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34
242화. 천재 기타리스트의 탄생을 축하하며 (1)
케일리 오퍼는 올해 열다섯 살이 되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키가 작고, 왜소하고, 공부는 그럭저럭 잘해서 꿈은 선생님.
몸이 약한 탓에 운동과는 거의 접점이 없어, 집에 돌아와 간단한 복습을 끝낸 뒤에 위키를 탐색하는 것이 그녀의 낙이었다.
불과 한 달 전,
‘빨기좌 항목’과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끌시끌-
웅성웅성-
11월 22일 런던의 밀레니엄 돔.
닷새 전 엄청난 열기와 굉음을 토해내던 건물의 앞에는, 그야말로 인간의 파도가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주 간결하다.
w-legc의 본선이, 오늘 이곳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왠지 본선 때보다 사람이 많이 몰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착각은 당연히 아니었다.
진행 스태프들이 허둥거림을 감추지 못할 정도니, 말 다 했지 않은가?
“으윽….”
그래서 케일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딱 보면 알겠지만 줄을 서고 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오자마자 공중화장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줄을 서고 있다.
학교는…
쨌다!
“[미, 밀지 마세요!]”
“갸아아아아악!”
“구와아악!”
아무리 봐도 팔린 입장권의 수보다 줄을 선 사람의 수가 많은 것 같은데.
들어갈 때 전부 체크를 하므로 어차피 헛수고일 텐데.
왜 저러는 거지?
라며, 과거의 케일리는 도저히 이해를 못 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다르다.
그들이 이해가 갔다.
혹시 표 확인을 안 한다면? 하는 아주 일말의 기대가 있기 때문에.
비록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안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라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아마 입장권을 구하지 못했다면, 자신도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학교를 째는 건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인 줄 알았는데….’
후회는 아주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저녁에 부모님에게 크게 혼나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빨기좌를 볼 수 있다.
그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
그것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는 …
“[지금부터 입장 시작하겠습니다!]”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자신을 집어넣으려 했다.
했… 는데 …
턱-!
“어 …?”
운명의 장난일까, 아니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탈을 한 벌일까.
“꺄악!”
밀려나 버렸다.
줄 밖으로.
“[저 … 저 원래 저기 서 있었는데 …]”
엉덩방아를 찧어 통증이 일었지만, 그럼에도 참으며 혼란 너머에 외쳐본다.
물론 귀 기울여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서 있던 자리는 순식간에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메워져, 저 앞으로 사라져갔다.
“[아… 안 되는데!]”
“[선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심지어 밀려난 곳에 레드 라인이 쳐져 있었다.
그녀는 스태프에게 붙들려 일으켜 세워졌다.
“[입장권이 없으시면 여기서 나가주셔야 ….]”
정신이 아득해져서인지, 표를 잘 못 찾겠다.
이럴 리가 없는데.
억울하다.
뭔가 억울하다.
몇 시간 동안 아픈 다리를 참아가며 줄을 서고 있었는데.
“[입장권 ….]”
분명히 주머니에 넣어 놨었는데 …!
“[나가주셔야 ….]”
혼란과 혼잡 탓일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능의 반절이 날아간 것 같다.
이젠 애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애같이 눈물이 차오른다.
“으 … 으으 ….”
그때였다.
– 와아아아아아아!
패닉이 한 번에 달아나 버릴 정도의 함성이 들려온 것은.
“[빠, 빨기좌다아아아악!]”
“[결선 진출자들이야!]”
“[신세대들이다!]”
불과 닷새 전에도 이랬냐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반응은 비슷했겠지만, 호응의 강도에서 차이가 났다.
물론 그건 닷새 전 얘기고, 지금은 다르다.
닷새라는 게 ‘불과’라는 표현을 붙일 수도 있지만, ‘닷새나’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다.
