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1화 파악불가(101/355)
파악불가
“신대륙에 있는 식민지를 전부 프랑스에 넘기라니······.”
노스 경의 얼굴은 이제 거의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오버가 조금 심하긴 하네.
상식적으로 일이 이렇게 흘러갈 거라는 걸 짐작 못하진 않았을 텐데.
“정확히 표현하면 잠시 영국에 맡긴 걸 돌려받는 것뿐입니다. 원래 미시시피강 동쪽은 이쪽의 땅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그건 극히 초창기에 불과할 뿐이고 현재 캐나다 지역의 개척에는 영국의 자원이 수없이 많이 들어갔······.”
“그런 비슷한 이야기는 7년 전쟁을 마무리할 때 이쪽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죠. 그때 영국이 이쪽의 입장을 고려해줬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
노스 경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결국 이 상황은 지금까지 그들이 뿌린 대로 거둘 뿐이다.
어쩌겠는가.
억울하면 평소에 처신을 잘했어야지.
아니면 전쟁에서 이기든가.
“그리고 이번에 미국 내의 왕당파들이 캐나다로 대거 이주하려는 움직임이 포착 됐습니다. 이들이 캐나다에 정착하는 건 허락할 수 없으니 전부 영국으로 귀국시켜야 할 듯 합니다.”
“하아······.”
내가 알기로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하는 왕당파의 숫자는 무려 7만이 넘는다.
이 대이동은 원 역사에서 미국 독립 이후 캐나다가 친영국 국가가 되는데 꽤나 일조했다.
이중에서 나름 지위가 있는 이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한폭탄을 누벨 프랑스에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반대로 노스 경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말로 당황한 눈치였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피트 부자도 눈가를 꿈틀거렸다.
역시 이전에 보였던 반응들은 상당수가 의도적인 엄살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저들도 바보가 아닌데 북아메리카를 통째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을 리가.
아마 최대한 버티다가 어쩔 수 없다는 척 받아들이면서 다른 쪽에서 양보를 얻어낼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캐나다에 친영파를 듬뿍 심어놓아서 이쪽의 식민지 경영을 어렵게 만들려는 노림수였겠지.
“별말이 없다면 그쪽에서도 이견이 없는 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이상 영토를 더 포기하게 된다면 의회도, 폐하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물론 전쟁을 계속한다면 이쪽의 피해가 더 커지겠지만 사람이 이성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선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저희도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네덜란드에게 강탈한 영토는 돌려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노스 경이 뭐라고 반론하려던 찰나, 대 피트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고 대신 나섰다.
“알겠습니다. 대신 그걸로 인도에서 저희가 이번에 입었던 손해를 벌충할 수는 없겠습니까?”
“안 그래도 그런 제안을 드리려 했습니다. 노스 경께서는 이 이상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고 하셨지만 교환 형식이라면 가능하겠죠?”
“예. 그거야 뭐······.”
“그러면 구체적으로 이번에 저희 프랑스가 얻은 동인도 지역의 절반을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인도에서 7년 전쟁 이전의 영향력만 회복할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애초에 영국이 이대로 완전히 몰락하면 곤란하니 최소한의 숨통은 틔워주려 했다.
인도에서만 힘을 유지하고 있어도 이미 산업혁명을 맞이한 영국은 최소한 에스파냐보다는 강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에서 붙잡힌 병사들은 다시 송환받을 수 있습니까?”
“저희가 붙잡고 있는 병사들은 당연히 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마이소르나 마라타 쪽은 일단 말은 해보겠지만 그쪽에서 완강하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귀국에서 성의를 보여주신다면 저희도 마라타와 마이소르에 간곡히 부탁을 해보겠습니다.”
즉, 포로들을 돌려받고 싶다면 처신 잘 하라는 뜻이다.
이를 모르지 않을 노스 경은 한숨을 쉬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인도에서 저희 영향력을 지킬 수 있다면 밑지는 조건은 아니겠군요. 받아들이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다만 말씀드린 대로 이쪽의 병사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꼭 좀 힘써주십시오. 솔직히 병사들은 자신의 국가를 위해 헌신한 죄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를 말씀입니까. 최선을 다해볼테니 걱정 마십시오.”
