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95)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95화(95/109)
공개 재판 (2)
– 당신은 틀렸습니다!
광신도는 내게 그렇게 외쳤었다.
– 진정 위대한 것은 인간의 신념 따위가 아니라 천상의 신성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 뒤에 이어진 말이었다.
– 그러니 저는 내일 당신을 돕겠습니다! 그분의 말씀에 따라, 당신을 위해 증언하겠습니다!
나를 속이는 것이라기에는 ‘은혜로 가득 찼다’는 문장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얼굴은 결코 연기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정말로 신에게 닿기라도 한 것인가?’
케인이 섬기는 신은 광휘룡이었다.
이슈타르 가문의 가주가 아닌 광휘 교단의 성직자인 그에게 광휘룡이 닿은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모이나는 애초에 빛이나 광휘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이였으니 말이다.
‘광휘룡이 나를 도우라 했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 건 그 부분이었다.
광휘룡과 허무룡은 서로가 서로의 가장 큰 적이었다.
아무리 제 후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마우솔레움의 후손인 나를 도우라 한다고?
‘이해는 되지 않지만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어.’
어차피 케인은 모이나가 신청한 증인이다. 그의 역할은 내게 불리한 말을 하는 것.
이 모든 게 연기고 그가 나를 속였다 해도 내가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이상으로 증언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케인은 나와의 약속대로 제 주군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었다.
모이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입을 벌리고 케인을 바라봤다.
아마 그녀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당한 배신일 터였다.
‘모이나 이슈타르는 천재야. 하지만 그 탓에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게 되었어.’
모이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왜 실수를 하는지, 왜 자신이 아는 것을 모르는지, 왜 자꾸만 자신을 실망시키며 왜 자신의 성에 차는 이가 없는지.
그래서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하게 되었다.
휘하 인간들에게서 자유의지를 거세시키고 자신이 시키는 일만 행하는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자신의 기사, 남편, 심지어 자신의 딸까지도.
‘모이나의 방식은 틀렸어.’
꼭두각시에게 그녀는 위대한 주인이다. 결코 거스를 수 없고 거슬러서도 안 되는 상위의 존재.
그 관계에 인정은 없다. 그 어떤 따스함도 없다.
‘언제든 버려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모이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보다 위대한 신을 만나게 된다면, 신념을 품게 된다면.
꼭두각시 역시 언제든 그녀를 버릴 수 있는 것이다.
* * *
모이나 이슈타르는 증언을 마친 케인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원고. 증인을 신문하겠는가?”
그런 그녀에게 황제가 물었다.
가능한 중립을 지키고 싶어 하는 황제였지만 목소리에 묻어 나오는 약간의 질책과 동정심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황제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모이나는 빠르게 표정을 수습했다.
그리고 그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실행했다.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상대에게 매수되어 버린 위증자를 신문해 봐야 시간만 낭비될 뿐이니까요.”
케인에게 추가적인 발언권 자체를 주지 않은 것이다.
케인이 증인석에서 내려가길 기다린 모이나는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폐하, 그리고 방청객 여러분. 귀를 어지럽히는 위증 속에서도 저희가 밝혀야 하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모이나 이슈타르는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현혹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오늘 이 자리에 이슈타르 타운하우스 붕괴에 시모어의 죄가 있느냐 없느냐 그것에 대해서만 말하기 위해 모였다는 사실입니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는 듯한, 하지만 실상은 제 입맛에 맞게 편집하는 목소리였다.
“이 자리에서 밝혀진 단 한 가지 사실은 시모어 마우솔레움이 이슈타르 가문을 파괴했다는 것이고 아주 의도적으로 그것을 행했다는 것입니다.”
모이나는 텅 빈 증인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만에 하나 증인의 말이 진실이라 해도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제가 어째서 제집을 전쟁터로 만든단 말입니까?”
모이나는 증인의 허깨비를 향해 공격을 펼쳤다.
“두 번째, 제가 정말로 스파이를 보내 뒀다면 왜 마우솔레움 백작은 그것을 그때에 문제 삼지 않았을까요? 어째서 적진이나 다름없는 곳까지 동원 병력 하나 없이 찾아왔던 것일까요?”
모이나는 원고석에서 일어나 법정의 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현혹시키기 좋은 구도였다.
“증인의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한 가지 사실만은 명백합니다. 시모어 마우솔레움 백작은 처음부터 이슈타르 가문을 공격할 저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는 진실은 단 하나, 마우솔레움 백작은 처음부터 선제공격을 가할 생각으로 흑룡을 거느리고 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냈지요!”
모이나는 나를 향해 홱 돌아서며 덧붙였다.
“마우솔레움 백작. 그대의 패인이 무엇인지 아는가?”
“…….”
“거짓 증인을 매수해 너무나 많은 말도 안 되는 혐의를 내게 씌우려 했다는 것이다! 자승자박에 빠진 그대의 꼴을 보라!”
완전 법정 드라마의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 열정적인 연기가 효과가 좋았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단숨에 방청객의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이 여기까지 느껴졌으니까.
“피고. 반론하겠나?”
“예. 우선 모이나 이슈타르가 스스로 자신의 타운하우스를 전장으로 골랐다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제출한 증거 3호를 살펴봐 주십시오.”
3호 증거는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 방문했던 마법사들의 소견이 적혀 있는 종이였다.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만, 이슈타르 타운하우스에는 부지 전체를 아우르는 방호 마법과 차단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그중에는 마나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도 있죠.”
방청석에서 마탑주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이슈타르 후작은 루시스를 제게서 빼앗기 위해 백룡회를 소집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을 수밖에 없는 드래곤들의 흔적을 지우기에는 이슈타르 타운하우스가 제격이었던 것이죠.”