락, 팝 관련된 제일 큰 커뮤니티가 닷새 동안 불타올랐다면,
수많은 뉴스에서 닷새 동안 연이어 언급했다면,
그건 이미 ‘닷새나’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결선 진출자들의 인지도는 닷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근데 … 점점…
그 함성이, 더 커져가는데 …?
저 사람들 이리로 오는데?
“어 ….”
눈을 깜빡이니, 그곳에는 빨기좌가 있었다.
적당히 큰 키와, 우수에 젖은 눈빛. 앞머리를 넘겨 고정한 …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기름진 머리스타일.
“[괜찮아요?]”
손이 내밀어졌다.
빠, 빨기좌에게서 …!
“[네 … 네에 ….]”
케일리는 마치 꿈만 같은 상황에 말을 더듬으며 굳은살이 박인 거친 손을 붙잡았다.
“[아, 그분은 입장권 없이 줄을 서 있었…]”
“[입장권 있어요!]”
“[그렇다는데요? 천천히 찾아보세요.]”
마치 드라마나 만화의 한 장면 같다고나 할까.
빨기좌가 직접 손을 잡아주고, 말을 걸어주다니.
그가 걱정까지 해주다니.
“[네에 ….]”
입장권은 재킷 안쪽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아까는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이게 바로 빨기좌의 힘인가 …?
그의 옆에 있으니, 지능이 두 배는 올라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안 넘어지게 조심해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주 여유 넘치는 표정.
케일리는 그를 바라보며 홀리기라도 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빨기좌 이따가 봬요.]”
“[기대하세요.]”
다시금 열광의 용광로로 걸음을 옮긴다.
기타의 형체를 잃어버린 기타 가방을 짊어진, 넓고 당당한 등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이게 … 빨기좌구나.]”
비록 사람의 열기에, 기타 소리에, 모든 것이 녹아버릴지라도.
케일리 오퍼는 평생 오늘 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다짐했다.
앞으로 영원히 빨기좌의 팬으로 남을 것이라고.
***
우상과 만난 후, 나는 호텔에 돌아와 디비 잤다.
진짜 엄청나게 오래 잤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그게 꿈이었나 아니었나 구분이 잠깐 안 됐었는데 ….
“꿈 아니네 …?”
다행히도 꿈이 아니었다.
통화 기록 보니까 그냥 아주 흔적이 고대로 남아 있더라.
그리고 그 사실이,
“흐흐흐흐.”
나를 아주, 한계까지 고양시켰다.
불과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만남, 짧은 대화였지만, 아마 그때의 기억은 영원토록 남아 천연 각성제처럼 작용할 것이다.
따져본다면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게 아니었다.
정신을, 영혼을.
한 번 더 일깨워주었다.
일깨워졌으니 ….
“기타 쳐야지.”
기타를 쳤다.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기타만 칠 뿐이랴, 결선을 위한 간단한 스캐치에도 순식간에 끝내버렸다.
보컬이 있는 곡을 기타 버전으로 어레인지해서 연주하라는 주문이니, 필히 다른 파트도 변형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냥 간단하게만 적으면 된단다.
아마 말만 안 했지, 세션 말고도 편곡가까지 붙는 모양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참 대회 준비성이 철저하기 그지없는 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나 또한 ….
“… 철저하게 준비 완료.”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99%가 아닌,
100%도 아닌,
한 도합 105% 정도로.
끝내버렸다.
***
11월 22일. 고대하고 고대하던 결선의 날.
살면서 가장 완벽하리라고 예상되는 날.
나는 알람이 울리자마자 부릅, 눈을 떴다.
그리고,
“…!”
“….”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버렸다.
벽 쪽으로 누워있는 상태인데, 벽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야에 비치는 것은 눈동자.
초롱초롱하고 똘망똘망한, 꿀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동자.
… 소이였다.
“…잘 잤어?”
“어 … 응.”
“이제 안 졸려?”
“응.”
너 때문에 잠 다 달아났어.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야?”
“음 … 1시간 30분 정도?”
한 시간 반이나 이러고 있었다고 …?
