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03)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03
80. 흑마전쟁(4)
스칼렛과의 대화를 끝낸 뒤, 백유 설은 고민해야만 했다.
회공시월이 내게 흑마도왕의 권능 을 왜 주려고 하는가.
그리고…… 회공시월은 정말로 흑 마도왕의 죽음을 유도할 수 있는가.
스텔라 아카데미 내에는 학생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산책이라도 하라며 예쁘게도 꾸며놓은 정원이 많았다. 가끔 사념이 들 때면 백유 설은 이곳을 거닐고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멸망한 아이테르 월드의 백 유설’이 떠올랐다.
게임의 엔딩을 본 세계의 백유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7년 쯤 뒤의 백유설 말이다.
그곳의 백유설은 지금의 백유설보 다 훨씬 더 강력하고 완성된 힘을 갖추고 있었으나 세상을 구하지는 못했다.
그곳의 백유설은 멸망해 버린 뒤 유일하게 살아남은 스텔라 아카데미 를 거닐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때때로 백유설은 화사하고 아름답 게 피어 있는 현실의 스텔라를 거닐 며 그때를 떠올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현실이 너무나도 행복했 으니까. 자꾸만 머릿속에 낙인을 박 지 않으면 미래의 참사를 잊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고민이 많아 보이는군.
은세십일월의 형상이 눈앞에 어른 거렸다. 그는 반투명한 형체로 나타 나 백유설의 옆을 따라서 걸었다.
“예. 회공시월의 의도를 전혀 읽을 수 없어요.”
-그래 보이는군. 다만…… 아주 예 측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런가요?”
같은 십이신월 중에서도 가장 현명 한 은세십일월이 저리 말하니 믿음 이 갔다.
-추측이기는 하다만…… 아주 오 래 전, 흑마도왕이 가졌다는 ‘모든 마법을 흡수하는 권능’은 시조 마법 사께서 가지고 계셨다고 하였지.
“시조 마법사……
-다만 우리가 태어났을 적부터 이 미 시조 마법사께서는 그러한 권능 을 잃어버리셨다. 이유가 무엇이라 고 생각하는가?
“모종의 이유로 몸에서 권능을 떼 어 냈겠군요.”
-그래. 내 추측도 그러하다. 우리가 창조되기 전까지만 해도 마법을 부리 는 권능으로 세상을 지배하셨던 분이 갑작스레 권능을 떼어내셨다면…….
“……십이신월을 창조하는 데에 그 권능이 필요했다는 말입니까?”
-그래. 권능을 희생하여 떼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어째서죠? 굳이 그럴 이 유가 있었는지…… 전혀 이해가 가 지 않는데요.”
-자세한 이유는 나도 알 수 없다. 추측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다만, 아 예 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이건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인데…… 회공시월이 어째서 우리보다 더 많 은 정보를 가지고 움직인다고 생각 하느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그저 회공시월이기에, 당연히 그런 지식을 갖추고 있을 줄로만 알았다.
-나는 ‘별의 서고’가 그 원인이라
고 보고 있다.
“별의 서고……
다른 말로 [콘스텔라티오 프로젝 트]라고 부르는 그것은 세계의 모든 정보를 기록한다고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촉하는 게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말이다.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만 회공시월은 틀림없이 별의 서고 를 열람하고 있을 게다. 덕분에 우리 보다도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있겠지.
정말로 그렇다면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회공시월은 때때로, 이 세계의 것 보다도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를테면, ‘다른 세계’의 사건이라 든지…
-물론, 그가 볼 수 있는 별의 서고 는 한계가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그의 계획이 이렇게까지 뒤틀렸겠나.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만……
별의 서고에서 대체 무엇을 보았기 에 백유설에게 흑마도왕의 권능을 부여하려고 하는가?
이런 추측을 하려면, 위에서부터 거꾸로 내려오는 게 맞았다.
‘회공시월의 목표는 아이테르 대륙 의 멸망.’
‘그러기 위해 십이신월의 힘을 모 으고 있었어.’
‘십이신월이 모두 모이면 신비로운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지……
‘이를테면, 흑색의 용이 나타난다 든지.’
‘하지만 십이신월을 단순히 한 자 리에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야. 그 런다고 해서 신비로운 현상이 일어 날까?’
