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92)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92화(92/109)
광신자 (1)
“……하여 이슈타르 타운하우스 붕괴 건에 대한 재판은 황실 주관 재판소에서 진행될 것이며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재판 일시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다음 날 황실에서 궁중백이 내려왔다.
나는 황실의 두루마리를 펼친 궁중백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황제 폐하이신 그랜달 2세께서는 이번에 일어난 두 가문의 분쟁 사태에 몹시 안타까워하시며 이 사태가 평화롭게 또한 조속하게 해결되길 바라고 계십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궁중백이 돌아가자 알프레드가 물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비공개 재판이라…… 이슈타르 후작이 열심히 손을 쓰고 있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 재판은 마우솔레움 가문의 죄를 심판하기 위한 재판이다.
하지만 막상 그 내막을 살펴보면 이 재판에서 불리한 건 이슈타르 가문이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나 자신과 루시스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였을 뿐.’
루시스의 납치를 계획한 것도 나를 공격한 것도 모두 모이나 이슈타르와 백룡들이었으니까.
‘케인이 보냈던 스파이를 언급하면 내 정당방위에 힘을 더 실을 수도 있어.’
스파이를 이용한 정보 수집, 그것도 상대의 거주 공간에 직접적으로 스파이를 심어 넣는 행위는 전쟁 선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행위였다.
애초에 칼자루 자체를 이쪽에서 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도 있지.’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딱히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 주체가 이슈타르 가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입으로는 빛과 선함을 부르짖는 가문이 제 타운하우스의 가장 깊숙한 곳에 악룡의 심장을 두고 있었다.
심지어 그 힘으로 타운하우스 전체의 마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똑같은 얼룩이 묻어도 하얀 옷일수록 얼룩이 강조되어 보이는 법이다.
이슈타르 가문은 삽시간에 위선자 가문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모이나는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비공개 재판을 열려는 것이고.’
비공개 재판은 말 그대로 방청객 없이 재판관과 피해자, 가해자만이 모여 조용히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의 재판이었다.
물론, 나는 이 재판을 비공개 재판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자기 죄에 대한 책임은 달게 받아야지. 그게 언제나 너희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었잖아?’
나는 모이나 이슈타르를 아주 깨끗하게 짓밟아 버릴 생각이었다.
* * *
가문의 의사는 주기적으로 내 심장을 살폈다.
본인들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시몬과 시아도 함께했다.
“상식적으로 인간의 몸이 드래곤 하트를 견딜 수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마법에도 꽤 조예가 깊은 의사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겠군요.”
“괜찮다는 거야?”
시몬의 걱정스런 물음에 의사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괜찮다라…… 그보다는 안정적이라는 단어를 쓰겠습니다. 천 년이나 지난 데다가 작게 조각나 약해진 드래곤 하트의 상태, 가주님의 특별한 혈통, 거기에 이 축성 회로들과…… ‘모판’ 기술이라고 했던가요? 이 여러 요소들이 기적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작게 웃었다.
“기적적인 균형이 아니라 계획된 균형이야.”
“만일 정말로 이게 계획된 것이라면 가주님은 실로 천재일 수밖에 없겠군요.”
의사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내 말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의사가 자리를 비우자 시몬과 시아가 내게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루시스를 품에 안자 루시스는 내 심장에 귀를 찰싹 붙였다.
두근거리는 내 심장 박동음에 루시스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고롱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루시스의 머리를 쓸어 주고 있자니 시몬이 입을 열었다.
“전부 다 계획한 거라고?”
“응.”
“내게 축성 회로를 건네던 순간부터?”
“그래.”
“일이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언젠가 힘이 필요한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나는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 가문은 적이 많으니까 말이야.”
시몬은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툭 떨궜다.
그 아래에서 자신을 자책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형에게 축성 회로를 새겨 주는 게 아니었어.”
“그랬다면 이번 사건으로 루시스를 잃었을 텐데?”
“…….”
“시몬. 레스터 호수에서 내게 했던 말 기억해? 온천에서 했던 말.”
시몬은 우리 모두가 함께 늙어 가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루시스가 우리의 아이들을 돌보며 평화롭고 안온하게 살아가는 꿈.
“나도 너와 같은 꿈을 꾸고 있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해. 너희 모두와 루시스를 지킬 수 있는 힘이.”
“형님의 수명을 양분 삼아 산다고 우리가 행복할 것 같아?”
“의사의 말을 들었잖아.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나는 괜찮아.”
“내 귀에는 그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말로 들렸어.”
“걱정 마. 그럴 일은 없으니까. 축성 회로와 모판 기술이 있는 한 이 심장 때문에 내가 죽을 일은 없어.”
시몬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불안해서 미칠 것만 같아. 그 심장이 형님을 우리에게서 앗아 갈 것만 같다고.”
“커다란 힘에는 언제나 커다란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그 불안감이 대가라면 충분히 싸게 먹히는 거지.”
나는 시몬의 어깨를 두드려 준 뒤 훌쩍이고 있는 시아에게 눈을 돌렸다.
“울지 마, 시아.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니까.”
“나흘이나 누워 있었으면서 그게 할 말이야?”
“내 몸이 새로운 심장에 적응하느라 그랬던 거야. 이제는 괜찮아.”
“약속해. 다음에 또 그런 걸 몸에 집어넣을 거면 반드시 우리와 상의하겠다고.”
시아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 붉어진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가주의 몸은 가주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까. 이건 오빠의 의무나 마찬가지야.”
“알았어. 꼭 말할게. 약속해.”
