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5)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85화(85/109)
이슈타르 타운하우스 (1)
“안녕하십니까, 후작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인사에 모이나 이슈타르는 흐린 미소를 지었다.
“초대에 응해 주어 내가 더 고맙소, 백작. 또 뵙는군요, 루시스 님. 오늘은 대접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응. 반가워. 선생도 안녕,”
“예. 루시스 님. 영광입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얼굴의 이리나와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로카리움은 마부석에 앉아 마부인 척 굴고 있었기에 눈에 띄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같은 드래곤이라면 모를까, 인간들은 드래곤이 작정하고 숨는 한 마력을 감지하기가 힘들었다.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루시스 님.”
모이나의 환영사에 그녀의 뒤에 절도 있게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던 기사들과 시종, 하인들이 모두 함께 허리를 숙였다.
“환영합니다! 루시스 님!”
한목소리로 외치는 인사에 루시스는 조금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킥킥킥 웃으며 손을 마주 흔들었다.
그 모습에 사용인들의 눈동자 속에 어떤 뜨거운 열망이 스치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우선 안으로 드시죠.”
이슈타르 후작은 본관을 향해 손짓하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리나는 잠시 우리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어머니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제집인데도 생기가 없어 보이는군.’
아마 며칠 전의 일로 아직도 심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리나의 성장, 심마로부터의 해방은 남이 도울 수 있는 유의 것이 아니었다.
성장하고픈 이유가 자신이 아닌 외부에 있었던 시몬과 달리 이리나의 성장은 자신의 신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탓이었다.
‘고작 몇 마디 말로 성장할 수 있을 정도로 이리나의 신념은 가볍지 않으니.’
그러니 나는 그저 믿고 지켜볼 뿐이었다.
모이나와 이리나, 나와 루시스는 응접실에 앉아 잠시 티타임을 가졌다.
“이리나에게 듣자 하니 루시스 님께서는 무척 영특하시다더군.”
“핏줄이 핏줄 아니겠습니까. 희석된 상태로도 제국의 가장 큰 귀족가를 차지하는 두 혈통이니까요.”
잠시 학생에 대한 입에 발린 소리도 오고 가고.
“그 인형은 혹시……?”
“응. 이리나가 준 거야.”
“벌써 꽤 낡았군요. 제가 새로운 인형을 구해 드리겠습니다.”
“시러. 이게 죠아.”
적당히 루시스에게 관심도 가져 주는 등 모이나는 흠잡을 곳 없이 티타임을 진행시켰다.
그리고 역시나 딱 알맞은 시간에 티타임의 종료를 고했다.
“바쁜 사람을 더 이상 붙잡고 있는 것도 실례일 테니 이만 일어나도록 하죠. 루시스 님은 과외가 끝난 뒤 이리나를 시켜 마우솔레움가로 배웅토록 하겠네.”
나를 향한 축객령이었다.
물론 나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배려는 감사드리나 괜찮습니다. 오늘을 위해 어제 철야로 일을 하고 왔거든요.”
“그러면 잠시 손님방을 내어 드릴 테니 눈을 붙이게.”
“죄송하지만 이리나의 과외는 보호자인 저도 함께 듣는 게 규칙이라 말입니다.”
“흐음……?”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 이리나를 힐끗 본 모이나는 말을 이었다.
“오늘의 과외는 내가 진행할 테니 상관없는 규칙이겠군. 이리나를 붙여 줄 테니 우리 타운하우스 구경이나 하게.”
“후작님이 직접 가르치시는 겁니까? 저도 꼭 함께 듣고 싶습니다. 황후님의 궁중 교육도 담당하셨다는 후작님 아니십니까.”
모이나의 입가가 미세하게 비틀렸다.
하지만 더 이상 나를 물리칠 방법도, 내가 물러날 생각도 없음을 깨달은 후작은 이내 포기했다.
“좋네. 특별히 내 수업을 참관할 기회를 주지. 허나 하나만 명심하게.”
“그게 무엇입니까?”
“내 수업에서는 참관인은 결코 입을 열 수 없네.”
“명심하겠습니다.”
훈훈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새 응접실에는 살얼음만이 가득 끼어 있었다.
이리나는 위장이 쓰리다는 듯 명치께를 문지르고 있었다.
“킥킥킥.”
오직 루시스만이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 * *
“오늘 하루 제 딸을 대신해 루시스 님의 일일 과외 선생을 맡게 된 모이나 이슈타르입니다.”
“짝짝짝.”
모이나의 소개에 손 대신 입으로 박수를 치는 루시스.
나와 이리나는 둘이 앉은 원형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저는 오늘 루시스 님께 역사에 대해 과외 하고자 합니다.”
“역사?”
“듣자 하니 제 딸이 역사에 대한 부분은 제대로 가르친 적이 없다더군요. 마우솔레움 가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알고 있고요.”
