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9)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89화(89/109)
마우솔레움의 바다
나는 작은 샛별 하나만이 떠 있는 어두운 바닷가에 서 있었다.
쏴아아-.
파도의 소리와 포말이 아니었다면 벼랑에 서서 밤하늘을 보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칠흑같이 어두운 바닷가.
경계조차 불분명한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샛별은 어둠에 저항하는 것처럼 처량하고 애잔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별을 바라보며 파도를 맞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쏴아아-. 철썩.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에 서서 파도를 맞고 있었는지 다리가 기둥이 되어 바닥에 박힌 바위를 보는 것 같았다.
남자는 그저 가만히 서서 하늘에 떠 있는 단 하나의 별을 바라볼 뿐이었다.
“마우솔레움.”
내 부름에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검은 머리에 황금색 눈동자.
과연 누구 조상 아니랄까 봐 ‘완성형 시모어’처럼 생긴 얼굴.
하지만 나는 그 얼굴에 섣불리 잘생겼다는 묘사를 붙일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떤 일을 겪어야 저런 얼굴을 할 수 있는 걸까.’
마우솔레움의 얼굴에는 감정이 없었다. 아니,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섞여 있어 그 어떤 감정도 읽어 낼 수가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부정적 감정을 섞은 뒤 손에 닿지 않을 희망을 보여 준다면 나오지 않을까 싶은 절망적이고 절박한 얼굴.
허무함 속에서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기 위해 발악하는 자의 얼굴.
‘이게 허무룡이라고?’
수십만의 인간을 학살하고 인간 문명을 천 년 가까이 퇴보시켰다는 악룡 중의 악룡.
그 이름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모습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차라리 지옥의 죄인이라는 이름이 어울리겠어.’
마우솔레움은 말라붙은 눈물 자국 아래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힘을 향한 너희 인간들의 집착은 가늠조차 할 수 없군.”
메마른 웃음소리를 내는 마우솔레움.
“내 심장을 저택 방호의 동력원으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 제 심장에 박아 넣다니…….”
하지만 그 웃음에는 아무런 생기도 없어, 이미 죽은 자가 산 자를 흉내 내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나를 이곳으로 불러낸 거지, 마우솔레움?”
“불러냈다고? 내가?”
잠시 나를 바라보던 마우솔레움은 무언가를 눈치챈 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너는 시모어가 아니군.”
“그래. 너와 계약했던 시모어는 사라졌고 지금은 내가 이 몸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가. 그래서로군.”
마우솔레움은 다시 고개를 돌려 밤하늘의 별을 바라봤다.
잠시 말이 없던 마우솔레움은 내게 등을 보인 채로 입을 열었다.
“내 힘을 원한다면 계약을 해야 한다. 한 가지만 약속한다면 내 심장에 깃든 힘을 무한정으로 빌려주지.”
계약이라는 단어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신성력의 움직임은 없었다.
아무리 프롬이라 한들 이 정신세계에까지 간섭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미안하지만 계약은 하지 않겠다.”
“어째서지? 내 힘이 필요할 텐데.”
“네가 뭘 요구할지 알 것 같거든.”
“…….”
나는 그에게 물었다.
예전부터 오랫동안 궁금해해 왔던 한 가지 질문을.
“대체 왜 자신의 딸을 죽이라고 시모어에게 부탁한 거지?”
처음엔 그저 미친놈이라 그런 줄 알았다. 역사에 길이 남은 희대의 광룡이 마우솔레움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루시스를 천 년간 봉인시켜 뒀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째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치지 않은 걸까. 어째서 천 년 동안 한 번도 다른 이와는 그런 계약을 하지 않았던 걸까.’
결론은 하나였다.
마우솔레움은 천 년 동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의문은 하나.
‘기다림의 결실을 보았기에 루시스를 죽이려는 것인가. 아니면…….’
뚜욱.
핏방울 하나가 바다에 떨어졌다.
