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0화 내어주겠나? 전부 다(100/355)
내어주겠나? 전부 다
이번 파리 조약은 단순히 영국과 프랑스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전쟁에 직접 참여한 에스파냐와 네덜란드, 미국, 그리고 마지막에 슬쩍 해상봉쇄에 한 발 걸친 러시아까지 참가하는 대규모 협상이었다.
스페인의 대표로 참가한 호세 모니노는 회의장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들뜬 마음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드디어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군요. 영국 놈들의 콧대가 납작해지는 이 날이요.”
“그게 다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싸워 이뤄낸 결과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이번 전쟁 최고의 수훈자는 역시 왕자 전하시죠. 사전에 전하께서 계획한 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캬~놀라워요. 정말 감탄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아무리 제 예상이 맞았다고 하더라도 귀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프랑스만으로는 이 정도로 성과를 내진 못했을 겁니다.”
내말에 호세의 얼굴이 더없이 밝아졌다.
틀림없이 18세기 에스파냐에서 가장 유능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그는 이미 사실상 차기 총리로 내정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후의 일을 고려하면 여기서 최대한 체면을 세워줘서 내게 호감을 가지게 만들어둬야 했다.
물론 그건 저쪽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는 사실 이전에 교황청에서 뵀을 때 전하께서 장차 큰일을 해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봐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면 이번 협상도 아름답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도록 서로 협조를 아끼지 말도록 하죠.”
“이를 말씀입니까.”
호세가 기분 좋게 웃으며 내 옆에 바싹 붙어 따라왔다.
반대로 프랑스 주재 네덜란드 대사인 마테우스 레스테베논은 이쪽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가지고 있는 국력과 전쟁에서의 공헌도에 따라 가져갈 파이의 양이 달라지는 법이다.
그렇게 봤을 때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이득을 취할 국가는 역시 프랑스였다.
그리고 다음은 역시 에스파냐다.
비록 영국에게 해전에서 패배하긴 했어도 그들은 북아메리카에서 상당한 전력을 투입했고, 프랑스와 함께 성공적으로 영국을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마지막에 슬쩍 발만 걸쳤으니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았다.
애초에 대표로 참석한 알렉산드르는 그냥 내가 어떻게 영국을 요리하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는 듯 보였다.
반면 네덜란드의 입지는 조금 미묘했다.
“···크리스티앙 전하, 확실히 저희가 빼앗긴 식민지들은 돌려받을 수 있는 거겠지요?”
“물론입니다. 네덜란드가 이번에 손해를 본 걸 메우고도 남을 만큼의 보상을 안겨드리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네덜란드 대사 마테우스는 대놓고 머리를 굽신거렸다.
그만큼 지금 네덜란드의 처지는 절박했다.
1, 2세기 전만 하더라도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네덜란드지만 지금은 이미 2류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전쟁에서도 네덜란드는 단독으로 임한 모든 전투에서 영국에게 박살났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에게 일방적으로 밀려서 지니고 있던 식민지 중 상당수를 빼앗기는 추태까지 보였다.
이번 전쟁에서 거의 기를 펴지 못했던 영국이 유일하게 흥을 냈을 때가 바로 네덜란드를 두들겨 팰 때였다.
그렇기에 네덜란드는 사실상 이번 조약에서 아무런 발언권이 없었다.
빼앗긴 식민지만 돌려주고 약간의 배상금만 쥐어줘도 감지덕지겠지만 나는 조금 더 콩고물을 나눠주기로 했다.
“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렸으면 혈맹이나 다름없지요. 프랑스는 절대 동맹의 어려움을 못본 채 하지 않습니다.”
“역시 그릇이 크십니다. 영국 놈들은 자신들에게 이득만 된다면 동맹국의 뒤통수도 서슴지 않고 치던데 말입니다.”
호세가 옆에서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쳐댔다.
어차피 이미 쇠약해진 네덜란드에게는 이득을 나눠준다고 해도 장래에 아무 위협이 되지 않는다.
에스파냐도 마찬가지다.
이 두 나라가 세계를 주름잡던 시대는 이미 끝났고 다시 올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나름의 쓸모는 남아있다.
“자, 그럼 들어갈까요. 영국측은 이미 도착해 있다고 하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하긴 안 그래도 암담할 텐데 조금이라도 굴욕의 시간을 줄여주는 게 자비를 베푸는 길이겠군요.”
호세가 조소를 흘리자 뒤따라오던 마테우스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나도 일단 표면적으로는 그들에게 동조하며 꽉 닫힌 회의실의 문앞에 섰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미리 착석해 있던 영국측 인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안하셨습니까, 전하.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노스 경도 어제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태연히 노스 경의 인사를 받아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내 주의는 어차피 이제 곧 실각당할 실권없는 총리에게 가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책과 기록에서 질리도록 봤던 요주의 인물.
윌리엄 피트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쪽도 대단한 인물이긴 하지만 나는 아들 쪽을 조금 더 주시하는 중이었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대 피트와 달리 소 피트는 앞으로 두고두고 나와 부딪칠 일이 많을 테니.
“노스 경의 옆에 계신 분들도 이번 협상에 참여하시는 거겠지요?”
“물론입니다. 피트 백작께서는 영국의 총리직을 역임하셨던 분으로 이번 협상에 참가하기에 식견과 배경 전부 부족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 피트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는 미국의 대표로 참여한 벤저민 프랭클린 쪽을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프랭클린의 입에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피트 백작님. 아직 정정해 보이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영국에 계실 때 여러모로 신경 써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이렇게 되기 전에 더 평화롭게 일이 마무리 됐으면 좋았을 텐데요.”