이어지는 문장이 ‘그 가문에서 제대로 된 진짜 역사를 가르쳤을 리가 없다’고 들린 건 내 착각만은 아니리라.
쿠웅-.
모이나는 두꺼운 책 몇 권을 테이블에 올렸다.
“……오.”
그 책을 보며 벌써부터 질린 소리를 내는 루시스.
모이나는 아랑곳 않고 과외를 시작했다.
“저희 가문은 천 년 하고도 백 년 정도 전, 광휘룡 이슈타르께서 인간과 사랑을 나누고 태어난 한 아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배우.”
“예?”
“그때 광휘룡 배우여써.”
“아……. 예. 그런 이야기도 있지요. 하지만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니 굳이 기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말에 루시스의 미간이 조금 구겨졌지만 모이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그 시절은 드래곤들께서 인간계에 머무르시던 축복받은 시기였습니다. 그 시절의 마법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했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하지만 그 황금기는 한 존재에 의해 끝나게 됩니다.”
이리나는 불안하다는 듯 나를 힐끔 바라봤다.
“바로 허무룡 마우솔레움에 의해서였죠.”
나는 가만히 모이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광룡 혹은 배신룡이라고도 불리는 마우솔레움은 자신을 따르던 수많은 인간들을 브레스 한 번으로 태워 죽였습니다. 자그마치 수십만의 인간이 희생되었는데 그 절반이 루시스 님 같은 어린아이들이었다고 하죠.”
이리나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안다. 아마도 내가 불쾌해할까 걱정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딱히 큰 감흥은 없었다.
저 내용에 분노를 느끼기에는 내가 이 세계의 인간이 덜 되었고, 불편함을 느끼기에는 아직 시모어가 덜 된 탓이었다.
“마우솔레움이 어째서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는지 아는 이는 없습니다. 다만 흑룡들은 원래부터가 인간들을 개미 이하로 여기는 포악한 이들이었다 하니 늦든 빠르든 일어날 일이었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루시스가 저 말에 흔들려 갑자기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 남겠다 말할 리도 없었다.
애초에 제 아버지인 마우솔레움에 대해 ‘죄는 죄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한 건 다름 아닌 루시스였으니까.
“수많은 인간들이 죽고 신들조차 쓰러진 이후 이슈타르께서 손수 마우솔레움을 처단하셨습니다. 그 공로로 이슈타르께서는 광휘룡이라는 칭호와 페레라는 미들네임을 하사받으시고 신으로 승천하셨지요.”
지금만 봐도 루시스의 눈이 흥미 없다는 듯 흐리멍덩해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속세에 남은 것은 광룡이 남긴 폐허와 지옥뿐이었죠. 설상가상 마우솔레움 조약까지 체결되어 다른 드래곤들은 인간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상황. 저희 이슈타르 가문은 그 시절부터 언제나 문명의 부흥을 위해 힘써 왔습니다.”
모이나의 역사 수업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가문이 배출해 낸 걸출한 위인들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갔다.
감초처럼 그 시기 마우솔레움 가문의 가주는 누구였고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 콕콕 짚어 주는 게 내 나름대로는 꽤 공부가 되었다.
“재미없서.”
하지만 루시스에게는 아닌 모양이었다.
“……예?”
막 제 증고조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마우솔레움이 얼마나 인간 세계의 문명을 퇴보시켰는지에 대해 토로하던 모이나는 조금 놀라서 되물었다.
“지루해.”
그렇게 말하는 루시스의 눈은 흐리멍덩하다 못해 당장이라도 품의 백룡 인형을 베고 누워 잠들 것만 같았다.
당황한 모이나는 잠시 입을 오물거리다 말했다.
“지루할지라도 참고 배우는 것이 과외…….”
“너 되게 못 가르쳐.”
“…….”
“딸보다 못해.”
“…….”
“후암~.”
모이나 후작의 심장에 쐐기를 두 번이나 박아 넣고는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하품하는 루시스였다.
나는 그 모습에 작게 웃다가 옆의 이리나에게 속삭였다.
“내가 말했지. 경은 훌륭한 선생이라고.”
모이나의 과외도 나쁜 과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귀족가에서는 저게 정석화된 과외일 터였다. 모이나도 이리나도 저런 방식으로 배웠겠지.
하지만 루시스는 그런 정석과는 거리가 먼 특별한 아이였다.
“루시스를 가르칠 수 있는 건 경밖에 없어.”
이리나는 루시스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아낀다.
그렇기에 정석을 떠나 오랫동안 루시스에게 맞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인형 놀이 교육.
어쩌면 이 세계 최초의 눈높이 교육이자 맞춤 교육이라고도 할 수 있을 터였다.
“경은 기사가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어도 정말 잘 어울렸을 거야. 훗날 내게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의 선생도 맡기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감사합니다, 백작.”
그렇게 중얼거리는 이리나는 얼굴에 옅은 홍조를 띠고 있었다.