“흠…….”
황제는 턱수염을 쓸며 침음성만을 흘렸다.
“그 차단 마법을 해제한 것 역시 저입니다. 이슈타르 가문의 보물 창고에는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 조각이 있었습니다.”
턱수염을 쓸던 황제의 손이 멈췄다.
“그것이 차단 마법을 유지하는 원동력이었고 제가 그것을 해제했기에 여러분 모두가 드래곤의 마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겁니다.”
“잠깐. 뭐라……?”
황제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가 어디에 있었다고……?”
그 혼란이 방청객에까지 퍼지기 전에 모이나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하!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분명 흑룡들을 통해 얻은 드래곤 하트를 제 심장에 박아 넣고는 그것에 대한 변명을 짜 맞추는 것이겠죠!”
황제는 어찌나 당황한 건지 자신의 변론 순서가 아닌데도 끼어든 모이나 후작을 제지조차 하지 못했다.
“제 가문 지하에 허무룡의 드래곤 하트가 있다고요? 이봐요, 백작. 저 이슈타르입니다. 광휘룡의 후손인 이슈타르 가문이요!”
정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모이나.
“조금 전 제 말을 못 들은 것입니까? 여기서 대체 얼마나 더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게 씌우실 생각입니까? 법정 소설에서도 이 정도는 아닐 겁니다!”
나는 조용히 모이나 이슈타르의 말들을 들었다. 방청객에서 쏟아지는 혼란스러운 목소리를 들었다.
“두 번째 증인 신문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순간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이리나 이슈타르 경을 신문하겠습니다.”
“……!”
모이나의 눈이 또 한 번 커다래졌다.
케인은 증인석에 서기 직전까지 모이나를 속이고 있었다.
이리나에 대해서도 ‘그녀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증인석에 서지 않겠다’는 거짓 보고를 올렸을 터였다.
케인을 자신의 명령만 듣는 개로 생각하는 모이나는 그것이 거짓말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터였다.
“이리나……!”
증인석에 오른 이리나는 제 어머니의 떨리는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이리나의 보라색 눈동자는 흔들리지도 망설이지도 않았다.
“한 치의 거짓 없는 진실만을 고하겠음을 제 신념과 기사도에 맹세하겠습니다.”
선언하는 이리나의 허리춤에는 회색 인형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 * *
거짓말로 세워진 ‘그럴듯한 사실’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압도적 진실 앞에서는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이슈타르 가문의 지하 보고에는 마우솔레움의 드래곤 하트 조각이 존재했습니다. 그것이 타운하우스 전체를 뒤덮고 있던 방호 마법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모이나 이슈타르의 하나뿐인 딸이자 이슈타르 가문의 차기 가주.
그 입에서 나오는 양심선언에 법정은 충격 어린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것을 경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이슈타르 가문의 명예는 추락하더라도 이리나의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내 질문에 이리나는 고맙다는 듯 미소 지었다.
“사건 당일 알았습니다.”
“사건 당일. 그 이전에는 몰랐었다는 말이로군?”
나는 혹시나 못 들은 귀족이 있을까 다시 한번 묻기까지 했다.
“예. 가문의 보물 창고는 당대의 가주만이 출입할 수 있는 게 가문의 규율이었습니다.”
“사건 당일 경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지?”
“어머니가 시모어 백작의 손에 드래곤 하트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말씀하시더군요.”
“그 말에 경은 어찌 행동했나?”
“어머니를 막아섰습니다.”
“어째서?”
“제 신념이 그리하라 명했으니까요.”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앞으로 손에 들어올 예정이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신념만을 말하는 이리나.
그 모습은 그 어떤 기사보다도 고결했고 그 어떤 성녀보다도 아름다웠다.
나는 증인 신문을 이어 갔고 이리나는 내가 했던 모든 말이 진실이고 모이나는 거짓만을 말했음을 이야기했다.
“위증입니다, 폐하! 모두 위증입니다!”
이번엔 이리나가 증인석에서 내려갈 때까지 기다릴 인내심조차 사라진 건지 모이나는 입에 거품을 물고서 외쳤다.
“저 간악한 것이 거짓말로 폐하의 귀를 속이고 있는 겁니다! 루시스를 핑계로 과외 한다고 마우솔레움 백작가를 드나들더니 완전히 넘어간 겁니다! 그래요! 저 몰래 둘이 통정을 한 게 틀림없습니다! 저것이 지금 남자에 미쳐서 위증을 하고 있는 겁니다!”
모이나는 제 딸의 명예까지 짓밟으며 끝까지 위증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휘하의 기사단장에 이어 하나뿐인 딸까지 돌아선 모습에 방청객들은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시모어가 어떤 환각 마법을 사용해 제 딸을 세뇌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예로부터 간악한 놈들이 아니었습니까!”
모두가 거짓말을 눈치챘다는 사실을 모르고 끝까지 연극을 이어 나가는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트릭이 들통난 마술사와도 같은 그 모습에 방청객에서는 차마 더 지켜보지 못하고 눈을 돌리는 이들까지 생겨났을 정도였다.
‘이슈타르 가문이 이렇게 몰락하는가.’
끝까지 발악하는 후작의 모습 그 어디에서도 광휘의 이름에 걸맞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
“이상 증인 신문을 마치겠습니다.”
내 말에 이리나가 증인석을 내려가려던 순간이었다.
“잠시. 묻고 싶은 게 있다.”
판사석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황제는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으로 한참 동안 이리나를 보다가 입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