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381)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381
65. 빙백산맥(5)
바야흐로 마법사의 시대.
마법이라 하면, 사람들은 흔히 ‘백 마법’을 떠올리게 마련이었으나 빛 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는 법.
흑마법을 단련하는 극소수의 특이 한 마법사 역시 반드시 존재하게 마 련이었다.
하지만 흑마법은 살아 있는 생물을 제물로 바쳐야만 하거나, 마법의 결 과가 잔혹하다는 이유로 이 사회에 서는 금지되어 있으니.
그러한 이유로 흑마법사들이 비밀 리에 모이는 장소가 바로 ‘흑마탑’ 이었다.
이 흑마탑은 대륙에 수십 채가 존 재하였으나 일반적인 마탑과는 달리 각각의 마탑에 마땅한 이름은 붙이 지 않았다.
그저 마탑이 세워진 순서대로 첫 번째 흑마탑, 두 번째 흑마탑이라며 저들끼리의 은어를 제시할 뿐.
빙백산맥 깊은 골짜기, 백령고원.
구름보다도 높게 솟아 있는 봉우리 위에 세워진 ‘두 번째 혹마탑’에는 눈보라조차 닿지 못하였으나 이곳은 특이하게도 하늘이 항상 붉게 물들 어 있었다.
까악-! 끼이이-!
두 번째 마탑의 상공에는 마치 까 마귀를 닮았으나 악마의 날개를 달 고 있는 거대한 익룡들이 허공을 선 회하며 지키고 있었는데 천황정팔월 은 그것을 보고서 쓸데없는 인테리 어라고 생각하여 가볍게 남겼다.
끼이이익……!!
저 하늘 높이 뻗어 올라, 마치 별 자리에 닿을 듯한 흑마탑의 앞에 도 달하니 문이 절로 열리며 천황정팔 월을 반겨주었다.
구불구불 꼬여있는 절벽의 외길을 따라 이곳까지 온 것도 짜증 나 죽 겠는데, 이런 환영 인사마저 없었으 면 지루해서 미쳐 버렸을지도 모른 다.
또각!
흑마탑 내부로 발을 들이니, 양옆 에서 불이 순차적으로 켜지며 내부 를 밝혔다.
“쇼맨십은 마법사 저리 가라네. 너
희 흑마법사도 이런 걸 즐기나 봐?” 상대방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므로, 허공을 향해 대충 말을 던지자 허공 에 계단이 생성되며 키가 2m에 달 하는 노인 한 명이 기다란 스태프를 짚으며 걸어 내려왔다.
“크흐흐, 귀하신 분이 오셨군요….”
노인의 온몸에는 반점과 사마귀가 도드라지게 튀어나와 있었고 로브 바깥으로 드러나 보이는 살점은 기 괴하게 뭉개진 모습이었다.
그 끔찍한 형태에 천황정팔월은 속 으로 구역질을 삼켰다.
아름다운 것을 누구보다도 사랑하
는 그녀였기에 혐오스러운 것을 보 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네가 마탑주?”
“그렇습니다, 십이신월이시여…… 제 이름은 마란칼츠. 흑마신교주님 의 왼팔이スト, 9클래스의 흑마법사이 지요.”
“그래. 네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 고 있어.”
“이거 영광이로군요…… 끌끌.”
흑마법사 마란칼츠.
십이신월로서 그의 이름을 모를 수 는 없다. 그는 흑마인이면서 십이신 월의 가호를 ‘받을 뻔했던 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십이신월은 모든 생명에게 평등하 다. 흑마법을 사용하든, 백마법을 사 용하든, 악인이든, 영웅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십이신월과 가치관이 일치한 다면, 얼마든지 그를 인정하여 자신 의 가호를 내려줄 수 있는 것이다.
인간들은 오랜 세월 그 사실을 알 지 못하였다.
십이신월은 자신들을 위해서만 존 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널리 퍼뜨린 자가 바로 눈앞의 흑마
법사, 마란칼츠.
그는 ‘신월 마법’의 대가였다.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십이신월께 서 직접 이곳에 찾아오시다니…… 그 에 걸맞은 대우를 해드려야겠지요.”
