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77)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77화(77/109)
게임 (1)
마탑주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영혼석이 아닙니까?”
영혼석.
말 그대로 한 존재의 영혼이 봉인되어 있는 돌.
여러 가지 종교적 이유와 마법적 이유로 영혼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마법은 모두 금기였다.
그중에서도 영혼을 가두는 영혼석은 말할 것도 없는 금기 중의 금기였다.
“이걸 대체 어디서 구하신 거죠?”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묻는 쿠린에게 루시스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도 없다는 듯 당당히 답했다.
“내 가디언.”
저 영혼석은 레스터에 의해 살해당한 가디언의 것이었다.
마우솔레움의 레어를 지키던 최후의 가디언이자, 사망 직전 루시스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가디언.
‘운디네에게 부탁해 챙겨 뒀었지.’
루시스가 간직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마탑주에게 내보일 줄은 몰랐다.
“아…….”
쿠린은 조금 달라진 눈빛으로 제 손에 들린 영혼석을 바라봤다.
드래곤에게 관심과 애정이 넘치는 쿠린에게 드래곤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영혼석은 큰 관심거리일 터였다.
“살려 내 줘.”
하지만 그 말에는 아무리 쿠린이라 한들 표정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루시스의 말은 쿠린에게 금기에 손을 대라는 요구나 다름없었으니까.
“루시스 님, 그건…….”
“못 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아닌데…….”
“해 줘.”
잠시 망설이던 쿠린이 어딘가를 힐끔 바라봤다.
그 시선을 따라가자 이리나가 있었다.
어째선지 이리나를 보더니 눈동자에 불이 붙는 쿠린이었다.
“하겠습니다!”
“응.”
“제가 더 쓸모 있음을 증명하겠습니다!”
“응, 응. 차캐.”
루시스는 치하의 의미로 쿠린의 손등을 툭툭 두드렸다.
쿠린은 나와 루시스, 이리나를 번갈아 보더니 거세게 콧김을 내뿜었다.
‘대체 뭐지.’
행동 원리를 이해할 수야 없었지만, 우리에게 도움만 된다면야 큰 상관은 없었다.
그 뒤로 황자를 찾아온 황실 근위대가 파티장에 들이닥쳤지만 ‘자신이 억지를 써서 루시스에게 함께 데리고 가 달라 부탁했다’는 황자의 말에 사태는 평화롭게 해결되었다.
‘황제로서도 나와, 정확히는 루시스와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겠지.’
황실쯤 되는 장소라면 레스터 호수에서의 일도 전해 들었을 테니 말이다.
‘점점 무소불위의 권력이 완성되어 가는군.’
나는 흡족히 미소 지었다.
* * *
럭스의 서머 시즌 패션이 공개되었다.
기존의 패션과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나 무더운 날씨를 고려한 여러 개선 사항들이었다.
가공 단계에 신기술을 더해 옷감은 더욱 얇아졌고 쿨톤 계열의 시원하고 산뜻한 컬러가 주를 이루었다.
굳이 베스트까지 껴입지 않아도 허전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셔츠와 타이에도 여러 패턴과 무늬가 추가되었다.
이에 간신히 대기 고객이 줄어드나 싶었던 럭스에는 또다시 어마어마한 길이의 대기 줄과 예약 줄이 생겨났다.
하지만 한 가지, 기존과는 달라진 풍경이 있었다.
“아하하. 이제 곧잘 하는데, 루?”
“으음……!”
통-. 통-.
대기 고객들의 대기 장소 겸 사교장의 로비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럭스의 1층.
그 한가운데에 비치된 테이블이었다.
“이쪽이 비었잖아, 루.”
“앗!”
통-. 통-.
평소라면 여러 가지 주제로 수다를 떠는 이들이 가득했을 장소지만 오늘은 모든 이들이 테이블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싸고 나와 루시스의 게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핑퐁 게임기의 첫 시제품.’
어젯밤에 갓 완성된 따끈한 시제품을 나는 곧바로 럭스에 배치해 두라 일렀다.
그리고 오픈 시간에 맞춰 일부러 루시스와 함께 럭스를 찾아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통-. 통-.
유리 테이블 아래에서 동그란 공이 굴러다녔다.
내게서 멀리 굴러가던 공은 루시스가 좌우로 조종하는 기다란 막대에 부딪히고 내 쪽으로 튕겨 나왔다.
