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3)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83화(83/109)
변화 (3)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 오지 마십시오.”
이번 주말에는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서 루시스의 과외를 진행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리나는 무언가를 각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가렸다.
“이런 걸 함부로 알려도 되는 건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기사입니다. 설령 그게 제 소속지를 저버리게 되더라도 말입니다.”
“……기사도인가.”
말 그대로 너무나 이리나스러운 선택.
동시에 모이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밟아야만 하는 성장.
“혹자는 기사가 싸움을 위해 존재한다거나 승리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최애캐의 성장 서사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에 나는 음료 잔을 내려 둘 수가 없었다.
지금 이 미소를 들켰다가는 이리나의 성장을 방해할 것만 같았으니까.
“기사는 평화를 위해 존재합니다. 평화로운 시기에도 평화의 유지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루시스 님께……. 아니, 당신에게 희망을 걸어 보고 싶습니다.”
이리나의 신념 확립 이벤트.
원작 게임에서는 시모어 사후 주인공 플레이어와 여행을 다니면서 천천히 진행되는 이벤트였다.
그것이 나비 효과처럼 1년이나 이르게 시작된 것은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내가 최애캐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건 무척이나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과 이리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가야 해, 이슈타르 경.”
“어째서입니까?”
“경의 모친이 수를 쓰고 있으리란 건 예상하고 있었던 바이고, 나 역시 반격의 수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렇다 한들 가능하면 충돌은 피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루시스가 기대하고 있어.”
이리나는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제 핏줄의 절반이 섞인 이슈타르 가문의 타운하우스잖아. 과외가 아니라 소풍을 가는 것처럼 몹시 기대하고 있거든.”
“…….”
“게다가 최근 루시스에게 몇 가지 힘든 일들이 있었어서 말이야. 더 이상 그 아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이리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말했다.
“가능한 마지막까지 어머니를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조심하십시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가는 그 등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루시스에게 몇 번이나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해도 된다고.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위험하다는 핑계로 루시스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막는 게 아니었다.
‘그 위험이 루시스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곁에서 지켜 주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이었다.
* * *
극장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나란히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도로롱-.”
“쿨-.”
“음냐-.”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아하하하. 이 귀여운 식충이들 같으니라고.”
가운데에 루시스를 둔 아이들은 루시스의 양어깨에 고개를 기울이고 잠들어 있었다.
그 사이에 낀 루시스는 반쯤 비운 팝콘 통을 끌어안고 있었다.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듯 양팔과 양다리로 꼬옥 끌어안고 있는 게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도로롱-.”
나는 팝콘 통 안으로 빨려들어 간 루시스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그 보드라운 볼을 만지작거렸다.
솜사탕과도 같은, 자꾸만 만지면 닳아 없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보드라운 볼이었다.
‘네 앞길도 네 볼처럼 부드러운 일들로만 가득하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루시스의 앞에 펼쳐진 길은 결코 비단길이 아니었다. 가시밭길이라는 비유로도 부족할 정도의 지옥 길이 펼쳐져 있었다.
신과 마우솔레움은 루시스가 죽기를 바란다.
루시스의 모계 혈통이 섞인 가문에서는 그녀를 어린아이가 아닌 정치적 상징으로만 생각한다.
내가 빙의하지 않았다면, 부계 혈통이 섞인 가문에서는 마침내 루시스의 심장에 칼을 꽂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루시스를 품에 안고 그 길을 대신 밟는 것뿐.’
하지만 결국 루시스가 그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제 발로 가든 누군가의 발로 대신 가든 루시스는 결국 자신의 운명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대체 이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프롬은 말하겠지. 태어난 것이 죄라고.
마우솔레움은 말하겠지. 죽지 못한 것이 죄라고.
하지만 나는 대답할 것이다.
세상에 원죄 같은 것은 없고, 부모의 죄는 자식의 죄가 아니라고.
그런 것을 짊어지기에 루시스는 아직 너무나 어리고 여리다고.
‘부디, 기원하건대.’
그렇기에 나는 바랐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슈타르 가문 방문이 평화롭게 진행되기를.
