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6)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86화(86/109)
이슈타르 타운하우스 (2)
광휘룡의 가문인 이슈타르 가문을 지키는 광휘 기사단은 광휘 교단의 본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보면 가문 곳곳에 광휘룡의 초상화나 조각상이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슈타르 타운하우스 전체가 마치 하나의 신전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이리나는 그런 가문의 실상과 동떨어져 존재한다는 설정이긴 하다만.’
눈앞의 존재, 광휘 기사단장인 케인은 광휘 교단에서 가장 직위가 높은 인물 중 하나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기에 독대를 요구하신 겁니까?”
나는 루시스를 이리나에게 맡기고 케인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케인은 언제나와 같은 무감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지만 그 눈동자 깊은 곳에는 혐오감과 증오심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얼마 전,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에 숨어 있던 성직자 하나를 잡아냈다.”
“그렇습니까.”
“광휘 교단, 정확히는 광휘 기사단의 소속 기사더군.”
“그렇군요.”
“네 휘하의 기사다. 무언가 더 할 말은 없나?”
“기사는 어찌 되었습니까.”
“감금 중이다. 네 행동에 따라 처우가 결정되겠지.”
내 말에 케인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내린 명령이 아니라 말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 기사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기사단과 같이 규율과 위계가 엄격한 곳에서 말인가?”
“가끔 단체 행동보다 개인의 신앙을 우선시하는 이들이 있어 저희도 골치가 아픕니다. 신앙과 기사도를 함께 숭상하는 단체에서는 줄곧 볼 수 있는 사건들이죠.”
과연 작은 교단일지라도 종교 집단은 종교 집단. 정치질과 오리발이 아주 수준급이었다.
‘이래서 종교쟁이랑은 엮이기가 싫어.’
나는 대화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이성을 건드릴 수 없다면 감정을 건드린다. 도발은 언제나 잘 먹히는 대화 수단이었으니까.
“그 기사는 나로부터 루시스를 구하겠다고 하던데.”
“그렇습니까.”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더군. 즐겁게 잘살고 있는 아이를 대체 무엇으로부터 구한다는 건지 말이야.”
“……그렇습니까.”
“경은 이해가 가나? 자신들의 신앙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 아이의 일상을 깨뜨리겠다는 발상이.”
“…….”
케인의 광대가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내 도발이 통했음에 나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케인은 애써 감정을 가라앉히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신앙적 욕망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인간이 가진 모든 욕망 중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구제의 도리가 없는 저열한 욕망이지.”
“허무룡의 후손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의 후손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야. 세상에 신앙만큼 허무한 것도 없으니까.”
케인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백작님의 타운하우스에 감금된 그 기사가 어떤 생각으로 행동을 시작했는지는 알 것 같군요.”
“그래? 고견을 들려주시겠나?”
“당신 같은 사상을 가진 분 아래에 아기 광휘룡님이 계신다면 어떤 악영향을 받을지 모르니까요.”
“나와 함께 있기를 원한 건 루시스인데도?”
“그분의 앞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면 간언을 해서라도, 그보다 더한 짓을 해서라도 바른길로 이끌어야겠다 생각했겠지요.”
나는 작게 웃으며 도발에 박차를 가했다.
“결국 너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루시스가 자랐으면 한다는 거잖아. 거봐, 자기중심적인 저열한 욕망이라니까.”
“그런 게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숭배 대상의 자기 결정권조차 앗아 가 자신들만을 위한 꼭두각시로, ‘신앙받이’로 만들겠다는 미치광이 집단이 너희 광휘 교단 아니야?”
“…….”
케인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가 분노하고 있음은 그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케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광휘 교단의 상황이 어떤지 아십니까?”
“굳이 알아야 하나?”
퉁명스레 답했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광휘 교단은 영세한 교단이었다.
광휘룡은 신이라기보다는 드래곤이라는 느낌이 강한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광휘룡을 향한 신앙이 제대로 된 교회 신앙이 아닌 민간 신앙에서 그치는 이유지.’
