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91)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91화(91/109)
드래곤의 피 (2)
“꺄아아아악!”
데메테르는 비명을 질렀다.
구멍이 난 어깨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어 보는 부상.
그 고통에 데메테르는 눈앞이 하얗게 변해 비명만을 질러 댔다.
그런 무방비 상태의 데메테르에게 시모어가 추가적인 공격을 가하지 않은 것은 오직 인피니움이 마법으로 시모어를 붙잡은 까닭이었다.
“아아아아악!”
“닥치고 치료나 해라.”
인피니움은 데메테르의 비명을 더 이상 듣기 힘들다는 듯 인상을 썼다.
다른 두 백룡이 다가와 데메테르의 상처를 치유했다.
“허억, 허억……!”
데메테르는 핏발이 선 눈으로 시모어를 노려봤다. 시모어는 여전히 인피니움이 만든 마력의 벽 안에 갇혀 있었다.
“천한 것이 감히……!”
데메테르는 시모어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인피니움의 마력벽에 막혀 그 너머에서 이를 갈 뿐이었다.
“네놈……! 내가 반드시 네놈을 죽일 것이다! 네놈의 천한 피를 반드시 이 세계에서 말려 버리고 말……!”
데메테르의 얼굴 앞으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쾅!
주먹은 마력의 벽에 막혔지만 그 갑작스런 공격에 데메테르는 말을 삼켜야만 했다.
“맹세하지.”
벽 너머에서 시모어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데메테르를 노려보고 있었다.
“앞으로 또다시 루시스를 두고 이런 개짓거리를 벌인다면.”
고작 그 정도의 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 날카로운 송곳니로 으르렁거렸다.
“마우솔레움 가문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서 네놈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사냥하겠다.”
“사냥……?”
데메테르는 아득한 모욕감에 소름이 쭈뼛 솟았다.
“우리 백룡들을 사냥하겠다고……?”
“내 선조는 신조차 죽였다. 나 역시 신의 강신체를 몇 번이고 죽였지. 한데 고작 너희 도마뱀 따위가 두려울 것 같으냐?”
시모어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모든 백룡들을 적으로 돌리려 하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아무런 흔들림도 없이 데메테르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미쳤군.”
데메테르는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눈앞의 존재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감각이 그녀를 뒤흔들었다.
그것은 두려움은 아니었다. 인간으로 치자면 거미나 지네를 대상으로 갖는 꺼림칙함, 그것이었다.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독이.
“우리가 가진 힘의 편린을 가진 주제에 오만이 도를 넘었어!”
그때, 다른 목소리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글쎄, 오만이 도를 넘은 것은 네놈들이 아닐지.”
분노한 인피니움의 목소리에 데메테르는 자신이 누구를 마주하고 있었는지 뒤늦게 기억해 냈다.
“아니면 이제 이 노물 정도는 무시해도 되는 위치에 서 있는 것인가, 데메테르?”
“그, 그게 아닙니다. 저 인간 때문에……!”
“물론 저 인간 때문이겠지. 그대들이 내 아들의 드래곤 하트를 숨겨 두고 내 손녀를 공격하던 것도 모두 말이야.”
“……!”
데메테르와 시모어가 언쟁을 벌이는 사이 빠르게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한 로카리움은 그 꼴을 보며 히죽 웃었다.
“하, 하지만 인피니움 님! 백룡의 후계인 아이를 인간들의 손에 둘 수는……!”
“내 손녀이고, 내가 인가한 일일세. 감히 나의 결정에 의문을 품는가?”
데메테르는 입을 닫았다.
이번에 느껴지는 감정은 분명 두려움이었다.
데메테르는 어머니의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블랙 드래곤의 엘더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싸우지 말라는 그 말을.
‘우리 셋이 모두 덤벼도 이기지 못해.’
애초에 마력 그 자체를 봉인하는 드래곤을 무슨 수로 이긴다는 말인가?
‘인피니움이 아들의 편을 들었다면 세상이 멸망했을 거라는 이야기는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진실이었다.
과연 아들이 어마어마한 죄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흑룡들의 지지를 받고 엘더로 남아 있는 존재다웠다.
“백룡들의 엘더와 이야기할 것이 아주 많겠군.”
인피니움은 데메테르를 보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아주 많겠어…….”
그리고 어마어마한 수의 인파가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 들이닥쳤다.
* * *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근처에 잠복하고 있던 기사의 긴급 파발로 출동한 헬라와 흑룡 기사단이었다.
