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207
46. 옛날이야기(3)
설마,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이야.
젤리엘이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만 으로도 지금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을 플레이하 던 게이머 사이에서도 아주 극히 일 부만이 볼 수 있었다는 [악녀 젤리
엘 갱생] 루트.
극소수의 플레이어만이 볼 수 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해당 조건 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히 난이도 높 은 조건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조건, 젤리엘과 교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호감도를 올릴 것.
두 번째 조건, 젤리엘이 고대 카르 멘세트의 유적지를 찾도록 도울 것.
세 번째 조건, 젤리엘이 카르멘세트 를 상대로 소울 체스를 승리할 것.
얼핏 쉬워 보이는 조건이었으나 평 범한 플레이어는 첫 번째 조건에서 부터 가로막히게 된다.
말을 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젤리 엘에게 다가가 호감도를 높이고 무려 교류 관계가 되어야 한다니. 이 단계 에 도달한 플레이어는 커뮤니티에서 도 고인물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두 번째 조건은 적당히 쉬운 편이 다. 고인물 플레이어들이 올려둔 공 략을 따라서 고대 카르멘세트의 유 적지로 향하는 키워드를 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
하지만 세 번째 조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게임 속 NPC들은 놀랍게도 각각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어 학습 능력
이 존재했고, 소울 체스를 교육시킬 수도 있었는데 어디 젤리엘과 체스 를 둘 일이 흔한가?
심지어 둘 수 있다고 해도, 젤리엘 보다 체스를 잘 둬서 교육시킬 정도 의 실력이 되어야 하는데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상당히 고된 여정이었다.
나 또한, 결국 실패했었고.
“……아버지가 사라졌다고?”
소나기 떨어지는 버려진 승강장.
반쯤 부서진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젤리엘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내 잘못이야…….”
그녀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 였지만, 따지고 따지면 나의 잘못이 더욱 컸다.
젤리엘에게 카르멘세트에게서 승리 하길 바라며 소울 체스를 가르친 사 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정말로 이길 줄은 몰랐지만…….
아마 지금쯤 내로라하는 마탑에서 멜리안을 찾기 위해 난리법석을 피 우고 있을 것이다. 무려 별구름 회 장님의 옥체를 직접 구해내면 무슨 콩고물이 떨어질지 모르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모두 개 고생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젤리엘이 카르멘세트를 이겨 버리 면 이런 꼴이 날 거라는 사실을 잘 아는 내가 무책임하게 이런 상황을 유도했을까.
천만다행스럽게도 멜리안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 마도, 100% 의 확률로.
지금 당장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나, 나는 여기서 피도 눈 물도 없는 사람을 연기해야만 한다.
젤리엘을 갱생시키기 위하여.
아무런 대가 없이 그녀의 아버지를 살려줄 수는 없다. 나는 이번에도 젤리엘에게 제약을 걸 예정이다.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의 세계관에 는 수많은 악당이 있다지만, 주인공 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적대하는 두 명의 메인 악녀가 존재한다.
최고의 권력을 지닌 홍비연과 세계 의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젤리엘.
평민 소녀 주인공이 적대하기엔 너 무나도 벅찬 막강한 상대였지만, 저 들을 갱생시켰을 때의 이점 또한 굉 장히 커다랗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 어 보인다.
특히나 젤리엘을 갱생시켰을 때는 세상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주어지는
데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살 아오던 젤리엘이 자신이 여태까지 저지른 추악한 잘못을 속죄하기 위 해 그 어마어마한 금융을 세상의 발 전을 위해 기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으로 속죄를 한다고 해 서 주인공에게 저질렀던 그 무수히 많은 짜증 나는 에피소드가 사라지 는 것은 아니었기에, 예쁜 외모와 대비되게도 안티팬 역시 상당히 많 았던 비운의 악녀 중 한 명이다.
……솔직히 나도 젤리엘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네 아버지는 내가 책임지고 찾아 줄게.”
“……정말로? 정말, 찾을 수 있어?”
자기가 먼저 부탁해 놓고서는 믿기 힘들다는 목소리로 저렇게 말하니 참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다.
“응. 가능해. 그나저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젤리엘은 멍한 눈으로 내 눈을 바 라보았다. 여전히 넋이 제대로 돌아 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나를 어떻게, 왜 찾아온 거야?”
애당초 굳이 왜 나한테 와서 매달 린 건지도 궁금하다. 지금쯤 9클래 스 대마도사 해성월도 그녀를 돕고 있을 텐데 차라리 나보다는 그가 더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입술을 천천히 달싹였다.
“어떤 점쟁이가…… 찾아와서 말해 줬어. 이곳에 오면 나를 도울 수 있 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잠깐, 점쟁이? 점쟁이라고?”
설마 그 점쟁이가, 내가 아는 점쟁 이가 맞는 건가?