루시스가 상처받을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만일 루시스가 또다시 상처를 받는다면 나도 내가 어디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으니까.
* * *
연극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을 카페에 데리고 가 디저트도 한껏 먹였다.
마리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다며 눈물까지 뚝뚝 흘렸다. 그 모습에 루시스가 제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내가 자주 먹여 줄게.”
“루시스 니이임!”
루시스의 품에 안기는 마리를 보고 있자니, 마렉과 마리의 루시스를 향한 충성심은 앞으로도 영영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가문으로 돌아와 보니 성직자의 ‘정보 조사 협조 요구’는 끝나 있었다.
“고문 회로 효과 확실하던데. 과연 선대 백작의 유작이라고 해야 할지…….”
그렇게 대답하는 헬라는 탐난다는 듯 시몬의 팔뚝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시몬과 대련을 하면 제 ‘항마력’ 수련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 놈에게서 캐낸 정보를 정리해 뒀어.”
고문 회로 사용에는 심력이 많이 드는지 그사이 핼쑥해진 얼굴의 시몬이 내게 서류를 건넸다.
“고생했어. 이제 좀 쉬어.”
“형님 확인이 끝나면 가서 쉴게.”
그 책임감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서류에 따르면 놈의 소속은 광휘 교단이었다.
‘신으로 승천한 광휘룡 이슈타르를 섬기는 소규모 교단…….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로 안식 교단에 비견될 정도로 작은 교단이지.’
놈은 지난주 정원의 꽃들을 계절에 맞춰 갈이 할 때 인부로 위장해서 숨어들었다.
가장 보안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하인과 하녀들이 사용하는 건물을 골라 신성력을 이용해 땅을 파고 숨어 있었는데, 갑작스레 그 건물이 루시스의 것으로 바뀔 줄은 저도 몰랐으리라.
‘하여간에 루시스가 복덩이라니까.’
돌아오는 길 내내 전신에서 팝콘의 고소한 향을 풍기던 루시스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미소가 지어졌다.
‘놈이 숨어든 이유는 조사 때문.’
아기 광휘룡인 루시스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는지, 혹시나 간악한 마우솔레움 놈들에게 해코지를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정보 조사였다.
거기에 가능하다면 전멸해 버린 안식 교단의 성기사단에 대한 진상 조사까지.
‘혹시나 마우솔레움 가문에서 그들을 전멸시킨 거라면 그 증거를 찾아 광휘 교단 본부로 보낸다…….’
안식 성기사단은 마우솔레움 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숲에서 전멸해 있었다고 한다.
“정황상 안식 성기사단은 레스터의 복수를 위해 우리를 공격하려다가 전멸당한 거군.”
“그래. 문제는 누가 그들을 전멸시킨 건지 우리도 모른다는 거지.”
나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다른 드래곤이 우리를 도운 건가? 하지만 그랬다면 로카리움이 눈치를 챘어야 해.’
두 번째로 떠오른 후보는 마탑주인 쿠린 아니마였다.
하지만 아무리 드래곤이라면 껌뻑 죽는 그녀라 한들 몰래 마우솔레움 가문의 바캉스를 쫓아왔을 것 같지는 않았다.
‘주인공……은 아니겠지.’
아직은 주인공이 표면에 나설 시기가 아니었다.
무언가의 나비 효과로 벌써 움직이고 있다 해도 아직은 저렇게 폭발적인 강함을 보일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나는 이 부분도 이해가 안 돼.”
시몬이 서류의 한 부분을 짚으며 말했다.
“안식 성기사단을 전멸시킨 증거를 어째서 광휘 교단 본부로 보내는 거지? 성전으로 보내지 않고?”
성전(聖典)은 성경과 신의 뜻에 의거해 재판이 이루어지는 종교 재판소와 같은 곳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녀 사냥의 산실이었다.
“루시스를 자신들이 보호하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
성전은 열두 교회에서 집행하는 기관이다.
마우솔레움 가문이 성전에 부쳐진다면 루시스의 소재가 어디로 향할지가 불분명했다.
