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61
본선에 부는 바람 (2)
‘전국 음악 장학 경연대회’는, 본선에 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대회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콩쿠르에서 ‘수상’을 한 다음 예선에 오르고, 그 예선에서 또 ‘본선’ 진출권을 얻고.
절대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음악을 사랑해야 하며, 진심을 다해야 하며, 재능이 있어야만 한다.
성적이 좋은 사람에게,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금전적인’ 지원을 한다.
돈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음악은 돈 잡아먹는 괴물이니까.
그런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아름다운 ··· 일인데.
일등은 나다.
“끄으윽···”
나는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와 땀을 뻘뻘 흘리며 거리를 걸었다.
존나 무겁다.
어깨가 빠지진 않을까 걱정된다.
부처님 오신 날에 해탈할 것 같네.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생고생인지.
“후욱, 후욱.”
왜 우리 엄마 아빠는 오전에 일이 있으시다는 걸까.
아들내미가 전국대회에 출전한다는데. 약간 섭섭하다.
쉬잉-!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를 멍하니 바라본다.
이번 생에는 차 꼭 사야지 꼭.
“후 ···”
20분 정도의 행군 끝에 간신히 본선장에 도착했다.
이미 한 번 온 적이 있는 세련된 건물이었다.
유리창이 넓적넓적하고,
사람들도 많이 돌아다니고.
나는 벽면에 걸린 큼지막한 플래카드를 확인했다.
“어후, 덥다.”
나는 재빨리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 응?”
입구 바로 앞에서 김태현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나랑 대화를 별로 안 하는 놈이다.
먼저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항상 친구들이 붙어 있어서 말 걸기도 뭐하다.
재능충.
잘생긴 재능충.
내가 내린 김태현에 대한 평가는 그랬다.
“빨리 왔네?”
“그냥~ 시간이 남아서.”
김태현의 시선이, 내가 메고 있는 기타 가방에 향한다.
깁슨 하나.
스콰이어 하나.
솔직히, 고민을 좀 하긴 했다.
레일라는 스트라토캐스터가 딱인데.
근데 깁슨으로 쳐도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
적응한 건 결국 스트랫이고.
녹음할 때 사용한 것도 스트랫이고.
그래서 둘 다 가져왔다.
간단하잖아.
쌍기타.
“후우···!”
김태현은 면전에서 크게 한숨을 토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보다.
“왜?”
“아니 그냥 ···”
항상 싱글벙글 웃는 선한 얼굴이 조금 찌그러졌다.
김태현은 한참 뜸을 들이다, 기어들어가는 듯한 볼륨으로 말했다.
“넌 정말 ··· 내 머리 꼭대기에 있구나.”
뭔 소리지?
진짜 개뜬금 없네.
“뭐야 갑자기.”
“아니, 아니야.”
김태현은 힘이 빠진 듯 추욱, 어깨를 늘어뜨렸다.
왜 저런다냐.
준비 열심히 했다면서.
어떤 곡을 칠지 되게 기대했는데.
잠금이 걸린 하드케이스 들고 있는 거 보니 오늘도 번개 맞은 기타 가져왔나 보다.
김태현은 터덜터덜, 세상 다 산 사람 같은 걸음으로 내게서 멀어져갔다.
뭐야 대체.
부우웅-
주차장 쪽으로 기다란 리무진이 들어온다.
나는 입구에서 반듯한 앞머리 소녀를 기다렸다.
“잠은 잘 잤어?”
“으응 ···”
나는 피곤해 보이는 소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소이의 차림은 저번 콩쿠르보다는 간소했다.
박스티에 청바지… 인데 신발이 80만 원짜리네.
소이어머니, 아버지도 오셨다.
정말, 엄청 귀티나게 차려입으셨다.
“수재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
나는 냉큼 고개를 숙였다.
“기타를 두 대나 들고 왔네?”
“일 열심히 해서 하나 더 샀습니다. 두 개 쓰려고요.”
“일? 무슨 일?”
“그 ··· 게임 OST 작업을 좀 ···”
소이 어머니의 눈동자에 순수한 호기심이 비쳤다.
흥미가 끓어 오르시는 모양이다.
“어머어머, 게임 ost? 배경음악으로 들어가는 거야?”
“레브소닉이라는 리듬게임인데요, 제가 편곡한 곡으로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거예요.”
“잘은 모르겠지만 ··· 장하다 장해!”
탁탁탁-!
소이어머니는 격하게 내 어깨를 두들기셨다.
뭔가 우리 엄마보다 반응이 좋다.
엄마미안해.
“···.”
소이 아버지는 ···
내 기타가방을 유심히 쳐다보고 계신다.
기타 모으는 게 취미라고 하셨던가?
기대하셔도 의미 없을 텐데 ···
흔해빠진 스탠다드니까.
“··· 잘해라.”
