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7)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87화(87/109)
이슈타르 타운하우스 (3)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 거센 마력의 폭풍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타운하우스 전체를 자욱이 뒤덮을 정도의 마나 필드가 퍼졌다.
‘도착했군.’
창밖으로 광휘 기사단원들이 누군가를 향해 하나둘씩 무릎을 꿇고 있는 게 보였다.
잠시 후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거센 마력의 파도가 내 몸을 덮쳤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야.’
마우솔레움 영지의 흑룡회 이후 여러 명의 성체 드래곤을 만나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영웅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시대착오적인 갑옷과 로브여서 그랬던 것만은 아니었다.
‘과연, 이리나의 외모가 어디서 왔는지 알겠어.’
흑룡들이 퇴폐미가 느껴지는 야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백룡들은 정반대로 우아하고 고고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머리카락 색에 걸맞도록 말 그대로 새하얀 생김새였다.
“위대하신 선조님을 뵙습니다.”
모이나가 세 명의 드래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이리나는 물론 실내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었다.
나와 루시스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넌 무릎을 안 꿇는 건가?”
수백 년 전의 귀족들이나 입었을 법한 고풍스러운 귀족복을 입은 중년의 드래곤이 물었다.
“저는 딱히 이 가문의 일원이 아닌지라.”
그 곁의 판금 갑옷을 차려입은 사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머리랑 눈깔을 보니 흑룡 후손이군. 하여간에 싸가지 없기는 드래곤이나 인간이나 똑같다니까.”
“하루 이틀입니까. 저희가 이해해야죠.”
로브를 입은 드래곤이 너스레를 떨자 귀족복의 드래곤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보아하니 품의 아이가 그 헤츨링인 모양이군.”
모이나가 자리에 부복한 채로 답했다.
“예, 맞습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이름은 루시스라 합니다.”
“루시스라……. 백룡들이 즐겨 짓는 아명 중 하나로군.”
“일족의 이름으로는 뭐가 좋을지 생각해 봐야겠네요.”
드래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루시스를 바닥에 내려 두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
내가 필사의 저항이라도 할 줄 알았는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보는 모이나.
하지만 지금부터는 일족의 시간이었다. 내가 관여해도 좋을 때가 아니었다.
백룡들은 루시스의 앞에 서서 물었다.
“아이야. 날개를 보여 주련?”
쫘악!
기다렸다는 듯 옷을 찢으며 날개를 활짝 펼치는 루시스.
드래곤들은 그 날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백룡의 아이가 맞군.”
“한데 최근에 알을 낳은 드래곤이 있던가?”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백룡들은 루시스가 천 년간 봉인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 사실은 마우솔레움 가문에서도 극히 일부만 아는 내용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 이 아이를 보세요. 백룡 인형을 안고 있습니다.”
한 드래곤이 알아보자 자랑하듯 제 인형을 쭉 내밀어 보이는 루시스였다.
“후후후……. 역시 어린것은 귀엽군요.”
로브를 입고 있는 젊은 드래곤이 루시스를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이 인형은 누구니? 너니?”
“아니. 광휘룡.”
그 대답에 미소 짓고 있던 드래곤의 얼굴에 작은 균열이 갔다.
“나는 커서 광휘룡이 될 꺼야.”
“…….”
아무 말 없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드래곤.
루시스는 그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까지 광휘룡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 모두가 기특해했다. 아마 드래곤들에게서도 같은 반응을 기대했을 터였다.
아니, 드래곤이기에 더욱 기대했을지도 몰랐다.
“광휘룡 몰라?”
“아니. 알지.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
대답한 것은 오래된 귀족복을 입고 있는 드래곤이었다.
“그 녀석은 내 자매였거든.”
“오.”
“나는 데메테르라고 한단다.”
데메테르는 로브의 드래곤에게서 루시스를 넘겨받아 품에 안았다.
루시스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광휘룡 어땠어? 대단했어?”
“대단……. 글쎄.”
데메테르는 뭔가를 비웃는 것처럼 피식 웃었다.
내 눈에는 그것이 질투심으로 보였다.
“그보다는 운이 좋았지.”
“응?”
