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1)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81화(81/109)
변화 (1)
다행히도 루시스가 원하는 건 독립이 아니었다.
타운하우스의 저택 한 채를 요구한 것이었다.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빈 건물 하나를 내줬다.
정확히는, 본관의 바로 옆 건물이었던 시종 시녀들의 숙소를 다른 건물로 옮기고 그 건물을 루시스에게 내어 줬다.
“이 저택은 이제 네 거야.”
루시스는 양팔을 허리에 올리고 3층짜리 저택을 올려다보다가 콧방귀를 흥 뀌었다.
“광휘궁.”
“응?”
“광휘궁이야.”
벌써 저택에 이름을 붙인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궁……?’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나는 루시스가 며칠 전 놀러 갔던 곳이 황자의 백금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낱 인간도 제 궁전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는 없어서 분했던 걸까.
나는 작게 웃으며 루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자, 그러면 이사를 감독하러 갈까?”
“응.”
루시스의 짐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사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규모 행사였다.
하인들은 우선 건물의 찌든 때와 묵은 먼지들을 깨끗이 청소해 내고서 루시스의 짐과 가구들을 옮겼다.
루시스의 짐은 대부분이 옷이었다.
럭스에서 매일같이 루시스의 슈트를 찍어 내는 이유도 있었고, 헬라와 시아가 매일같이 귀여운 옷이라며 이것저것 사 온 탓이었다.
“침대는 여기.”
“여기가 침실이군요.”
“인형은 여기.”
“여기가 놀이방이군요.”
“운디네는 여기.”
[전 루시스 님이랑 같이 잘 거예요!]“킥킥킥. 옷은 여기.”
“옷은 앞으로 무한정 늘어날 테니 최소한 네 개의 방은 지정해 주셔야 합니다.”
“음……. 그러면 다시. 여기가 침실.”
“침실이군요.”
“여기가 인형 방…….”
하지만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역시나 루시스의 저택 방 배치 문제였다.
까다롭다며 짜증 낼 법도 하건만 시녀와 하인들은 모두 웃는 얼굴로 루시스의 결정을 기다렸다.
마치 자신들도 처음 방을 꾸밀 때는 저랬다는 듯 추억에 젖은 얼굴은 덤이었다.
“으으음……!”
루시스의 고민은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 * *
루시스는 부드럽게 자신을 깨우는 손길에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루. 일어나. 아침이야.”
그 목소리를 들으며 덮쳐 오는 수마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애정 넘치는 손이 부드럽게 팔과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 손길을 느끼며 잠들었다 깨어났다를 노곤하게 반복하고 있자니 마사지의 손길은 머리에까지 올라왔다.
꾸욱-. 꾸욱-.
머리 마사지에 완벽하게 잠에서 깨어난 루시스는 기분 좋은 하품을 하며 시모어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안녕.”
“응. 오늘도 좋은 아침이야, 루.”
루시스는 고개를 돌려 운디네를 찾았다. 분명 어제 품에 끌어안고 잤던 운디네는 어째선지 침대 끄트머리에 간신히 걸쳐져 고롱고롱 자고 있었다.
루시스는 꼬물꼬물 기어가 운디네를 품에 안았다. 서늘한 운디네의 체온은 여름을 나기 아주 좋았다.
“조물조물.”
루시스는 시모어에게 받은 마사지를 그대로 운디네에게 해 줬다.
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젤리와 같이 탱글탱글한 감촉의 운디네는 만지는 재미가 있었다.
[히히히! 간지러워요!]곧 운디네도 잠에서 깨어나 루시스에게 달라붙었다.
“오늘은 밥을 먼저 먹고 씻을 거야.”
“응?”
평소와는 다른 순서에 고개를 들자 시모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욕탕에 문제가 조금 생겨서 지금 급하게 수리 중이거든.”
“난 안 씻어도 죠아.”
“아하하. 우선 식당으로 가자.”
시모어는 루시스를 품에 안았고 루시스는 운디네를 품에 안았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에서는 시몬과 시아, 로카리움이 먼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차피 그놈이랑 같이 주무실 거면 집은 뭐 하러 받은 겁니까?”
