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0)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80화(80/109)
게임 (4)
오늘은 오랜만에 한가한 날이었다.
저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한 마법학과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날인지라 내 일이 크게 줄어든 탓이었다.
이에 나는 오랜만에 루시스와 함께 마법 놀이를 즐겼다.
구구구구-.
정원의 물을 둥그런 구의 형태로 만들어 공중에 띄운다. 여기까지는 저번의 마법 놀이와 똑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가 두 개였다.
나는 정원의 물을 두 개의 구로 만들어 그것들을 서로에게 공전시키고 있었다.
‘확실히 스킬의 위력 상승 곡선은 뒤로 갈수록 가팔라진다니까.’
중력 마법이 상급에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이런 식의 고난도 조작도 간단했다.
심지어 지금은 루시스의 보조도 없었다.
[루시스 님! 여기예요!]“잡았다!”
[꺄악! 히히히! 이제는 제가 술래네요!]루시스와 운디네는 내가 띄워 둔 물의 구 안에서 헤엄을 치며 놀고 있었다.
슬슬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물놀이를 즐기게 된 루시스였다.
‘스킬 창.’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신성 모독자
┃ 상급 중력 마법 (30%)
┃ 중급 마력 친화 (41%)
┃ 중급 마력 장악 (74%)
┃ 하급 다중 시전 (43%)
┃ 고학력자 (29%)
┃ 단단한 육체 (76%)
┃ 우월한 정신력 (53%)
┗━━━━━━
중력 마법이 상급에 들어서 훈련의 스케일이 커진 덕인지 다른 스킬들의 성장도 무척이나 빨랐다.
‘중력 마법은 170%만 더 올리면 마스터야.’
1성의 길에 들어서는 것도 머지않았다.
이 세계에 빙의하고 네 달 만에 이루게 되는 쾌거였다.
“……정말 대단한데, 형님.”
어느새 다가온 시몬이 멍하니 내 마법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몬뿐이 아니었다. 나와 루시스의 마법 놀이는 어느새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의 명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대체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야?”
“글쎄. 책임져야 하는 아이가 생긴 순간부터?”
“뭐? 아하하하.”
시몬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너도 슬슬 결혼해야지.”
“형님도 홀몸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나는 딸이 있잖아.”
“그렇기는 한데…….”
“너는 좋다는 사람 없어? 시아는 아카데미에서 인기 만점이던데.”
“시아는 예쁘잖아. 나랑 달리.”
“네 얼굴이 어때서?”
거듭 말하지만 시모어를 닮은 시몬의 얼굴도 그레니엄 상위 0.1%는 자부할 수 있는 외모였다.
“오히려 시아나 나처럼 기가 센 얼굴보다는 너 같은 강아지상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
“그런가……?”
“너무 회로 주조소에만 처박혀 있어서 접점이 없어서 그런 거야. 그래, 다음번 패션쇼에서는 네가 모델을 해 보는 건 어때?”
“전력을 다해 성심성의껏 거절할게, 형님.”
나는 시몬과 한가하게 수다를 떨면서 마법 놀이를 이어 나갔다.
* * *
마법 놀이를 마친 나는 루시스와 함께 동산 위의 가제보에 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간식을 먹고, 수다를 떨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내가 연필로 스케치를 해 건네주면 루시스가 원하는 색으로 그림을 채운다. 그것이 우리가 취미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킥킥킥.”
내가 건네준 거대한 드래곤의 스케치를 하얀 크레파스로 가득 채우며 루시스가 즐겁게 웃었다.
그 모습에 나는 짐짓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분명 내가 건네줄 때만 해도 흑룡이었는데 말이야.”
“이거, 나야.”
“루시스면 어쩔 수 없지.”
흥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색칠을 이어 가는 루시스.
다음엔 뭘 그릴까 싶었는데 그 모습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루시스의 미래 초상화를 그려 볼까.’
나는 곧바로 연필을 들고 선을 그어 나갔다.
루시스의 얼굴에서 볼살을 빼고 눈을 조금 작게, 코와 턱을 갸름하게 그린다.