자면서 이상한 소리도 하고 코도 팠을 텐데.
아무리 내가 이런 거에 무감각하다지만, 좀 창피하네.
잠결에 코 파다가 소이한테 묻히면 그냥 대참사 아닌가?
“나 이상한 짓 안 했지 …?”
“침 많이 흘렸어.”
“….”
“그래서 닦아 줬어.”
“… 고마워.”
본선 전이든 그 후든 소이랑은 언제나 항상 붙어 다녔다.
기타를 칠 때는 물론이요, 나선생님이나 박작곡가에게 가르침을 받을 때도, 밥 먹을 때도, 어디 잠깐 외출할 때도.
물론 나는 그게 다인 줄 알았지.
근데 설마 잠까지 같이 잘 줄이야.
“으어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 옆에 꼭 붙어 있었던 소이도 같이 일어났다.
“씻을래?”
“그래.”
“머리는 안 감아도 되겠다. 딱 예뻐.”
“….”
예전에 머리 안 감고 스튜디오 가서 영상 찍은 적이 있는데, 나름 반응이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자주 감으면 머리칼 상한대.”
“그런가? 너는 일주일에 몇 번 감아?”
“일곱 번….”
하루에 한 번이란 소리 아닌가?
자주 감는데?
뭔가 말의 앞뒤가 전혀 들어맞지 않는 기분이 들었지만, 거울을 보니 나름 괜찮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
“딱 예뻐.”
“….”
설마 소이의 취향이 기름진 머리인 건….
에이.
뭐, 맞다 하더라도 역시 내 눈보다는 소이의 눈을 믿는 게 더 나을 거다.
패션 감각이 나보다 좋으니까.
나는 과감하게 머리를 안 감기로 했다.
“좋아.”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이제는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호텔의 식당.
우리는 아주 평화롭게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다.
“어 … 어어어 드, 드디어 결선이네요 …!”
덜덜덜덜덜덜-
덜덜덜덜덜덜덜-
식탁이 떨린다.
최주임도 떨린다.
정작 당사자들은 긴장감 따윈 조금도 없는데, 혼자만 극성이다.
“결선이죠.”
“어, 어떻게 그렇게 평화로울 수 있죠? 저는 지금 커피도 못 마시겠는데! 이렇게 떨리는데!”
벌써 바지에 몇 방울 쏟은 것 같은데 말이야.
“이게 바로 준비된 자의 여유입니다.”
“아아….”
아주 당당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넋이 나간 채로 바라보는 최주임.
“장비 챙기고 출발하죠. 최주임도요!”
우리는 밥을 흡입하고,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 장비를 챙겼다.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것은, 이미 ‘기타케이스’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그냥 얇고 넓기만 한 천 가방.
스톤 스토어가 악기만 파는 곳인 줄 알았는데, 기술자들 솜씨가 대단하더라.
막 키보드 케이스를 갖고 가더니 뚝딱뚝딱 새 걸 만들어 왔는데, 내 막무가내 전면쌍기타가 아주 쏙 잘 들어간다.
‘기타를 메고 길거리를 거니는’ 간지는 없어지겠지만, 케이스를 여는 순간 멋이란 것이 폭발할 것이다.
“이게 바로 힘을 숨기는 기타 …!”
“으 … 응?”
우리는 자기 일처럼 도와주신 나선생님과 박작곡가에게 인사를 한 뒤, 호텔을 나섰다.
본선과 결선 장소는 같다.
그 커다랗기 그지없는 밀레니엄 돔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
“… 본선보다도 많네.”
어째, 아무리 봐도 본선보다도 사람이 많이 몰려있었다.
본선 때도 ‘이 인파가 어떻게 다 들어가지?’ 싶었고, 실제로도 다 안 들어갔는데 …
“그러게 ….”
결코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닌 모양이었다.
“어이.”
“[왔구나.]”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자, 아이작과 김태현이 보였다.
“[둘 다 얼굴 좋아 보이네.]”