‘그릇이 필요하다.’
‘십이신월의 힘을 한데 그러모아서 매개체가 될 그릇.’
백유설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매개체, 혹은 그릇으로 떠오르는 이 들은 홍비연이나 풀레임 같은 큼지막 한 운명을 타고난 여주인공들이었다.
그러나 회공시월이 자신에게 권능 을 부여하려는 모습에서, 그 생각을 벗어던져야만 했다.
*……나를 그릇으로 삼으려는 것일 지도 모르겠군.’
‘여태 회공시월이 힘들게 모았던 십 이신월의 대부분을 내가 회유했으니, 스스로 모으는 것은 포기한 거야.’
‘원래대로였다면 흑마도왕의 권능 은 본인이 가지려고 했겠지.’
‘하지만 그게 안 되니 스칼렛에게 찾아가면서까지 내게 권능을 부여하 려고 한 것이고.’
사실상 백유설의 추리는 추리가 아 니었다. 여태까지 긁어 모았던 정보 를 한데 모아서 정리한 게 끝이었다.
어지럽게 늘어진 방에서 물건을 찾 는 게 힘든 것처럼, 생각을 깔끔하 게 정리하자 백유설은 회공시월의 목적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나를 통해서 흑야십삼월을 소환하 려고 한다……r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군.
은세십일월은 걱정된다는 듯 표정 을 어둡게 물들였다.
여태, 백유설은 지나치게 많은 십 이신월을 모았다.
여덟 명의 십이신월이 그에게 가호 를 내렸으며, 한 명의 십이신월의 힘을 흡수했다.
이제 남은 십이신월은 다홍추구월 과 천청해오월, 회공시월뿐.
이제 그들마저 백유설이 손에 넣는 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흑야십삼월이 소환되는가?
멸망해 버린 그때 그 세계처럼?
그렇다면, 백유설은 모든 것을 포기 하고 스스로 죽기라도 해야 하는가?
아니. 그렇게 해봐야 회공시월이 다시 십이신월을 끌어모을 뿐이었 다.
‘멸망이 앞당겨지는 이유를, 이제 야 제대로 알 것 같아.’
운명의 흐름이 뒤틀려서가 아니었 다. 정말로 단순한 문제였다.
‘내가 십이신월을 너무 빨리 모아 서였어.’
처음 스텔라에 입학한 순간부터 백
유설의 목표는 하나뿐이었다.
모든 십이신월을 모으는 것.
그것만이 유일하게 멸망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면?
오히려 멸망을 앞당기는 일이었다 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력해왔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세계를 더 빠르 게 멸망하는 길로 이끌었다면?
우뚝.
그의 걸음이 멈췄다.
*……만약, 내가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세계가 실패 해왔고, 무수히 많은 또 다른 백유 설들을 묻어버린 채 소멸되었다.
몇몇은 운 좋게 이면 세계로서 이 곳에 소환되고는 했지만…… 그뿐.
영영 소멸되는 것이 멸망한 세계의 운명이었다.
‘내가 실패하면, 다음 세계에서 또 다시 다른 백유설이 새로운 시작을 하는 건가……?,
그렇다면.
지금도 현실에서 누군가가 나를 게 임 속 캐릭터라고 생각하여 조종하
고 있을 수도 있는가?
그렇지 않으리란 법이 없었다.
지금껏 죽어 나간 캐릭터 백유설이 만 명이고, 지금의 자신이 1만 1번 째 캐릭터 백유설이 아니라고 어떻 게 확신하는가?
캐릭터인 줄 알았던 백유설들이 살 아 숨 쉬고 생각하며 움직이는 것을 몸소 몸으로 느꼈는데 말이다!
즉, 이번 세계가 실패하면.
또다시 다음 세계의, 그리고 또다 시 다음 세계의 백유설이 도전할 수 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번 세계 백유설의 죽음은 10001
번째 캐릭터 백유설의 실패였을 뿐, 그들에게는 그저 지나간 과거에 불 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동정하지도 않는다.
슬퍼하지도 않는다.
지금의 백유설이 과거의 백유설들 에게 그러하듯이.
-왜 그러나?