이리나와 같은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루시스 특유의 장난기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그린다.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루시스가 내 그림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마?”
“아니. 이건 루시스, 너야.”
“오…….”
루시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스케치를 완성한 나는 루시스에게 그것을 건넸다. 루시스는 한참 동안 그림을 내려다보더니 내게 도로 내밀었다.
“칠해 죠.”
“내가?”
“응.”
아무래도 루시스는 내 손에서 이 그림이 완성되는 게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기왕 칠하는 거 제대로 칠해 볼까.’
나는 시종에게 명해 내 이젤과 물감, 기름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유화로 작업하는 건 대학교 졸업하고 처음인 것 같은데.’
뭔지 모를 향수감에 젖은 채로 나는 집중해서 작업을 시작했다.
루시스의 우유 같은 백발과 황금 같은 눈동자, 은은한 분홍빛 볼에 신중을 기해 색을 칠하다 보니 그림이 완성되었을 즈음에는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어때, 루시스. 마음에 들어?”
“……응.”
루시스는 어딘가 넋이 나간 눈으로 그림을 보고 있었다. 내 그림이 그렇게 좋은 걸까 싶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그린 루시스의 초상화는 액자에 담겨 루시스의 방에 걸렸다.
시녀들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루시스는 그 그림을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며 종종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고 했다.
‘루시스는 그 그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엄마에 대한 생각?
혹은 자신의 꿈인 광휘룡에 대한 생각?
아마도 나는 영원히 알 수 없을 터였다.
* * *
며칠 뒤.
마우솔레움 전시 회관에서 ‘제1회 마우솔레움배 핑퐁 대회’가 열렸다.
마르코는 아직 세간에 공개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기구의 대회는 이르지 않느냐 물었지만 애초에 이 대회의 목적은 ‘대회 그 자체’였다.
‘대회 개최만큼 좋은 홍보가 없지.’
한 종목의 대회가 개최되는 것에는 그 종목의 유명세나 여론, 인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거꾸로 대회를 개최했기에 유명세와 인기가 상승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구에서도 수많은 게임들이 앞다투어 이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려고 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대회의 우승 상품을 럭스의 신상 슈트로 걸어서 그런지 대회에 참여한 인원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하루 종일 노는 것밖에 안 하는 귀족들이라 유행 전파가 빠른 건지도.’
서른 명의 선수와 이백 명이 넘어가는 관객들이 마우솔레움 전시 회관에 모여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이 무더운 날 저희 대회에 참여해 주신, 관람하러 와 주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시원한 음료수도 준비해 두었으니 모쪼록 즐겨 주시죠.”
회로 주조소의 발표회 때와는 달리 너른 실내 홀에서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경기 방식은 토너먼트, 승리 기준은 6점이며 듀스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수 플레이어는 동전 뒤집기로 정하도록 하죠. 자 그럼, 대진표를 작성해 볼까요?”
나는 즉석에서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공들을 뽑아 대진표를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보름 사이 이미 서로의 실력을 충분히 알아 뒀는지 강적과 만난 선수들은 침음성을 흘렸고, 맞수들끼리 만난 쪽에서는 구경꾼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생각보다 잘하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1회전에서부터 강적을 만나 탈락한 시아였다.
시아의 상대는 거의 열흘 전부터 럭스에서 살다시피 하며 핑퐁을 플레이하던 귀부인이었다.
“완전한 패배야. 납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졌어.”
시몬의 상대는 닷새 전 핑퐁 게임기를 구매한 뒤 집무도 등한시했다는 중독 게이머였다.
탈락자들을 배출하며 점점 과열되어 가던 경기는 곧 두 명의 선수들만을 남겨 두게 되었다.
“자, 이제 제1회 핑퐁 대회도 마지막 경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최후의 두 선수가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한번 들어 볼까요?”
결승전을 앞두고 잠시 가진 휴식 시간.
나는 두 선수를 앞으로 불러내어 구경꾼들을 즐겁게 해 줄 시간을 만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코필드 남작입니다”
코필드 남작, 혹은 코필드 경.
작위는 낮지만 황제를 비롯한 수많은 귀족들의 존경을 받는 늙은 기사였다.