마우솔레움의 꽉 쥔 주먹에 손톱이 파묻힌 것이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된 것인가.’
마우솔레움은 하염없이 별을 바라봤다.
별. 자그마한 빛을 뿜어내는 어여쁜 별.
그 빛에서 이름을 따온 게 루시스였다.
“너도 네 딸을 사랑하잖아.”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바다에서 저 빛만을 바라보며 천 년을 견딘 마우솔레움이었다.
그 사랑에는 단 한 치의 의문도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죽이려는 거야?”
마우솔레움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루시스에게는 비극적인 운명이 닥칠 거다.”
“운명은 바꾸면 돼. 나는 이미 수많은 이들의 운명을 바꿨어.”
내가 이 세계에 빙의하며 죽은 인물들이 있었다. 살게 된 인물들이 있었다.
나는 존재 자체만으로 이 세계의 운명을 비틀 수 있는 자였다.
“시모어의 몸을 차지한 너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결코 바꿀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니 그 운명에서 루시스를 해방시키기 위해 죽여 달라고?”
“그렇다.”
“그게 천 년 동안 이곳에 박혀 면벽 수행하며 얻은 결론이냐?”
“지금도 늦었을지 모른다. 네가 가능한 빠르게 루시스를 죽일수록 루시스가 그 가혹한 운명에서 해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우솔레움이 어떤 운명에 대해 말하는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예언이라도 본 것일까. 아니면 운명의 신에게서 직접 언질을 들었을까.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니. 나는 끝까지 루시스와 함께 살아갈 거야.”
“어째서?”
“루시스에겐 꿈이 있거든.”
“……꿈.”
“광휘룡이 되겠다는 꿈 말이야.”
그 말에 적잖이 놀란 것인지 마우솔레움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이가 꿈을 꿨어. 그렇다면 그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게 어른이잖아.”
“…….”
“걱정 마. 루시스가 어떤 운명을 겪는다 한들 내가 곁에서 끝까지 함께할 거니까.”
“……지옥에라도 함께 떨어지겠다는 말이냐.”
“물론. 내가 루시스를 품에 안고서 지옥불로부터 안전하게 지켜 주겠어. 그게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계약이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마우솔레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이지. 루시스는 너의 자식도 아닌데.”
참으로 우스운 것을 묻는다 싶어서 나는 피식 웃었다.
“기른 정이라고 알아? 낳아 준 사람만 아빠인 게 아니야. 나 역시 루시스의 아빠다.”
“…….”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던 마우솔레움은 다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바라봤다.
약간이지만 조금 더 밝아진 별을.
“……좋다. 힘을 빌려주도록 하지.”
하지만 명심해라, 마우솔레움은 말을 이었다.
“나는 루시스를 죽음으로써 운명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길 역시 포기하지 않을 거다.”
다시금 하나뿐인 별의 하염없는 망부석이 되는 사내를 보며, 나는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쏴아아-.
그 등은 조금이지만 위로받은 것 같았다.
* * *
[케흐윽……. 시모어, 더는 못 버티겠다…….]마침내 로카리움이 검은 연기를 토해 내며 거구를 땅에 눕혔다.
“놈을 확실하게 제압해라!”
데메테르는 로카리움의 주둥이에 올라타 그 입에 재갈 마법을 채웠다.
제 주둥이에 짐승의 것처럼 마력 구속구가 채워지는데도 로카리움은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감히 마우솔레움 조약을 어기고 인간들의 제국에 숨어든 죄, 멋대로 본체로 돌아간 죄, 내 반드시 인피니움에게 엄히 물을 것이다!”
데메테르의 분노에 ‘지는 뭘 잘했다고’ 하는 불손한 눈빛을 보내는 로카리움. 하지만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저항의 최대치였다.
“아이는 어디 갔지? 루시스는?”
데메테르는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타운하우스에 멀쩡히 두 발로 서 있는 인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광휘 기사단은 로카리움과의 전투에 휘말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거나 탈진한 지 오래였다.
