수 있고 말이지.’
그렇다면 후자에는 뭐가 있을까.
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는 기구.
하인들은 불가능한 방향으로 귀족들의 삶을 편리하거나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기구.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에어컨과 냉장고였다. 하지만 이미 그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마법과 아티팩트가 있었다.
‘현대 지구에 비해 이 세계에서 가장 부족한 게 뭐였지?’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지고서 느꼈던 불편한 점이 뭐가 있었던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가장 먼저 손에 꼽을 수 있는 건 한 가지였다.
‘놀 게 없어.’
내가 이 세계에 막 떨어졌던 시기에 나는 그레니엄이 아닌 마우솔레움 영지에 있었다.
안 그래도 그레니엄에 비해 놀 거리가 없는데 심지어 장례식 기간이라 더욱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책만 읽었었다.
‘놀 거리. 유희감. 간단히 말해서 게임.’
내가 건넨 설계도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그라스가 물었다.
“이게 대체 무엇입니까?”
내 설계도에는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1:2인 기다란 테이블이 그려져 있었다.
유리로 덮인 테이블 아래에는 네모나게 빈 공간이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빈 공간의 양 끝에는 두 개의 막대가 있고 중심에는 공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저 공을 서로를 향해 튕기면서 점수를 얻는 거지.’
막대에는 원격 조종 마법진이 새겨져 있어 테이블 양쪽 끝의 버튼을 이용해 좌우로 조종할 수 있었다.
공에는 마찰 계수를 극한으로 줄여 주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기에 한번 움직이면 어지간해서는 멈추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게임기야.”
그것도 인류 게임사에 한 획을 그었던 ‘핑퐁 게임기’의 마도공학 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