내 확답을 받은 노스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식민지를 토해내게 된 건 분명 뼈아픈 일이지만, 인도에서 빼앗긴 영토를 어느정도 돌려받으면 최악은 면한 셈이다.
사실 인도 전선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운 건 마라타 동맹과 마이소르 왕국이지만, 이 둘은 생각만큼 영토를 점령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영국이라는 공통의 적을 앞두고 손을 잡긴 했어도 근본적으로 두 국가는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이 확연히 밀리기 시작하자 두 국가는 곧바로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이쪽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 땅은 영국에게 돌려줄 생각이었으니 별로 아까울 것도 없었다.
“자, 그러면 이제 대략적인 합의는 이뤄진 것 같으니 세부적인 항목을 조율해 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쪽이 사전에 준비한 것과 거의 달라진 게 없으니 이대로 협의문을 작성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살펴보시고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죠.”
내가 미리 작성해온 조약서를 건네받은 노스 경은 대 피트와 함께 유심히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표정이 똥씹은 것마냥 일그러졌다.
비록 합의한 내용이긴 해도 직접 서면으로 적힌 걸 확인하니 기분이 얼마나 더럽겠는가.
이번에 영국이 본 손해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북아메리카의 모든 식민지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미국의 완전 독립과 새롭게 편성된 영토를 인정한다.
에스파냐가 지브롤터를 지배하는 걸 인정하고, 네덜란드에게 빼앗은 식민지를 전부 반환한다.>
만약 인도에서 잃은 영토를 반환받는다는 내용이 없었다면 노스 경은 영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뭇매를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전쟁 배상금의 상당수를 분할상환한다는 조건도 나름 영국을 배려해주는 모양새긴 했다.
물론 프랑스가 이번 전쟁에 쓴 비용은 일시불로 받았고, 왕실이 진 빚의 상당수를 영국이 상환하는 식으로 채무자를 변경한 거였지만.
“어떻습니까? 잘못된 부분이 있을까요?”
“···없는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조약서를 기본으로 실무자들에게 세부적인 항목을 정리하라고 하겠습니다. 공식적인 서명은 그 뒤에 하도록 하죠.”
노스 경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반대로 에스파냐의 차기 총리인 호세 모니노는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숨기려 필사적이었다.
에스파냐의 절대숙원인 지브롤터 수복을 이뤄냈으니 그 기분이 어떨지는 익히 짐작이 간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 열강들의 세력구도가 빠르게 재편되었다.
지브롤터를 잃었으니 이제 원역사의 초강대국 대영제국은 없다.
지브롤터가 없다면 수에즈도 지중해패권도 없다. 인도의 초석도 남아공을 통해서 먼길을 들여와야 한다.
오대양의 패자? 유럽을 홀로 압도하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식민제국? 이제 그런 건 없다.
뭐 몇 년 뒤 인도를 제패한다면 결국 다시 유럽 최강으로는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다시 돌아와서 앞으로 새로 떠오를 미국이라는 강국을 견제해줘야지.
아마 그때쯤이면 미국과 에스파냐가 치열하게 다투고 대략적인 승자가 정해졌을 시기일 것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승자는 미국이 된다.
그러면 자연히 누벨 프랑스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새로운 상대를 붙여줘야 하는데 그 대상은 영국이 딱이다.
이걸 위해 전쟁배상금 분할상환금의 상당수를 미국에 넘겨줬다.
향후 한 세대가 져야 할 빚을 원래 자기들 식민지에 갚아야 하는 영국의 분노.
지금 당장에야 묵은 감정이 있으니 우리가 주적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단기 임팩트고 영미의 채무관계는 무려 ‘앞으로 20년.’
그 분노는 미국을 향하고 결국 영미의 신패권다툼은 누벨프랑스에 시간을 벌어주리라.
그러라고 분할기간도 일부러 선심 쓰는척 길게 잡아준 거다. 오래오래 잘 갚으면서 화를 키우라고.
물론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프랭클린은 뭔가가 걸리는 눈치긴 했지만, 20년 동안 영국에 빨대를 꽂을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하지는 못했다.