“[그럼요.]”
“좋지.”
나만큼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표정 한편에는 여유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게 바로 영상의 물건이구나.”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 얼굴은 안 쳐다보고 기타 가방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이해는 간다.
넋이 나갈 만도 하지.
“[부럽냐?]”
“[… 아니.]”
“[그건 좀 ….]”
쯧쯧.
나는 혀를 찼다.
전면쌍기타의 멋짐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전보다 여유가 생겼다고는 하나, 둘 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앞선 사람으로서 이끌어줄 필요성이 아주 절실하게 느껴진다.
“가자.”
우리는 아주 당당하기 그지없는 발걸음으로, 레드 라인이 쳐져 있는 전용 통로를 걸었다.
와아아아아아-!
동시에, 엄청난 포효와 환호성이 오늘 무대의 기대감을 가늠하게 해주었다.
“… 응?”
근데 가던 길에 누군가 엉덩방아를 찧고 있더라.
어쩔 수 없으니 일으켜 세워 줬다.
눈빛을 보니 뭔가 내 팬이 120% 정도 확실해 보여서, 기대 만발의 멘트를 던진 건 덤.
“수재 … 뭔가 선수 같애.”
“으응…?”
“아니야.”
소이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성별이나 나이가 어떻게 됐든 간에 팬서비스를 소홀히 할 수는 없지.
내게 있어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안녕하십니까.]”
이제는 뭔가 익숙해져 버린 대기실로 들어가자, 곧바로 진행 스태프가 우리에게 따라붙었다.
동시에,
“[여기 있습니다.]”
우리에게 표를 나누어주었다.
받은 종이에는 아주 또렷이, ‘5’가 적혀 있었다.
‘… 내가 피날레를 장식하라는 거구만.’
바라는 바다.
부담감 따위는 전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11시 30분부터 진행됩니다.]”
“[넵.]”
“[그 이전에는 세션 분들의 리허설이 있을 예정입니다. 같이 가시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세션들께 직접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우리에게는 리허설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션은 다르다.
우리가 실수하는 것은 단순히 ‘평가’에만 영향이 가지만, 세션의 실수는 ‘참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
쥬우우웅-
타타탁-!
둥-!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우리는 세션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아무도 없는 공허한 관객석에서 조용히 연주를 들었다.
솔직히 아주 훌륭했다.
풀 악보를 제공한 것도 아닌데, 이제부터 연주할 곡의 멜로디에 완벽하게 어우러지게끔 편곡이 끝나 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하하하. 부끄럽습니다!]”
다만 한가지 특이사항이라고 한다면 …
“[페데리카 모레티가 늦는군요.]”
본선에서 여러 의미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페데리카 모레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세션들이 총 다섯 곡을 연주했으니, 악보를 제출 안 한 것도 아닐 텐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꽤 늦었다.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
“….”
대기실로 돌아가 마주친 그녀의 표정은 마치 뭐랄까 ….
장염에 걸려서 한 일주일 동안 사투를 벌인 사람의 표정 같달까.
피부는 메말랐으며, 얼굴은 푸석거리고, 흡성대법에 당하기라도 한 양 온몸이 축 처져 있다.
“[…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
“[히힣. 너희 … 준비 열심히 했겠지 …? 근데… 그래도 나는 못 이겨. 흐흐. 게다가 오늘은 100기타도 없잖아 …?]”
처음 만났을 때는 분명 존댓말을 썼던 것 같은데.
이제는 반말이 패시브구나.
중얼중얼.
중얼중얼중얼.
대꾸하는 이는 아무도 없음에도 페데리카의 혼잣말은 계속됐다.
내가 닷새 동안 많은 일을 겪었던 것만큼, 그녀 또한 많은 일을 겪었을 것이다.
… 딱히 동정이 가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그저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시간을 흘렀다.
건물 전체에 진동과 열기가 도는 것을 보니, 아마 입장이 다 끝난 모양이다.
