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4)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84화(84/109)
변화 (4)
“걸렸군요.”
마탑주, 쿠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눈은 책상의 수정 구슬, 정확히는 구슬과 연결되어 있는 초상화의 눈 너머를 보고 있었다.
– 마탑에 숨겨 놓은 엘릭서를 내놔라.
그 요구에 쿠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수를 쓰다가 걸린 이상 달라면 드려야겠죠.”
쿠린이 저 초상화를 보내 둔 이유는 단순했다.
하루 종일 못생긴 마법사들과 부대끼며 일하다 보면 가끔 잘생긴 얼굴로 기분을 리프레시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 탓이었다.
‘로브를 입혀 놔도 인간들 특유의 못생김은 지울 수 없으니까요.’
물론, 정보 수집의 목적도 있었다.
남편감으로 어떨까 싶어서, 악명이 워낙 높다 보니 루시스를 어떻게 대하나 싶어서 알아 두기 위해 보내 둔 것이었다.
‘그렇게 보게 된 건 상상 이상이었죠.’
시모어는 훌륭한 아빠였다. 제 친자식이라도 저렇게 아껴 주지는 못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귀족가라면 빼놓을 수 없는 하인들을 향한 갑질도 보이지 않았다.
시모어는 하인들을 사용인으로서 사무적으로 대할 뿐 결코 선을 넘는 요구나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다.
쿠린은 시모어에게 ‘남편 점수’를 후하게 책정했다.
‘이게 그 악명 높은 마우솔레움 가문이라니. 인간들에게 ‘악명’은 엘프와 다른 의미일까요?’
하지만 이런 유의 정보 수집은 발각될 시 이유를 불문하고 전쟁 선포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루시스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이상 쿠린에게 시모어의 요구를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엘릭서라.”
엘릭서. 혹은 쉬운 길의 물약.
30년 전쯤 무섭게 발전하는 마도공학에 순수 마법이 뒤처질까 전대 마탑주가 만들었다는 전설의 물약.
다만 신체에 너무나도 큰 무리를 주기에 엘릭서는 전량이 폐기되고 더 이상 제작에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고 세간은 알고 있죠.’
그 당시의 구시대적인 엘릭서들은 실제로 모두 폐기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새로이 발전된 기술이 집약된 엘릭서가 비밀리에 제작되고 있다는 건 마탑의 고위 관계자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우솔레움 백작이 그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용서받을 수 있다면 쿠린으로서도 선뜻 내어 줄 수 있었다.
여러 개선점 탓에 엄청난 돈을 들여서도 소량밖에 찍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시모어와 루시스의 관계를 생각하면 싼값이었다.
‘아니, 애초에 초상화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부터가 미스터리군요. 드래곤과 함께 있다 보니 마법적 지식에 해박해지기라도 한 걸까요?’
다음에는 하지 말아야겠다가 아니라 다음에는 더 감쪽같이 해야겠다는 몹시도 그녀다운 반성을 끝마친 쿠린은 시모어에게 사죄 차원에서 보낼 엘릭서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신체에 무리가 간다는 단점을 크게 보완한 신세대 엘릭서들이었다.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걸리네요.’
인간의 수명은 짧다. 안 그래도 짧은데 더 짧아지면 아내 된 입장에서 곤란했다.
‘몸에 좋은 영약도 함께 보내도록 하죠.’
이것도 내조의 일환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후한 ‘아내 점수’를 부여한 쿠린은 열심히 엘릭서들을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 * *
두 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쿠린에게서 엘릭서가 가득 담긴 가방이 도착했다.
“……엘릭서입니까.”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한 알프레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엘릭서의 흡수를 위해 웃옷을 벗고 있던 나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왜 그래?”
“…….”
알프레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선대 백작이신 리암 마우솔레움께서도 승계 싸움을 위해 이 물약을 사용하셨습니다.”
그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저는 선대 백작님의 사망 원인이 엘릭서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엘릭서가?”