“위대한 선조님을 뵙습니다!”
“가주님을 모셔라, 심각한 상황이다!”
“상처와 회로가 보이지 않게 망토를 둘러!”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가 생성하던 마력 차단 마법이 사라지고 드래곤들의 마력이 미쳐 날뛰자 긴급히 달려온 마탑주와 마법사들 역시 도착했다.
“드래곤……!”
“그것도 다섯……! 헤츨링님까지 여섯……!”
“아아, 이 마나 필드……! 지금이라면 내가 고안만 하고 한 번도 발현한 적 없는 ‘그 마법’도 실행이 가능할지도!”
“미친놈아, 여기서 마법을 부리면 안 돼!”
마지막으로 대귀족의 타운하우스가 반파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직접 움직인 황제와 황실 근위기사단까지.
“이게 대체…….”
그랜달 2세는 천 년만에 깨진 마우솔레움 조약에 머리가 다 아파 왔다.
무엇보다 이 두통이 앞으로 몇 주는 될 복잡한 싸움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걸 알기에 더욱 끔찍했다.
데메테르와 어느 정도 대화를 일단락한 인피니움은 시모어와 루시스에게 다가갔다.
“위대한 선조룡을 뵙습니다!”
기사들의 인사에도 고갯짓 한번 없이 나아간 인피니움은 들것에 실리는 시모어를 보다가 물었다.
“어떤 상태이냐?”
그에 대한 대답은 시몬이 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마력이 폭주한 것 같습니다.”
“심장의 드래곤 하트다.”
“……예?”
“내 아들놈의 드래곤 하트를 제 심장에 박아 넣었어.”
인피니움은 손을 뻗어 시몬의 심장 위에 손을 올렸다.
다급히 시모어를 나르려던 기사들은 발을 멈추고 인피니움을 지켜봤다.
스르륵-.
인피니움의 손을 따라 심장에서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던 검은 안개가 멎었다.
그와 함께 굳어 있던 시모어의 얼굴도 조금 편안해졌다.
“응급 처치는 되었을 것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라.”
“예, 감사합니다!”
기사들은 빠르게 시모어를 날랐다. 인피니움은 시아의 품에 안겨 있던 루시스를 건네받았다.
시몬과 시아는 인피니움에게 허리를 숙인 뒤 시모어를 따라 달려갔다.
“할부지. 고마어.”
시모어를 걱정스레 보던 루시스가 인피니움에게 말했다.
“무엇이 말이냐?”
“시모어를 도와저서.”
인피니움은 가만히 루시스를 보다가 물었다.
“다친 곳은 없느냐?”
“응.”
“무섭지는 않았고?”
“응.”
“끔찍한 일은 안 당했느냐.”
“갠차나. 시모어가 지켜 줘써.”
대답하는 루시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저리도 나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는 아버지가 있는데, 나를 위해서라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일족을 적으로 서슴없이 돌리는 아버지가 있는데 뭐가 두렵겠느냐.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래.”
인피니움은 루시스를 품에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 줬다.
“그렇구나, 우리 아가.”
루시스는 보드라운 숨을 폭 내쉬었다.
* * *
나는 나흘이나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눈을 떠 보니 어느새 내면의 시모어는 사라져 있었고 심장에서 줄줄 흐르던 검은 안개도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 하트는 남아 있었다.
심장의 텅 빈 느낌에 적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심장이 너무나도 꽉 찬 느낌이라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강력한 힘이긴 하지만 후폭풍도 만만치가 않아.’
육체의 후폭풍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형님. 죽 좀 더 식혀 줄까?”
“아니. 괜찮아.”
“오빠. 덥지 않아? 부채 좀 더 부쳐 줄까?”
“아니. 괜찮다니까.”
“형님. 산책이 하고 싶어? 부축 필요해?”
“혼자 걸을 수 있어.”
“오빠. 화장실 가려고? 내가 요강이라도…….”
“제발. 나는 정말 괜찮아.”
내 몸 상태보다도 동생들의 극진한 간호가 더 끔찍했다.
하나같이 나에게 이런저런 잔소리와 분노를 쏟아 내고 싶다는 감정을 꾹 누르며 간호를 하는 게 너무나 부담스럽고 무서웠던 것이다.
“내가 형님의 그 미친 짓에 일조했다니…….”
“어쩜 동생들한테 한마디도 안 하고 그런 짓을…….”
간혹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그 공포를 더했다.