* * *
루시스의 발언에 충격을 받은 건지 후작은 예상보다 일찍 과외를 끝냈다.
약속된 저녁 만찬까지 시간이 비어 버린 탓에 나와 루시스는 이리나를 가이드 삼아 저택 관광을 하고 있었다.
“오……!”
루시스는 광휘룡과 관련된 물건이나 그림들을 볼 때마다 눈을 사정없이 반짝거렸다.
“이건 광휘룡님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입니다.”
그곳에는 은발 자안의 미녀가 그려져 있었다.
허무룡을 쓰러뜨린 존재라는 업적 탓인지 곧은 눈빛과 맑은 눈매를 하고 있는 것이 마법사라기보다는 기사처럼 보였다.
그림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루시스가 이리나에게 물었다.
“정말 이러케 생겨써?”
“어……. 저도 실제로 뵌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그림 감상을 마친 루시스는 이리나에게 광휘룡이 남긴 물건은 없느냐고 물었다.
“제가 듣기로 가보실에 몇 가지 물건이 있다고 들었어요.”
가보실.
이름 그대로 가문의 가보를 모아 둔 보물 창고였다.
“가 볼래.”
“죄송합니다. 가보실은 가주 외에는 출입이 불가한 곳입니다.”
정말로 죄송하다는 듯 고개까지 살짝 숙이는 이리나의 모습에 루시스는 조르기를 포기했다.
대신 내가 은근히 물었다.
“타운하우스 저택 전체를 뒤덮는 이 방호 마법도 가보실에서 시작되는 건가?”
“역시 느끼셨군요. 예, 맞습니다.”
이리나는 자랑스럽다는 듯 미소 지었다.
“가보들 중에서 ‘광휘룡님의 은총’이라 불리는 성물에서 나오는 힘입니다. 여러 가지 차단 및 방호 마법을 타운하우스 전체에 부여하고 있죠.”
설정상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 경계 병력이 적은 것은 그 성물의 덕이었다.
“성물인 것치고는 마력이 느껴지는데?”
“광휘룡님은 신으로 승천하셨지만 원래 드래곤이셨으니까요.”
그 탓에 타운하우스에 방문하는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이게 무슨 기운이냐고 고개를 갸웃거린다고 이리나는 웃으며 말했다.
마차를 타고 들어올 때 루시스가 감지하고 의아해했던 것 역시 그것이었다.
“아하하…….”
그러고는 저 혼자 침묵에 빠지더니 조심스레 물어 왔다.
“저를 원망하지 않으십니까?”
“경을? 무엇 때문에?”
“제 어머니가……. 백작의 가문을 욕보이지 않았습니까.”
모이나의 행동은 무례한 짓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역사 과외’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문제 삼기 힘들었다.
‘전부 실제 역사서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니까.’
물론 문제 삼는다면 충분히 문제 삼을 수야 있었지만 굳이 루시스의 앞에서 그런 모습은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루시스가 사리 분별 못 하는 평범한 네 살배기도 아니고 말이다.
“여전히, 무엇 때문에 경을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게다가 모이나의 무례가 이리나의 죄는 아니었다.
“이슈타르 경과 후작은 다른 사람이야.”
“……그렇죠.”
“어머니의 죄를 대신 사과할 필요는 없어. 후작의 삶과 경의 삶은 다르니까.”
루시스가 광휘룡의 본체를 새긴 조각상과 제 인형을 번갈아 바라보는 모습을 보다 문득 옆을 보니 이리나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백작은 언제나 부모의 일과 자식의 일을 분리시키는군요.”
“경도 일생을 조상의 잘못으로 욕을 먹다 보면 이렇게 생각하게 될 거야.”
“아하하.”
이리나는 이해한다는 듯 작게 웃고는 정색하며 덧붙였다.
“웃을 일이 아닌데 죄송합니다.”
“웃어도 돼. 나도 가끔 웃기다고 생각하니까.”
그때였다.
“아뇨.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허무룡이 남긴 흉터는 아직도 전부 지워지지 않았으니까요.”
누군가의 진지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단장님.”
이리나는 즉시 허리를 바로 세우며 경례를 올렸다.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서 후작의 딸이자 유일한 후계자인 이리나에게 존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은 몇 되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광휘 기사단장, 케인.’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광휘 기사단은 광휘 교단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아니, 사실 광휘 기사단이야말로 광휘 교단의 본부였다.
사제단 없이 성기사단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교단.
교단 본부는 물론 교회 건물조차 없는 유령 교단.
그것이 광휘 교단이었다.
“응?”
자신을 바라보는 열망 띤 눈빛에 루시스가 고개를 돌렸다.
이리나와 모이나를 제외한 이 가문의 모두가 눈에 담고 있던 열망.
신앙을 갈구하는 광신도들의 눈빛이 케인의 눈동자에도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