“엘릭서는 심장에 무리를 주는 물약입니다. 수명이 크게 깎이게 되죠.”
그러고 보면 아카데미에서 엘릭서를 처음 썼을 때 심장에 큰 고통이 일었었다.
‘엘릭서에 그런 부작용이 있었나.’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게임 속 세상이니 그저 간단한 스킬 레벨업 물약도 존재하겠거니 생각했을 뿐 그런 자세한 설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하기야 부작용 없이 힘만을 부여해 주는 무안단물 같은 아이템이라면 마탑에서 대량 생산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나.’
하지만 딱히 후회는 없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나는 내 심장에 엘릭서를 박아 넣었을 것이다.
“알프레드. 너라면 거지로 백 년을 살겠어, 아니면 황제로 십 년을 살겠어?”
“저라면 거지로 백 년을 살겠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으니까요.”
어떻게든 나를 설득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즉답에 나는 작게 웃었다.
“질문이 잘못되었네. 두 눈 뜨고 자식을 뺏기고 백 년을 살겠어, 아니면 수명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아이를 지키고 함께 살겠어?”
“…….”
물론 나도 오래 살고 싶다.
하지만 후회와 회한에 가득 차, 놓치고 만 것들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걱정하지 마. 마탑주의 편지에도 적혀 있잖아.”
나는 가방 안에 들어 있던 쿠린의 편지를 팔랑이며 보여 줬다.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로 시작한 편지에는 이 엘릭서들은 최상 품질의 엘릭서들로 심장에 가는 무리가 기존 엘릭서의 3할로 줄었다고 적혀 있었다.
“거기에 심장에 좋은 영약까지 따로 챙겨 줬잖아?”
트롤의 재생력을 담아낸 마탑의 비기 영약이란다. 아마 이것도 돈 주고는 못 사는 녀석일 터였다.
“……이렇게까지 뜻이 확고하시다면 저로서는 더 드릴 말씀이 없군요.”
알프레드는 패배를 시인하며 허리를 짧게 숙였다.
“부디, 이 선택을 훗날 후회하지 않으시기를.”
웃통을 벗은 나는 소파에 누워 엘릭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좋아. 그럼 또 쉬운 길로 들어서 볼까?”
엘릭서의 주사 위치는 내 심장.
이제는 수십 개가 넘는 축성 회로들이 가슴을 넘어 어깨와 쇄골까지 넘보고 있는 자리였다.
* * *
며칠 뒤.
나는 루시스, 로카리움과 함께 마차에 올랐다.
“정말 셋이서만 가도 괜찮겠어?”
“헬라 언니라도 데리고 가지…….”
시몬과 시아는 우리의 단출한 인원수가 걱정인 모양이었다.
“이리나는 늘 이곳에 광휘 기사단장과 둘이서만 왔어. 우리의 인원이 이보다 느는 건 보기 좋지 않아.”
“정치가 다 무슨 상관이야. 당장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시아는 못내 불만스럽다는 듯 툴툴거렸다.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다음에 더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시아는 오늘도 대공방에 간다고 했지?”
나는 시아를 달래기 위해 주제를 돌렸다.
“응. 견습사원 제도 중이니까.”
견습사원 제도.
아직 졸업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장래에 내 가문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방학 동안 견습으로 일할 기회를 주는 제도였다.
‘현대 지구의 인턴 제도를 가져와서 만든 거지.’
원래는 이 세계에 있는 도제 제도를 사용하려 했지만 그건 거의 몸종 제도나 다름없었기에 새로 만든 제도였다.
무급 노예처럼 다뤄지는 도제 제도에 비해 월급도 있고 대우도 좋아서 그런지 만족도와 인기가 모두 높은 제도였다.
“그래. 오늘도 열심히 배우고. 언젠가 네가 경영해야 하는 곳이니까.”
“응!”
공방을 물려주는 이야기만 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시아였다.
“시몬이야 언제나 믿고 있으니 너무 몸 축내지 말고.”
