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74)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74화(74/109)
침 바르기 (2)
아니마 쿠린.
아니마 백작가의 가주이자 동시에 마탑의 주인인 여자.
어마어마한 위치에 앉은 존재답게 쿠린의 파티 홀은 황실의 것에 버금갈 만큼 거대했다.
“아주 멋진 파티로군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탑주님!”
“편히 즐기다 가세요, 자작.”
참여객들은 파티 개최자인 쿠린에게 인사를 하고 가볍게 안부를 나눈 뒤 거대한 파티 홀의 여기저기로 흩어져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설마 마탑주님께서 럭스의 성원 감사 행사에 당첨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의 파티는 쿠린이 개최하는 럭스의 서머 시즌 패션 선공개 파티였다.
“아하하. 사실 저는 마탑주님이 당첨되실 줄 알고 있었답니다.”
“뭔가 뒷거래가 있었던 겁니까?”
“아뇨. 그보다는 앞거래였죠.”
럭스에서는 성원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의미에서 고객들 중 한 명이 소유한 저택이나 파티 홀에서 서머 시즌 패션을 선공개하기로 했다.
럭스에서 한 벌의 옷을 살 때마다 한 장의 표를 발급한 뒤, 그 표들을 한데 모아 추첨을 한 것이다.
“제가 듣기로 마탑주께서 구매하신 럭스의 옷이 200벌이 넘는다더군요.”
“이……? 200벌이요?”
그 이야기에 주변 귀족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럭스의 옷은 결코 싸지 않았다. 한 벌의 가격이 마차 한 대에 버금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탑주님의 럭스 사랑이 어마어마하시군요…….”
“그 정도로 패션에 관심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한참 동안 마탑주와 럭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귀족들은 서서히 대화 주제를 바꿨다.
“마탑주님은 역시나 속세의 일에는 초탈하신 모양입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초대객들 사이에서 아무런 정치색도 파벌도 보이지 않는군요.”
아무리 그레니엄에 돈을 흥청망청 쓰는 귀족들이 많다고 해도 파티를 열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은 참여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과년한 자식을 위한 결혼 대상을 찾기 위한 파티라면 젊은 영식이나 영애들을 주로 초대할 것이고, 정치에 관한 담화를 나누기 위해서라면 특정 파벌의 귀족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성원 보답 파티라고는 해도 다른 이의 이름으로 파티를 개최한다고 한 이상 럭스 측에서도 이 파티의 목적을 사적으로 이용해도 된다고 허가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쿠린은 이 파티에 어떤 목적성이나 정치색을 묻힐 의도가 조금도 없는 모양이었다.
“저기는 벌써 싸움이 날 것 같은데요.”
“최근의 귀족 회의에서 정면으로 부딪혔다죠?”
“저런 이들은 한 파티에 안 부르는 게 관례인데, 관심이 없으신 건지 신경을 안 쓰시는 건지…….”
귀족들은 상석에 앉아 있는 쿠린을 힐끗 바라봤다.
럭스제 슈트를 차려입은 쿠린은 어디까지나 만족한 얼굴로 파티장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마탑주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사람들을 초대한 것일까.
“……슈트.”
그러고 보니 이 파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참여 인원 모두가 럭스의 슈트를 입고 있군요.”
“그야 그럴 수밖에요. 럭스의 성원 보답 파티가 아닙니까.”
“제 말은, 아직 제도에는 럭스의 슈트를 구하지 못한 귀족들도 많지 않습니까?”
럭스의 신드롬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슈트가 없는 이들은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어 했고, 있는 이들도 어떻게든 더 손에 넣고 싶어 했다.
거기에 마우솔레움 백작의 ‘영악함’이 들어가 정직하게 대기열을 기다리는 이들은 앞으로 석 달이 지나도 슈트를 손에 넣지 못할 터였다.
어느 갑부의 200벌 독점 현상까지 겹치기도 했고 말이다.
“과연, 그렇군요.”
“혹시 럭스의 슈트를 보유한 이들만을 모은 파티일까요?”
“설마 마우솔레움 백작도 아니고 마탑주가 그런 컨셉 파티를 했겠습니까? 자신에게 무슨 이득이 있어서요?”
그것도 그렇군요, 젊은 귀족은 그리 답하며 한번 웃고는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 * *
그런 이야기가 있다.
엘프들은 오만하고 고고한 성정 탓에 인간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고 말이다.