“넵!”
소이 아버지는 내게 작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여전히 목소리가 무섭다.
“소이가 하루 종일 핸드폰이랑 기타 잡고 있더라~ 기타치다가~ 핸드폰 잡다가. 너랑 카톡 하는 거 다 알거든~? 평소에 무슨 얘기하니?”
“어, 엄마아 ···”
“부끄러워 하기는~ 근처에 좀 들렸다 올게~ 준비 잘하고! 긴장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나는 소이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소이는 내 옆에서 걸으며 귀가 빨개친 채로 푸욱, 고개를 숙였다.
저번에는 평일임과 동시에 ‘예선’이라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 오늘은 달랐다.
건물안에 사람이 우글우글하다.
잔뜩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짓는 참가자들.
참가자들을 다독이는 친구들과 가족들.
“쟤 걔 아냐? 빨간 기타.”
“와 ··· 실물 처음 봐.”
누군가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빨간 기타라···
전공생들 사이에서 내 위상이 꽤나 올라간 모양이다.
하도 나대고 다녀서 그런가.
“수재 유명해졌어 ···”
“에이 뭘. 아직 멀었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관객석이 부족하진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해 본다.
오늘이 본선 이틀 차다.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수상도 같이한다.
“소이야아!”
윤수빈과 최유진이 쫄래쫄래 달려왔다.
둘은 나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은 채, 갑자기 속닥속닥, 비밀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윤수빈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무슨 대화를 하는지 존나 궁금하다.
내 뒷담 깔 애는 아닌데.
물어보려던 찰나, 윤수빈은 소이와 최유진을 데리고 화장실로 도망쳤다.
나는 혼자서 본선 장소인 ‘아트 플러스 홀’로 이동했다.
저번 예선 장도 충분히 넓었었는데 ···
“오 ···”
자연스레 감탄이 터져 나왔다.
넓다.
예선장보다 더욱 넓다.
게다가 2층까지 있다.
본선장은 지키는 사람 하나 없이 자유롭게 개방되어 있었다.
“꽉 차겠네.”
이 많은 좌석이 전부 채워진다라···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기대된다.
관종의 피가 끓어오른다.
피아노나 기타 클래식 악기들은 어제 본선이 끝났다고 한다.
즉, 오늘은 ‘실음’악기들만으로 대회가 진행된다.
나는 터벅터벅,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
“···?”
병신 둘이 다리를 쫙 벌리고 누워 있었다.
“뭐하냐?”
“여기 존나 차가워서 기분이 좋음.”
“리얼.”
혁오도 왔네. 언제 온 거지.
차가워 봤자 나무바닥이 얼마나 차갑다고 ···
나는 궁금함에 못 이겨 두 사람과 같이 무대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흐음 ···”
기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진짜 좋네.
“···.”
한참을 누워 있자, 뭔가 미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뭐해?”
부드러운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뜬다.
클래식 기타를 한 손에든, 긴 생머리 소녀.
예쁘다.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첫눈에 반할 정도로.
“나 리허설 해야 하니까 좀 나올래?”
오늘따라 말투가 되게 부드럽다.
나는 오소소 팔에 소름이 돋았다.
‘나와’ 도 아니고 ‘나올래?’ 라니.
내가 쟤한테 저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었나?
“···벌써?”
“시간이 별로 없대.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가야 돼.”
“···.”
아무리 들어도 진짜 적응이 안 된다.
무슨 이유가 있을 거다.
나는 소름에 못 이겨 급히 무대에서 일어났다.
언제 왔는지 모를 에이트라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의 손에는 미러리스 카메라 한 대가 들려 있었다.
··· 이래서 저런 말투를 쓰는 거였구만.
잘 알겠다.
에이트라는 나에게 살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언제 오셨어요?”
“회사 들렸다가 민서씨랑 같이 방금 왔어요. 오늘 본선 일정 진짜 빡빡해요. 보세요.”
나는 에이트라가 내민 종이를 받아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다.
어제 문자로 일정변경 안내를 받았으니까.
9시 15분부터 10시 15분까지 리허설
본선 시작은 10시 40분이다.
“이해가 안 가네.”
“선생님이 시상식 6시라고 하지 않았어?”
“그러게···”
도현이와 혁오도 갑작스런 일정변경에 의문을 토했다.
“자~ 카메라 돌아갑니다~”
에이트라는 카메라에 외장 마이크를 척- 붙이며 말했다.
“리허설 까지 찍어요?”
“이거 브이로그 비슷한 거거든요. 수재씨도 까메오로 출현 콜?”
무대 영상만 찍는 게 아니라, 하민서 브이로그 까지 찍는 건가?
하민서는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적대적인 감정을 얼굴에서 덜어내며 싱긋, 미소를 머금었다.
가수 하지 말고 배우 하면 될 거 같은데.
