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화 프롤로그(1/355)
프롤로그
“하··· 개 같은 논문. 이제 겨우 다 썼네.”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새벽 4시가 됐다.
사실 이제 이게 일상이 되어버렸는지라 분노는커녕 한숨조차 나오지 않는다.
문과 중에서도 문사철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노답 취업률 3인방.
그중에서도 사학과 박사 과정을 밟는 걸 선택한 사람은 나 자신이기에 누굴 욕할 수도 없다.
그래도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절대로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학과는 취업률도 낮으면서 석박사 과정에 더럽게 오래 걸리는 걸로 악명이 높다.
5학기 만에 석사를 따도 굉장히 빠르다는 말을 듣고, 박사 과정은 7, 8년씩 걸리는 사람이 허다한 판국이다.
나도 7년째 악덕 교수의 손에 붙들려 연구실에서 논문 셔틀만 하고 있는 신세였다.
처음에 학부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가족 하나 없는 천애 고아였지만 정말 미친 듯이 공부해서 이 명문대까지 들어왔다.
학부에 들어와서도 전국 각지에서 온 수재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악을 쓰고 공부만 하며 살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하루에 6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던가.
독기를 품고 미친 듯이 달려든 덕분인지 학점도 꽤 잘 나왔고, 나를 좋게 봐주는 교수님들도 여럿 있었다.
그중에 한 명이었던 이용욱 교수가 자신이 잘 봐줄 테니 대학원에 진학해 보라는 권유를 했다.
이용욱 교수는 대학 내에서는 물론 한국 서양사 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교수 중 한 명이었다.
나는 당연히 쾌재를 부르며 고민 없이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이용욱 교수 밑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자연스럽게 나도 이곳에 교수로 뿌리를 박는다.
그런 장밋빛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지리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정확히 그때부터 내 인생이 한층 더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
일단 서양사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으려면 중세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가 기본이다.
학부 때는 애들 장난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공부량이 폭증했다.
그래도 이런 공부야 자신의 발전을 위한 것이니 감수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이용욱 교수 이 인간이 자신의 밑에 있는 대학원생들을 기계처럼 혹사시킨다는 점이다.
이 천하의 쌍놈은 싹수가 보이는 학생들을 달콤한 말로 유혹해서 밑으로 데려온 뒤 가차 없이 굴렸다.
물론 교수의 연구성과나 과제 등을 대학원생들이 맡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이 인간은 진짜 도를 넘었다.
당장 나만 해도 이 인간을 위해 써낸 논문이 지금까지 수십 편이 넘는다.
골 때릴 정도로 주제도 다양하게 잡아서 나는 팔자에도 없는 계량경제나 데이터 마이닝 같은 것도 배워야 했다.
내가 주력으로 담당한 시기는 17세기에서 19세기 프랑스였는데 덕분에 나는 이 분야에서는 거의 도사가 됐다.
정치, 경제, 사회 그냥 모든 면을 통달했다고 봐도 좋다.
그 대가로 나는 박사 과정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다.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를 물처럼 마셨고 건강검진에서 거의 모든 수치가 위험군에 도달하는 악몽 같은 업적을 달성했다.
이 지옥 같은 삶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이용욱 이 인간이 그래도 보상 하나는 확실히 해준다는 점이었다.
이용욱은 혹여라도 자신을 찌르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받은 만큼은 확실히 돌려주는 성격이었다.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 자체는 제대로 만들어 주었고, 장학금으로 유학을 다녀올 기회도 받았다.
나 같은 경우 박사 과정을 밟고 학위가 나오면 교수가 될 수 있도록 힘써주겠단 약속까지 받았다.
그러니까 이 미친 짓을 하는 거지 아니었으면 진즉에 연구실에 불 지르고 나왔을 거다.
그래. 수료할 때까지만 참자. 박사 학위만 나오면 된다.
그때가 되면 이용욱은 나 대신 쌩쌩하고 건강한 학생을 노예로 삼아 부려 먹을 것이고, 나는 해방 노예로 승격할 수 있다.
회심을 기울여 완성한 논문 파일을 컴퓨터에 저장해두고 교수에게 메일을 보낸 뒤, 연구실 밖을 나섰다.
이번 논문은 특히나 공을 들인 중요한 논문이라 교수도 완성한 뒤에는 일주일 정도 쉬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악마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선물로 받은 최고급 와인 한 병을 선물로 쥐여주었다.
샤토 페트뤼스라고 면세점에서 사도 200만 원이 넘는 명품 와인이라고 한다.
이런 걸 보면 또 그 교수가 마냥 악질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이런 걸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하나?
어느새 악마 같은 교수를 용서해버릴 것만 자신의 어리숙함에 현기증마저 느껴진다.
그렇구나. 이래서 마키아벨리가 당근과 채찍의 균형을 강조한 것인가.
그렇게 실없는 생각을 하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나는 나중에 교수가 되도 저렇게까지는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을 하는 인간 중 열에 아홉은 자신이 받은 그대로 돌려준다는데 나는 과연 어떨까.
새벽의 거리는 기분 나쁠 정도로 아무도 없어 종종 실없는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끔 나와 같은 신세인 대학원생들이 눈에 띌 때가 있는데 그저 서로 쓴웃음만 주고받으며 각자 갈 길을 간다.
원룸이 있는 근처에 도착해도 아직 거리는 텅텅 비었다.
이 시간대에는 고시촌의 학생들도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을 때다.
직장인들도 이 무렵부터 출근하는 사람은 정말 지독하게 부려 먹히는 사축을 제외하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나도 일주일간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소소한 행복에 감격을 주체못하며 소중하게 품에 안은 와인의 상표를 한 번 더 확인했을 때다.
핑하고 머리가 돌더니 순간적으로 시야가 흔들렸다.
이번 달 내내 하루에 2, 3시간밖에 자지 못했으니 드디어 몸이 맛 가버린 모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모 감독님의 명언처럼 쓰면 쓸수록 강해지지 않는다.
“이런 씨···.”
끼이이이익!
어떻게든 간신히 몸을 수습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허공으로 붕 떠오른 내 몸이 모 파란 고슴도치 뺨치게 빙글빙글 돌았다.
내 몸을 치고 간 육중한 세단은 속력을 전혀 줄이지 않고 전진하다가 그대로 담벼락에 처박혔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뺑소니 교통사고구나.
이런 시간에 이따위로 운전을 하는 놈이라면 뻔하다.
새벽까지 줄창 퍼마시다가 자긴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운전대를 잡은 놈이겠지.
흐릿해져 가는 시야에 저 위로 솟아오른 와인병이 보였다.
씨이발.
음주운전 뺑소니에 인생 하직하는 것도 황당하데 수백만 원 나간다는 와인의 맛조차 모르고 간다는 게 너무나 억울하다.
이게 진짜 끝인가?
여기서 이렇게 죽을 거면 난 대체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왔던 거지.
그냥 다른 친구들처럼 해외여행이라도 갔거나 진탕 술에 취할 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며 놀기라도 해봤으면 몰라.
난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단 말인가.
박살이 난 와인 병에서 붉은 액체가 줄줄줄 흘러나오는 게 보인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저거 연구실에서 한 입은 마셔보고 나오는 건데.
그것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허무하게 꺼진 이번 삶에서의 마지막 푸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