엘프들은 인간을 보면 언제나 인상을 찌푸리고 벌레라도 본 것처럼 시선을 돌려 버렸기에 생긴 오해 아닌 오해였다.
실상은, 엘프들은 오만하지도 고고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들의 기준에서 인간들이 너무 못생겼을 뿐이었다.
‘가엾게도, 오늘도 정말 못생겼군요.’
인간과 엘프의 혼혈인 쿠린 역시 그 아름다움과 심미안을 타고났다.
상석에 앉은 쿠린은 파티 홀에 모인 귀족들의 면면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저렇게 못생긴 얼굴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그녀가 마법에 열중하는 이유도, 로브를 뒤집어쓰고 사는 게 기본인 마탑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못생긴 얼굴을 안 보면 비위가 상할 일도 없으니까.
‘그래도 옷이라도 잘 입혀 놓으니까 훨씬 낫네요.’
쿠린은 파티장을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모두가 검은 슈트를 입고서 우아하게 파티를 즐기는 모습. 이제까지 있었던 난잡하고 번잡한 패션 스타일의 파티들과는 달랐다.
‘역시 심플 이즈 베스트……!’
좋은 마법은 간단한 마법이다.
개발하는 마법도 사용하는 마법도 언제나 간결한 것들뿐인 쿠린에게 아무런 장식도 자수도 없이 깔끔한 세련함을 품은 이 슈트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슈트였다.
마치 손으로 그린 완벽한 원을 보는 것만 같은 슈트였다.
‘게다가 이 슈트에는 드래곤님의 숨결까지 배어 있어요!’
쿠린의 입에서 열띤 입김이 새어 나왔다.
마법사에게 ‘드래곤’이라는 단어는 애증의 단어였다.
절대 불가능한 수많은 마법적 난제나 술식에 ‘드래곤’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마법처럼 해결되어 버리는 탓이다.
‘연극에서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도 같은 존재죠.’
그 탓에 인간들이 만드는 마법 술식은 언제나 ‘드래곤은 예외’라는 조항이 들어간다.
어차피 드래곤이라면 손가락 튕기는 것만으로 이루어 내는 술식을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며, 열등감만 더해질 뿐이라 따지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천사이며 동시에 악마인 존재.
숭배하면서도 부정해야만 하는 존재.
마법사들이 가진 최고의 창이자 최고의 방패.
‘말 그대로 살아 있는 현자의 돌!’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마법사에게 그런 의미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어떤 마법사라 한들 드래곤과 함께할 기회를 놓칠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것이 마법사들이었다.
‘시모어 백작과 결혼할 수만 있다면 루시스 님이 제 딸이 되겠죠.’
루시스가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장면을 상상해 본 쿠린은 코피를 터뜨릴 뻔했다.
게다가 시모어라면 쿠린도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까, 최소한 아침저녁으로 배우자의 얼굴을 보며 비위가 상할 리는 없다는 소리였다.
시모어는 하프엘프인 쿠린이 보기에도 무척이나 미형에 속하는 얼굴의 소유자였으니까.
‘결혼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 얼굴은 마주 볼 수 있는 사람이 좋겠지요.’
게다가 시모어는 능력도 좋았다.
저 아름다운 슈트를 만들어 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역시 인간의 문화는 전 종족 중 제일이라더니, 이렇게나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
‘우리 둘은 분명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거예요.’
그가 아니면 누가 자신의 옆자리에 서겠는가?
자신이 아니면 누가 시모어의 옆자리에 서겠는가?
외모. 능력. 가문.
쿠린은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았다.
‘거기에 내조까지……!’
쿠린이 오늘의 파티에 슈트를 입은 이들만 초대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럭스의 파티이니 럭스의 열혈 고객들로만 채운 것이었다.
‘시모어 백작도 분명 마음에 들어 하겠죠!’
저번에 자신이 너무 갑작스레 시모어에게 접근했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런 식으로 작은 내조부터 차근차근 나아갈 생각이었다.
“마탑주. 이쪽은 이리나 이슈타르 경입니다. 이슈타르 경, 이쪽은 마탑주라네.”
시모어가 자신에게 친근하다는 듯 이리나를 소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안녕하세요, 마탑주. 이리나 이슈타르입니다.”
“…….”
쿠린은 빤히 이리나를 바라봤다.
외모. 드래곤의 혈통이니 합격.