천부적인 감각이 있다고 해도 수십 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는 건 무리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영국 역시 일시불이 아니라 나름 안심하는 눈치였고.
이거 미소가 절로 나오네.
※※※
첫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영국은 결국 그 이후로도 질질 끌려다니다가 프랑스가 원하는 조건으로 파리 조약서에 서명했다.
소 피트는 노스 경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서명을 하고 인장을 찍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역시 이자들로는 안 돼.’
객관적인 제 3자의 시선으로 볼 때 노스 경은 그저 허수아비처럼 크리스티앙에게 놀아났을 뿐,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가 유일하게 노리고 있던 건 미국의 친영파를 누벨 프랑스로 이주시키는 거였겠지만, 크리스티앙은 그걸 간단히 꿰뚫어보았다.
물론 노스 경은 회담 전부터 정신이 한계까지 몰려있었기에 그를 탓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지금 영국은 궁지에 몰려 있었으니 자신이 노스 경의 자리에 있었어도 딱히 달라질 건 없었을 터.
다만 소소한 부분에서는 자신이 더 잘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피트의 마음을 떨리게 하는 건 이미 예상되었던 노스 경의 패배 따위가 아니었다.
‘대체 크리스티앙 왕자는 어째서 나를 보자고 한 거지.’
파리 조약이 정식으로 체결된 뒤, 크리스티앙 왕자는 놀랍게도 영국의 인사를 자신의 궁으로 초대했다.
문제는 그게 이번 외교단의 대표인 노스 경도, 아버지인 대 피트도 아닌 자신이라는 점이었다.
생각해 보면 왕자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할 정도로 자신을 쳐다보았다.
‘역시 나를 알고 있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총리인 노스 경이나 전전 총리인 아버지가 아닌 그를 부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한 건 변하지 않는다.
소 피트가 케임브리지 대학을 다니는 수재이긴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건 고작 그뿐이다.
아무리 봐도 지금 프랑스 권력의 중심인 오를레앙 공작이 직접 지목해서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은 주의해야겠어. 적국의 왕자이긴 해도 밉보여서 좋은 건 없으니.’
잔뜩 긴장한 채 튈르리 궁으로 간 피트는 그대로 저녁 만찬의 자리로 안내받았다.
사람이 우글거릴 거라 예상했으나 의외로 자리는 조촐했다.
왕자 부부와 러시아의 대사인 알렉산드르, 그리고 소 피트, 이렇게 딱 4명뿐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피트로서는 더욱 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 채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크리스티앙 전하, 이런 귀한 자리에 초대해주시니 더없는 영광이옵니다.”
“너무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네. 보면 알겠지만 여긴 베르사유처럼 엄격하고 무거운 장소는 아니거든.”
“···예.”
“내가 어째서 자네를 불렀는지 궁금하겠지? 사실 처음부터 나는 자네를 주시하고 있었다네. 영국의 외교단에 나보다도 더 어린 학생이 끼어있었으니까. 그래서 좀 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영국의 최고 명문대를 다니는 수재라지?”
이제야 피트는 크리스티앙이 처음 보였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자신처럼 어린 사람이 대표단에 끼어있으면 누구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지.
“부끄럽지만 전하께서 관심을 주실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아니지. 자네의 동행을 허락했다는 건 영국측도 자네가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는 뜻 아니겠는가. 피트 백작이 단순한 팔불출처럼 능력 없는 아들을 싸고 돌 사람이 아닐 텐데.”
여기서 더 부정하면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되는 셈이니 피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티앙은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 알렉산드르도 그렇지만 나는 젊은 인재들에게 아주 관심이 많네. 서로 몸 담은 국가가 다르다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지. 이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처럼 젊은 사람들이 더 활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설마하니 왕자가 이런 주제로 자신을 부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살짝 얼떨떨한 기분이 들기도 했으나 동시에 신선하다는 감각도 들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피트는 노스 경을 압박할 때와는 달리 자애롭게만 보이는 크리스티앙 왕자의 눈을 응시하며 고민에 잠겼다.
대체 무슨 꿍꿍이속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아무리 꿰뚫어보려 해도 지금으로서는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