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24)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24
83. 시조 마법사의 유물(2)
얼떨결에 백유설의 여정에 함께하 겠다고 못을 박아버린 젤리엘은 짧 은 티타임을 빠르게 끝내버린 뒤 자 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문에 기대고 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선 뒤늦게 머리칼을 쥐어뜯 으며 후회했다.
“내가 미쳤지…….”
항상 철두철미하고 어떠한 사태에 서도 결코 당황하지 않은 채 냉혹하 고 철저한 판단만을 내려오던 천하 의 젤리엘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 을까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스케 줄을 이틀이나 미뤄 버린 채 난데없 이 던전 공략에 참석하겠다니.
이 말을 전해 들은 부하직원들에게 는 이미 비상이 걸려서 여기저기 전 화가 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쿵쿵쿵!
-아가씨! 아가씨! 대답 좀 해주십
시오! 아가씨!
밖에서는 벌써 비서들이 몰려와 젤 리엘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소 리를 꽥꽥 질러댄다. 저들로서도 이 미 약속을 전부 잡아뒀는데 갑자기 젤리엘의 독단으로 모조리 취소했으 니, 아주 죽을 맛일 것이다.
-아가씨이이이!!
예전 같았다면 사무실 내에서 저렇 게 소리를 지르는 행위 자체를 감히 젤리엘이 용납하지 않았으나, 이제 는 죄인 신세가 되었기에 아무런 말 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쥐 죽은 듯 사무실에 틀어박 혀 있는 것 외에는.
’……일단 저질렀으니까, 준비를 하기는 해야지 ;
백유설은 앞으로 1시간 뒤에 출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라고 일러뒀으니, 젤리 엘은 고작 1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 는 짧은 시간 사이에 이틀간의 업무 를 모두 인수인계해야만 했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선 젤리엘 은 통신구를 조작하여 직원들을 한 꺼번에 호출했다. 그와 동시에 다른 한쪽 손을 바삐 움직여 서류철을 정
리해 꺼내는 것은 덤.
’……바나륨의 양산 버전에 대한 연구 기획서도 작성해야 하지, 참.’
생각보다 할 게 많다. 하는 수 없 이 눈치가 조금 따갑더라도, 문 밖 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문을 두드 리고 있는 비서를 전부 불러내는 수 밖에 없었다.
잠시 뒤 젤리엘의 사무실에는 10명 이 넘어가는 고위 간부급으로 들어서 게 되었는데, 난데없이 불려온 그들 은 주말 이틀간의 업무를 모두 인계 받게 되자 황당함을 금치 못하였다.
“아니, 아가씨. 놀러 가십니까?”
“급하게 던전 탐사를 할 일이 생겼 어요. 안 그래도 이번 일 때문에 솜 씨 좋은 마법전사 출신 탐험가를 몇 몇 빼두었으니, 그렇게 알아두세요.”
“허허…… 참.”
간부들은 그런 젤리엘의 모습에 황 당해하면서도, 묘한 기분을 받았다.
예전의 냉혈한 사이코패스 아가씨 보다는, 그래도 갑작스럽게 제멋대 로 구는 저런 아가씨도 나쁘지 않았 으니까.
이미 10대는 다 지났지만, 뒤늦게 철없는 10대의 사춘기가 찾아오기 라도 한 것처럼 보여서 어떤 면에서
는 흐뭇함을 느끼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평상시에 이것들을 모 두 혼자서 처리하셨군요.”
젤리엘이 넘겨주는 업무의 양이 상 상을 초월했기에 모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머리로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막상 눈으로 보니 까 확실히 체감이 되는 것.
“아뇨. 이건 주말 동안만의 업무라 서 별로 많지는 않아요. 아무튼 저는 준비하러 가 볼테니, 부탁드릴게요.”
달칵!
그리 말한 뒤 휑, 사라져 버린 젤 리엘.
간부들은 이게 얼마 되지 않는 양 이라는 말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평소에…… 잠을 주무시기는 하시 는 건가?”
“그, 그러게. 퇴근하는 모습을 마지 막으로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 데……
그제야 그들은 사무실 구석 한편에 고이 접힌 담요와 안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여차할 때 사무실 의 자에 앉아 담요를 덮고 쪽잠을 자면 서까지 업무를 처리해왔던 것이다.
“평소에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먼.”
