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98)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98화(98/109)
술이 원수다 (2)
재판이 끝난 다음 날부터 마우솔레움 가문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물론 그 많은 손님들을 일일이 다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하여 재판의 결과를 몹시 축하하며 직접 얼굴을 보고 축하하지 못함을 아쉬워한 손님분들이 열한 분 계셨습니다.”
나는 마차에서 알프레드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내 손은 루시스의 머리카락을 땋아 주고 있었다. 날이 덥다 보니 장발이 치렁거리게 두면 땀띠가 생길지도 모르는 탓이었다.
“이거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함께 마차를 타고 있던 견습 비서 하나가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학기 마법학과 졸업생들 중 내 전담 비서로 일하기를 희망해 마르코의 지도를 받고 있는 세 명의 견습 비서 중 하나였다.
“뭐가?”
마르코가 묻자 제 의견을 답하는 견습 비서.
“저희 가문을 찾은 손님들 중 귀족은 열여섯 분이신데 그분들 모두가 하위 귀족들뿐입니다. 이건 아직 주류 귀족들과 대귀족들은 이슈타르 가문을 지지하고 있는 거라 봐야 하는 겁니까?”
마르코는 나를 슬쩍 살폈다. 내가 루시스 머리 땋기에 열중하는 것 같자 자신이 입을 열었다.
“지금 움직이는 이들은 도박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 그래.”
“도박이요?”
“유디시움의 결과가 안 나왔잖아. 그 전에 미리 도박을 하는 이들은 리스크를 크게 지더라도 큰 리턴을 바라는 이들뿐이야. 하위 귀족들일 수밖에 없지.”
“아하. 그렇군요.”
“시야를 조금 더 넓게 가져라. 그런 좁은 시야로는 백작님을 보좌할 수 없어.”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루시스의 머리를 다 땋을 즈음 마차도 목적지에 도착했다.
광대의 마약 조직, 서커스단을 붕괴시키면서 사들인 건물들 중 하나로, 얼마 전에 사용처가 결정된 곳이었다.
‘비서도 늘었으니 사업체 개수를 늘려 봐야지.’
2층짜리 거대한 건물에는 ‘테이블 게이머즈’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지배인을 맡고 있는 사내가 튀어나와 나를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백작님!”
사내는 지난 핑퐁 대회에서 2등을 했던 코필드 경의 아들이었다.
아버지의 드높은 명예를 뛰어넘고자 고된 훈련을 지속하다가 그 탓에 몸이 망가져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는 비운의 사내였다.
‘이 기회에 코필드 경을 완전히 내 사람으로 만들어도 좋겠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코필드 경의 아들을 이곳의 지배인으로 앉혔다.
제국에서는 대귀족의 작위만이 세습되기에 남작의 아들로 태어나 기사의 길까지 막힌 그에게 내 사업체의 지배인 자리는 하늘이 내린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운영에 문제 사항은 없는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빈자리가 없어 귀족분들이 오래 기다리시는 게 죄송할 뿐이지요!”
지배인의 환한 얼굴에서 볼 수 있듯 ‘테이블 게이머즈’는 수많은 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기는 했다.
이곳의 주인인 나 때문이기도 했고 최근 재판에서 반전된 마우솔레움 가문의 이미지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핑퐁의 4인용 단체전 게임기가 출시되었으니까.’
현재는 매물의 부족을 이유로 판매를 않고 있는 4인용 핑퐁은 그레니엄에서 오직 럭스와 이곳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기존과 같은 2인용이지만 여러 장애물들로 가득 찬 기기부터 공이 두 개인 기기, 조종해야 하는 막대가 두 개인 기기까지 수많은 변조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먹고 노는 게 하루 일과의 대부분인 귀족들이 이걸 놓칠 리가 없지.’
매일같이 보드게임이며 카드 게임을 즐기는 귀족들이었다.
오죽하면 끼니마저 거르고 샌드위치만 먹으며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는 이들을 ‘샌드위치 게이머’라며 비꼬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까.
‘거기에 2층에는 당구까지 있지.’