재앙을 막고 신들의 세계로 승천한 영웅. 방랑 음유시인들의 노래에 단골로 등장하는 영웅들 중에서도 으뜸인 영웅.
세간에 광휘룡은 딱 그 정도 이미지의 존재였다.
‘두 번째 이유는 광휘룡의 후손인 이슈타르 가문의 존재.’
말하자면 신의 후손이 인세에 살아 있는 상황이다.
신앙적으로 이용하자면 무궁무진한 의미가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교회 측에서는 이를 탐탁지 않아 했다.
‘이슈타르 가문의 후손들 하나하나가 자체적인 성자고 성녀인 셈이니까.’
자신들의 권력을 나누고 싶지 않았던 교회의 이런저런 농간으로 광휘 교단은 크기가 커질 수 없었다.
“저희는 교회 건물조차 짓지 못합니다. 열두 교회에서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죠. 사제단조차 가지지 못합니다. 교회의 성직자 맹세에 ‘후천적 신’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맹세는 없으니까요.”
케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처음으로 겉으로 드러난 감정이었다.
“경전에서는 위대한 존재라며 신으로 승천한 용이라고 떠받들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 급급해 제대로 된 주교 한 명 선출해 주지 않는 것이 광휘 교단의 실체란 말입니다.”
“그래서 루시스를 이용해 세력을 불리겠다?”
“그렇다 한들 누가 저희를 비난하겠습니까? 오히려 이것은 광휘룡께서 직접 내리신 신의 계시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내려 너희를 막도록 한 것 역시 잘난 누군가의 계시겠지.”
“아뇨. 당신은 시련입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시련!”
그 너무나도 자기중심적인 발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정 모르시겠습니까? 인간에게는 신이 필요합니다! 저희 교단에는 신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그리고 저 아이는 우리의 신이 되어 우리 모두를 구할 수 있습니다!”
“아니. 틀렸어.”
나는 신을 찾아 목매는 가련하고 불쌍한 사내를 향해 혀를 찼다.
“인간에게는 신이 필요하지 않아. 오히려 신에게 인간이 필요하지.”
“참으로 오만한, 마우솔레움다운 생각이로군요.”
“신을 찾지 마라. 신에게 모든 것을 걸지 마라. 차라리 신념에 목을 매라. 이리나처럼 말이야.”
“……!”
케인은 예상치 못한 이름의 등장에 눈썹을 크게 꿈틀거렸다.
“당신은 진심으로 이리나 경을 높이 평가하는 겁니까.”
“참 안타까운 일이야. 후작도 너도 그녀의 진가를 보지 못하니.”
“…….”
“너희는 그녀를 통해 보게 될 거다. 진정 위대한 것은 천상의 신성이 아니라 인간의 신념임을.”
나는 케인을 지나쳐 걸었다.
내가 방을 나서기까지, 광신만을 위한 광신을 선택한 남자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 * *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나와 루시스는 응접실에서 식사를 대접받았다.
“으음…….”
한데 루시스의 표정이 어째 좋지 않았다.
루시스의 불만 어린 눈길이 테이블 위를 훑었다.
야채 샐러드, 버섯구이, 치즈.
풀때기만 가득한 건강 식단이 그 원인이었다.
“나 토끼 아니야.”
루시스가 입술을 비죽이며 툴툴거리자 모이나가 달래듯 말했다.
“백룡 가문은 언제나 채식을 위주로 해 왔습니다.”
이리나가 같은 기사면서 헬라와 달리 여리여리한 체형을 가진 이유를 나는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채식은 몸의 독소와 악의를 빼 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루시스 님도 이 기회에 채식을…….”
“시러. 꼬기 줘.”
“……백룡들은 늘 채식을 위주로…….”
“난 절반만 백룡이야. 꼬기 내놔.”
“그…….”
“꼬기.”
“…….”
“꼬. 기.”
루시스의 강력한 자기주장에 모이나는 결국 주방장에게 일러 고기를 내오게 했다.