능력. 원탁의 기사에 이름을 올렸으니 합격.
가문. 이슈타르 후작가니 무조건 합격.
내조.
……내조.
‘루시스 님의 과외 선생님을 맡고 있다고요……?’
합격.
갑작스레 등장한 어마어마한 라이벌의 등장에 쿠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 * *
나는 헬라와 함께 아니마 백작가의 파티 홀에 도착했다.
파티 홀에는 이미 수많은 귀족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마우솔레움 백작님! 오셨군요!”
“언제 오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귀족들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나는 아니마 백작을 찾아 파티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같은 작위인 이상 파티의 주최자인 그녀에게 먼저 찾아가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
나는 쏟아지는 귀족들의 인사를 받아넘기며 생각했다.
‘레스터와의 일전에 대한 소문은 퍼지지 않은 모양이야.’
하인과 기사들의 입단속을 단단히 해 둔 보람이 있었다.
나는 레스터와의 싸움은 한동안 비밀로 유지할 생각이었다. 최소한 내 심장에 드래곤 하트를 채워 넣기 전까지는 말이다.
‘교회로부터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될 텐데 굳이 벌써부터 떠벌리고 다닐 필요는 없지.’
신의 강신체를 쓰러뜨렸다는 사실이 퍼지면 이제 기부금을 내는 것만으로 조율이 힘들 정도로 교회와의 관계가 무너질 터였다.
가능한 그 소문이 퍼지는 시간을 뒤로 늦출 필요가 있었다.
최소한 내가 충분한 힘을 가지게 된 뒤로 말이다.
“마우솔레움 백작. 오셨군요.”
귀족들 사이에서 문득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루시스의 과외 선생, 이리나 이슈타르였다.
인사를 건네려던 나는 조금 놀란 눈으로 그녀의 복장을 살폈다.
그녀는 접때 루시스가 선보였던 흑백 반전 럭스 슈트를 입고 있었다.
검은 와이셔츠 위로 맨 하얀 넥타이와 걸친 재킷이 그녀의 머리색과 같아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 패션을 소화할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그러자 눈웃음을 지으며 덧붙이는 이리나였다.
“루시스 이외에는, 말이죠?”
“그래. 루시스 이외에는 말이야.”
아하하. 짧은 웃음이 지나가고 이리나가 물었다.
“휴가는 잘 다녀왔나요?”
“물론. 아주 즐거운 일들이 가득했지.”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루시스가 꿈을 정했어.”
“꿈을요?”
“다음 수업은 기대해도 좋을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환한 미소를 짓는 이리나였다.
“벌써부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는걸요. 혹시 미리 귀띔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돼. 루시스가 나한테 토라질 거니까.”
“으으으. 다음 수업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이리나가 중얼거리는 사이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파티의 주최자, 아니마 쿠린 백작이었다.
“아, 마탑주님. 또 뵙는군요.”
나는 공손하고 깍듯하게 마탑주를 대했다.
그녀가 비록 내게 모자라고 푼수 같은 모습을 많이 보이긴 했지만 그녀는 어마어마한 권력과 힘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럭스의 슈트를 200벌이 넘게 사 간 호구……. 아니, VVIP 고객님이기도 하지.’
그 옷들은 돈만 낸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탑주는 슈트들을 수백 벌이나 사 가는 대신 마우솔레움 소유의 마력 회로 주조소와 공방에 대한 여러 협약을 약속했다.
마법학과의 학부생들을 내 가문 직원들로 빼돌리는 것에 대한 죗값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이리나도 마탑주에게 소개했다.
“이쪽은 이리나 이슈타르 경입니다. 이슈타르 경, 이쪽은 마탑주이자 아니마 백작의 가주인 아니마 쿠린 님이야.”
“안녕하세요, 마탑주. 이리나 이슈타르입니다.”
나를 대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딱딱하게 격식을 차리는 이리나. 언제나 기사다운 경직된 태도가 또 그녀의 매력이었다.
“…….”
한데 이리나를 바라보는 마탑주의 눈빛이 조금 이상했다.
천천히, 마탑주의 입이 열렸다.
* * *
“……오?”
그 순간, 수 킬로는 떨어진 황궁의 궁전에서 루시스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루시스 양?”
손에 딱정벌레를 쥐고 묻는 황자.
루시스는 그런 황자의 부름을 무시하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재미난 사건을 놓치고 있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