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90)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90화(90/109)
드래곤의 피 (1)
손에 힘을 줬다.
그러자 마력이 절로 움직이며 내 손아귀에 힘을 불어넣었다.
마법의 기본 메커니즘은 기원이요, 기원은 강렬한 의지의 집합체다.
이는 원작 게임에서 마법사의 주 스텟이 지능과 의지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아주 가벼운 의지만으로도, 의지는커녕 생각조차 섞이지 않은 그저 동작만으로도 마력이 움직였다.
꽈드드득-.
내 손가락이 머리를 파고들기 시작하자 케인은 버둥거리며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나는 기절한 케인을 팔을 휘둘러 저 멀리 팽개쳤다.
“후우-.”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졌다.
마나 필드가 내 심장에서부터 샘솟는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내 몸에는 전부 담기지 않은 진득하고 성긴 마나가 검은 안개처럼 심장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불.’
그 단어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허공에 화염구가 솟아올랐다.
‘바람.’
이번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와 나와 루시스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과연, 드래곤들은 이런 식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세상을 거니는 건가.’
나는 루시스가 아카데미의 강연에서 마법학과 학생들을 절망시켰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 이게 왜 안 대?
그건 아무런 잘난 척도 약 올리기도 아니었다.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들에게 마법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간단하게 발현되는 것이었으니까.
“후우…….”
나는 심호흡을 하며 루시스를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온몸에 들끓는 전능감에 정신을 놓고 마법을 난사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언제나 나를 진정시켜 주던 루시스의 체온도 이번만은 큰 효과가 없었다.
–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군.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시모어가 깨어난 것을 보면 말이다.
– 내 몸에 드래곤 하트를 박아 넣은 것인가? 크크큭……. 남의 몸이라고 함부로 쓰는군.
‘닥쳐라, 시모어. 내 안에서 미래의 정보를 본 네놈이라면 내가 아니었어도 어차피 네 몸에 드래곤 하트를 스스로 박아 넣는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 그야 물론이지. 다만 지금과 달리 조금 더 싱싱하고 다루기 쉬운 드래곤 하트였겠지만.
놈의 말이 내 심기를 건드렸다.
나는 망설임 없이 놈을 지워 버리려 했다.
지금이라면 수고할 것도 없이 그저 한 줄의 생각만으로 놈을 침묵시킬 수 있었다.
– 내 도움이 필요할 텐데.
하지만 그 말이 내 생각을 막아 세웠다.
– 혼자서 세 마리의 드래곤을 쓰러뜨릴 수 있겠나?
‘루시스도 함께다.’
– 그래 봐야 헤츨링이지. 인정해라. 내가 없으면 넌 저들에게 맞서 싸우지 못해.
달아날 예정이라면 지금의 힘으로도 차고 넘쳤다.
애초에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으면 달아날 생각으로 나와 루시스 둘이서만 이곳을 찾았던 것이다.
로카리움? 그놈은 애초에 비상용 버림패였다.
마우솔레움 조약을 어겼으니 고생 좀 하겠지만, 이걸로나마 루시스의 날갯죽지를 함부로 움켜쥐었던 잘못을 용서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 이대로 달아나고 싶지는 않잖나?
그 말대로였다.
– 온몸에 끓어오르는 이 전능감을 놈들에게 쏟아붓고 싶지 않나? 우리의 소중한 딸을 마치 물건처럼 다루려던 저들에게 말이야.
정말로, 그의 말대로였다.
– 어차피 이 정도로 큰 사건이 터졌으면 조용히 넘어가기는 글렀다. 하지만 정의는 이쪽에 있지. 그렇다면, 여기서 좀 더 난동을 피워도 되지 않겠어?
마치 나를 유혹하는 뱀처럼, 시모어는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들만을 골라 입에 담았다.
그 제안들이 몹시도 달콤했다.
‘안 돼.’
시모어가 나를 위해, 혹은 루시스를 위해 이런 말을 꺼낼 리 없었다.
분명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을 터. 아무리 달콤하다 한들, 놈의 제안은 거절해야…….
그 순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것 역시 드래곤 하트의 마력이 부여한 권능 중 하나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지금 시모어가 품은 욕망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과시욕과 자부심?’
나는 빠르게 놈의 생각을 이해했다.