대기하던 중에는 부모님이나 친구들, 에이트라에게 응원 메시지가 많이 왔다.
고맙다.
기대에는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이동하시겠습니다.]”
직원이 찾아와, 우리를 임시 대기실로 안내했다.
매직미러, 그리고 모니터 너머로, 사람들의 기대에 찬 시선이 느껴진다.
– 닷새라는 시간은 짧으면서도 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정말정말 길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치의 지체 없이! 지금부터 w-legc의 피날레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도 목소리가 우렁찬 사회자.
그 맞은편에 앉은, 본선 때와 같이 근엄하게 앉아 있는 심사위원들.
“다녀올게.”
한 명 한 명씩 대기실을 떠나 무대에 오르는, 역경을 이겨내고 결선에 오른 사람들.
와아아아아아아아-!
함성 소리는 언제나와 같았다.
와아아아아아아- !
언제 들어도 결코 질리지 않았다.
“….”
길면서도 짧은 순번이 지나간다.
그들의 연주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
당연히 좋지.
아이작, 안태식이 둘은 바위산에서 영약이라 주워 먹은 양 본선 때와는 진행력과 센스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단시간에 바뀔 수 있는지.
통조림에 가두고서 캐물어 보고 싶다.
“소이도 잘하고 있구나.”
소이랑은 항상 붙어 다녔고, 변화는 내가 가장 먼저 알고 있었다.
성향과 방향성의 변화.
강점은 강점대로 강화되고, 지적받은 단점은 확실히 억눌러졌다고나 할까.
업계 탑 수준의 두 스승에게 전담마크를 받기도 했고, 기타를 바꾼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역시 본인의 의지가 변화에 가장 강렬히 작용했을 것이다.
잘하고자 하는 의지 말이다.
“빡세구만.”
이러나저러나, 이곳에서 내가 이곳에서 평가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고,
중요한 건 관객들의 반응이다.
저 눈빛들을 보라.
결코, 절대로. 실망한 사람들의 눈빛이 아니다.
다만 페데리카는 …
“… 나쁘진 않네.”
정신적 충격을 꽤 받은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쌓아둔 능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잖아?
막 폐인이 돼서 실수를 연발하고 … 이런 일은 없었다.
잘 쳤다.
다만, 본선의 그 연주력이 나왔느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페데리카 모레티는 본선에서 큰 실수를 했다.
그리고 큰 실수를 만회하려면 큰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란 놈이다.
닷새라는 기간은, 커다란 실수를 만회하기에는 너무나 짧았다.
터덜-터덜-
4번 순서, 페데리카의 무대가 끝났다.
그녀는 기타를 한 손으로 질질 끌며, 임시 대기실을 지나쳐, 복도 저 너머로 나아갔다.
이대로 무너질까, 아니면 깨달음을 얻고 새로 태어날까.
잘 모른다.
다만, 회귀하고 나서 자주 그랬듯,
내가 아는 미래에, ‘페데리카 모레티’라는 유명 기타리스트는 없었다.
전 세계의 기타리스트를 전부 꿰뚫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도.
그럼에도 페데리카는 유명하지 않았다.
그녀의 미래는 그녀 자신, 혹은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5번, 김수재씨.]”
“[예.]”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어느새인가 텅 비워진 임시 대기실을 스윽, 훑어본 다음,
기타를 짊어지고, 페달 보드를 손에 들었다.
문을 열고, 암흑으로 뒤덮인 무대의 뒤편으로 나아간다.
길고 길었던 대회의, 마침표를 찍으러.
그리고 내가 이룬 ‘모든’ 성과를, 모두에게 보여주러.
“수재 화이팅.”
“고마워.”
“다 끝나면 한국에 가서 … 영화 보자.”
“그럴까?”
“밥도… 맨날 같이 먹자.”
“좋지.”
“그리고 … 또….”
“소이야.”
“응?”
“사귀자.”
“좋아.”
“… 응?”
“좋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