저렇게까지 일에 미쳐 사는 아가씨 라면, 가끔은 자유로이 개인행동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을지도 모 르겠다.
* * *
젤리엘이 서리구릉 탐사를 위해 탐 험가를 소집흐卜자, 총 일곱 명의 베 테랑 마법전사들이 모였다.
애당초 연꽃객잔에서 비상사태가 발발했을 때를 대비해 30초 만에 출동하는 번개조와 3분 만에 출동하 는 3분 대기조도 있는 만큼, 1시간
이라는 시간은 7명의 탐험가가 모이 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일곱 명의 탐험가는 특이하게도 모 두 수인족이었는더1, 3명은 늑대 수 인이었으며 2명은 사자 수인, 2명은 호랑이 수인이었다.
그들이 가진 공통점은 바로, 서리 구릉 출신이라는 것.
서리구릉의 수인족이 인간을 혐오 하는 사회가 형성되어있기는 했으 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부족의 품에서 벗어나 하월평원으 로 나온 수인들의 대부분은 처음으 로 진실을 맞이하게 되는데, 어릴
적부터 귀에 때가 앉도록 듣던 ‘모 든 인간은 악하다’라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인간들의 문화와 기술은 서리구릉 이라는 좁디좁은 우물 속에서만 살 아오던 수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고, 자연스럽게 하월평원의 수 인족에게 풍요로운 자본을 풀어놓은 별구름 상회에 흡수된 것이다.
즉, 그들은 별구름 상회에 대한 충 성심이 꽤 높았다.
별구름 상회장에게 왕이라고 부르 라고 시킨다면 정말 폐하라고 곧바 로 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충성심이 그럴 정도이니 젤리엘 아 가씨 역시 그들이 충성하고 매우 아 끼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 와중.
“백유설입니다. 서리구릉의 지형에 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잘부탁해요.”
웬 연놈 하나가 굴러 들어와서 아 가씨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데, 어 디 꼴이 좋게 보이겠는가?
심지어 아가씨는 저 백유설인지 뭔 지 하는 놈■이 싫지 않은 듯,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는 했다.
아가씨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보호해왔으나, 저런 눈빛을
보인 적은 처음이다.
척 봐도 알 수 있었다.
‘저 썩을 놈의 인간이 아가씨를 홀 라당 흘렸구나!’
7인의 수인 모두 그런 생각으로 눈빛을 활활 불태우고 있자 백유설 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연홍춘삼월의 가호를 통해 그들의 투쟁심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온다.
‘왜들 저래……?)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아무튼 현 지인 출신이 안내를 해준다니 백유 설로서는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 었다.
“뭐…… 좋습니다. 바로 출발하죠.”
젤리엘의 장비는 예전에 비해 훨씬 수수해졌다. 화려하고 값비싼 장비 를 전신에 치장하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때는 아마 과시욕이 머 리를 지배했던 탓이 컸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젤 리엘의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¹⁴평원에서는 ‘호른’을 타고 다니는 게 좋아.”
“호른?”
“호른이라면…… 헉, 설마 내가 아 는 그 백마?!”
백유설이 고개를 갸웃하는 와중 풀 레임이 먼저 알아듣고서 화들짝 놀 랐다.
“넌 뭔지 알아?”
“당연하지! 아이테르 대륙의 삼대 명마 중 하나로 불리는 명품종이잖 아. 단순 교배로는 절대 새끼를 치 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걸 설마 열 마리씩이나…….”
젤리엘의 장비는 분명 수수해졌다. 평범한 마법사 망토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지팡이와 작게 감춰진 보 호 마법 인챈트 액세서리까지.
눈에 띄지 않도록 최대한 꾸민다고 는 했지만, 역시나 어딘가에서 돈이 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작정 사치를 부린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젤 리엘도 할 말은 많았다.
“알다시피 평원은 지형이 험산해서 평범한 말이 그냥 뛸 수가 없어. 중 심부로 들어갈수록 살아 움직이는 넝쿨이 자꾸만 발목을 낚아채고, 구
름 아래에 피어난 ‘도력화에 고여 있는 이슬 우박이 떨어져 내리거든. 게다가 지하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 들의 기척 때문에 평범한 말은 근처 에 다가가지도 못해.”
“흐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 도 하네.”
하월평원에서 말을 타고 다녀본 적 은 없었기에 그런 줄은 몰랐다.