‘하. 과연 지독한 나르시시스트.’
시모어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드래곤 하트가 주는 전능함을 등에 업고, 수많은 이들의 두려움 섞인 시선을 받는 이 시간이.
오랜 숙적인 이슈타르 가문의 폐허 위에 서서, 그들이 섬기는 백룡을 상대로 흑룡의 마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이 기회가.
‘그래. 네놈은 언제나 드래곤의 마력을 원해 왔었지.’
원작에서도 최후의 순간까지 드래곤의 힘에 취해 날뛰던 시모어가 아니었나.
‘좋다. 이번만은 임시 동맹인 것으로 하지.’
– 크크크…….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마법이 쏟아졌다.
* * *
데메테르는 생각했다.
‘간단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은 인간은 흑룡의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양이 무척이나 적었다. 성체 드래곤의 2할 정도도 되지 않는 양.
‘헤츨링과 함께한다 해도 아슬아슬하게 성체 한 마리 정도의 마력량도 되지 않는다.’
물론 드래곤들의 싸움에서 마력량이 절대적인 판가름 요소는 아니다.
애초에 비워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의 마력량을 가진 드래곤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쪽에는 자그마치 세 명의 드래곤이 있었다.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아이는 다치게 하지 말고 저 인간도 가능한 산 채로 생포해라. 어떤 연유로 흑룡의 마력을 뿜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세 드래곤은 동시에 시모어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모두들, 간단한 싸움이 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1분 만에 뒤집혔다.
데메테르는 시모어를 향해 열 광선을 쏘아 냈다.
빛과 열을 이용한 마법이 백룡들의 특기 마법, 그중에서도 열 광선은 드래곤의 브레스와도 비슷한 마법이었다.
지이이잉-.
빛과도 같은 속도로 시모어를 향해 날아가는 마법.
“안 대.”
하지만 시모어의 품에 안겨 있는 루시스의 손가락 휘젓기 한 번에 그 궤도가 비틀렸다.
콰아아앙-!
열광선은 애꿎은 이슈타르가의 건물만 박살 냈다.
다른 두 드래곤의 마법도 시모어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시모어는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텔레포트……?!”
“인간이 저런 마법을?”
다른 두 드래곤이 경악하는 사이 빠르게 마력의 흐름을 읽어 낸 데메테르는 등 뒤에 실드 마법을 전개했다.
콰아앙-!
그 직후 실드 마법 위로 거대한 폭발 마법이 터졌다.
“네놈……!”
인간이 자신에게 공격 마법을 날렸다는 사실 자체에 데메테르는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데메테르는 자존심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는 애송이 드래곤이 아니었다.
“놈을 포위해! 텔레포트를 쓰지 못하게 마력을 휘저어! 사방에서 마법을 쏟아 내!”
백룡들은 순식간에 시모어를 둘러쌌다.
한 손으로는 텔레포트를 막기 위해 마력을 휘저으며 다른 손으로는 공격 마법을 쉼 없이 만들어 냈다.
마법사들이 봤다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바라봤을 장면.
만일 영상석으로 녹화를 해 뒀다면 값비싼 교보재라며 영상석 무게의 다이아몬드를 줘서라도 마탑에서 구매해 갔을 장면이었다.
콰콰쾅-!
쩌저정-!
데메테르는 이를 악물었다.
놈이 쓰러지지를 않아서였다.
아니,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아서였다.
“대체 인간이 어떻게……?!”
아니. 애초에 저것이 인간이 맞긴 한가?
시모어의 어깨에서는 검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한 쌍의 팔이 추가로 뻗어 나와 있었다.
그 손들은 모두 각기 움직이며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마법들을 전부 요격하거나 차단하고 있었다.
한 명이서 세 개, 네 개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모습은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뇌가 두 개는 된다는 말인가……!’
마치 먼 동방의 싸움 귀신을 보는 것만 같은 모습에 데메테르는 등에 소름이 돋았다.
무엇보다 저 눈이 소름 끼쳤다.
현 상황에 아무런 두려움도 공포도 없이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 드는 저 눈이 말이다.
‘나를 죽이겠다고?’
믿을 수 없었다.
‘고작 인간 주제에?’
데메테르는 이를 악물었다.