그렇게 묻는 로카리움에게 눈을 흘겨 주며 루시스는 오늘도 맛있게 스테이크를 해치웠다.
[꼴깍, 꼴깍!]운디네는 그 옆에서 오렌지 주스를 들이켰다. 노랗게 변한 운디네의 몸을 보며 루시스는 즐겁게 웃었다.
식사를 마친 루시스는 시모어의 방으로 다시 돌아와 목욕탕의 수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나는 먼저 집무실에 가 있을게. 오전 중에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그렇게 시모어는 먼저 집무실로 향했고.
“…….”
루시스는 기회를 틈타 창문을 넘어 달아났다.
“루시스 니이임!”
“씻으셔야죠, 어디 가신 거예요오오!”
“또 도망병이 도지셨네!”
이리나의 과외를 듣고 루시스는 착한 아이로 지냈다.
인간들의 규율을 지키기 위해 시녀들이 하자는 대로 하고, 힘들게 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드래곤으로서 인간의 규율을 지키는 것보다 앞서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레어를 방비하시는 건가요?]“응.”
그건 바로 새로 생긴 레어, 광휘궁을 다지는 것이었다.
빠르게 옆 건물로 건너온 루시스는 가장 먼저 외벽을 타고 기어올랐다. 물론 마법을 이용해 안전하고 빠르게 올랐다.
지붕 위에 서자 타운하우스 전체가 내려다보였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루시스의 눈에 지붕 한쪽 구석에 새들이 둥지를 짓고 있는 게 보였다.
– 짹짹.
지저귀던 새들이 문득 고개를 돌리다 루시스와 눈이 마주쳤다.
새들은 허락이라도 받듯 고개를 조아렸고 루시스는 관대하게 기거를 허락해 주기로 했다.
루시스는 한참 동안 지붕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제 레어의 천장이 튼튼한지 확인했다.
[비 새는 곳은 없겠어요!]지붕의 상태가 괜찮다는 걸 확인한 루시스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갔다.
“앗! 루시스 님!”
“여기야! 여기 계셔!”
루시스를 추적하던 시녀들이 재빨리 달려들었지만 루시스는 그보다 빠르게 창문을 타 넘고 달아났다.
“루시스 니이이이임!”
원통해하는 시녀의 울부짖음을 뒤로하고 루시스는 건물의 외곽을 쭉 둘러봤다.
그러다 어제 눈여겨봐 둔 헐거운 외곽 벽돌에 다가갔다.
키가 큰 어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바닥에 반쯤 파묻힌 채로 헐거워진 돌이었다.
“끙차.”
루시스는 힘을 줘 그 벽돌을 빼냈다. 그러자 루시스가 기어들어 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이 생겼다.
주변을 둘러본 루시스는 재빨리 그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꼬물꼬물.
건물의 기반을 다진 바윗덩이와 그 위, 마룻바닥의 틈새를 열심히 기어 다녔다.
[여기 위가 욕실인가 봐요! 물의 기운이 느껴져요!]운디네도 루시스의 등에 달라붙어 지하 탐험을 함께 했다.
루시스는 바닥을 샅샅이 훑고, 벽과 벽 사이의 빈 공간도 돌아다니며 제 레어에 미흡한 부분이나 헐거운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그런 도중에 벌레들도 많이 만났고.
[귀엽게 생긴 벌레예요! 이름이 뭔가요?]“바퀴벌레.”
[이름도 귀엽네요!]쥐들도 만났다.
– 찍찍!
“찍찍?”
– 찍찍찍!
한데 쥐들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루시스보다 먼저 이곳에 들어와 지하에 자리 잡은 인물이 있다는 것.
“……?”
루시스는 쥐들의 안내를 따라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은 와인과 치즈의 저장고로 쓰이는 곳으로 루시스가 아직 탐험하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 찍찍!
지하실 벽은 아무 문제 없이 단단히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쥐들이 알려 준 위치에 손을 뻗어 보니 신기루에 손을 뻗은 것처럼 손이 쑤욱 들어갔다.
루시스의 인식 범위에 루시스가 인식하지 못하는 마법은 있을 수 없었다.
즉, 신성력을 이용한 성법이었다.
“……침입자.”