나는 조이스틱을 이용해 내 막대를 조종, 굴러오는 공의 진로를 막았다.
통-.
또다시 튕겨 나가는 공.
이 게임의 룰은 이게 전부였다.
굴러오는 공을 상대방에게 쳐 내는 것.
‘5초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룰이지.’
몇 차례 공을 주고받은 나는 테이블 옆의 버튼을 눌렀다.
“자, 그럼 이제 속도를 조금 높여 볼까?”
양쪽의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막대의 ‘반발 마법진’에 마석을 추가 공급하는 버튼이었다.
막대에 부딪힐수록 반발 마법에 공의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통-. 통-. 통. 통. 통, 통, 통, 통통통통…….
결과는 나의 패배였다.
루시스가 쳐 낸 공이 내 막대의 뒤쪽으로 굴러 들어가자 루시스는 허리에 양손을 올리며 콧대를 드높였다.
“흐흥!”
그 모습에 구경하던 이들이 모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자신들도 해 보고 싶다는 듯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었다.
‘흥미 유발 작전은 성공인가.’
나는 조금 더 정확한 반응을 보기 위해 루시스를 품에 안고 일어났다.
“그, 백작. 이 기구는……. 사용해도 되는 것이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물어 오는 귀족들.
“물론입니다. 저희 제품을 기다려 주시는 고객분들을 위해 준비한 놀 거리입니다. 부디 즐겨 주시죠.”
그 말이 끝나자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위선과 체면을 중시하는 귀족으로서 냉큼 자리에 앉기가 조금 불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결국 기회는 용감한 사람이 잡는 법.
“흠, 흠.”
헛기침을 하며 귀족 하나가 자리에 앉자 반대편에도 금방 자리가 찼다.
“이것으로……. 과연. 막대는 이것으로 움직이는 것이로군.”
잠시 조이스틱을 만져 조작감을 익힌 귀족은 ‘시작’이라고 적힌 버튼을 눌렀다.
그와 함께 마석의 에너지가 공급되며 공이 다시 구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귀족은 말도 잊고 집중해 서로에게 공을 튀기는 것에 열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드레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정말로 반응이 좋군요.”
“좋을 수밖에 없지.”
이 세계의 귀족들은 시간과 돈이 넘쳐난다.
그 넘쳐나는 돈과 시간을 얼마나 재밌게 잘 쓸지 궁리하는 게 하루의 대부분인 인간들이다.
‘핑퐁은 그런 귀족들에게 딱 맞는 게임이야.’
딱히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굳이 힘들게 땀을 흘릴 필요도 없다.
스포츠의 일종이니 지켜보는 이들도 흥미롭다.
잔잔히 수다를 떨면서 즐길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열중해서 즐길 수도 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때마침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한쪽이 승리한 모양이었다.
두 귀족은 아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고, 조금 전과 달리 두 자리는 금세 채워졌다.
“사흘 뒤쯤에 한 대를 더 보낼 테니 근처에 배치하도록 해.”
“예.”
“열흘쯤 뒤에는 핑퐁 대회를 연다는 소문도 퍼뜨리고.”
“대회요?”
“핑퐁을 플레이하는 토너먼트를 열어서 우승자에게는 슈트 한 벌을 공짜로 준다고 해.”
마르코만큼은 아니지만 머리가 꽤 잘 돌아가는 안드레는 금세 내 노림수를 이해했다.
“그리고 저 핑퐁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고요.”
“그렇지.”
“역시 백작님은 정말 천재십니다.”
새삼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안드레였다.
“백작님을 따라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다시 한번, 저를 그레니엄으로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아니야, 안드레.”
나는 작게 웃었다.
“네가 기회를 잘 잡은 거지.”
안드레는 어찌 보면 이 세계에서 나의 ‘현대인스러움’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였다.
그리고 안드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능력이 좋아도 혼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어. 네 성공은 나의 덕이 아니야. 온전히 너의 것이지.”
안드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깊이 숙였다.
“……평생 따르겠습니다, 백작님.”
그 목소리가 조금 젖어 있었다.
“킥킥킥.”
루시스는 작게 웃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 * *
“이거 꽤 재밌는데?”