‘말을 타보는 건 또 처음이네.’
판타지 하면 보통 기마를 먼저 떠 올리고는 했지만, 아이테르 월드가 어디 보통의 판타지던가.
충분히 발달한 마도공학 덕분에 말
은커녕 구식 마차도 거의 타본 적이 없었다.
“말을 탈 줄은 알지?”
당연히, 탈 줄 몰라야 정상일 것이 었으나 스텔라 아카데미에서는 교양 과목으로 기마를 가르친다.
풀레임은 기마를 배워두었기 때문 에 익숙하다는 듯 호른의 등에 탑승 했다. 백유설은 비록 기마가 처음이 었으나 뭔가 느낌이 될 것 같아서 훌쩍 위로 올라타자, 곧장 안정적인 자세가 되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저 일곱 명의 수인들이 하는
자세를 똑같이 따라 하면 그만이었다.
그들이 말을 어떤 식으로 제어하는 지, 다리를 어떻게 이용해서 말을 붙잡아두고 중심을 유지하는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금세 이 해하고 따라 할 수가 있었다.
“쉽네.”
“……말에 타보는 건 지금이 처음 인 거야?”
“내 발이 더 빠른데, 딱히 그럴 필 요가 없었지.”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풀레임 이 옆에서 작게 “아하.”라며 중얼거 리는 모습에 젤리엘은 눈썹을 꿈틀
거렸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무의식적으 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쬐끄만 여자는 이상하게도 사소한 행 동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신경 쓰인다.
그런 자연스러운 애교는 젤리엘로 서는 감히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에, 묘하게 부럽기 도 하고…… 질투심도 들었다.
“그럼, 저희가 먼저 가겠습니다.”
4명의 수인이 출발한 뒤, 3명의 수 인은 백유설 일행의 뒤쪽을 따라왔 다. 혹여나 그들이 뒤처지면 인솔하 기 위해서였다.
그런 걱정은 필요도 없었다는 듯이 백유설과 풀레임은 하월평원의 복잡한 지형에서도 시원스럽게 달려나갔다.
말에 타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이 런 상쾌한 기분이라면 자주 타도 괜 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의 풍경이 휙휙 스쳐 지나갔다.
봄바람은 시원하고, 비에 젖은 듯 한 공기 중의 습한 기운은 촉촉하게 코끝을 적셨다.
그렇게 한 시간쯤을 달렸을까, 저 멀리 거대한 벽같은 것이 시야에 들 어오기 시작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벽이 아니었다.
마치 벽처럼 솟아 있는…… 거대한 하나의 산맥.
구름마저 뚫고 솟아 있는 그 산맥 의 꼭대기가 바로 하월평원에서 가 장 위험한 장소, ‘서리구릉’.
”저곳입니다. 멀리서 보면 이만큼 이나 절경이 따로 없지요.”
“오……
서리구릉의 또다른 이름은 ‘세계의 벽’이었는데, 그 명칭을 곧바로 납 득할 수 있을 정도로 위용이 굉장하 였다.
“처음 가는 인간은 고산병으로 고 생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 복장으로
는 추위를 이기기 힘들 텐데 괜찮겠 습니까?”
은연중에 무시하는 듯한 말투였으 나, 그런 건 이미 준비해 두었다.
“문제없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아요. 저 둘의 복장은 제가 세심 하게 준비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아가씨께서 준비하 셨다면……
겉보기엔 별것도 없어 보이는 코트 였는데, 사실은 방한 효과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명품 중의 명품 로브였다.
특히 백유설이 자연천기지체의 특 성상 추위를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탄다는 특성까지 잘 알고 있는 데다 가, 손끝이 시리고 차가운 증세가 있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젤리엘의 재력으로 어지간히 평범한 것을 준 비했을 리는 없었다.
째릿!
젤리엘이 묘하게 노려보는 듯한 느 낌에 늑대 수인족 마법전사는 귀와 꼬리를 내리고서 풀이 죽었다.
아가씨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그들이었기에 그녀에게 미움받는 것 만큼은 싫었기 때문.
‘저 인간이 뭐라고……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백유설이 원
망스럽기만 했으나, 어쩔 수 있겠는 가. 그들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아가 씨의 호위이자 길잡이. 그저 시키는 대로, 명령받은 대로 하는 것 외에 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