절대적인 황제 충성파이면서도 간언을 아끼지 않는 충신이었다.
“기사 된 몸으로 이런 대회에 참여했다는 게 몹시 부끄럽군요. 그래도 아들놈이 ‘이제 아무도 아버지를 기사로 생각 안 한다’는 말에 용기 내어 참가해 봤습니다. 기왕 참가한 거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웃으며 박수를 보내 주었다.
코필드 경의 말대로 기사들은 몸을 쓰는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는 이리나도 헬라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한 기사는 예외였기에 아무도 코필드 경을 야유하거나 타박하지는 않았다.
“아하하. 부디 좋은 결과를 거두시길 빌겠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놀랍게도, 두 번째 결승 진출자는 루시스였다.
나는 루시스가 모두의 눈에 보이도록 품에 안아 들었다.
루시스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고 코필드 경을 눈에 담더니 선언했다.
“내가 이길 거야.”
“후후후. 그 또한 영광이지요.”
유들유들하게 루시스의 도발을 받아치는 코필드 경. 과연 평생을 도발과 모욕이 판치는 싸움터에서 살아온 사람다웠다.
곧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결승전은 원형 극장과 같이 중심 무대를 기준으로 사방의 좌석이 몇 단 높은 곳에서 진행되었다.
키가 작은 루시스는 의자가 아니라 테이블의 위에 앉아 조이스틱을 잡았다. 그 귀여운 모습에 사방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통-. 통-. 통-.
느릿하게 구르던 공은 곧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속도가 붙더니 종내에는 눈으로 좇아갈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다.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의 입가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통, 통, 통, 통통통통-!
한 치 앞도 볼 수 없던 경기의 결과는 6 대 4. 루시스의 승리였다.
“흐흥!”
여봐란듯이 콧대를 드높이는 루시스.
코필드 경은 웃으며 그런 루시스에게 악수를 청했다.
“좋은 경기였습니다, 루시스 님.”
“응. 좋은 경기여써.”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의 스포츠맨십에 사방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여러분, 핑퐁 대회의 초대 챔피언 루시스를 박수갈채로 맞이해 주십시오!”
내 선언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루시스의 콧대가 점점 드높아지는 모습에 코필드 경 역시 흐뭇한 미소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코필드 경은 마지막 순간에 일부러 루시스에게 져 주었어.’
그것을 어떻게 알았냐면, 나 역시 언제나 루시스에게는 져 주고 있기에 알 수 있었다.
기사도의 발현인지 손녀 같은 아이의 프라이드를 지켜 주고 싶었던 건지는 모른다. 하나 분명한 건 내게 감사를 받기에 충분한 일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멋진 경기를 펼쳐 주신 코필드 경에게는 핑퐁 게임기 한 대를 부상으로 수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깜짝 선물에 놀란 얼굴을 하는 코필드 경.
하지만 이내 내 표정을 읽고 너털웃음을 짓더니 감사의 의미로 절도 있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나 역시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핑퐁 게임기는 어마어마한 고가의 물건이다. 남작의 수입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이로써 루시스는 프라이드를 세웠고 코필드 경은 노년의 즐거움을 챙겼으니 윈윈이라 할 수 있었다.
“흐흥, 흐흥!”
루시스는 어깨를 한껏 추켜세우며 쏟아지는 찬양을 한껏 받았다.
태양 빛으로 광합성하는 해바라기처럼 사람들의 찬양으로 먹고사는 루시스였다.
나는 그런 루시스를 품에 안으며 속삭였다.
“자, 그러면 우리 챔피언께는 어떤 상을 드려야 할까. 원래 규정대로 옷 한 벌만 줄까?”
“시러.”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루시스.
당연하다는 듯 다른 상을 바라는 모습이 뻔뻔하면서도 귀여웠다.
“하지만 우승자에게는 슈트 한 벌만 주기로 했는걸?”
“옷 필요 업써. 나 옷 많아.”
나는 아하하 웃으며 물었다.
“그러면 뭐가 갖고 싶어?”
“집.”
“……응?”
“나 집 줘.”
상상도 못 한 루시스의 독립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