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17
29. 아이템 프레젠테이션(8)
백색의 성, 왕의 보좌관 집무실.
엘프왕의 대리인 오렌하는 전화 통 화를 통해 임무 완수 보고를 들었 다.
-백유설의 몸에 영혼의 보주를 지 니도록 했습니다.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는 한 달 동안 그것을
몸에 품고 다닐 것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젤리엘의 목소리에 오렌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렇단 말이 ス]. 수고했다. 약속은 금방 들어주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거운 경험 을 하게 되었네요.
“들어가도록.”
달칵!
통화를 끊은 오렌하는 깍지를 끼고 서 턱을 괴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고 있다. 영
혼의 보주를 한 달 내내 지니고 있 는다면, 백유설이 ‘신령살해자’라는 사실은 금세 들통날 터.
이제 남은 일은…… 그 확실한 증 거를 꽃서린에게 바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을 위한 ‘무대’가 필 요하겠지. 무대에 초대할 관객에게 기대감을 심어줄 필요도 있을 것이 고.
“잠시 자리를 비울 테니, 정리하지 말도록.”
비서에게 짧은 지시를 내린 뒤 오 렌하는 태초의 산맥, 산기슭 깊은 곳으로 향했다.
이곳은 마나의 맥이 완전히 차단되 어 있어 전화 통화도 불가능하기에,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말을 전달하 는 것도 불가능하다.
풀숲에 가려진 자그마한 고성.
마치 나무처럼, 바위처럼, 폭포처럼 보이기도 하는 저 고성은 오로지 엘 프왕 꽃서린이 숨어 지내기 위한 용 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는 고성에 들어서, 나선형의 계 단을 올라 꼭대기로 향했다.
꽃서린의 칩거 생활을 호위하는 기 사가 오렌하를 보고서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서, 노크하였다.
-……무슨 일이죠?
그러자 내부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그저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 로도 가슴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일 정도였다.
“왕이시여. 보좌관 오렌하입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 니다.”
-아, 오렌하인가요.
멀찍이서 들리던 목소리가 점차 가 까워졌고, 이내 문에 완전히 밀착하 였다. 이 얇은 벽 너머에, 곧바로 꽃서린이 숨 쉬고 있다.
-무슨 일인가요?
“폐하께서 아주 예전부터 찾아다니 던 어떤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을 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오늘. 제가 그 범죄자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잠깐만요, 그게 무슨 소리죠?
꽃서린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그게 대체 누군가요? 어서, 어서 말해주세요!
폐하, 진정하십시오. 아직 물증을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괜찮
습니다. ’영혼의 보주’를 그에게 품 게 하였으니까요.”
…..
영혼의 보주를 품었다면, 이제는 정말로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한 달 뒤, 무조건 그 진위 여부가 드러날 터.
게다가 꽃서린이 신뢰하는 오렌하 가 굳이 직접 찾아와 이 사건을 언 급할 정도라면, 분명히 확실하다는 말이었다.
“한 달. 정확히 한 달만 기다려 주 십시오. 그날, 당신께 증오스러운 신 령살해자를 바치겠습니다.”
-……알겠어요.
힘을 줘서 꾹 눌러 참는 듯한 목 소리. 오랜 시간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왔기에 알 수 있었다.
‘흔들리고 계시는군.’
그 감정의 요동이 여기까지도 느껴 졌다. 철벽같던 감정이 요동치고 있 다는 건…… 곧 빈틈이 크게 벌어지 고 있다는 의미.
그 빈틈에 파고드는 건, 아주 쉬운 일일 것이다.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요, 오 렌하. 저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시 는 줄은 몰랐어요…….
“폐하의 일은 곧 저의 일이나 마찬 가지. 당신과 관련된 일은 무엇이든 영혼을 걸 자신이 있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저는 정말 어떻 게 됐을지…….
예상대로, 꽃서린의 떨리는 목소리 를 들으며 오렌하는 입꼬리를 슬며 시 올렸다.
그녀의 마음을 차지하는 일은 여전 히 멀고도 험난했지만…… 그 신령 살해자를 바치는 것으로,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이다.