루시스의 머릿속에 호수의 정경이 떠올랐다.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얗고 번쩍이는 뜨거운 힘을 쏟아 내던 미치광이가.
그 미치광이가 시모어를 향해 셉터를 휘두르는 모습을 떠올린 순간, 루시스는 마력을 해방시켰다.
콰아아아-!
폭풍같이 몰아치는 마력에 숨겨진 입구를 숨기고 있던 신성력이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쥐와 운디네는 루시스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폭풍의 눈처럼 루시스의 몸은 마력 폭풍의 여파를 받지 않았다.
“으허억?!”
드러난 은신처 안에는 먼지 묻은 간이 로브를 뒤집어쓴 성직자가 있었다.
은신처의 벽에는 마우솔레움 가문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압정에 박혀 있었다.
“레스터?”
루시스가 물었다.
하지만 성직자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루시스가 줄기차게 뿜어 대는 살기, 드래곤 피어 때문이었다.
쿠우우-.
루시스의 손에 거친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죽으리라는 것을 깨달은 성직자의 입이 공포를 이겨 내고 간신히 열렸다.
“아, 아닙니다! 저는 안식 교단의 성직자가 아닙니다!”
“적이야.”
“전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아기 광휘룡님! 저는 당신을 구하려고……!”
“내 레어에 숨어들어써.”
루시스의 눈이 성직자의 하얀 옷을 담았다. 그 동그란 눈에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하얀 힘은 적이야.”
루시스는 성직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에서 폭력적인 마법이 발현되려는 순간…….
“루, 그만해.”
시모어가 뒤에서 루시스를 끌어안았다. 시모어는 루시스의 팔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힘을 줬다.
“괜찮아. 이제 우리에게 맡겨.”
“…….”
루시스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사방을 채우고 있던 루시스의 마력이 사라지자 헬라가 빠르게 다가와 성직자를 제압했다.
시모어는 루시스를 품에 안아 들었다. 루시스는 시모어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 품에 고개를 폭 묻었다.
“괜찮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난 쟤들 시러.”
“나도 그래.”
루시스는 제 머리를 쓰다듬는 시모어의 손길에 바짝 얼어 있던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긴장한 줄 몰랐던 긴장이 풀리는 나른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시모어는 죽으면 안 대.”
“…….”
시모어의 손이 잠시 멈췄다가, 이내 부드럽게 루시스의 머리를 쓸어 줬다.
* * *
나는 자책하고 있었다.
‘루시스에게 신경을 못 쓰고 있었어.’
루시스는 어린아이다. 신과의 싸움이라는 큰 사건을 겪었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을 리 없었다.
게다가 루시스는 이미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부모를 잃은 아이가 아닌가.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구나.’
이틀에 한 번꼴로 내 침대에서 자던 루시스가 매일같이 나와 함께 자기 시작한 것도 레스팅 호수에 다녀온 이후부터였다.
그런 도중에 타운하우스 내에 숨어든 성직자를 발견했으니 분노와 불안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것이다.
조금 전, 갑작스레 루시스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휘몰아쳤을 때 나는 깜짝 놀라 서류 더미를 집어 던지고 달려갔었다.
아마 조금만 늦었더라면 루시스는 제 손에 피를 묻혔을 터였다.
‘젠장.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나는 헬라, 시몬과 함께 제압한 성직자를 기사단의 숙소 빈방에 감금해 둔 상태였다.
교회에서 무엇을 노리고 온 건지 정보를 빼내기 위함이었다.
‘루시스……. 교회 놈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루시스의 트라우마가 더 심해지기 전에 빠르게 성직자의 심문을 끝내고 달래 주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형님.”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건지 시몬이 말했다.
“형님은 루시스에게 가 봐. 여긴 내가 맡을게.”
그 말이 반갑고 고마우면서도, 의아함이 들었다.
‘우리’가 아니라 ‘나’에게 맡기라고?
헬라 역시 조금 놀란 눈으로 시몬을 바라봤다.
“있는 정보 없는 정보 모조리 캐낼 테니까.”
하지만 시몬은 자신 있다는 듯 미소 지으며 내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시몬. 설마 고문 회로를 완성한 거야?”
시몬은 아무 대답 없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