“응. 형님도 조심해.”
든든한 신뢰의 시선을 보내는 시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준 뒤 나는 마차에 오르려 했다.
“어이, 가주님. 나는?”
헬라의 목소리에 나는 장난스레 답했다.
“너는 기사들 좀 그만 괴롭히고.”
“크크크. 그놈들이 죽어 나가야 우리 가문이 사는 거야.”
장난삼아 말을 주고받았지만 헬라와는 이미 이슈타르 타운하우스 근처에 기사를 하나 심어 두기로 이야기를 끝냈다.
혹시 비상사태가 터지면 그 기사가 흑룡 기사단으로 달려가 상황을 알릴 것이다.
마차에 오르자 루시스가 창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출발한 마차가 정문을 지나칠 즈음, 가만히 있던 로카리움이 중얼거렸다.
“사이좋은 가족이네.”
그 말에 루시스는 킥킥킥 웃었다.
“우리도 사이좋자나.”
“저희 둘 말입니까?”
자신이 드래곤이 아니라 도마뱀이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크게 놀라는 로카리움.
“아니야?”
“……아뇨, 아닙니다.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맞습니다. 저희 사이좋지요.”
“흐응…….”
어색하리만치 길어지는 대답에 루시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피하는 로카리움.
“땅콩.”
“예?”
“손.”
“…….”
로카리움은 루시스가 제게 내민 손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부들거리며 제 손을 그 위에 올렸다.
루시스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로카리움의 손을 토닥거렸다.
“사이좋아.”
“……예. 좋습니다.”
저보다 위계가 위인 루시스에게 차마 이를 갈지도 못하고 그저 체념한 목소리를 내는 게 무척이나 우스웠다.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저놈이 루시스의 날갯죽지를 거칠게 들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가족인가…….’
로카리움의 ‘사이좋은 가족이다’는 말은 내 안에 꽤 기묘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어느샌가 나 역시 가족이라는 단어를 마음대로 꺼내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까닭이었다.
누가 알았을까. 지구에서는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가족을 죽어서 다른 세계에 떨어진 뒤에야 갖게 되리라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건 루시스뿐이 아닌 거겠지.’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은 광휘룡의 비늘만큼이나 새하얗고 또 눈부셨다.
* * *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 도착하기 전, 우리는 마부를 돌려보내고 로카리움을 마부석에 앉혔다.
– 네가 말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같이 가는 건 좋은데 나는 가능한 눈에 안 띄련다.
자신이 마우솔레움 조약을 위배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아닌 이슈타르 가문에서 고발한다면 100년 이상의 근신을 받아야 한다며 질색하던 로카리움이었다.
“옳지, 옳지.”
로카리움 역시 드래곤이었기에 말들은 그의 명령을 잘 들었다.
오히려 마부가 바뀌기 전보다 더욱 평안해진 운전을 즐기며 우리는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 도착했다.
“오…….”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와는 달리 담벼락부터 정문, 건물들까지 온통 하얀 금속으로 지어져 있는 이슈타르 타운하우스는 마치 인형 저택에 온 것만 같이 아름다웠다.
“응?”
하지만 그도 잠시, 루시스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응?”
몇 번 고개를 기울이더니 이내 다시 창밖 구경을 시작하는 루시스였다.
마차는 타운하우스를 가로질러 본관 앞에 섰다.
그곳에는 이미 환영 인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흐흥!”
자신이 방문하는데 응당 이 정도 환영은 해야지, 하며 고개를 주억이는 루시스였다.
나는 루시스를 품에 안고 마차에서 내려 인파를 마주 봤다.
아끼는 백룡 인형을 품에 꼭 안고 있는 루시스.
혹시라도 제 존재가 들킬까 마부석에서 모자를 꾹 눌러쓰는 로카리움.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쪽을 보는 이리나.
거기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모이나 후작까지.
“안녕하십니까, 후작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앙숙 가문인 두 가주가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