당구는 아직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었다.
지금이야 다들 핑퐁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조금씩 당구의 참맛을 깨닫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물론, 룰이 간단한 포켓볼 당구였다.
‘1층에는 핑퐁, 2층에는 당구.’
가게 이름이 ‘테이블 게이머즈’인 이유였다.
내가 가게 내부를 둘러보고 있자 수많은 이들이 내게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아마 이곳을 찾은 이들 중 일부는 나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찾은 이들도 있을 터였다.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를 직접 찾아와 축하 인사를 전하는 건 정치적 입장을 표방하는 문제였지만, 가게에서 마주쳐서 하는 감사 인사는 그저 안부일 뿐이니까.
“축하드립니다, 백작님!”
“아하하. 그날 재판소에 참석했던 덕에 반년 치 술안주를 벌었습니다!”
“설마 이슈타르 가문이 그런 위선자 가문이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쏟아지는 축하 인사에 나는 그저 적당한 수준의 대답만을 했다.
이슈타르 가문을 욕하는 말에는 일절 동조하지 않았다. 모이나라면 몰라도 이리나는 이슈타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였으니까.
축하 인사를 받으며 가게를 순찰하다 보니 익숙한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흠. 이번엔 꽤 강적이었군.”
“그러게 말입니다. 막대의 모서리에 공을 부딪치면 저런 각도로 공이 튀는군요. 처음 배워 가는 기술입니다.”
럭스의 슈트는 사실 노년미를 위한 옷이었구나,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중후하고 잘생긴 노인.
그 옆에서 싱그러운 젊음을 뽐내고 얼굴만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청년.
로카리움과 인피니움의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유디시움이 코앞이니 가능한 문제 일으키지 말고 타운하우스 안에만 있자더니…….’
인피니움이 놀러 다니고 싶어 하는 로카리움을 자중시키며 했던 말이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역으로 물들어서 함께 놀러 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드래곤인 둘에게 인간들의 규율이나 약속은 너무나도 하찮은 것이라는 점.
‘10점 내기 한 판이 끝나면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 준다’는 규칙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천 년만의 인간 세계니 즐거울 법도 하다마는…….’
하필이면 둘이 독점하고 있는 게 최고 인기 기기인 4인용 핑퐁이라는 게 문제였다.
두 사람은 이기든 지든 몇 시간째 자리를 지키고 반대편 선수들만이 교체되고 있었다.
‘나이도 드실 대로 드실 분들이 주책이라니까.’
나는 짧게 한숨을 쉬고 둘에게 다가갔다.
저런 진상 손님들을 처리하는 것이 가게 오너의 의무였다.
“여기 계셨군요. 저택에 안 계시길래 궁금해하던 차였습니다.”
“오, 가주! 이거 아주 재밌어!”
“음? 우리를 찾고 있었나?”
내게 반말을 하는 로카리움의 모습에 사람들은 의아해했지만 큰 의문은 갖지 않았다.
귀족 가문에서 족보 꼬이는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까.
“예. 마침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시 내려가시지 않겠습니까?”
“에? 굳이 지금?”
“급한 용무인가?”
내 말에도 꿈쩍도 않는 둘이었다. 어지간히 핑퐁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지하에 휴식과 대화를 위한 바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손님들끼리 술 내기라도 하라고 만들어 둔 바였다.
“한번 맛보러 가시죠. 천 년 동안 발전한 건 게임뿐만이 아닙니다.”
뒤 문장은 둘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주류라…… 흐음. 그리 말하니 한번 가 볼까?”
“뭐, 그러죠. 술이 들어가면 핑퐁도 더 재밌어질 테니까요.”
둘이 자리를 뜨자 순식간에 그 자리를 다른 귀족들이 차지했다.
나는 엄지를 치켜올리는 지배인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진상 처리를 위해 지하로 향했다.
* * *
한 시간 뒤.
나는 내 안일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나 때는 말이다. 너희 인간들이 우리를 신으로 섬겼었다는 말이다.”
“훌쩍. 훌쩍. 으에에엥.”