핑퐁은 마우솔레움 백작가에서도 인기 만점이었다.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시몬과 시아에 이어 루시스까지 쓰러뜨린 헬라는 게임기를 조금 가늠해 보더니 내게 물었다.
“속도를 10배 정도 상승시킨 모델을 기사단 숙소에도 배치해 줄 수 있어?”
“훈련용으로 쓰게?”
“단원들 동체시력 기르기에 좋을 것 같아서. 공 두 개를 넣고 한꺼번에 돌릴 수도 있어?”
“가능하지. 이번 주 안으로 배치해 줄게.”
“오케이. 땡큐.”
헬라는 그리 말하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루시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루시스는 감히 자신을 이겨 먹은 헬라에게 몹시나 분노하고 있었다.
헬라는 억울하다는 투로 말했다.
“야. 솔직히 몸 쓰는 거에서 내가 지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나 너랑 네 아빠 지키는 사람이야.”
“흥.”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듯 루시스는 팽하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헬라는 큭큭큭 웃으며 루시스의 머리를 툭툭 만져 주고 자리를 떴다.
“그래서, 너희가 보기에는 어때?”
나는 시몬과 시아에게 물었다.
시몬은 어찌 보면 나보다도 사업체를 오래 경영해 본 이였으니 의견을 들어 보고 싶었고, 시아는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공방을 물려받고 싶다고 한 만큼 꼭 의견을 들어 보고 싶었다.
“심플하게 재밌어. 여름이기도 하니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기라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면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300대는 팔 수 있지 않을까?”
시몬은 상업적인 면에서 의견을 냈다.
“이걸 어떤 베리에이션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지를 좀 알 것 같아. 양쪽에 막대를 하나씩 더 둬서 2 대 2 팀전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아는 제품 자체적인 면에서 의견을 냈다.
“둘 다 좋은 아이디어인데. 마우솔레움 발표회장에 시원한 냉방 마법을 걸고서 부부 동반 팀 경기 대회를 열면 아주 좋겠어.”
한참 동안 새로운 제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우리는 어느새 어두워진 창밖에 각자 흩어져 방으로 돌아갔다.
목욕을 마치고 잠시 서류를 처리하며 기다리고 있자니 방문이 벌컥 열리며 루시스가 들어왔다.
의자를 돌리며 내게 다가오는 루시스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어 품에 안았다.
“오늘도 고마워.”
“뭘, 이 정도로. 잘 자, 둘 다.”
루시스를 씻겨 준 시아가 방으로 돌아가고 나는 드라이어를 들어 루시스의 머리를 말려 주기 시작했다.
내 손길이 기분 좋다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루시스는 문득 내 심장께를 바라봤다.
“왜 그래?”
“여기, 언제까지 비어 있어?”
헤이든의 ‘영혼 살해의 단검’에 의해 마력과 영혼이 도려내진 내 심장은 새로운 마력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루시스의 머리를 말리며 부드럽게 일렀다.
“걱정 마. 얼마 안 있어 채워질 테니까.”
그것도 어쩌면 너에게 익숙한 마력으로 말이다.
마우솔레움은 광휘룡 이슈타르에 의해 처단되었다.
그 영혼만은 누군가에 의해 영묘로 옮겨졌지만 그의 육신은 그렇지 못했다.
마우솔레움의 육체는 분노한 신과 인간들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고 전해진다.
‘그때 만들어진 마우솔레움의 비늘과 뼈로 만든 무구들이 아직도 암시장에서 몰래몰래 거래되고 있다지.’
하지만 그 누구도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바깥 세계의 존재인 나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슈타르 타운하우스를 방문할 날이 열흘도 남지 않았어.’
허무룡 마우솔레움.
놈의 드래곤 하트가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 잠들어 있었다.
“…….”
나는 루시스의 머리를 말려 주며, 루시스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었을 때 루시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했다.
‘부디 슬퍼하지 않았으면.’
루시스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게 될 친아빠의 유해였다.
그게 어떤 기분일지, 고아인 데다가 다른 세계에 떨어져 버린 나로서는 영영 알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놈은 네가 슬퍼할 만한 가치가 없는 놈이야.’
아직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놈과 시모어의 계약이.
제 딸을 죽이라 말하던 그 목소리가.
으득, 나도 모르게 이가 갈렸다.
‘최소한 네놈의 심장은 네 딸을 지키는 데 쓰일 거다.’
그게 내가 놈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