‘미친 자로다. 광룡의 후손답게 머리가 돌아 버린 것이다.’
그저 광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야만 했다.
“킥킥킥.”
하지만 그 광기도 뒷받침이 되는 힘과 함께라면 날카로운 비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루시스……!’
시모어도 놀라웠지만 헤츨링이 가진 재능은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웠다.
루시스는 세 명의 성체 드래곤이 쏟아 내는 마법의 절반을 혼자서 막아 내고 있었다.
궤도를 뒤틀어 빗나가게 하고, 마법을 휘저어 없애 버리고, 심지어는 마법을 강탈해서 자폭시키기까지 했다.
‘헤츨링이 성체 드래곤의 마법을 강탈하다니……!’
평범한 백룡들 사이에서 태어났다면 최연소 엘더 드래곤이 되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이었다.
아니, 저것은 이미 공포스럽다 말해도 좋을 정도의 재능이었다.
데메테르는 이를 악물었다.
패배를 직감해서는 아니었다. 자신들은 이길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뛰어나다 한들 이쪽은 세 명의 드래곤.
심지어 아직 아무도 본체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이미 시간을 너무 지체해 버렸다.’
이 부지 지하에 마우솔레움의 심장이 묻혀 있다는 건 백룡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 심장을 원동력으로 영구 지속적인 여러 마법을 걸어 둔 것이 백룡이었다.
그 마법들 중 하나인 마력 차단 마법을 이용해 이 부지에서 비밀리에 백룡회를 열고 가문의 성장을 도모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드래곤 하트는 마우솔레움의 후손이 집어삼켜 버렸다.
‘이미 바깥의 인간들도 이상 사태를 눈치챘을 것이다.’
마우솔레움 조약을 어긴 것은 이미 들통난 상황.
누군가가 개입하기 전에 빠르게 저 인간을 죽이고 루시스를 탈환해야만 했다.
하지만, 놈의 방어가 너무 막강했다. 심지어 아주 작은 빈틈만 보이면 귀신같이 공격 마법을 날려 대기까지 했다.
데메테르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외쳤다.
“본체로 돌아가서 싸운다!”
“하지만, 데메테르!”
“시간이 없어!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흑룡들이……!”
[아니. 이미 늦었어.]갑작스레 휘몰아치는 마력의 폭풍.
데메테르는 당황한 눈으로 자신의 말을 끊은 로카리움을 바라봤다.
시모어와의 싸움에 집중한 탓에 느슨해진 재갈 마법을 해제한 로카리움의 손에 마력이 응집하고 있었다.
“포탈 마법……!”
데메테르는 그 마법을 막으려 했다. 마력을 휘저어 좌표를 흩트리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누군가가 일대의 마력 전체를 장악해 버렸다.
“……!”
데메테르는 자신의 의지에도 꿈쩍 않는 마력에 경악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그녀의 어머니가 곧잘 해 주던 이야기를.
– 흑룡들은 공간 마법에 특화되어 있지. 개중에는 공간 전체의 마력을 장악하는 것에 특화된 드래곤이 있단다.
데메테르는 침을 꿀꺽 삼켰다.
– 마법을 사용하는 우리에게는 최악의 적이나 다름없지. 그의 앞에서 우리는 정말로 덩치 큰 도마뱀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니 그 드래곤과는 절대로 싸우지 말거라.
데메테르는 그 드래곤의 이름을 물었었다.
그리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포탈 너머에서 낡은 로브를 입은 노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일대의 모든 마력이 자신들의 왕을 만난 것처럼 그를 향해 일제히 절을 올렸다.
– 인피니움.
엘더 블랙 드래곤.
광룡 마우솔레움의 아버지.
인피니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뱀 세 마리가 내 손녀를 공격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제대로 본 것이 맞나, 로크?”
[제대로 보셨습니다, 인피니움 님.]제 손 위에 인피니움을 모신 로카리움이 킬킬거렸다.
“이, 인피니움 님……!”
데메테르는 무언가 말을 하려 했다. 변명을 하려 했다.
“데메테르!”
“뒤에……!”
하지만 데메테르는 잊고 있었다.
마력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공격을 멈출 리 없는 광기의 존재가 이곳에 있다는 걸.
촤아악-!
백룡의 피가 이슈타르 가문에 흩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