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02화 유럽 대륙 패권의 향방(102/355)
유럽 대륙 패권의 향방
“피트, 자네는 이번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예? 그저 뼈아픈 패배였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지 않을까요.”
“아, 질문이 조금 잘못 됐군. 영국의 젊은이들은 이번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그 점이 궁금했네. 자네는 장차 영국을 이끌어갈 지식인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을 테니 상당히 유연한 시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 봤거든.”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물론 이번 전쟁은 저희 대학에서도 가장 큰 화제이긴 했습니다. 다만 학생들이라는 게 원래 열 명이 있으면 열 개의 의견이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렇군. 그래도 그중 설득력이 있는 의견들은 상당수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이런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걸 좋아하거든.”
내 배경을 모르는 피트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굳이 내가 설명해줄 것도 없이 이제 반쯤 내 추종자가 된 알렉산드르가 바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크리스티앙 전하는 우수한 평민들이 주로 재학하는 학교에서 수학하셨습니다. 물론 곁에서 보좌하는 측근들도 신분의 구별이 별로 없죠. 철저하게 능력을 중시합니다. 그래서인지 젊은 지식인들의 비중이 상당하죠.”
“···그래서 일반적인 정치인들보다 훨씬 사고가 유연하셨던 거로군요. 저희 의회의 정치인들도 그랬다면 이번 전쟁의 양상도 조금은 달라졌으려나요.”
“사실 의회가 자네 부친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였어도 상황이 달라졌겠지. 이번 회담을 쭉 지켜보면서 자네는 어떤 생각을 했나?”
피트는 곧바로 입을 열지 않고 대답을 아꼈다.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타국의 왕자 앞에서 자국 총리를 비판긴 힘들겠지.
그러니 내가 대신 말해주었다.
“잘난척 한다고 고깝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 의견을 먼저 말해보겠네. 영국 의회와 총리의 문제점은 너무 단기간의 이익에 매몰되어 적을 많이 만들었다는 걸세. 언제나 강자의 입장에만 있었으니 자신들이 열세인 회담에서도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했지.”
“그건 노스 경의 노림수를 간파한 전하의 대처가 훌륭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게 노스 경이 오만했다는 증거지. 연륜이 쌓인 노회한 정치인들일수록 자신의 경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자네도 동감하겠지?”
이미 몇 차례 학을 뗀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피트만이 아니라 옆에 있던 알렉산드르도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 전하의 말씀대로입니다. 저희 러시아에도 그런 정치인들이 많거든요. 뭐만하면 나때는 말이야 하면서 훈수를 두지 못해 안달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더 오래 살았으니 경험이 풍부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더군요.”
“맞네. 사실 여러 측면에서는 그 말이 사실이기도 하네. 숙달된 경험이라는 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적지 않으니. 하지만 정치나 협상을 할 때는 그런 인식이 오히려 독이 되는 법이지.”
“그 점은 저도 저번에 여실히 느꼈습니다. 노스 경도 이번에 비슷한 함정에 빠졌던 거로군요.”
“그렇지. 아무리 상대방을 얕보려 하지 않아도 머리에 이미 그런 인식이 박혀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을 수밖에.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묘책이라면 상대방도 떠올릴 수 있다는 전제가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하는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상대를 대상으로는 그런 경계심이 작동을 하지 않으니까.”
이건 분명 지금까지 내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한 가지였다.
테레지아나 카우니츠, 모푸, 전대 오를레앙 공작이 내게 덜미를 잡힌 건 애초에 이쪽을 대등한 상대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확고한 기반을 다진 뒤로는 진지하게 임해봐야 이미 뒤 늦은 발악이었을 테지만.
“하지만 이상하군요. 노스 경은 전하에게 그렇게 철저하게 당하고도 전하를 얕봤다는 건가요?”
“얕봤다기 보다는 자신을 과대평가한 거겠지. 상대방은 만만치 않지만 자신이 경험에서 우위가 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으리라 여기지 않았을까.”
이후의 이야기는 나와 알렉산드르가 주로 이끌어갔지만 피트도 유심히 이쪽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몇 시간 정도가 지나고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 돌아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알렉산드르가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저 학생을 부르신 겁니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결국 영국인. 전하에게 호의를 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당연히 그럴리가 없지. 아마 장래에 나를 가장 증오하는 적이 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면 굳이 전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아니, 그렇기 때문에 저 자를 부른 걸세.”