“만일 광휘 교단에서 우리를 협박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잡는다면 루시스의 신변을 양도하라 협박할 수 있을 테니까.”
아기 광휘룡이라 불리는 루시스를 마스코트로 삼는다면 광휘 교단은 단숨에 열두 교회에 준하는 수준까지 세력을 불리는 것이 가능할 터였다.
광휘 교단으로서는 사활을 걸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오히려 이제까지 조용히 있었던 게 이상한 거지.”
아마 이런저런 계산을 하고 있었으리라.
우리에게 협력을 할지, 루시스만을 빼 올지.
마우솔레움 가문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 열두 교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등등.
그러다 이번 안식 교단과의 충돌이 불거지자 놈들도 계산을 마친 것이다.
‘잘만 하면 루시스를 빼돌릴 수 있겠다고 말이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뒤틀린 미소가 번졌다.
‘아무래도 얕보이고 있는 모양이야.’
신의 강신체와 싸웠다는 사실로는 부족했던 걸까? 하기야 레스터는 신 중에서도 말단 신이니 그쪽을 얕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인간에게 패배한 약하고 멍청한 신이라고 말이다.
‘제대로 보여 줘야겠어.’
그레니엄의 교회들에게, 내가 어떤 미치광이의 핏줄을 타고났는지 말이다.
* * *
나는 본관의 지하 창고로 홀로 내려왔다.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잡다하게 쌓여 있는 창고의 한구석에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는 네모난 물건이 있었다.
철그렁, 철그렁.
쇠사슬을 벗겨 내고 덮어 두었던 천을 걷어 내자 모습을 보인 것은 한 장의 초상화였다.
‘마탑주, 쿠린의 초상화.’
나를 발견하자 초상화 속 그림의 눈동자에 생기가 도는 것같이 보인 건 착각이 아닐 터였다.
‘쿠린은 어째서 내게 이 초상화를 보냈을까.’
이 세계의 귀족들은 결혼에 앞서 서로 초상화를 교환하는 풍습이 있다.
현대 지구식으로 예를 들자면, 소개팅 상대에게 자신의 사진을 보내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내게 결혼을 하겠느냐며 돌발 발언을 하던 그녀를 떠올려 보면 납득이 가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 초상화는 평범한 초상화가 아니야. 의지를 가진 것처럼 혼자서 움직이던 그림이다.’
내가 있는 집무실에 자꾸만 기웃거려서 몇 번이나 나를 놀라게 했던 초상화.
마치 저주받은 인형의 괴담처럼 금고에 넣어 두고 창고에 넣어 둬도 몇 번이나 빠져나와 나를 쫓아오던 초상화.
‘마탑주가 내게 장난을 치려고 그런 마법을 걸어 뒀을 리는 없어.’
나와 마탑주가 서로 장난을 칠 만한 사이도 아니었고, 마탑주는 예측불허의 광인에 가깝지 장난기가 넘치는 유의 인간은 아니었다.
그러니 저 초상화에는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했다.
‘이를테면 수집한 정보를 마탑주에게 전달할 수 있다든가.’
드래곤인 루시스와 그 보호자인 내게 지대한 관심을 가진 마탑주였다.
‘이를테면 이것과 한 쌍이 되는 그림이 있어 건너편을 보거나 들을 수 있다든가.’
드래곤을 제외한다면 전 대륙에서 가장 마법에 통달한 종족인 엘프다.
그중에서도 천재 소리와 광인 소리를 동시에 들을 정도로 우수한 것이 마탑주, 아니마 쿠린이다.
‘1년 뒤, 원작 게임이 시작될 시점에서 ‘원격 소통 아티팩트’를 개발하는 건 다름 아닌 그녀니까.’
원격 소통 아티팩트.
개발진들이 부르기로는 ‘마도공학 무전기’.
그렇기에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쿠린. 내 말을 듣고 있는 걸 안다.”
이 초상화의 건너편에 그녀가 있음을.
“내 집무실에 이 초상화를 보낸 저의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내가 그녀를 이용할 수 있음을.
“그 대신, 마탑에 숨겨 놓은 엘릭서를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