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8화(8/109)
장례식 (3)
이리나 이슈타르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돌려보냈다.
이리나도 아이의 실수에 화를 낼 사람은 아닌지라 괜찮다며 수도로 돌아가는 마차에 올랐다.
루시스는 이리나가 떠날 때까지 죽 그 뒤를 눈으로 좇기는 했지만 입 밖으로 ‘엄마’ 소리를 또 내지는 않았다.
“루시스. 혹시 엄마에 대해 기억나는 게 있니?”
혹시나 싶어 묻자 루시스는 고개를 몇 번 갸웃하더니 답했다.
“……반짝반짝?”
뭐, 그야 반짝거렸겠지.
드래곤 레어에는 온갖 보물들이 쌓여 있다고들 하니.
아무래도 루시스에게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모양이었다.
“하~암.”
장례식이라고 옷을 공들여 입히느라 조금 일찍 눈을 떠야 했던 루시스는 연신 하품을 해 댔다.
결국 나는 루시스를 시아의 품에 안겨 먼저 들여보냈다.
지난 며칠간 루시스의 유모 역할을 한 덕에 루시스와 시아는 부쩍 친해져 있었다.
“그, 그럼 나도 이만…….”
여동생의 뒤를 따라 은근슬쩍 빠져 나가려는 시몬은 내가 붙잡았다.
“어디 가? 너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지.”
시아야 셋째인 데다가 루시스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둘째인 시몬은 나와 함께 장례식이 파할 때까지 남아 있어야 했다.
안주인도 없는 마당에 손님을 맞이할 직계가 최소한 두 사람은 있어야 했으니까.
“히익!”
내게 목깃을 붙잡힌 시몬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한껏 움츠렸다.
내 손이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공포스럽다는 듯이 말이다.
그 과장된 몸짓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물었다.
“왜 이리 무서워해? 내가 널 죽이기라도 하냐?”
“히이이익!”
“…….”
내가 당황해하는 사이 시아가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 시모어 오빠. 오늘은 한 사람분의 장례로 충분하니까……. 알지? 루시스를 봐서라도?”
“…….”
시모어 이 새X는 지 동생들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 * *
장례식의 모든 절차가 끝났다.
선대 백작의 관은 가문 지하 묘지에 안치되었고 손님들도 모두 돌아갔다.
이제 장례식의 마지막 비공식 절차인 일가 정찬만이 남아 있었다.
“…….”
“…….”
“…….”
원래라면 내일부터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죽은 이를 마지막으로 추모하고 떨쳐 내는 자리였다.
하지만 모두가 말없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와 숙부의 눈치를.
‘오늘인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 인간들이 백작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겠구나, 하고 말이다.
‘장례식도 치렀겠다, 마침 루시스도 없겠다. 저쪽에는 완전히 적기네.’
곧 공격이 들어올 것을 직감한 나는 더 열심히 식사에 열중했다. 싸우려면 일단 밥심이니까.
아니, 이 경우에는 육심(肉心)이라 해야 하려나.
‘역시 오늘도 맛있네.’
늘 느끼는 거지만 이 집안의 주방장이 스테이크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굽는다.
“…….”
“…….”
“…….”
스무 명 가까이 앉아 있는 기다란 정찬 테이블에서 오직 나만이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이고 있었다.
“하하하…….”
시몬의 옆자리에서 어이없다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옷차림, 움직일 때마다 풍겨 나오는 지독한 향수 냄새.
숙부, 리차드 마우솔레움이었다.
‘시몬과 시아에게 자꾸 허튼 바람을 불어넣는 게 이 인간이기도 하지.’
리차드는 웃음소리를 길게 끌어 테이블의 모든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는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
“입맛이 도는 모양이구나, 시모어.”
아버지를 지하 묘지에 안치한 지 두 시간도 안 됐는데 고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이런 자에게 우리 백작 가문을 넘길 수 있겠느냐, 하는 말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적당히 받아쳤다.
“그러는 숙부는 입맛이 없어 보입니다. 아, 나이 드셔서 소화 기능이 떨어진 건가요. 그래서 내일부터 업무는 다시 소화하실 수 있겠어요?”
공과 사는 구분해라,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 뭐 대충 그런 뜻이었다.