피트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랭클린으로서는 식민지에 우호적이었던 피트가 이런 패전 협상에 끌려나온 게 안타까운 거겠지.
물론 그렇다고 협상에 사정을 봐줄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도 내가 허락하지 않을 테지만.
“그러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사실 저희측은 이미 사전에 의견을 조율해 뒀습니다. 영국측만 찬성한다면 빠르게 조약을 맺을 수 있을 겁니다.”
“예. 우선 그쪽의 요구사항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우선 가장 먼저 영국은 미국측의 독립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불합리한 관세와 규제로 보복하는 행위는 절대 엄금한다는 데에 동의해주셔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건 이쪽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내 말에 보태서 프랭클린이 커다란 지도를 탁상 위에 올려놓았다.
“독립 인정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국경과 영토를 확정짓는 겁니다. 저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13개 주만이 아니라 미시시피강 서쪽에 이르기까지 추가적인 영토를 가지기로 합의했습니다. 영국 측도 이걸 인정해줘야 합니다.”
“···프랑스와 에스파냐가 이걸 허가했단 말씀입니까?”
노스 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경악한 영국측의 반응과는 반대로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그 누구보다 용맹하게 싸우고 피를 흘렸습니다. 마땅한 대가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세도 내 의견에 찬동하고 나섰다.
“저희 쪽도 이견 없습니다.”
이런 전개는 예상치 못했는지 노스 경은 물론 대 피트의 얼굴에도 난처한 기색이 서렸다.
“허어······.”
사실 영국측이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미국이 지금보다 영토를 확장하는 걸 프랑스가 반대할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에스파냐 쪽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긴 했다.
미국의 기존 13개주를 합치기만 해도 이미 프랑스의 영토에 버금간다.
여기에 새롭게 확장되는 영토를 더하면 그 크기가 거의 1.5배만큼 더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멕시코쪽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는 에스파냐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 관점은 조금 달랐다.
어차피 이쪽에서 인정하든 말든 영토확장에 미친 미국은 무조건 서쪽으로 치고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누벨 프랑스를 확보해야 하는 프랑스에겐 장기적으로 커다란 위험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밀어닥치는 게 예정된 파도를 억지로 거스르려 해봐야 이쪽만 손해를 볼 뿐이다.
하지만 막아낼 수 없다고 해도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건 가능하다.
요는 영토 확장에 미친 미국의 눈길이 이쪽을 향하지만 않게 하면 되는 것이다.
즉, 적당히 미국에 협력하는 척 하면서 이쪽이 차지하고 있는 중서부가 아니라 남서쪽으로 미국의 시선을 돌리는 게 내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에스파냐와 충돌하게 될 테지만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다.
그쪽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동안 누벨 프랑스가 안정화 되는 시간을 버는 셈이었으니까.
문제는 에스파냐쪽의 반발인데 이를 잠재울 수 있는 카드도 이미 마련해 두었다.
“다음은 에스파냐의 요구사항인데 얼마 전에 우리와 에스파냐의 함대가 점령한 지브롤터를 이대로 에스파냐의 영토로 삼겠습니다.”
“···원하는 액수를 지불해 드릴 테니 이쪽에 영토 반환을 하는 조건은 안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에스파냐측의 요구 사항은 이걸로 끝입니다. 배상금도 최소한도로만 받고 끝낼 생각이고요.”
노스 경의 안색이 이전보다 더 침통하게 물들었다.
그도 그럴 게 지브롤터를 넘긴다는 건 단순하게 요충지 하나를 잃는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지브롤터는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는 길목과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를 차지하고 있느냐 아니냐로 대서양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차원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에스파냐는 그 무엇보다 지브롤터를 수복하길 원했다.
당장 여길 내어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호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의견대로 미국의 국경선을 인정해주었다.
에스파냐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이 정도는 해줘야 미국과 치고받으면서 시간을 끌지 않겠는가.
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결국 에스파냐는 미국을 이기지 못할 테지만.
“지브롤터는 영국에게 있어서도 실로 중요한 땅입니다. 아무래도 이곳을 포기하는 건······”
“에스파냐측은 이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절대로 전쟁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은 현재 저희가 차지하고 있죠. 현명한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원역사에서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이 꼭 쥐고 놓아주지 않는 땅이었지만 지금은 다를 것이다.
어차피 지금 영국은 전쟁을 재개할 여력이 없었기에 잠자코 내 뜻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결정을 의회나 폐하께서 재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쪽도 어쩔 수 없습니다. 분명하게 이야기하지만 이 부분은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희쪽도 어째서 지금 시점에서 전쟁을 멈추냐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요약하자면 ‘꼬우면 계속 전쟁을 해보든가’ 라는 협박이다.
물론 프랑스에서 이런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었으므로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나로서는 이미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프랑스가 이 이상 전쟁을 계속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만약 여기서 더 전쟁이 길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영국을 망하게 할 생각으로 임해야 하는데, 그러면 장기적으로 내게 좋을 게 없다.
영국이 사라지는 순간 지금 유럽의 공적인 영국의 위치에 프랑스가 그대로 들어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쪽의 생각을 모르는 노스 경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단은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요구사항을 들어보죠.”
“우리가 원하는 건 간단합니다.”
나는 최대한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북아메리카에 있는 영국 식민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신대륙에 있는 식민지를 전부 프랑스에 양도해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