나는 의아해하는 알렉산드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사람은 보통 자신보다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얕보지만, 반대로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자의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위축된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상대방의 언행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바둑이나 체스를 둘 때 자신보다 하수가 이상한 수를 둔다면 여지없는 떡수라고 판단하고 응징하려 한다.
하지만 명백한 고수가 그런 수를 둔다면 ‘와, 이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수지?’ 하며 고민하다가 혼자 말려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자리에 피트를 부른 이유는 그를 포섭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무슨 수를 써도 영국의 최연소 총리가 될 그는 알렉산드르처럼 내 추종자가 되진 않을 거다.
그렇다면 사전에 확실한 기선제압을 해서 이쪽을 한 수위의 상대방이라고 여기게 만들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를 부른 이유도 그래서였다.
내 열렬한 추종자인 그는 나에 대한 과장된 찬사를 아낌없이 늘어놓았고, 그때마다 피트의 안색은 점점 더 썩어갔다.
프랑스인도 아니고 러시아인이 하는 말이다.
외국인의 평가는 원래 좀 더 객관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인 법.
여기에 객관적으로 내가 이룬 성과들이 있으니 피트로서는 제대로 된 의심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나름대로 나를 분석해 보려 해봤자 나오는 결론은 대적불가.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이며 도무지 약점이 보이지 않는 완벽 초인이라는 결론만 나올 뿐이다.
돌아가던 피트의 어깨에 유독 힘이 없어 보였던 건 아마 어떻게 나를 대적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부디 계속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상상속의 나와 열심히 싸워주길 바란다.
이제 이쪽은 당분간 영국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것 같으니.
※※※
파리 조약의 결과가 알려지자 프랑스는 거의 매일매일이 축제 분위기였다.
언론을 틀어쥔 나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나를 찬양하는 크비어천가를 매일매일 뿌려댔다.
[크리스티앙 왕자의 외교적인 승리. 이미 전쟁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승패가 갈려 있었다.] [에스파냐 대표 호세 모니노의 이유 있는 칭찬. “크리스티앙 왕자의 능력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 [크리스티앙 왕자가 이끈 파리 조약의 쾌거. 이전의 굴욕을 전부 다 씻어버린 프랑스의 도약. 영국에게 남은 건 막대한 빚더미.]이런 류의 기사가 거의 매일 헤드라이만 바꿔서 프랑스 전역에 나돌았다.
항상 같은 내용이 반복되면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겠냐고?
그럴리가.
다름 아닌 영국을 두들겨 패고 어마어마한 전리품을 챙긴 승전이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이 충만한 국뽕을 느끼길 원했고, 기자들은 그 바람에 응해주었다.
“왕자 전하 만세! 만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거의 매일 같이 튈르리 궁에 모인 시민들이 외치는 소리가 귀를 찔러댔다.
솔직히 좀 시끄럽긴 했지만 내가 좋다고 몰려온 이들이라 쫓아낼 수도 없었다.
“매일매일 이러면 지내기 불편하지 않느냐?”
오랜만에 직접 파리까지 행차한 루이 15세가 바깥에 밀집한 군중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국왕 폐하 만세! 프랑스 만세!”
어김없이 궁전 안까지 들리는 우렁한 함성에 나도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어쩌겠습니까. 감수해야죠.”
“인기가 너무 좋은 것도 고민해볼만한 문제겠구나.”
“베르사유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여기와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은데요.”
“비슷하다. 다만 귀족들은 순수하게 기쁨에 취한 국민들보다 한 단계를 더 생각하고 있더구나. 새로 수복한 식민지와 영향력을 되찾은 인도에서 어떤 이윤을 거둘 수 있을까. 거의 매일 같이 이런 토론이 벌어지고 있단다.”
그럴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베르사유의 귀족들이 여기까지 와서 청탁을 해댔는데 베르사유 궁에서야 어떠했겠는가.
“네가 누벨 프랑스의 총독이 된다는 것도 이미 소문이 다 퍼진 모양이더구나. 아마 공식적인 발표가 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시끄러워지겠지.”