리차드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여유로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네가 이제 이 숙부 걱정을 다 하는구나. 걱정 마라. 한두 끼 굶는다고 해서 이 숙부의 감각이 떨어지지는 않으니까.”
“숙부 감각이야 제가 잘 알죠. 제도 내의 패션, 향수 쪽은 꽉 잡고 계신걸요. 몇십 년이 지난들 숙부의 감이야 여전히 변함없을 겁니다.”
나는 나이프를 달칵 내려놓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숙부의 자리도 말이에요.”
“…….”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고 더 큰 것을 넘보지 마라. 내 경고에 나를 보는 숙부의 눈빛이 더욱 가늘어졌다.
어느새 정찬 테이블에서 수저를 손에 쥐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수저와 접시가 부딪히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홀의 모두는 긴장한 눈빛으로,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와 숙부의 충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말이다.”
모두의 시선이 모였음을 깨달은 리차드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단숨에 본론으로 치고 들어갔다.
“네 아버지가 쥐고 있던 사업체들은 어찌할 생각이냐?”
사업체. 그 이야기에 나는 한쪽 눈썹을 추켜 올렸다.
귀족들이 사업체를 굴리는 이 세계에서 마우솔레움 같은 대귀족은 문어발 대기업이나 다름없었다.
군수, 마법, 건축과 같은 기반 사업부터 패션, 향수, 요식업, 용병업과 같은 부가 사업까지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사업체들은 직계와 방계가 나누어 운용하고 있지만 알짜배기 사업은 모두 직계가, 정확히는 가주가 쥐고 있었다.
그러니 사업체 분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지만 나는 좀 의아했다.
‘백작위는 포기한 건가?’
원래 방계들의, 숙부의 이상적인 플랜은 자신들 중 하나가 백작위에 오르거나 내 동생을 백작위에 올려 섭정질을 하는 것일 터였다.
‘시모어가 루시스의 봉인을 풀었으니 그쪽으로는 가능성이 없다 판단한 건가.’
현명한 판단이기는 했다.
케이크를 통째로 삼킬 수 없다면 조각이라도 잘라 먹어야지 않겠는가.
물론 나는 내가 삼킬 이 케이크를 단 한 조각도 누군가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이건 다 내 거다.
내가 은퇴한 뒤로는 내 동생들의 것이 되어야 했다. 나와 루시스의 평안한 노후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버지 사업체 말씀입니까? 당연한 걸 물으시는군요. 제가 다 안고 갈 겁니다.”
“욕심을 부리려는 게냐.”
“아버지의 뒤를 따르려는 게 욕심이라면, 예. 저는 욕심을 부리렵니다.”
“과욕이다. 네 아버지라면 모를까 아직 젊은 네가 그 많은 사업들을 관리하는 건 일러.”
그 말에 방계 몇몇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마 이 자리에 이 말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결탁하고 의논했을 것이다.
확실히 저들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나 한 사람이 아닌 가문 전체를 위해서라면 소위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물론 나야 딱히 가문 전체를 위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꺼내는 건 위험했다.
“아뇨. 거꾸로입니다.”
그러니 나는 방어에 치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선의 방어는, 언제나 공격이었다.
“과욕을 부리셨던 건 제 아버지 아닙니까.”
“……뭐라?”
“그게 아니면 돌아가셨을 리가 없죠.”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찡그리는 숙부. 그런 숙부에게 물었다.
“혹시 그때도 이랬습니까?”
“뭐가 말이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아버지께 이리 말씀을 올리셨습니까? 사업체를 나눠 달라고?”
“…….”
잠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숙부는 한순간 무엇을 깨달은 듯 얼굴을 왈칵 일그러뜨리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덜컹, 콰당!
숙부는 뒤로 의자가 쓰러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내게 삿대질하며 외쳤다.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게냐! 내가 형님의 사업체를 탐내서 죽였다고?!”
만찬 테이블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 나와 숙부를 번갈아 바라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아니면 장례식 절차가 끝나자마자 그 아들을 붙잡고 사업체 이야기를 꺼내는 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라……?”
“좋은 기회구나, 하고 무신 겁니까. 아니면 이 기회를 직접 만들어 내신 겁니까?”