마란칼츠는 늘어지는 말투로 주문 을 외우듯이 말하며 지팡이로 계단 을 쿵 찍었다.
그러スト.
구구구궁……!!
갑작스레 흑마탑 내부가 진동하며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하였다.
천황정팔월은 현재로서 아무런 힘 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자 칫 잘못했다가는 치명적인 일격을 당할 수도 있었으나, 침착하게 사태 를 지켜보았다.
비록 능력은 거의 없었으나, 그녀 는 심리술의 대가.
상대의 눈빛, 그 너머에 깃든 영혼을 읽는 것만으로도 공격 의사가 아직까 지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재미있는 재주네.”
어둡고 칙칙하였으며 비좁았던 흑 마탑의 내부는 ‘두 번째’라는 이름 이 아까울 정도로 심심했었는데, 그
외관이 잠깐 사이 드넓은 궁전의 화 려한 파티장으로 변모해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실 것 같았 지요……
“응, 마음에 드네.”
천황정팔월이 중앙의 단상 위로 이 동하여 허공에 앉는 시늉을 하자 그 위로 붉은 리본으로 꾸며진 의자가 생성되어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주었 다.
“어머나〜 나는 붉은색을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걸?”
그에 노인은 작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순식간에 노랗게 물들어버
리는 의자.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노란 의자 위에 다리를 꼬고 앉 은 천황정팔월은 자신의 맞은편에 착석한 마란칼츠를 바라보았다.
“무슨 용무로 찾아오셨는지요……
“거래를 제안하고 싶어.”
“거래입니까. 흥미롭군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십이신월과의 거래라고 하니 마란칼츠로서도 호기 심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일평생 ’십이신월이 되기 위해’ 마법을 수련해온 아주 특이한 신념을 가진 마법사였으니까.
그러나 인간은 십이신월이 될 수
없다.
지금쯤이면 그 현실의 벽에 부딪혔 을 터. 과연 벽에 부딪힌 현재의 마 란칼츠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는 몰라도, 십이신월인 그녀가 항상 우위에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줘. 그럼 너 의 부탁을 하나 들어줄게. 어때? 쉽 고 간단하지?”
“호오…… 부탁이라.”
노인은 자라지도 않은 수염을 어루 만지듯 자신의 턱을 매만지더니 날 카로운 눈을 가늘게 떴다.
“혹, 북부 인간들의 거주지에 발생
한 이상 현상을 해결하고 싶으신 건 아니겠지요.”
“잘 알고 있네.”
“끌끌끌. 인간을 도구 따위로 생각 하시는 천황정팔월께서 인간을 위해 저 같은 마법사와 거래를 하시려는 것입니까?”
“뭐, 네 말도 맞아. 이곳의 인간들 은 도구라기엔 조금은 소중한 장기 말이 되었거든. 쓸모가 있는데 그냥 죽여 버리면 아깝잖아?”
이야기가 길게 늘어진다.
분명 시간을 끌면서 천황정팔월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함이 틀림없다.
심리적으로 그녀를 속일 수는 없겠 지만 저 머리 좋은 노인이 무언가 딴 생각을 품어버리면 귀찮아질 게 뻔하 기에 그녀는 서두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만 딱 말해. 네가 안 된다고 하면 나도 돌아가야 하니까.”
“흐흐흐…… 무엇이든, 부탁 하나를 들어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십이신월의 비밀이라도 하 나 정도는 말해줄 수 있어.”
예. 그것참 궁금하군요. 십이신월 의 비밀…….”
말투가, 아니, 눈빛이 이상하다.
노인의 눈이 천황정팔월의 눈빛이 아니라 몸을 향하고 있었다.
“천하고 더러운 것.”
“끌끌, 모두가 저를 그렇게 생각하 지요.”
“십이신월의 비밀에 대해 알 수도 있는 기회를, 이렇게 날려 버릴 생 각인 것이냐?”