나는 멋대로 카메라에 얼굴을 내밀며 이를 드러냈다.
“~ 표정 좋아요~ 완전 락킹합니다.”
하민서의 표정이 같이 썩었다.
“나도나도.”
“나도나도나도.”
혁오와 도현이도 하민서의 브이로그에 난입했다.
역시, 뒷일을 생각 안 하는 게 편하긴 해.
개꿀이네.
덜컥-
무대 뒤편의 문이 열리고, 복도에서 참가자들이 하나 둘 씩 들어왔다.
예선을 통과한 진짜 실력자들이었다.
미래의 음악인들의 얼굴은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은 나와 도현이 뿐이었다.
“자! 짧게 ‘1분’ 리허설 시작할게요~”
진행 요원이 큰 소리로 외쳤다.
“··· 리허설시간 1분밖에 안 줘?”
“그러게 ···”
“한 곡당 30초씩 하라는 거야 뭐야 ···”
불평과 불만이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뭔 본선 일정이 예선보다 더 촉박한 거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 왜 굳이 3시로 수상식을 잡은 건지···”
“그러게요 ··· 너무 짧은데.”
에이트라가 고개를 덕이며 동의했다.
본래 일정을 급하게 축소시켜 놓은 느낌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말이다.
머릿속에는 찝찝하기 그지없는 의문만이 남았다.
나는 소이와 최유진에게 다가갔다.
무대에는 두 개의 기타 앰프와 한 개의 베이스 앰프, 드럼이 비치되어 있었다.
“이거 ··· 소이네 거랑 똑같네.”
마샬 jvm 410c .
명기다.
예선때는 없었는데, 아마 새로 빌려 온 모양이다.
클린, 크런치, od1, od2
총 네 개의 채널에 각각 세 개의 모드가 있다.
앰프는 하나인데, 선택지는 12개인 놈이다.
“난 이거 써야징~”
최유진은 오늘도 블루스 디럭스를 쓰는 모양이다.
저게 클린톤은 사기라니까.
“톤 만들 수 있겠어?”
“응 ··· 해볼게.”
나는 소이를 도왔다.
곡은 neil zaza의 Celestine과 joe satariani의 summer song.
마샬이 있어서 다행이다.
두 뮤지션 다 ‘하이게인’ 사운드를 자주 사용하니까.
좌아아아앙-!
마샬 앰프에서 자글거리는 디스토션 사운드가 흘러나왔다.
“여긴 레드 모드가 아니라 오렌지 모드로 돌린 다음에 부스트하면 ···”
나는 열심히 두 사람의 리허설을 도왔다.
기껏 올라왔는데.
본선까지 올라왔는데.
일주일 동안 신물이 나도록 연습했는데.
붙어야지.
붙여야만 한다.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해질 거 같다.
나는 최유진의 톤 세팅을 한참 도왔다.
몽고메리의 곡은 리버브와 코러스를 섞는 게 분위기에 맞는다.
이건 내가 ‘공연해본’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었다.
“··· 너 시선 되게 안 좋은 거 알아?”
한참 두 사람의 리허설 준비를 돕고 있을 때, 하민서가 대뜸 입을 열었다.
“나? 왜?”
“예선 1등이 자기 친구들만 돕잖아.”
“은근 칭찬하네?”
“···.”
하민서는 금방이라도 욕을 내뱉을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수재 친구 구합니다~ 친구비 500만 원~ 무료 톤 컨설팅~”
혁오가 괜히 깝친다.
톤세팅에 500만 원을 누가 내.
참가자들은 부러운 듯이 소이와 최유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적당히 내 리허설도 마쳤다.
괜찮네.
기타는 한 대만 썼다.
무대를 위해.
진짜 무대를 위해.
이상하리만치 급하게 진행되는 일정.
저번처럼 ‘일렉기타’가 1 순번인 일정.
일렉기타 중에서도, 내가 1 순번인 일정.
나는 숨소리만이 들려오는 적막한 대기실에서, 본선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척척 진행했다.
“···.”
“···.”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첫 번째 곡 트립티크.
두 번째 곡 레일라.
서로 다른 기타로 연주를 해야 한다.
근데 ···
다른 기타를 옆에 눕혀두고 친다?
벽에 기대어 둔다?
간지가 안 나잖아.
그러니까, 이게 간지다.
이게 멋이다.
이게… 락이다!
“지 ··· 진심이야?”
경악에 물든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대기실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헤엑···!”
“대체 왜 ··· 저러는 거야?”
스트라토캐스터를 뒤로 멘다.
레스폴을 앞으로 멘다.
기타 두 대가 내 몸을 샌드위치처럼 감싸고 있는 형태.
이 ‘안정적인’ 형태.
“이게 바로 [쌍기타]다.”
나는 직원의 호명에 따라 무대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