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1)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241
49. 마녀(8)
새벽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아르카니움의 드높은 빌딩 위에 올 라선 마카론 혜이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이 도시는 특히나 야경이 아름답기 로 유명했는데, 밤에도 꺼지지 않는 네온사인과 위성처럼 상공을 배회하
는 부유물들이 계속해서 빛을 발광 하였기 때문이다.
아르카니움을 어둡지 않도록 끊임 없이 밝혀준다고 알려져 있는 저것 들의 정식 명칭은 ‘파하라갈의 시 선’으로서 실상은 도시에서 벌어지 는 모든 일을 관찰하기 위해 만들어 진 마도구일 뿐이었다.
저것들은 24시간 단 한 순간도 쉬 지 않고 도시 전역을 관측하고 있다 만, 그래 봐야 무슨 의미란 말인가.
마녀의 동향조차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흐응… 단장. 재미있는 일이 있었
나 봐.”
혜이진의 말에 카엔은 시야를 좁혔 다. 현재는 스텔라 기사단이 통제하 고 있으며 스텔라 소속 마법 수사대 의 검측반이 나와 일시적으로 구역 일부를 통제하고서 무언가를 조사하 고 있었다.
그 탓에 혜이진과 카엔이 저곳에 접근하는 건 불가능했으나, 굳이 그 럴 필요도 없기는 했다.
저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이미 다 알고 있었으니까.
“기억의 나침반을 사용하네? 저 비
싼 걸……
기억의 나침반은 전 세계에 단 7 개밖에 되지 않는 아주 희귀한 고대 시절 아티팩트로서 과거에서 벌어졌 던 일을 기억처럼 되새길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으나, 너무나도 명확한 단점을 가졌다.
그것은 바로, 사용료가 어마어마하 게 비싸다는 것.
단 한 번 사용하여 아주 짧은 찰 나를 되새기는 데에도 어지간한 국 가의 월간 수익에 맞먹을 정도였으 니 어디 함부로 쉽게 사용할까.
그러나 저것을 가진 기관은 스텔라
아카데미와 아돌레비트 왕국, 스칼 벤 제국과 만월의 거탑 등으로서 막 대한 재력을 자랑하는 그들은 그런 페널티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원하는 때에 언제든 나침반을 척척 꺼내서 사용하였다.
물론, 현재 행방불명 상태라는 나 머지 3개의 나침반 중 2개를 모두 소유한 삭월탑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상당히…….
“돈을 바닥에 갖다 버리네.”
한심한 작태였지만 말이다.
“쟤들은 기억의 나침반을 저따구로 사용하는데도 허가를 내려줘? 대박
이다 진짜. 스텔라는 스텔라라는 건 ス 1, 아니면 멍청한 건지.”
“다른 건 몰라도 스텔라의 교장은 멍청한 인물이 아니다. 이유가 있으 니 사용 허가를 내렸겠지.”
“에잉〜 그냥 바보들 같은데?”
카엔이 반박했지만 마녀의 흔적을 기억의 나침반으로 쫓겠다는 발상을 한 것만으로도 이미 혜이진의 눈에 는 충분히 한심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저 장소에 백유설이 끼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까지 충분히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 어 그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스텔라 마법 수사대에서 현장을 조 사하는 와중 백유설은 한 발자국 뒤 로 물러나서 그저 지켜보기만 하였 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꿍꿍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마녀 사냥꾼은 누가 죽 였을까? 정말로 마녀가 죽였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혜이진은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 에 마녀 사냥꾼을 단 한 번이지만 목도한 적이 있다. 그 존재의 압도 적이고 공포스러운 힘을 직접 느껴 보았기에 잘 알 수 있었다.
마녀 사냥꾼은 일반적인 마녀와 마
법사의 힘으로 결코 죽일 수 없다.
스스로의 존재를 포기한 대가로 흉 폭한 힘을 얻은 마녀 사냥꾼은 그야 말로 마법계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위치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 다.