“궁금합니다. 궁금하지요……. 저는 언제나 고고한 자태로 인간의 꼭대 기에 서 있던 천황정팔월님이 인간 에게 짓눌렸을 때…… 어떤 모습을 내비칠지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이상하다. 마란칼츠의 반응은 천황 정팔월이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
십이신월이 되고자 하는 마란칼츠 였다면 십이신월의 비밀 하나에 목 숨을 걸고 달려들어도 모자랄 터.
“너…… 꿈을 포기했군.”
“예, 그렇게 됐지요. 끌끌…… 인간 의 몸으로는 결코 별이 될 수 없다 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것입니다. 이 쯤 되면…… 더 이상의 호기심은 부 질없지요.”
천황정팔월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노인네는 너무 늙고 병들었 다.
마법사에게 호기심의 상실이란, 곧 사형 선고와도 같다.
천하를 아우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 으나, 아무것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니 어찌 세상을 평정할까.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이군. 나는 천 년을 살면서 천한 인간 따위에게 혼을 더럽힌 적이 없다.”
어차피 마란칼츠 또한 천황정팔월 의 육신을 진심으로 원한 것은 아니 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실재하는 육신이 없는 것 정도는 이미 잘 알고 있을 터.
그저,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니 부디 건들지 말아주시오’라 며 노인의 방식으로 거절 의사를 밝 힌 것이다.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천황정팔월은 이대로 자리에서 일 어나려다 말고, 문득 자신이 최근까 지 정보를 캐고 있던 인간 마법사 한 명을 떠올렸다.
“너는 꿈을 포기했다고 했나?”
“……그렇지요.”
갑자기 아까 했던 말을 꺼내는 이 유는 무엇인가. 노인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천황정팔월은 비스듬히 웃으 며 말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살면서 다 시는 십이신월이 되기 위해 도전하 는 인간이 없을 줄 알았건만, 꼭 그 렇지도 않더군.”
“끌끌끌…… 신기루를 바라보며 달 려나가는 미련한 마법사가 또 있다 는 말씀이십니까?”
역시, 예상대로다.
꿈과 호기심을 모두 잃어버린 눈앞 의 마법사는 세계의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 하지만 그 마법사는 너와는 조금 다르더구나. 신기루가 아닌, 명 확한 목적지를 바라보고 있거든.”
무슨 의미지요.”
“십이신월인 내가 확언한다. 그 마 법사는 확실히 십이신월이 될 가능 성이 있어. 그 확률은…… 0.001% 정도로 아주 희박하지만, 불가능은 아니지.”
확률이 낮은 이유는, 백유설을 방 해하는 인물이 바로 회공시월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 면…… 백유설은 정말로 십이신월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말씀…….”
“응?,,
그냥, 떡밥이나 대충 물어볼까 싶
어서 내던진 말이었거늘.
삽시간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어, 어라? 뭐, 뭐야……?,
고오오오……
흑색의 마나가 휘날리며 파티장이 흑백색으로 물들었다.
덜컹덜컹! 쩌저적!!
마나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며 공간 에 금이 가더니 화려하던 궁전의 파 티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 한가운데에서, 노인만이 고고한 자태를 유지한 채 말한다.
“제게 거짓을 고하는 것이라면, 아
무리 당신이 십이신월이라 할지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이런, 미친 노인네가!’
설마하니 이 정도로 강렬한 마나를 내뿜을 줄은 몰랐기에 천황정팔월은 머리카락을 부여잡고서 간신히 끙끙 대며 버텼다.
“하, 내가 거짓? 무슨 가치가 있다 고? 나는 그저 꿈을 잃어버린 네가 안쓰러워서 말했을 뿐이다.”
여전히 마나의 소용돌이는 거두어 지지 않는다. 노인은 아까와는 달리 창백하고 푸른 시선을 희번뜩 뜬 채 로 천황정팔월을 노려보았다.
,아차……
이건 일종의 고문이었다.
꿈을 포기하고, 가능성을 잃어버린 노인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며 깔끔하게 삶을 내려놓을 수 있었 다. 그런 그에게…… ‘사실은 가능 하다’라는 말을 해버리면.
희망이 생겨버리지 않겠는가?
이것은, 고문이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
이제야 마음 편히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거늘.
애초에 불가능했으면 모를까, 가능
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리면…….