은세십일월이 걱정스럽다는 듯 물 었으나 들리지 않는다.
‘이번 세계의 내가 실패함으로써 다음의 백유설은 그 경험을 토대로
실패하지 않을 거야. 더 완벽한 경 험치를 쌓았으니 다른 좋은 계획을 세우게 되겠지……
만약 그렇다면.
‘내가 실패하면, 내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까지 자신이 해오던 모든 계획 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생각한 백유 설이 자꾸만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 가려고 하자, 허공에서 연홍춘삼월이 나타나더니 다가와서 그를 껴안았다.
-진정하세요, 백유설. 답지 않아요.
백유설의 안색이 창백하다는 사실
을 눈치 챈 연홍춘삼월은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온화한 감정을 다스리는 연홍춘삼 월의 직접적인 포옹은 마음을 안정 시키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백유설은 눈을 질끈 감고서 근처의 벤치에 앉았다.
-자네, 잘못 생각하고 있군.
«..
혼란한 백유설을 향해 은세십일월 이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 않은가. 십이신월 을 모두 모으는 게 꼭 재앙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예…… 저도 십이신월을 제가 직 접 모으면, 옳은 방향으로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 러나 그건 확신이 아니었죠.”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런데 지금 보십시오. 회공시월이 저를 그릇으로 만들려 하고 있지 않 습니까? 그건… 십이신월의 힘을 옳 은 방향으로 쓸 수 없는 것을 회공 시월이 알고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 습니까? 모든 십이신월이 모이면, 반 드시 멸망이 초래할 수밖에 없어서. 그래서 회공시월은 제게 권능을 부 여하고 그릇으로 삼으려는 겁니다.”
그의 주장에 은세십일월은 고개를 저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그야, 회공시월은 별의 서고를……
-아까도 말했지 않는가. 그는 별의 서고를 모두 열람할 수 없는 것 같 다고. 회공시월은 많은 세계를 보았 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세계에서 십이신월이 모두 모였을 때 좋지 않 은 결과가 나타났겠지.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
-하지만, 아직 모르지 않는가.
은세십일월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
했다.
-그가 보고 있는 모든 세계는 멸 망한 세계라네. 자네가 실패해 버린 그런 세계. 멸망해 버린 곳에서는…… 십이신월의 힘으로 흑야십삼월이 탄 생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별의 서고에 기록된 모든 세계는 멸망해 버린 세계다.
그 세계들은 모두 실패했고, 흑야 십삼월이 소환되었을 것이다.
흑야십삼월의 소환이란 곧 실패를 뜻하는데.
-그들은 실패했고, 방법을 알지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네는 어떻 지? 십이신월을 스스로 이렇게까지 모은 사람이 과연 다른 세계에 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아니요. 없을 겁니다.”
게임 속 백유설이 모은 십이신월은 고작해야 서너 명. 그마저도 가호를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즉, 다른 세계 속에서 십이신월을 모두 모은 장본인은 회공시월이다.
그가 모았으니 흑야십삼월이 나타 나는 것이겠지만…….
만약 백유설이 모은다면?
그것까지는 회공시월이 알 수도 없 다는 의미였다.
-역으로 이용하게. 회공시월의 계 획에 휘말려서, 그가 가진 남은 가 호까지 모조리 자네의 몸에 받아들 이는 거야.
확실하지 않았다. 세계를 걸고 하 는 도박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밖에 남은 방 법이 없었다.
“마유성을 죽일 수는 없어요.”
-꼭 마유성 소년을 죽여야만 권능
이 자네에게 가는 건 아니지.
“그럼…….”
-소년의 자격을 잃게 만들고, 자네 의 자격을 정당하게 만들면 된다.
즉, 마유성이 흑마력을 완전히 포 기함으로써 흑마도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제로가 된다면?
그건 곧 흑마도왕에게 있어서 마유 성의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
회공시월의 의도에 완전히 부합하 는 계획!
하지만 마유성의 절반을 떼어내는 짓을 갑작스레 할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사실 을 명심하게.
회공시월과 연홍춘삼월이 모습을 흐릿하게 만들어 사라진 뒤에도 백 유설은 그 자리에 남아서 한참을 고 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백유설은 결단 을 내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