나는 공허한 약속을 건넸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위로가 된다는 듯 어깨를 늘어뜨리는 시몬과 시아를 품에 끌어안았다.
사이에 낀 루시스가 불편함에 바르작거릴 때까지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를 포옹했다.
* * *
그 소문의 근원지는 럭스였다.
“……두 가문의 분쟁 때문에 럭스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던데?”
이슈타르 가문과 마우솔레움 가문의 분쟁, 그 결과 반파된 이슈타르 타운하우스.
오랜만의 거대 뉴스를 다과 삼아 즐겁게 수다를 떨던 귀족들의 분위기는 그 소문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변했다.
“아는 귀족이 재단실 문 너머로 디자이너들이 소곤거리는 걸 들었다는데.”
“럭스라는 이름 자체가 루시스 님에게서 따온 거라 이번 사태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그러면 그냥 이름만 바꾸면 되는 거 아닙니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다나 봅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삽시간에 그레니엄 전체로 퍼졌다.
“럭스가 문을 닫으면 저희 옷들은 어쩝니까?”
“시모어 백작이 다시 양복점을 열겠죠?”
“설마 다른 양복점의 허접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끔찍한 소리는 하지도 마십쇼.”
그 소문은 두 가지 결과를 낳았다.
첫 번째는 럭스의 매출 상승.
가게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평소라면 두세 벌의 정장만 사 갈 귀족들이 다섯 벌, 열 벌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는 황실로 쏟아지는 귀족들의 서한이었다.
– 이번 두 가문의 분쟁 사태에 저 역시 그레니엄의 귀족 된 자로서 통탄을 금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레니엄의 역사를 지탱하는 두 가문 간의 분쟁이니 필히 정당하고 엄한 결단으로 다스려져야 할 것입니다…….
– ……이에 저 도노반 역시 귀족 사회의 일원으로서 황제 폐하와 함께 이 사태의 해결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감내하고자 합니다. 부디 소신의 귀족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를 저버리지 마십시오.
구구절절 말이 길었지만 결국 귀족들이 원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번 재판을 비공개 재판이 아닌 공개 재판으로 진행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소문의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거대 브랜드의 몰락을 지켜보고 싶은 건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게 다 그 빌어먹을 헛소문 때문이다.’
쏟아지는 편지들을 읽으며 황제, 그랜달 2세는 이마를 짚었다.
럭스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하나인 황제 역시 그 소문을 들었다.
황제는 그 즉시 조사원을 파견해 진실 여부를 알아보게 함과 동시에 행정관들에게는 귀족 간의 분쟁이 사업체를 폐쇄하게 만든 판례를 조사하라 일렀다.
‘그 결과, 소문의 내용은 거짓. 사업체를 두고 벌인 분쟁이라면 모를까 이 경우에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다.’
하지만 소문은 이미 그레니엄 전체에 파다하게 퍼져 걷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소문을 퍼뜨리는 것처럼 불과 사흘도 되지 않아 그레니엄의 귀족 중 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던 것이다.
‘시모어. 재판을 공개 재판으로 이끌려고 머리를 썼군.’
황제는 몰려오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지난 나흘간 모이나 이슈타르는 거의 매일 황실을 찾아 황제를 닦달했다.
반드시 비공개 재판으로 끌고 가야 한다면서 말이다.
‘친우인 모이나인가, 헤츨링을 품은 시모어인가.’
고민하면서도 황제의 마음은 모이나의 방향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시모어의 쪽에 귀족들의 여론이 얹어지자 황제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귀족들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에는 이 제국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강대했다.
‘미안하오, 모이나.’
황제는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어 서한을 작성해 나갔다.
* * *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의 임시 가주 집무실.
“…….”
재판이 공개 재판으로 전환되었다는 황제의 편지에 모이나는 눈을 감았다.
어째서 다들 이리 쓸모가 없을까.
모이나는 그 사실에 개탄하면서 조용히 분노했다.
시모어도 루시스도 꾀어내지 못한 이리나.
셋이서 시모어 하나 죽이지 못한 백룡들.
간단한 부탁 하나 들어주지 못하는 황제까지.
어째서 자신의 주변에는 이리 쓸모없는 이들밖에 없을까. 왜 나를 실망시키는 이들만 있을까.
“후우우…….”
하지만 그녀의 삶은 언제나 그래 왔다.
그녀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방계들은 물론 형제자매들까지도 언제나 모이나의 성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남편감은 아예 실망할 건덕지도 없는 자로 구해 오지 않았던가.
“시모어.”
모이나는 차가운 분노 속에서 이름 하나를 토해 냈다.
리암 마우솔레움이 죽었을 때만 해도 모이나 이슈타르는 이번 세대의 경쟁은 끝났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시모어……!”
이대로라면 끝장이었다.
천 년간 이어져 온 빛나는 광휘룡의 가문이 자신의 대에서 먹칠 된다?
앞으로의 수천 년 동안 이슈타르 가문을 몰락시킨 무능한 가주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간다?
모이나는 그것을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다.
“케인.”
모이나의 부름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 후작 각하.”
“가서 이리나를 설득해라. 단장 자리든 후작 자리든 뭐든 줄 테니 그것이 우리를 위해 입을 열게 만들어.”
“알겠습니다.”
“만일 그게 안 되면…….”
모이나의 눈빛이 음산하게 빛났다.
“재판 날 참석하지 못하게 만들어라.”
“…….”
“이건 명령이다.”
모이나의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던 케인은 말없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