“환상을 깨서 미안하지만 이슈타르는 딱히 대단한 드래곤이 아니었단다. 그저 인간계에서 유희를 즐기는 것에 빠져 살던 놀기 좋아하는 철없는 것이었지.”
“…….”
“마우솔레움을 쓰러뜨렸다는 이야기는……. 글쎄. 이슈타르가 쓰러뜨렸다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마 신들과의 전투로 약해진 마우솔레움에게 우연히 마지막 일격이라도 가했을 거다.”
상상도 못 한 말들에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는 루시스.
광휘 기사단 중 몇몇도 불쑥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다른 드래곤이 마우솔레움을 해치운 것보다야 백룡이 해치운 게 나으니 고마워하고는 있다만, 이슈타르는 딱히 꿈으로 삼을 정도로 대단한 드래곤은 아니란다.”
하지만 데메테르는 그 얼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을 이어 갔다.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이슈타르의 후손들이 세운 곳이라는 사실을 기억은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언사.
하지만 드래곤들에게 인간은 고작 그 정도의 존재일 뿐이었다.
“차라리 내 어머니인 엘더 드래곤을 꿈으로 삼는 건 어떠니. 마침 너는 근 천 년간 태어난 유일한 헤츨링이니 시간만 지나면 충분히 가능할 거란다.”
“…….”
루시스는 말없이 자기 손에 들린 백룡 인형을 바라봤다. 조금 시무룩해진 얼굴에 가슴이 아팠다.
“걱정 말거라. 곧 엘더 드래곤을 뵐 수 있을 테니까.”
“응?”
“혹시 짐을 챙길 시간이 필요하니?”
“짐?”
“우리와 함께 가야지.”
그 말에 루시스는 나를 돌아봤다.
나는 언제든 내 품으로 돌아오라는 의미로 양팔을 벌렸다.
‘모이나의 입장에서는 루시스가 백룡들과 떠나는 것으로도 나쁘지 않겠지.’
백룡의 외양을 한 아이가 마우솔레움 가문에 있느니 드래곤들과 함께 떠나는 게 나을 테니까.
하지만 모이나와 백룡들은 모르고 있었다. 나와 루시스가 쌓아 온 가족애를 말이다.
“난 안 가.”
“안 간다고?”
“난 시모어랑 이쓸 거야.”
“시모어?”
루시스가 나를 가리켰다.
우수수 쏟아지는 드래곤들의 시선에 나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마우솔레움의 후손……?”
“현 마우솔레움의 가주, 시모어라고 합니다.”
“허. 생긴 게 완전 허무룡을 빼다 박았네.”
“아이야. 지금 저 인간과 함께 있겠다고 한 거니? 이슈타르의 후손들이 아니고?”
“응. 난 시모어가 죠아.”
당황한 것인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백룡들.
루시스는 자신을 안고 있는 팔을 두드려 자신을 내리게 한 다음 손을 흔들었다.
“반가워써. 또 봐.”
볼 수 있어서 반가웠지만 거기까지가 끝이라는 듯 확실하게 선을 긋는 루시스였다.
나를 향해 걸어오는 루시스. 데메테르가 그런 루시스를 붙잡으려는지 손을 뻗었다.
후웅-.
하지만 그보다 내 마법이 더 빨랐다.
나는 중력 마법으로 루시스를 부드럽게 당겨 품에 안았다.
“오? 킥킥킥.”
마법의 부유감이 재밌는지 작게 웃으며 내 품에 만족스레 안착하는 루시스였다.
“……이게 무슨 짓이지?”
데메테르가 분노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는 겁니다.”
루시스가 제 친척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기에 말리지 않았다.
이제는 대화를 끝내고 돌아오고 싶어 하기에 이 역시 도운 것이다.
“드래곤의 일이다. 빠져라, 인간.”
“가족의 일에 끼지 못할 거면 가족이라는 게 왜 있겠습니까.”
“……가족?”
데메테르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허무룡의 후손이 지금 백룡의 아이에게 가족이라 말한 것이냐?”
“이 아이에게도 허무룡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만?”
무언가 말을 하려던 데메테르의 앞을 기사 차림의 드래곤이 막았다.
“뭘 인간과 대화를 하고 그러십니까. 명령을 하면 될 것을.”
드래곤은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동자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열렸다.