시아는 견습사원 일까지 미뤄 두고 내 옆에 붙어 있었고 시몬도 자택 근무라며 내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 세계에도 자택 근무가 있었나?’
특히나 내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라치면 귀신같이 눈을 번득이며 따라붙는데 간호가 아니라 감시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헬라의 반응은 건조했다.
조금 화난 것 같은 눈매는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곧 재판이 두 개 열릴 거야.”
“이슈타르 백작가 붕괴에 대한 건가?”
“첫 번째 재판은 그거고. 두 번째 재판은 마우솔레움 조약 위반에 대한 건인데, 이건 ‘유디시움’으로 열릴 거야.”
“유디시움?”
처음 듣는 단어에 의문을 표하자 헬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이 참여하는 재판이래. 천 년 전에나 마지막으로 열렸다더라.”
“천 년 전이면 마우솔레움 조약 조인 당시인가.”
마우솔레움 조약은 인간과 드래곤뿐 아니라 신들도 조인한 조약이었다.
그것을 체결한 유디시움은 현대 지구로 따지면 국제 재판 정도 되는 초국적인, 이 세계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초종족적인 재판인 모양이었다.
“유디시움의 재판 대상은 로카리움과 세 백룡들일 테고?”
“이슈타르 가문 측에서는 루시스도 엮어서 인간 세계에서 쫓아내려는 것 같아.”
아마 백룡회 역시 그것에 찬성하고 있을 터였다.
나도 모르게 혀를 차며 물었다.
“신이 참석한다는 말은 유디시움의 재판관을 맡겠다는 거겠지?”
“그렇지. 다행인 점은 유디시움은 역사적으로 배심원 제도로 죄를 가린다더라.”
배심원 제도.
그러니까 투표인단을 꾸려서 유죄 여부를 투표로 정한다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종족들은 각자 법과 관습이 다르니 택한 방법인 모양이었다.
‘신들이라면 자신들의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라 할 줄 알았는데 의외군.’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배심원단 제도가 더 신들의 취향에 맞을 터였다.
배심원단 꾸린다고 서로 로비하고 암약하며 개판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며 낄낄거릴 게 이 세계의 신들에게 어울렸으니까.
“배심원 목록은?”
“지금 한창 꾸려지는 중이야.”
“정치 싸움으로 내 머리가 깨져 나갈 거라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제대로 들었네. 기사인 내가 정치를 할 수는 없잖아?”
헬라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흘 동안 누워서 푹 쉬었으면 이제부터라도 불철주야 혹사당하셔야지~.”
손가락 두 개를 이마에 뗐다 붙이며 장난스레 경례를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얄미웠다.
‘재판 준비에 유디시움 준비, 거기에 배심원 구성을 위한 로비까지……. 쉴 새 없이 바빠지겠군.’
다행인 점은 유디시움은 몰라도 재판은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쪽에서 불리한 사항이 없는 탓이었다.
‘모이나가 납치 시도를 한 정황만 제대로 밝힐 수 있으면 정당방위로 끌고 갈 수 있어.’
재판 준비는 그거면 충분할 터였다.
“…….”
그러면 이제 현실로 눈을 돌릴 차례였다.
조금 전부터 자꾸만 보이는 이 자리에서 있으면 안 되는 누군가의 모습에 나는 처음에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줄 알았다.
아니면 드래곤 하트의 부작용으로 헛것을 보고 있거나.
“와. 색칠을 잘하시네요.”
“흐흥.”
“색칠은 제가 루시스 님께 배워야겠어요.”
“흐흥, 흐흥.”
그야 그럴 게, 지금 한창 나와 소송을 준비하고 있을 이슈타르 가문, 그곳의 유일한 후계자가 내 집무실 한쪽 구석에서 루시스와 놀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쉰 뒤 현실을 직면했다.
“이슈타르 경.”
“이리나, 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래. 이리나 경이 왜 마우솔레움 저택에 있는 거지?”
그러자 이리나는 상쾌한 얼굴로 답했다.
“저, 가출했습니다.”
“…….”
잠시 머리가 아파 오는 것 같았지만 나는 차분히 물었다.
“후작께서는 알고 계시고?”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쪽에서도 저를 가문에서 내쫓으려고 준비 중일 테니까요.”
“…….”
갑자기 이리나가 방랑기사가 되어 버렸다.
‘그건 시모어가 죽은 뒤의 스토리 라인이었을 텐데?’
나는 머리가 아파 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내 그런 모습이 우스웠는지 이리나와 루시스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킥킥킥.”
그 모습이 마치 모녀처럼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