너무나도 괴롭지 않겠는가.
‘크, 큰일……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위험하겠 다 싶어서 어떻게든 도망칠 경로를 파악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마나의 소용돌이가 멎었다.
그러더니 대뜸 마란칼츠가 자리에 서 일어나 계단을 오른다.
딱! 따악!
지팡이를 짚으며 저 하늘 높이, 별 자리까지 뻗어있는 듯한 계단을 오
르던 마란칼츠는 조용히 뒤를 돌아 보았다.
“뭐하십니까, 따라오지 않고서.”
천황정팔월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 어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었 다. 기껏 차려입은 드레스도 엉망진 창이다.
‘끄응, 내게 힘만 제대로 있었어도 이런 꼴사나운 일은 없었는데.’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계단을 따라오르던 천황정팔월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네게는 미안하게 됐어.”
“……당치도 않습니다.”
문득, 후회가 들었다.
마란칼츠는 흑마신교주의 왼팔.
그런 그가 모든 희망을 잃고 은거했 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괜히 의지 를 불태웠나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쳇 알게 뭐야〜‘
일단 눈앞의 앞가림도 못할 지경인 데 뒷일을 생각하기는 벅차다.
끝없이 이어진 듯한 계단을 오르던 마란칼츠는 잡생각에 빠져 있는 천 황정팔월에게 물었다.
“지상으로 풀려난 괴이한 생명체
들…… 그것들을 처리하고 싶으신 것이겠지요.”
“그래. 네 마법이라면 한방에 쾅, 아주 쉬운 일이겠지?”
“끌끌, 농담도 재미있게 하시는군 요. 오늘은 천황정팔월님의 의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하, 하핫. 맞아. 농담이지.”
그녀는 식은땀을 흘렸다.
‘뭐야, 한 방에 쾅이 안 되는 거야?’
천 년을 살았지만 마법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이었기에 정말로 몰랐 다. 9클래스의 마법사라면 메테오 정도는 가뿐하게 떨어뜨릴 수 있는
게 아니던가?
“당신께서는…… 지상의 인간을 소 중한 도구라고 생각하시니, 그들을 보호하며 괴생명체를 격리할 방안을 생각해야겠지요.”
아차!
그제야 천황정팔월은 자신의 말실 수를 떠올렸다.
‘지상의 인간들은 아무래도 상관없 는데……!)
백령고원 요새의 병사들만 온전히 지키면 문제없다. 그 외의 생명체는 인간이건 수인이건 상관없이 그 괴 생명체들과 함께 쓸어버리면 아무런
상관이 없단 말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말을 바꾸기에는 늦었다. 십이신월이 말을 번복했다 가는 그 말의 무게가 떨어지니까.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흑마탑의 꼭대기에 도달한 천황정팔월과 마란칼츠.
“여긴…….”
“예. 지상이 훤히 보이지요.”
하늘 위로는 붉은 별자리가.
구름 아래로는…… 지상의 도시가 한 눈에 훤히 들어왔다.
백령고원 요새 따위, 애당초 흑마
탑의 마란칼츠에게는 눈앞의 놀이터 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만약 마란칼츠에게 아주 약간의 호 기심이 있었더라면. 그가 ‘심심한 김에 인간이나 죽여볼까?’ 하는 마 음으로 마법을 부렸다면.
백령고원 요새는 그날 이후, 지도 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던 것은 그저 마란칼츠가 모든 의욕을 잃은 채 잠 자코 숨죽여 살았기 때문.
“인간을 보호하며 괴생명체까지 모 두 격리하는 방법이 하나 있지요….”
노인은 팔을 크게 벌려서, 저 아래 에 펼쳐진 모든 도시와 모든 마을과 모든 산과 모든 얼어붙은 호수와 모 든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빙백산맥 하층부 전체를, ‘페르소 나 게이트’로 물들이면 됩니다.”
천황정팔월은 입을 쩌억 벌렸다.
당장에라도 온 세상이 떠나가라 비 명을 지르고 싶었다.
꺄아아악!’
……아니, 어쩌면 이미 비명을 고 래고래 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