“예. 사실 그 문제 때문에 지금 골머리를 썩는 중이긴 합니다.”
전쟁에서 이겼다는 기쁨도 잠시, 현실로 돌아와보니 새롭게 처리해야 할 일이 눈사태처럼 불어나버렸다.
당장의 전후처리만이 아니라 규모가 확장된 서인도 회사와 누벨 프랑스의 운영이 주된 골치거리였다.
“영국이 개척해 놓은 곳은 우리가 낼름 받아먹을 수 있겠지만···역시 제일 문제는 인구겠지?”
“예.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기본적인 인력이 뒷받침 되어 있지 않으면 지역의 발전은 꿈도 꿀 수 없으니까요.”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비슷한 인구수를 맞춰놔야 하는데 이건 결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우선 가장 단순무식한 방법은 본국에서 이민을 갈 사람들을 받는 것일 텐데 이건 한계가 뚜렷합니다.”
“그래도 어떨 때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상책이 되는 법 아니겠느냐. 내가 볼 때는 저번에 네가 제안한 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 같은데.”
현재 프랑스는 유럽 최고의 인구수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만큼 빈곤층의 수도 절대적으로 많았다.
답이 없는 조세와 행정제도 탓도 컸으나 이 시대의 농업력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 자신 소유의 땅이 없거나 제대로 생계를 꾸리지 못하는 빈민층을 누벨 프랑스로 이주시켜 싼값에 땅을 대여해주는 방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
시행하기만 하면 분명 지원자들이 줄을 설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누벨 프랑스까지의 거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멀다는 점이 문제였다.
수백명도 아니고 수만 단위로 옮기고 이들이 정착할 때까지 지원을 해주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구를 불릴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이민밖에 답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본국에서 보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그 부분은 더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걸로는 미국이나 에스파냐 식민지에서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것과 원주민들을 동화시키는 정도가 있으나 이것도 여러 문제점이 예상되는 건 마찬가지다.
어차피 단기적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었으니 당장 해결책을 짜내지는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고민거리가 오히려 즐겁기도 하더구나. 이전에 내 머리를 아프게 하던 문제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니.”
“하긴 패전으로 얻은 고민거리에 비교하면 승전으로 생긴 문제는 행복한 고민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 솔직히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던 빚도 상당수 줄었고, 인도에서 들어오는 수입도 상당히 늘었으니 재정도 숨이 트였다. 재정총감의 얼굴에도 아주 화색이 돌더구나. 내가 볼 때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그가 아닐까 싶기도 해.”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폐하, 초를 치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프랑스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몇 가지가 더 남았습니다.”
의아해하는 루이 15세의 물음에 답을 달려주기라도 하듯, 한 장의 서신을 든 마리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녀를 본 루이 15세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계속 누워 있지 뭐하러 나왔느냐.”
“괜찮습니다, 폐하. 몸은 진즉 다 회복됐으니까요.”
종전이 이뤄지던 날 모두의 축복 속에서 훌륭히 아들을 출산한 그녀의 표정은 티없이 맑아보였다.
태어난 시기부터가 기념비적이었기에 나와 마리의 아들은 승리의 아이라 불리며 수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마리의 손에 들린 편지의 내용은 그런 축하를 잠시 미뤄둘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빈에서 오라버니가 보낸 연락인데요.”
“···요제프 2세가? 네 출산을 축하한다고 보낸 줄 알았는데 무슨 다른 내용이라도 있었느냐?”
마리의 오라버니라면 마리아 테레지아와 함께 신성로마제국을 공동으로 통치하는 황제다.
비록 어머니에게 밀려 2인자로서의 권한밖에 휘두르지 못했어도 명색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마리가 조금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중대한 논의사항이 있으니···직접 방문하시겠다고 하네요. 폐하께도 잘 말씀해 달라고······.”
“뭐라?”
안 그래도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들로 푸념을 늘어놓고 있던 루이 15세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어떤 내용일지 대강 짐작하고 있는 나 역시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새롭게 부상하는 프로이센의 부상과 부국강병을 통해 오스트리아를 다시 부흥시키고 싶었던 요제프 2세의 대립.
바이에른 왕위 계승전의 막이 오를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