그런 마녀 사냥꾼이 시체로 발견되 었다는 사실은…… 삭월탑의 입장에 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이었기에 눈을 떼지 않을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백유설, 저 꼬맹이가 마녀에 대해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는 모양인데?”
스텔라 기사단이 필사적으로 마녀
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혈안이 되 어있는 데에 반해, 백유설은 시종일 관 여유로운 태도로 현장을 관망하 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일반적인 학생이나 마법사라 면 모를까, 아무래도 백유설이 백유 설인 만큼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추 측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
“백유설을 미행하는 게 나으려나?”
마녀를 추적하기 위해 찾아왔으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하고자 하 는 혜이진의 생각은 분명 옳다고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지.”
카엔은 그리 말한 뒤 빌딩 아래로 훌쩍 도약하여 어디론가 사라졌다.
으…… 말 좀 하고 가지, 진짜.”
나이트 계열인 카엔은 자유자재로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겠지만 혜 이진은 순수 마법파 비숍이었기에 빌딩에서 내려가려면 계단을 한 땀 한 땀 걸어야만 했다.
굳이 사건 현장을 관측하겠답시고 올라올 땐 허벅지가 얼마나 아팠던 가.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정신 이 아득해졌지만, 어쨌든 간에 마녀 와 만날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만으 로도 혜이진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 * *
다음 날, 아침.
“야야. 그거 들었어? 어젯밤에 마 녀 식당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 대.”
“식당 주인이 죽었다던데?”
“아니야. 내가 듣기로는 웬 로브를 쓴 흑마인이 나타났는데, 종업원 누 나가 막상막하로 싸웠다고 했어.”
“근데 누가 죽은 건 사실이지 않을 까? 어젯밤부터 스텔라 마법 수사대
가 현장을 점거했잖아.”
일찌감치 강의실에 출석한 에이젤 은 학생들 사이에서 흐르는 묘한 소 문을 접하게 되었다.
“에이젤! 들었어? 들었어?”
“네…… 대충은요.”
“무슨 일인 걸까?”
그녀의 친구 마릴렌이 호들갑을 떨 며 말했다.
“듣기로는, 전설 속의 마녀 사냥꾼 이 나타났대.”
“마녀… 사냥꾼이요……?”
“응응.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마
녀 식당을 습격한 마법사는 특이하 게도 팔다리가 전혀 없이 귀신 같은 모습이었고 안광이 번쩍이고 있었다 는데 그 모습이 마녀 사냥꾼과 흡사 하다는 거야.”
”에이. 설마요. 마녀도 없는 마당에 마녀 사냥꾼이 있을 리가……
“그렇지? 근데 뭔가 있을 것 같지 않아? 전설은 전설이라지만 혹시 모 르는 일이잖아? 실제로 몇 년 전에 마녀의 흔적이 목격됐다는 사례도 있었고 말이야.”
에이젤은 우물쭈물하다 입을 다물
었다. 아마도 마릴렌의 말대로 마녀 는 실제로 존재할 것이다.
지금쯤…… 백유설은 실제로 마녀 를 뒤쫓고 있을 것이고.
‘도대체 무슨 일이지……
소문은 들었다.
어제 백유설이 스텔라 기사단과 함 께 어디론가 외출하였다고.
그 이후에 들려오는 소식이 하필이 면 마녀 식당에서 벌어진 사건이었 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자괴감이 들었다.
어젯밤에 나는 무얼 했더라.
공부.
늘 그랬듯이 공부였다.
그는 마녀와 관련된 무언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채 시종일관 공부에만 집착하고 있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돕겠 다며 나서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이 사태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있 는 게 없으며, 설령 안다고 하더라 도 마녀를 무슨 수로 상대하겠는가?
딩동-댕-!
수업이 끝난 뒤 그녀는 힘없는 걸 음으로 S반을 향해 걸었다.
도중에 ‘들었어? 오늘 백유설 걔 수업 불참이래.’라는 소식을 들어버 리는 바람에 더더욱 기분이 다운됐 다.
“아, 됐다고 이 새끼야. 좀 꺼져.”