일전에 은세십일월이 말했다.
최근에 나와 만난 적이 있으며 내 게 호의를 갖고 있는 누군가가 바로 신물이라고.
수많은 후보가 떠올랐지만, 역시나 최근에 마주친 사람 중에서 가장 의 심스러운 사람은 열차에서 마주친 그 정체불명의 점쟁이였다.
나는 주머니에 감췄던 포스터를 서 둘러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혹시, 이렇게 생겼어?”
〈이렇게 생긴 점쟁이 찾습니다〉
* 특징: 돌팔이
젤리엘은 내 그림을 보더니 확 깬 다는 눈빛으로 표정을 와락 구겼다.
“그림…… 못 그리네……
“아니? 잘 그리는 건데?”
“……아니야.”
“잘 그리는 거야.”
이 친구가 그림을 모르네.
하긴, 현대인에게 내 그림을 이해 하라고 하는 건 조금 무리인 걸까.
나의 그림은 시대를 천 년 정도
앞서갔으니까 말이다. 아직까지는 내 그림을 알아볼 수 있는 인재가 없다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젤리엘은 미간을 찌푸리고서 내 그 림을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더니 고 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 맞는 것 같아.”
“정말로?”
“지, 지금 어디에 있는데?”
내가 다급히 묻자 젤리엘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데 떴다.
“그건, 잘 모르겠어…….”
그러면서 말하기를 그저 우연히 만 났다고 하는데, 솔직히 못믿겠다.
“우연이라.”
내 추측대로라면 그 점쟁이는 틀림 없는 은세십일월의 신물. 그런 존재 가 이러한 만남을 결코 우연히 만들 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그것은 ‘미래’를 관장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던가.
순수하게 미래를 엿보는 능력만으 로 따지면 은세십일월 본인보다도 뛰어나다고 했다.
‘이 할아버지, 대체 능력을 얼마나 쪼개둔 거야…….)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원작 게임에서 은세십일월과 사이 가 깊어지면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는 했는데 그 때 그 고충이 드러난 적이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본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세. 지금 내 가 사귄 아름다운 인연이 언제 끝을 맺을지 훤히 보인다고 생각해 보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여자의 죽음이 평생 동안 내 눈에 어른거린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은…… 결코 축복이 아닌 저주 이리라.
“뭐, 됐어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 젤리엘에게 우산 을 기울여 주었다. 장마전선이 몰려 왔다는 마탑의 예보에 따르면 이 소 나기는 한동안 그치지 않겠지.
지금쯤 만월탑주 해성월이 젤리엘 을 돕고 있다고 했던가.
마침 잘됐다.
원래 같았다면 말도 못 거는 위대 한 대마법사님이나 한번 부려먹어 봐야겠다.
* * *
연꽃객잔.
……에서부터 천 리 정도 떨어진 어 느 구름 위에 세워진 망루.
신선들이 모여서 바둑을 두는 명화 ‘신선도’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이 장소는 현대에 이르러 관광지로 개 발될 뻔했다가 취소되어, 지금은 사 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장소였다.
신선들은 모두 이곳을 떠났고, 평 범한 인간은 이곳을 찾아올 수 없었
기 때문이다.
툭!
그곳에서.
은세십일월은 홀로 바둑을 두고 있 었다. 누구라도 올 수 있는 공개된 장소였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탓에 이곳은 오롯이 그의 보금자리였다.
“……네가 여긴 웬일이더냐?”
바둑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신월이 그리 말하자, 뒤쪽의 구름이 걷히며 웬 아주머니가 등장했다.
한 손에는 낡은 백을 들었고, 허리 춤에는 카드 꾸러미를 주렁주렁 달 고 있는 데다가 척 봐도 싸구려로
추정되는 액세서리를 온몸에 도배한 그녀의 이름은…… 없다.
은세십일월이 이름을 지어주지 않 았기 때문. 굳이 현재 사회에서 통 용되는 단어가 있다면, ‘점쟁이’.
그녀는 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진한 싸구려 선글라스를 슬며시 내 린 뒤 울퉁불퉁한 이를 드러내며 미 소지었다.
“영감, 요새 뭘 하나 했더니 이런 곳에서 궁상이군?”
“시간은 소중하지만 매순간을 바삐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지.”
“영감이 바쁘게 살았던 적이 있던가?
글쎄, 내 기억에는 없단 말이여.”
“무슨 일로 왔느냐.”
탁!
노인은 마지막 바둑알을 내려놓았 다. 바둑판의 흰돌과 흑돌은 완벽하 게 대칭을 이루고 있었으나 신기하 게도 흰돌이 한 집 앞섰다.
“심심해서 찾아왔지요. 흘홀, 아줌 마의 여행에 이유가 있는감?”
점쟁이는 신월의 앞에 마주 앉고서 돌을 모조리 옆으로 치워 버리더니, 흑돌을 집었다.