“어딜 가든 우리들을 위한 제단이 있고 공물이 바쳐져 있었지. 날아가다가 잠시 내려서 공물을 먹으면 오히려 감사하다고 절을 하고 금은보화를 바쳤단 말이다.”
“나도 연애하고 싶어. 으에에엥.”
“그런데 요즘 인간들은……. 쯧쯧쯧. 아, 참고로 내가 옛날이라고 말하면 너희 기준에서는 선사시대다. 세월의 깊이를 알겠느냐?”
“이 와인 잔도 서로 건배하며 마주칠 짝이 있는데 왜 나는 짝이 없는 거지? 으에에엥.”
드래곤들은 술도 점잖게 먹을 줄 알았다.
근데, 꼬장이 장난 아니다.
“그러니 말이다. 응? 우리가 게임을 좀 맘껏 즐기기로서니 그렇게 다들 노려보는 게 맞느냐 이 말이다! 나 때였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저한테 묻지 마십시오. 전 그 시절 안 살아 봐서 모릅니다.
아니 그보다 다른 이들이 눈총 주는 걸 알면서도 뻔뻔히 자리를 지키셨던 겁니까? 누가 짐승 아니랄까 봐 얼굴 가죽이 참으로 두꺼우십니다.
“훌쩍. 나도 연애하고 싶어. 근데 왜 또래 드래곤이 하나도 없는 거야? 조약 때문에 인간이랑은 연애도 못 하는데! 시모어. 너는 왜인지 알아?”
나한테 묻지 마라. 빡치니까.
술을 입에 대는 족족 원샷을 때리길래 나는 드래곤들은 술이 센 줄 알았다.
10분 만에 만취해서 50분 동안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와장창!
심지어 로카리움은 눈물이 앞을 가려 뵈는 게 없는지 벌써 일곱 개째 유리잔을 깨고 있었다.
“으에에엥. 이제 나 때문에 이 잔도 솔로야.”
진짜 지X하고 있다.
‘다음부터 네 술잔은 토기 잔이다.’
둘의 꼬장이 어찌나 심각한지 루시스마저 짜게 식은 얼굴로 둘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다.
나는 이 지하실에 바뿐만 아니라 룸도 만들어 둔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둘의 정체가 만천하에 공개되었을 것이다.
“루시스, 이 어여쁜 것! 한번 안아 보자!”
갑작스레 내 품에서 루시스를 홱 데려가 품에 꼭 끌어안는 인피니움.
인피니움의 수염이 자신의 얼굴 위로 쏟아지자 루시스는 식겁한 얼굴이 된다.
“으에에엑.”
루시스가 저렇게 질색하며 몸서리치는 건 처음 봤다.
맹렬한 바둥거림으로 인피니움의 품에서 빠져나와 냉큼 내 옆으로 숨는 루시스였다.
그 모습에 인피니움이 섭섭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루시스. 이 할아버지가 좋으냐, 그 인간이 좋으냐?”
“시모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온 즉답에 상처받은 얼굴의 인피니움이다.
“아. 그렇구나. 나는 잔이 아니라 병이었던 거야. 그래서 짝이 없던 거야.”
와중에 옆에서 로카리움은 저 혼자 철학을 깨우치고 있다.
‘돌아 버리겠네, 진짜.’
앞으로 드래곤들이랑 술자리를 한 번만 더 가지면 내가 이슈타르로 성을 갈 것이다.
와중에 어떻게든 자존감을 회복하겠다고 추하게 손녀에게 달려드는 영감이 하나 있었다.
“그러면 말이다, 루시스. 내가 좋으냐, 이놈이 좋으냐?”
그러면서 옆자리의 주정뱅이 2호를 가리킨다.
“……오.”
예상 못 한 질문에 심각해지는 루시스의 표정.
언제였더라, 내가 좋으냐 나 정도 크기의 보석이 좋으냐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만큼이나 심각한 얼굴이었다.
‘아니, 그때보다 심각해.’
지금의 루시스는 누가 더 좋은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누가 더 싫은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탄생 이후 최대의 난제가 루시스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