복도를 걷던 에이젤은 익숙한 목소 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렸다. 학생 들 몇 명이 힐끗힐끗 그쪽을 바라보 다가도 모르는 체 후다닥 지나친다.
‘풀레임 양……?’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금색 머리 칼의 아름다운 미소년, 제레미 스칼 벤 황태자.
“아, 그게…… 미안. 내가 배려심이 부족했어.”
제레미는 어색하게 웃으며 풀레임 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그 녀의 화는 전혀 풀리지 않은 듯 이 를 아득바득 갈고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참가자로 넣고 지 랄이야. 아오, 짜증 나게. 이거 또 신청 취소하려면 절차 귀찮잖아.”
“그게…… 최근에 네가 리그 오브 스피릿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그래서, 선착순으로 받는 대회 심 사에 나를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거 야? 정작 참가하고 싶었던 다른 선 수들을 제치고서?”
“낙하산은 아니고……
“그리고 내가 경기 관람을 즐긴다 고 했지, 언제 경기장에서 직접 뛰 고 싶댔냐? 이 빡대가리 새끼야.”
가만히 듣고 있으니, 확실히 풀레 임이 화날 만했다. 대뜸 집에서 낮 잠 자고 있는데 갑자기 다음 날 깨 어나고 보니 경기 참가자가 되어 있 으면 누구라도 열이 받을 것이다.
“에휴…… 이걸 또 어떻게 취소
해.”
에이젤은 그들을 모른 척하고서 슬 쩍 지나쳤다. 괜히 제레미와 말다툼 하는 와중에 끼어들기는 싫었다.
제레미 스칼벤 황제는…… 착해 보 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뭔가가 굉장 히 꺼림칙하기도 했고.
‘……그나저나, 지금은 이미 신청 이 마감돼서 취소가 안 될 텐데.’
문득 걱정이 되었으나 풀레임이라 면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싶다는 생 각에 슬그머니 지나치려고 했으나, 때마침 에이젤을 발견한 그녀가 과
장된 제스처를 취하고서는 손을 흔 들며 인사했다.
“오, 에이젤! 마침 너 찾고 있었는 데 잘됐다! 같이 좀 가자!”
“네, 네? 네?”
후다닥 에이젤에게 달려온 풀레임 은 어깨동무를 하더니 빠른 걸음으 로 걷기 시작했다.
“야야, 저 새끼랑 더 이상 실랑이 하기 싫으니까 빨리 좀 걷자.”
“아, 네…!”
뒤쪽을 흘깃 살펴보니 제레미가 손 을 뻗은 채 아련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비운의 여주
를 보는 듯 가슴이 절로 아파 오는 표정이었으나 풀레임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빠른 걸음으로 멀어 지고 나서야 멈춰선 그녀들은 뒤늦 게 숨을 돌렸다.
“후우, 진짜 거머리 같은 새끼.”
“대체 무슨 일인가요…….”
“뭐, 늘 그랬듯 개빡치는 일이지.”
그녀는 그다지 설명하고 싶은 마음 이 없어 보였다. 짜증 나는 일을 되 새기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덜컹!
근처의 자판기에서 이온음료까지 뽑아서 캔을 시원스레 딴 풀레임은 벌컥벌컥 들이켜 원샷을 하더니, 그 대로 허공에 휘릭 던져 쓰레기통으 로 골인시켰다.
그러고선 근처의 벤치에 주저앉더 니, 자신의 옆자리를 탕탕 쳤다.
“뭐 해. 바쁘냐? 다음 수업 있어?”
“아뇨…… 40분 정도 남았어요.”
“그럼 잠깐 앉아봐. 내가 요즘 고 민이 있거든.”
“고민이요..?”
저 시원시원한 성격의 풀레임도 속
내에서 끙끙 앓는 고민이 있단 말인 가. 에이젤로서는 꽤 신기했기에 조 심스레 옆자리에 앉자, 그녀가 심각 한 표정으로 말했다.