* * *
수업이 끝난 뒤, S반 교실로 돌아 온 풀레임은 친구에게 빌린 매직 스 크린을 다시금 재생하였다.
또 보고, 계속 보고, 다시 봐도 틀 림없이 저건 지구의 지식을 가득 담 은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s반 교실에 몇몇 학생들이 유동하였다. 그렇게 기다리길 잠시.
”흐암……
마침내 기다리던 백유설이 나타났
다. 그는 이제 자연스레 풀레임의 옆자리에 앉아서 쉬고는 했는데, 이 번에도 역시나 자리에 앉자마자 드 러누워 자려던 그는 잠시 멈칫한 표 정을 지었다.
풀레임이 무슨 영상을 보고 있는지 발견한 것이다.
잠시간의 침묵. 백유설이 저렇게 어색한 분위기를 내는 것만으로도, 풀레임이 가진 의구심이 점점 더 커 져만 갔다.
“어… 그거 보고 있네?”
결국,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백유설 이었다.
백유설은 잠시 뺨을 긁적이다가, 무안한 듯 말했다.
“음, 뭐… 그 발표는 어때.”
뭐라고 답할까. 잠시 고민하던 풀 레임은 지극히 평범한 대답을 들려 주었다.
“멋있네.”
그에게 그 어떤 속마음도, 힌트도 주지 않으려는 마지막 발버둥이었 다. 역시나 백유설은 그 대답이 시
원찮다고 생각했는지 뺨을 긁적이더 니, 다시 한번 물었다.
“마음에는 들어?”
……뭐?
이상한 질문이었기에 그녀는 눈초 리를 가늘게 떴따.
“그건 왜 물어보는데?”
“어…. 그냥, 어, 음. 너 원래 그런 거 좋아하잖아.”
“무슨 소리야? 내가 이런 걸, 왜….”
서둘러 시치미를 떼려던 풀레임은, 순간적으로 멈칫하여 입을 다물었다.
‘…이런 걸 좋아한다고?’
사실이다. 그녀는 실제로 저 반쯤 먹은 사과 CE〇의 발표를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다시 태어난 이후로, 그녀는 단 한 번도 지구의 이야기 를 꺼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고, 앞으로 도 그럴 것이다.
자신이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는 것은 평생 안고 가야 할 비밀이었 으니까
‘그렇데, 어떻게 알았지……?,
특히나 백유설에게는 지구에 대해 전혀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두근, 두근.
풀레임의 심장이 서서히 뛰면서, 생각의 실타래가 사방으로 뻗어 나 갔다.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는 마법 따위 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가능성은 단 하나뿐.
‘백유설은 이미 나와 만난 적이 있다.’
만약 정말로 이미 만난 적이 있다 면… 그건 과거가 아닐 것이다.
*……미래의 나를 만났었겠지.’
여태 그 가능성을 왜 생각하지 못 했을까.
‘백유설은 원작 로판의 엑스트라였 으나, 시간을 되돌려 돌아왔다.’
그 단순명료한 명제 사이에.
‘백유설이 시간을 되돌리기 전, 원 작 로판 속 이야기에… 풀레임 자신 또한 포함되어있다.’
……라는 사실을 전혀 집어넣고 있 지 않았다.
즉, 백유설이 처음 회귀한 시점은 이미 풀레임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 에 빙의한 이후라는 이야기.
그제야 여태 풀리지 않았던 사소한 의문들이 풀렸다.
‘왜 원작 로판에서는 이름조차 보 이지 않았던 백유설이라는 존재가 뜬금없이 등장하여 회귀했는가.’
그는 미래의 나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처음부터 나에 대해 알고 있 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의구심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내 비밀은,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야?’
설령 백유설이 미래의 나를 마주
하였다고 해도, 내가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꺼냈을 리는 없다.
……단 하나, 가능성이 있다면.
‘내가 직접… 말한 건가……?,
자신이 지구 출신이며, 빙의자라는 사실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 이다. 내 등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는 상대가 생긴다고 한들, 이 비밀만큼은 절대로 말하지 않으리 라고 스스로 다짐하였다.
그런데.
아주 만약에.
내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을 정도 로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면 어떨까.