드래곤과 같은 거대 마수와의 전투는 훈련 자체를 하지 않은 지 수백 년이 넘었기에 아무리 대귀족의 기사단이라 한들 출혈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데메테르는 인간들의 부상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재차 물었다.
“묻지 않느냐! 헤츨링은 어디 있느냐? 가주!”
하지만 어디에서도 모이나 이슈타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본관 바깥에서 검은 마력의 파장이 일었다.
데메테르와 드래곤들은 반사적으로 폐허가 된 본관을 뛰쳐나갔다.
“이건……?!”
정원의 중앙에 거대한 구멍이 나 있었다.
문제는 그 구멍에 무언가 막이라도 쳐져 있는 것처럼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빛이 안 드는 수준이 아니라 어둠 그 자체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과 같은 불길한 어둠이었다.
그것도 드래곤들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하고, 그렇기에 더욱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어둠이었다.
“…….”
“…….”
드래곤들은 머뭇거리다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불렀다.
“어이, 인간. 네가 내려가 봐라.”
그 명령을 들은 것은 끝까지 두 다리로 서서 백룡들의 전투를 지원하던 기사, 케인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케인은 그 명령에 아무런 가치 판단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기사는 그저 명령을 따르는 부품일 뿐이니까.
케인은 망설임 없이 그 아래로 뛰어들었다.
발끝부터 자신의 몸이 어둠에 삼켜지는 것 같은 소름 돋는 순간이 지나고 케인은 자신의 발이 바닥에 닿는 것을 느꼈다.
화르륵-.
케인이 마검 아티팩트를 발동시키자 검날에 불길이 일었다.
하지만 그 불길은 케인의 발치 앞만 간신히 밝힐 뿐이었다.
“…….”
케인은 기감을 끌어올려 주변을 훑어봤다.
오직 어둠뿐이었다. 지금도 검의 불길을 갉아먹고 있는 밀도 높은 어둠.
어둠은 빛의 부재가 아니었나? 어둠은 빛의 부속물인 것 아니었나? 이건 마치 어둠이라는 원소 자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 어둠 속에서 황금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
케인은 반사적으로 그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또 다른 황금색 눈동자가 나타나며 그 검을 쳐 냈다.
카아앙-!
충돌의 여파로 불티가 사방으로 튀어 잠시 어둠이 물러났다.
그 찰나, 케인은 볼 수 있었다.
가슴팍에 역십자가를 가득 새긴 악마의 모습을-.
“감히…….”
갈라지고 뒤틀린 거친 목소리.
“내 새끼한테 검을 들이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시모어임을 알아챈 순간, 케인의 시야가 틀어막혔다.
시모어의 손이 그의 안면을 붙잡고 날아오른 것이다.
펄럭-!
날갯짓 소리와 함께 지하의 어둠으로부터 무언가 솟구쳐 올랐다.
이내 날개가 달린 그것은 지상으로 거세게 내리꽂혔다.
콰아앙-!
“커헉……!”
품에 루시스를 안고 있는 시모어가 한 손으로 케인을 지면에 내리꽂았다.
“……!”
데메테르는 숨을 삼켜야만 했다.
시모어의 공격 때문이 아닌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시모어의 등에는 검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달려 있었고 심장에서는 검은 마력의 안개가 줄기차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심장 부근을 수십 개의 역십자가가 에워싸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동자에서 넘쳐흐르는 검은 마력이 마치 피눈물처럼 얼굴에 두 줄기의 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소름 끼쳤다.
“마우솔레움……?”
너무나도 익숙한 마력과 광경에 데메테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혹시 놈이 되살아난 걸까? 인간들이 무언가 흑마법이라도 사용해 죽은 드래곤을 되살린 것일까?
케인과 함께 간신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몇몇 기사들 역시 시모어의 모습을 보며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악마.”
그의 모습은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킥킥킥.”
오직 악마의 품에 안긴 아기 천사만이 이 상황이 마음에 든다는 듯 키득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