가끔 방문하는 황제를 위해 일정량의 고기는 항상 구비 중이라는 모양이었다.
“냠냠!”
황제의 입에나 들어가는 고급스러운 고기가 순식간에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모이나는 루시스의 식사 모습을 보며 미간을 엷게 구겼다.
마치, ‘고쳐야 하는 부분이 많구나’라고 생각하는 듯이.
“하.”
이미 자신이 루시스의 보호자가 되기라도 한 것 같은 모양새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째서 웃느냐는 듯 나를 바라보는 모이나.
더 이상 저 짓거리도 못 봐주겠다 싶어서 나는 그냥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후작님. 우리 특별 손님들께서는 대체 언제쯤 오시는 겁니까?”
“…….”
모이나는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아까부터 시간만 질질 끌고 계시잖습니까.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겁니까?”
과외는 일찍 끝내 두고 저녁 만찬을 굳이 시간에 맞춰 시작하는 데다가, 고작 풀때기 식단을 길고 긴 코스 요리로 내놓고 루시스의 고기 요리를 의도적으로 늦게 내오는 것까지.
모이나는 티가 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길게 시간을 끌고 있었다.
“…….”
모이나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허를 찔렸을 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한 처세술이었다.
나는 단 한 문장으로 그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렸다.
“백룡회는 대체 언제 오냐는 말입니다.”
“……!”
모이나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이리나의 언질.
‘광휘룡의 은총’으로 바깥으로 정보가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의 특징.
무엇보다, 싸움 없이 루시스의 양육권을 앗아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건 바로 백룡회의 소집이었다.
모이나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다가 피식 미소 지었다.
“제 아비를 쏙 빼닮았군. 과연 영악해.”
시치미 떼는 건 포기하겠다는 듯 모이나는 후후후 웃었다.
“하기야 이런 음모를 꾸미는 건 너희 가문의 특기였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은 꼴이 되었군.”
언질을 받은 것이 전혀 없었는지 이리나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백룡회라뇨?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들은 그대로다. 백룡회를 소집했어.”
“하지만……. 어째서요?”
“네가 하지 않으니 나라도 나서서 저 아이를 데려와야 하지 않겠니?”
“어머니, 이분들은 손님으로 온 겁니다!”
“이리나. 나는 처음부터 백작을 손님으로 초대한 적이 없단다.”
“어머니……!”
루시스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밥을 먹느라 갑작스런 상황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루시스를 부드럽게 자리에서 안아 들었다.
“친척들이 루시스를 보러 온대.”
“오?”
“저번에는 흑룡들이 왔었잖아. 이번에는 백룡들이 올 거야.”
“오오.”
루시스는 기대된다는 듯 양손을 마주쳤다.
루시스에게 백룡들은 어머니 쪽 친척들이다. 어쩌면 어머니가 누군지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 루시스에게 이건 인생에 손꼽을 이벤트야.’
어른들의 더러운 음모로 마련된 자리지만 루시스에게만은 기쁜 자리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손수건으로 루시스의 입가를 닦아 주고 머리도 정리해 주었다. 루시스가 예쁜 모습으로 친척들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
이리나는 그런 나를 보며 입술을 꽉 물었다. 그 눈에 수치심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기사단.”
모이나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응접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일련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케인을 위시한 광휘 기사단이었다.
창밖을 슬쩍 보니 본관을 중심으로 이미 둥글게 포위진을 짜 놓은 모양이었다.
“백룡회의 소집이 끝날 때까지 여기에 있어 줘야겠소, 백작.”
나는 작게 웃었다.
“처음부터 도망갈 생각도 없었어, 후작.”
루시스야 즐거운 이벤트를 즐기게 둔다 해도 나는 더러운 어른의 싸움을 이어 나가야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내게 좋았다. 사태가 커질수록, 내가 터뜨릴 사고 역시 묻기 쉬워질 터였다.
“오늘이 끝났을 때 어느 쪽이 미소 짓고 있을지 보자고.”
그 순간.
거대한 마력이 타운하우스 전체를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