“점심으로 치즈돈까스를 먹을지, 로제돈까스를 먹을지 고민돼.”
“이거 꽤 심각한 문제거든. 괜시리 로제를 시켰다가 맛이 없으면 돈만 아깝고 입맛만 버리잖아? 근데 또 맨날 먹던 치즈돈까스를 시키면 그 럴 일은 없는데 늘 먹던 맛이라 신 선함이 부족하거든. 이거 완전 하이 리스크 하이리턴이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단어를 과연 저런 때에 사용해도 좋은가.
“신선하게…… 로제돈까스를 드셔 보는 건 어떠세요?”
“아니야. 다시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아.”
“…그럼 치즈돈까스 드세요.”
“그건 질려서 싫어. 그냥 안심돈까 스 먹을래.”
뭐 어쩌라는 걸까.
“이건 내가 늘 먹던 게 아니라 신 선한데 심지어 맛이 보장되어 있잖
아? 와, 나 오늘 좀 이과 같았어.”
“宣..”
듣다 보니 어이가 없어진 에이젤이 웃음을 터뜨리スト, 풀레임이 확 표정 을 굳히며 말했다.
“나 심각해.”
“그러시겠죠…….”
“그럼 갈까?”
“네? 어딜요?”
“정했잖아? 돈까스 먹으러 가야 지.”
“지금 아직 오전인데요……?”
“뭔 상관? 아점하면 돼.”
“아……
“참고로 아침 겸 점심이라는 뜻「
“알아요.”
에이젤은 헛웃음을 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아침밥을 제 대로 챙겨 먹지도 못했고 무엇보다 도 풀레임의 말을 정신없이 듣다 보 니 묘하게 가슴에 응어리진 무언가 가 쑥 내려가는 기분도 들었다.
오전 10시 18분.
아침을 먹기에도 애매하고 점심을 먹기에는 더더욱 애매한 시간에 교
내 식당에서 때아닌 안심돈까스를 먹게 된 에이젤은 나이프를 손에 쥐 었다. 고기를 나이프로 썰어 먹어본 지 얼마나 됐던가.
격식 있게 포크로 돈까스를 고정하 고서 나이프를 이용해 썰어 내려가 는 와중, 맞은편의 풀레임은 돈까스 를 포크로 푹 찍어서 반으로 가르더 니 통째로 물어뜯었다.
소스는 뿌려 먹는 게 아니라 찍어 먹는 게 정석이라는 듯 야무지게도 돈까스를 먹던 풀레임은 문득 말문 을 열었다.
“저녁에 나가볼래?”
네?”
“아르카니움 말이야.”
“아…… 외출을 하자는 건가요?” 저녁이라도 먹자는 걸까.
그리 생각했으나 풀레임은 조금 다 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엉. 백유설이 뭐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영 몸이 근질거려서 말이지.”
“……백유설 씨를 도울 생각인 건 가요?”
“그렇게 되려나? 음, 으응〜 그렇 다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하지만 상대는 마녀예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세간에서 천재 마법사라고 제아무 리 떠받들어 주더라도, 저쪽이 사는 세계는 완전히 다른 세계란 말이다.
아직 미숙한 이 능력으로는 도움은 커녕 방해만 될 게 뻔하다.
“내가 미쳤다고 마녀랑 맞짱이라도 뜨겠냐?”
”그럼 대체 뭘 하시려고……
풀레임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말 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아는 바에 따르면 지금쯤
분명 아르카니움에 삭월탑의 멸암단 이 찾아와 있을 터.
그들을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머릿 속에 있는 걸 그대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지금은 말해줄 수 없지만,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확신할 수 있어.”
에이젤은 풀레임의 눈을 지긋이 바 라보았다. 장난스럽던 아까와는 전 혀 다른 분위기의 눈빛이었다.
대체 그녀가 무슨 꿍꿍이를 생각하 고 있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 실조차 제대로 확신이 서지 않았지 만…… 우선은 믿어보기로 했다.
그녀와는 이제 꽤 많은 비밀을 공 유하게 된, 아주 친한 사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