“네 이놈!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오히려 이 가문에서 네 아버지를 죽일 이유가 가장 많은 건 네놈이 아니냐!”
어째서일까.
내 면전에 대고 소리치는 숙부의 모습에 며칠 전 보았던 시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 숙부님도 죽일 거야?
왜 다들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 대는 걸까.
죽였느니, 죽일 거냐느니.
벌레 한 마리 못 잡는 사람한테 말이야.
삼촌과의 드잡이질을 이어 가려던 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후…….”
짜증이 밀려와서였다.
“애초에 네놈에게 백작 자리는 어울리지 않는다! 드래곤을 깨운 것만 아니었어도 네놈은……! 애초에 영묘에 멋대로 들어간 것부터가……!”
숙부는 여전히 내게 삿대질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 거슬렸다.
아니, 좀 많이.
“그만.”
나는 손을 들며 숙부의 말을 잘랐다.
문득, 다 귀찮아졌다.
숙부와 이렇게 입씨름을 하는 것도. 서로 소리를 질러 대는 것도.
아니.
애초에 내 것인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거지?
나는 숙부를 꺾기 위해 머릿속에 준비해 두었던 수많은 문장들을 모두 날려 버렸다.
그리고 그냥 솔직하게 물었다.
“숙부. 내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말이야.”
솟구쳐 오르는 짜증을 꾹꾹 억누르며 한마디씩 뱉었다.
“애초에 댁들이 군말 없이 선대 백작을 따른 이유가 뭐였지?”
모두가 침묵했지만 난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마우솔레움 가문은 대대로 가주가 공포로 지배해 온 집안이니까.
‘선대 백작도 마찬가지였어.’
지난 며칠간 서재에서 읽었던 가문 실록에는 그 내용이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구성원들이 얼마나 선대 백작을 두려워했는지, 또 선대 백작이 의도적으로 두려움을 사기 위해 어떤 짓을 했는지.
“그러면 말이야, 숙부. 댁 말대로 내가 정말 아버지를 죽였다면, 댁들은 나를 더더욱 두려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
“게다가 내 곁에는 드래곤도 있어. 그런데도 앞서서 내게 아부하기는커녕 뭐라도 빼먹으려고 기를 쓴다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
“노년에 갑자기 용감해진 거야, 아니면 노망에 생각이 짧아진 거야?”
“…….”
“댁들이 그리 멍청하고 시야가 좁으니 아버지같이 무능하고 폭력적이기만 한 인사에게 아무 말 못 하고 휘둘리며 산 거야.”
“……모어.”
“당신들, 뭔가 거하게 착각하고 있어. 나라고 다를 것 같아? 젊은 놈이 가주가 되었으니 뭔가 좀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드디어 폭군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싶었어?”
“……시모어.”
“오산이야. 한번 꼬리를 꺾은 개들은 영원히 집 지키는 개밖에 되지 못해.”
“……시모어, 마력을……!”
“그러니 선택해. 내가 기르는 개가 되어서라도 살아갈지, 아니면 내 손에 모두……!”
“시모어 마우솔레움! 마력을 거둬!”
누군가의 외침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만찬장의 바닥에는 검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다름 아닌 시모어의, 나의 마력이었다.
‘내, 내가 언제……?’
심지어 검은 안개는 숙부를 비롯한 몇몇 사람의 몸을 스멀스멀 타고 올라 심장 부근을 움켜쥐고 있기까지 했다.
리차드 숙부는 당장이라도 심장이 멈출 것 같은 새하얀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미친……!’
나는 황급히 마력을 회수하려다가…….
손을 멈췄다.
‘그냥 이대로 다 죽여 버릴까?’
마치,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귀찮잖아. 아군인지 적인지 구분하고, 회유할지 버릴지 고민하고, 거기서 다시 쓸 만한 놈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짓거리 말이야.’
내 간지러운 곳을 긁어 주는 목소리였다.
‘어차피 갈아치울 놈은 충분하잖아? 제국 전체에서 능력 좋고 가스라이팅하기 쉬운 놈들 리스트는 머릿속에 이미 쫙 뽑혀 있으니까.’
아주 달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
‘그러니 그냥 터뜨리는 거야. 팝콘 튀기듯이 팡, 하고 말이야.’
그건 내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