여태껏 꼭꼭 숨겨왔던 비밀을 공유 하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면…… 아마도 나는, 그에게만큼은 비밀을 말하지 않았을까?
나는 사실 다른 세상에서 왔어.’
그리고, 그 소중한 상대가…… 백 유설이 었다면.
지금의 상황이 설명된다.
‘아니, 너무 억측이야.’
풀레임은 고개를 살짝 내리깔고 서, 백유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 려고 노력하며 물었다.
“…아저씨.”
,,어.,,
“우리, 아주 예전부터… 그러니까, 올해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지?”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끄덕였다.
“비슷해.”
정답이다.
자신의 생각이 점점 확실해져가 자, 풀레임의 가슴이 뜨겁게 타올 랐다. 그녀는 흥분을 최대한 감추 고서, 억지로 질문을 내던졌다.
“……그럼, 그때의 우리는 무슨 관
계였어?”
가장 중요한 질문이자, 그녀의 생 각에 확신을 불어넣는 증거. 여기 서 백유설의 확답이 돌아온다면….
“아무 사이도 아니었어.”
“…어?”
뭐라고?
고개를 들어, 저도 모르게 백유설 과 눈을 마주친 풀레임은 얼떨떨 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고?”
“으” 흐.
그러나, 그의 쓴웃음을 본 즉시 직
감했다.
‘거짓말.’
어떤 이유에서인ス 1, 백유설은 지 금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왜?’
그는 이미 내 모든 비밀을 알 것이 다. 지구에 존재하던 어느 기업의 프레젠테이션을 저토록 완벽하게 구 현할 정도라면 나는 내 모든 비밀과 좋아하는 것들을 그에게 자주, 그것 도 상세하게 이야기했을 테니까.
……아마도, ‘로판 빙의 スト’라는 사 실 또한 그에게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만약 과거에 우리가 서로를 소중 하게 생각하는 사이였다면… 그것 을 지금 털어놓으면 되지 않는가?
왜 그러지 않았지?
애당초.
‘백유설은 왜… 회귀를 한 거지?’
처음에는 그저 에이젤을 사랑해서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단순 히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에이젤을 비롯하여 홍비연, 알테 리시, 해원량, 마유성 등등…….
그는 온갖 주요 인물들에게 참견 하여 그들을 크게 바꿔놓았고, 그 건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 이다.
원작 로판에서 저들이 얼마나 비 참하고 파멸적인 미래를 맞이하게 되는지 잘 아는 그녀였기에, 똑똑 히 알 수 있었다.
‘만약, 회귀를 하게 된 다른 목적 이 있다면….’
백유설은 첫 만남부터 나에게 많 은 관심을 보였다. 지팡이를 고를 때 참견하려고 드는 것부터 시작 해서, 이래저래 내 눈에 띄는 행동
을 상당히 많이 했었다.
결국, 그에게 찾아가 비밀을 캐물 었으나.
‘서로 50%의 비밀을 유지하자.’
그는 거리를 두고, 자신에게 다가 오지 못하도록 밀어내었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아저씨는 좋 아하는 사람 있지 않아?’라는 말을 그에게 던진 적도 있었으나, 그는 ‘없다’라고 대답하였다.
당시에는 백유설이 에이젤을 좋 아하는 줄로만 알고 무심코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가 이 질문을 다 른 의도로 받아들이고 내게 거리
를 두려고 한 대답이었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잠깐.’
풀레임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백유설이 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일부러 거리 를 두려고 한다는 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라는 의미.
*……미래의 나는, 어떻게 되는 거 지?’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 지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었다.
백유설이 이 관계에 벽을 쌓아두 고, 일정 거리 이상으로 가까워지 지 않으려는 이유를.
‘전부 다, 나를 위해서라는 거야…?’
나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 지 못하는데, 그는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있으나 애써 거리를 두고서 참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맥이 탁 풀리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 하하.”
“뭔데. 왜 그러냐.”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많이
미안해서 그래.”
풀레임은 그리 말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더 이상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자신이 없었기 때 문이었다.
“어, 야! 잠깐!”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백유설은 황망한 눈으로 쫓았다.
“뭐야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