다음 순간, 내가 서 있는 바닥에 구멍이 난 줄 알았다. 나는 풀리려는 다리에 힘을 주며 버텼다.
드래곤 피어였다.
“허억……!”
“끄으……!”
근처에 서 있던 기사들 몇몇이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무릎을 꿇고 있던 이리나의 등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인간. 헤츨링을 내려놓고 물러나라.”
드래곤은 내게 명령했다.
그 명령에 나는…….
“고작 이 정도입니까?”
나는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평생 살며 한 번도 마주하기 힘들다는 드래곤 피어를 두 번이나 마주한 것은 물론 신의 강신체와도 맞섰던 나다.
본능적 두려움에 식은땀이 나고 심장 박동이 높아지는 것이야 막을 수 없지만 겁에 질려 입이 막히는 일은 없었다.
“백룡이라 그런가……. 드래곤 피어도 부드럽군요.”
내 말에 모욕감을 느낀 드래곤의 미간이 구겨졌다.
키이잉-.
그의 손에 하얀 마력이 위협적으로 맺혔다.
콰아아-.
그것을 본 루시스도 자신의 손에 마법을 만들었다. 이를 드러내는 위협도 함께였다.
“으르릉…….”
그 모습에 데메테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
“인간에게 제대로 홀려 버렸군. 이슈타르가 꿈이라더니 벌써부터 유희의 맛에 중독되어 버린 게야.”
데메테르는 기사 차림 드래곤의 손을 눌러 마법을 해제하며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미안하지만, 아이야. 마우솔레움 조약에 의하면 네가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단다. 지금 즐거울수록 훗날 서글퍼질 테니 억지로라도 너를 데려가야 할 것 같구나.”
얼핏 들으면 루시스를 위해서 하는 말 같지만, 결국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루시스를 이끌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모이나의 교육관과 정확히 일치하는 사상이었다.
우아하게 생긴 만큼 사고방식도 고루한 것이 백룡들의 특징인 걸까.
생각해 보면 이리나도 기사도에 얽매이는 낡은 사고방식을 보일 때가 가끔 있었다.
“시른데?”
그에 반해 자유로운 사고관을 가진 루시스였다.
“안 갈 꺼야.”
그러면서 보란 듯 내 품에 볼을 붙이는 루시스의 모습에 데메테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최악의 수단을 사용하게 하는구나.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그 시모어라는 인간을 죽이겠다.”
움찔, 루시스의 몸이 굳었다.
“선택하거라, 아이야. 나와 함께 평화롭게 가겠느냐. 아니면 그 인간의 피를…….”
나는 손을 들어 루시스의 귀를 막고 반대쪽 귀는 가슴팍으로 막았다.
조금 거칠어졌던 루시스의 숨소리가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 시모어는 죽으면 안 대.
불과 며칠 전 루시스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까운 이의 죽음에 커다란 상처를 품고 있는 아이였다.
‘멋대로 아이의 상처를 헤집어 놓다니…….’
나는 고개를 들어 데메테르를 노려봤다. 데메테르 역시 감히 자신의 말을 끊은 나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루시스의 막았던 귀를 떼며, 나는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속삭여 줬다.
“선택할 필요 없어, 루. 아이는 아이답게 어려운 선택 따위 하지 말고 제 욕심껏 살면 돼.”
루시스가 나를 올려다봤다. 그 이마에 입을 한 번 더 맞추며 속삭임을 이어 갔다.
“누가 뭐라 해도 원하는 꿈을 꾸고, 누가 막아서도 원하는 길을 가. 내가 너를 끝까지 도울 테니까. 내가 너의 길을 끝까지 지지할 거니까.”
루시스는 눈을 내려 제 손에 들린 백룡 인형을 빤히 바라봤다.
“…….”
천천히, 그 손이 인형을 놓았다.
툭. 데구루루…….
백룡 인형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난 안 갈 거야.”
루시스가 데메테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갈 거면 아줌마 혼자 가.”
데메테르는 한숨을 쉬며 마력을 일으켰다.
“내게 선택지를 남기지 않는구나, 아이야. 부디 원망은 말렴.”
그 손에서 마법이 발현되기 직전, 나는 거세게 외쳤다.
“로카리움!”
콰드드득-!
거대한 발톱이 천장을 찢어발기며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