“그러니, 영감이 양보 좀 해줘.”
탁!
점쟁이가 돌을 놓자, 달그락 소리 를 내며 은세십일월이 흰돌을 집었 다. 그러나 그는 돌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요즘도 쓸데없는 헛수고를 하고 다니는 모양이군.”
쉴새없이 이야기를 이어가던 점쟁 이도 이번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만두거라.”
“글쎄~ 그건 힘들겠는걸? 영감이
내게 이 힘을 부여한 순간부터, 이 건 내 숙명이 됐거든.”
은세십일월은 미래를 바라보는 눈 을 가졌다. 점쟁이는 그 능력을 더 욱 진하게 물려받아 더 선명하게 미 래를 바라볼 수 있다.
당연히 그녀 또한, 10년 뒤의 세계 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여… 점쟁이는 현재, 미래를 바 꾸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변수를 찾아내어 올바 른 방향으로 이끌며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왔다.
하지만.
“그래서, 뭔가를 바꿨느냐?”
점쟁이는 아직 모르고 있다.
그녀가 했던 그 무수히 많은 노력 을 은세십일월 또한 해왔다는 것을.
신물에게 힘을 나누지 않은 채 완 전한 시간의 능력을 가졌던 시절.
그는 세상을 수백 번이나 되감아가 며 반복하여 세상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였고, 실패했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세상을 구 할 수 없다는 절망뿐.
‘시간의 힘을 다스리는 대가로 세 계의 사건에 간섭할 수 없다.’
축복과 함께 내려진 이 저주 때문 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뭐어… 소소하게, 바꾸고는 있지.”
이를테면 일전에 젤리엘과 백유설 의 만남을 주도했다든가.
그 둘은 어떻게든 운명적으로 만나 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만남이 너무 늦어버리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그런 ‘확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 여 조금 더 빨리 만나도록 하였다.
어차피 둘은 만날 운명이었으므로 조금 더 빨리 만나는 것쯤은…… 미 래를 바꾼다고 할 수도 없으니.
“백유설. 너도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더구나.”
“홀홀, 맞아. 내가 바라보는 미래에 자꾸만 그 아이의 모습이 비치고 있 었거든.”
“……그렇군.”
은세십일월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 었다. 현재 능력이 너무나도 약화되 어 당장 자신의 앞에 벌어질 사건만 을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게 가능했 으니까
“그 아이는 특별해.”
그런 시도를 해본 적도 있다.
만약, 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주어진다 면……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있어도 시간에 간섭할 수는 없다.
그러니 타인의 시간을 되돌려 미래 를 바꾸도록 지시흐ト자.
결과는?
참혹하게 실패했다.
어떤 이는 자신의 목적을 잃어버리
고서 시간을 회귀했다는 사실 하나 만을 인지한 채 평생을 방황하다 조 용히 숨졌고, 누군가는 모든 추억을 잃어버리고서 폐인처럼 지냈으며 누 군가는 시간을 회귀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평범한 생명체가 시간을 역주행하 여 되돌아가는 통행료는… ‘추억’이 었으니까. 시간은 그들에게서 가장 행복한 기억만을 대가로 앗아간다.
오로지 기억 하나에 의존하여 살아 가는 인간에게는 참으로 잔인하기 그지없는 대가였다.
그날 이후, 은세십일월은 다른 누 군가를 회귀시킨다는 계획과 함께
미래의 멸망을 막는다는 생각을 깔 끔하게 포기하였다.
그렇게 멸망이 다가오기를 기다리 며 하루하루 놀음이나 하며 살아오 던 어느 날.
백유설이 찾아온 것이다.
“그 아이는 미래를 바꾸었다.”
은세십일월은 그리 말하며 흰돌을 두었다. 영 엉뚱한 위치였다.
“정말, 정말로 사소한 미래였지 만… 그것으로 그 아이는 내게 가능 성을 보여주었지.”
고개를 들어서 점쟁이와 똑바로 눈 을 마주친 은세십일월은 무겁게 가 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제부터 너희들의 힘을 다 시 되찾아올 생각이다.”
신물의 자아는 은세십일월의 힘으 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능력을 빼앗아온다는 건, 곧 숨을 거두겠다 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자신을 죽이겠다는 그 살벌한 말에도 점쟁이는 못생긴 이 를 드러내어 웃었다.
모든 미련을 내려놓았다는 듯이.
그렇게 웃었다.
“영감, 마지막 바둑인데 혀가 아주 길어. 질 것 같아서 쫄리시나?”
“……이 썩을 년이?”
툭!
점쟁이는 흑돌을 바둑판에 놓았다.
그 손동작은 전혀 미련이 담겨 있 지 않은 듯 홀가분해 보였다.
그렇게.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진 두 사람의 마지막 바둑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